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33
겨울의 사나운 한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녹음이 자라는 시기.
한풍 대신 춘풍이 드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 때.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는 한해의 시작이라 정해진 날인 춘일이 이제 내일이다.
그리고 내 결혼도 내일이고.
“그쪽 잘 잡아!!”
“어어어! 무너진다! 줄 당겨!!”
진가의 마당에서는 한창 피로연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흑귀대원들과 진가의 하인들이 나서서 천막을 설치하고, 탁자를 놓는다.
그것들을 보며 장합은 거칠게 외쳤다.
“장난하냐!? 그건 그쪽 사정이지!!”
“하, 하지만 어쩝니까. 잉어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사와!!”
“예에!”
작은 잉어들은 구했지만 커다란 잉어를 구하지 못했다며 쩔쩔매는 하인들에게 장합은 크게 외쳤다.
거 살살하지.
장합 뿐만이 아니다.
하후상이나 조충도 짐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급하게 움직이는 터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건 저쪽에 설치해!”
“안쪽 자리!! 손님들이 묵으실 건물 대절 끝났냐!? 뭐? 안했다고? 야. 죽고싶냐? 응?”
왜 이렇게 다들 험해?
명가 사람답게 좀 기품 있게 좀 말할 것이지.
난 의자에 앉은 채 여유를 즐겼다.
역시 남 바쁠때 쉬니까 참 꿀맛이다.
내가 차를 홀짝거리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마의가 툭 내뱉었다.
“너는 뭔데 그렇게 팔자가 좋냐? 네 결혼식 아니야? 너도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긴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설 필요까지 있나. 알아서들 잘하는데. 이것 좀 먹어봐. 몸에 좋은거다.”
“어제 먹어 봤는데 그건 너무 달아. 내 취향은 아니더군.”
“피로 회복에 좋다는데.”
“그거 안 먹어도 회복된데.”
사마의는 퉁명스레 말한 후 흑주차를 홀짝거렸다.
씁쓸한 흑주차에 홀딱 반한 것인지 사마의는 남만에서 보내는 흑주차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흑주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에 지분까지 가지고 있다더라.
사마가에 꾸준히 납품할 수 있게 말이다.
내가 진가의 빙고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사마가의 흑주차 밭을 만들겠다는거다.
“하… 좋군.”
“그러게 말이야.”
난 흑주차가 아닌 용정차를 홀짝거렸다.
남들은 바쁘지만 나는 한가했다.
“다섯명이나 아내를 두다니. 참 대단한 놈이군. 종 상서령을 두고 감탄할 처지가 아니라 너를 두고 감탄하는게 맞는 것 같다.”
“왜. 부럽냐?”
“…부러울리가.”
“에이~ 부러운 것 같은데~? 장 아주머님께 한번 말씀드려줘?”
“그러다가 너 춘화한테 칼 맞는다.”
심드렁히 말한 사마의는 텅 빈 잔에 흑주차를 따랐다.
그가 데려 온 왕기가 바쁘게 움직이며 피로연장의 배치도를 만든다.
이번 결혼식 피로연에는 꽤 많은 것이 나올 예정이다.
익주와 경조의 특산품.
서량에서 보내 온 유제품들.
서주의 재료들.
연주의 술.
그 외에도 강동의 풍부한 해산물까지.
바쁜 와중에 결혼식에 참가해주는 이들을 위해서 내가 있는 힘껏 베풀기로 했다.
“평소에 사치를 하지 않던 놈이 사치를 하니 장난이 아니군. 자식아. 내 동생이 고생하잖냐.”
“어쩔 수 있나. 영이만큼 요리를 잘하는 숙수를 찾기 힘들었는데. 그리고 영이가 직접 한다고 했다고.”
“쯧. 이런 놈이 뭐가 예쁘다고. 다섯번째 부인을 받는건데. 춘화였다면 벌써 얼굴에 밭고랑이 만들어졌을거다.”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예쁘지 않냐? 우리 영이는 나만 보면 예쁘다고 해주는데.”
“진짜 내 동생이지만 이해할 수 없군. 예쁘기는. 볼 때마다 역겹구만. 웩.”
사마의는 과장스레 헛구역질을 하고 나를 비웃었다.
그를 향해 웃은 나는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아무튼… 어쩔거야?”
“뭘?”
“우리 방금 하던 얘기 있잖아. 진짜 잊어먹은거야? 아니면 잊은 척 하려는거야?”
씁쓸한 표정이 된 사마의는 흑주차를 다시 한모금 마셨다.
그를 향해 나는 한숨을 쉬었다.
“꼭 하후가와 맺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찮잖아.”
“그렇긴 하지.”
“원한다면 내가 중매 정도는 얼마든지 서줄 수 있어. 사마가에 어울릴 만한 가문을…”
“네가 추천해주고 연결해주는 가문이라고 해봤자 뭐 얼마나 된다고.”
“뭣이? 날 너무 무시하는데? 이래뵈도 승상부주다.”
“그리고 난 차기 상서령이지. 하지가 지나야 하기는 하지만 직급으로 따지면 내가 더 높다.”
끙.
예전에 경조윤일 때는 내가 더 높았는데.
사마의는 심드렁히 대꾸한 후 하후상을 힐끔 보았다.
흑귀대원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하후상을 바라보던 사마의는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좀 거슬리는데. 내 아들이 어디가 어때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사마의가 투덜거리자 난 그의 등을 가볍게 쳐 주었다.
원래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뻐보이는 법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사마사가 뛰어난 인재이기는 하겠지만 어쩌겠나.
장인 될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는데.
난 그의 마음에 격하게 공감한다.
“나도 순선을 처음 봤을 때는 되게 마음에 안들었다고.”
지금은 연구소 소장이며 조만간 관직도 하사될거다.
뭇 가문에서는 순선의 뛰어남에 감탄하며 나에게 사위를 진짜 잘 뒀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여전히 순선과의 사이는 어색했다.
어째 친해져야겠다 생각을 해도 이상하게 맞지 않았다.
왜 있잖은가.
이유없이 부담가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그리고 이건 나만 그런게 아니야. 만인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자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끔찍하게 싫을 수 있지. 전하가 아직도 너 꺼림찍해하는 거 생각해봐라.”
“음…”
“세상에는 이유없이 좋은 사람도 있고, 이유없이 싫은 사람도 있는 법. 그걸 가지고 나무라면 안돼.”
“하아… 그런가.”
“그래. 야. 하후상이 사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데 억지로 혼인을 했다고 치자. 그럼 사가 행복할 것 같냐? 처가와 연계도 해야 할텐데…”
“그렇기도 하겠군.”
사마의는 기분나쁘지만 그래도 납득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설득을 한 셈이겠지?
그가 입술을 우물거리며 뭔가 말하려고 하자 난 잽싸게 그의 말을 막았다.
“사의 혼처는 내가 알아봐주마. 내가 연을 맺은 가문들이 많다는 것은 알지? 걱정마. 이번 결혼식때 명가나 요직에 앉아 있는 이들이 올테니까. 그들의 신상명세를 파악해서 아직 혼처가 정해지지 않은 규수가 있다면 알아봐주마.”
이제 사마의도 위 제국의 상서령이다.
문관들에게 있어서는 승상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만큼 사마의가 아들의 혼처를 다시 찾는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제발로 올 이들이 많았다.
“…그래야겠군.”
“그래. 아무튼 그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고. 여기서 끝. 알겠지?”
“그래. 그래.”
손사레를 치며 사마의는 흑주차를 홀짝거렸다.
그를 향해 안도한 내가 차를 다시 타 마시려고 할 때 관평이 다가왔다.
“승상부주.”
“왜?”
“군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오!? 그래? 그럼 나가봐야지. 지금 어디 계시냐?”
“이제 거의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슬슬 나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 가야지. 중달. 넌 어쩔래?”
“난 여기서 기다리지.”
“그래라. 관평. 가자.”
“예.”
관평만 데리고 업의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 근처에서 잠시 기다리니 산양군의 깃발을 단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래. 아들아.”
마차에 탄 아버지와 아버지를 호위하는 요화다.
둘을 본 내가 웃으며 달려가자 아버지는 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녀석. 잘 있었느냐?”
“예… 아버지는 어떠십니까? 몸은 좀 괜찮으시고?”
“아직 정정하다. 이 녀석아.”
이제 일흔이 훨씬 넘은 아버지다.
하지만 화타나 당지에게 보약을 자주 받아 먹은 덕분인지.
그리고 오금희를 꾸준히 하신 덕분인지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해보였다.
나와 아버지를 향해 흐뭇하게 웃는 요화와도 인사를 한 나는 뒤따르는 수레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뭘 저리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셨습니까?”
“작년에 만들어진 죽엽청을 가지고 왔다. 진가의 경사를 축하해주시러 손님들이 많이 온다는데 내 어찌 죽엽청을 풀지 않을 수 있겠니.”
“아버지…”
저정도면 가격도 보통이 아닐텐데.
그것을 풀어버린다는 것에 난 감동했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부드럽게 웃었다.
“가자꾸나.”
“아버지. 연사와는 잘 알고 계시지요?”
연사는 산양군과 인접한 진가윤의 연구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순선이 휘와 함께 자주 산양군에 가는만큼 그녀도 함께 갔을테니.
아버지도 연사에 대해서 그래도 알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며느리 될 사람인데 아예 모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내 질문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사와는 나도 몇번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딱히 모난 구석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든단다. 다만…”
다만이라니?
내가 당황하자 아버지는 씁쓸해 했다.
“연사가 요리는 잘 못하더구나. 영이나 완이, 희아에 비하면… 청이도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먹을 정도는 만들던데.”
“그, 그정도입니까?”
내가 떨떠름해하자 요화는 작게 웃었다.
“주는대로 잘 먹는 산양군 병사들도 보 아가씨의 요리는 잘 먹지 못하더군요. 제 아내가 요리를 몇번 가르쳐보았지만…”
“그런데?”
“신기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다보니. 하하하. 천상 연구만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끙. 그렇군.”
보즐이 여자로서 부족하다는 말을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걱정하자 아버지는 내 등을 가볍게 쳐 주었다.
“뭐. 연사 정도 되면 자기 손에 물 뭍힐 일은 없지 않겠냐. 너무 걱정하지 마라.”
“하하. 예… 그래도 괜찮으려나…”
“요리 좀 못하고, 옷 좀 못 만들 수도 있지. 하지만 그만큼 연사는 다른 것을 잘하잖느냐.”
“음…”
“그런 부분은 진가 맏며느리가 할 일. 굳이 연사가 나서지 않아도 될거다. 자. 가자. 그래도 네 결혼이라고 영이가 힘을 썼을 것 같으니. 오래간만에 영이 요리나 먹어보자꾸나.”
아버지는 밝게 웃으며 마차에 올랐다.
나도 마차에 오르자 관평은 요화에게 말했다.
“요 형님.”
“더 강해진 것 같구나.”
“예.”
“그리고 소문을 듣자하니 네 문재가 아주 대단하다고 하더구나. 나도 읽어보았다. 너의 그 유언장. 읽고나니 눈물이 날 것 같더구나.”
“아니 그게 왜 산양군까지?!”
“하하하. 진가에 가면 잠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니? 네가 문무에 능하다는 소문을 들으니 이거 몸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구나.”
그만 괴롭혀라.
요 근래에는 그걸 언급하는 사람이 없는데.
요화는 신나게 관평을 놀렸다.
결국 그가 얼굴을 붉히자 요화는 껄껄 웃었다.
“자. 그럼 네가 호위를 맡도록 하렴. 나는 마차를 몰테니. 진성. 내리게나.”
“예. 요 도위님.”
마차에 오른 요화가 말 고삐를 잡자 관평은 작게 헛기침을 한 후 외쳤다.
“출발.”
진가에 도착해 많은 이들의 환대를 받은 아버지는 영이가 차려 준 요리를 먹고 난 후 내 방으로 들어오셨다.
“차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좋은 차가 있습니다.”
“무슨 좋은 차?”
사마의는 자신이 먹으려고 준비해 둔 흑주차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받아 한모금 마시며 인상을 쓰셨다.
“윽… 이 쓴맛은 도대체? 혹시 이거. 사약이냐?”
“서역의 귀한 차입니다. 당과 우유를 넣으면 좀 맛이 괜찮아집니다.”
“쯧. 너도 귀한 몸이 되었다고 사치를 부리는 것이냐? 내가 옛날부터 말하지 않았더냐.”
“관리가 사치를 부리면 백성이 죽어난다는 말씀이십니까? 하하하. 하지만 흑주차는 잠을 자지 않게 하는 효능이 있으니 약 대신이라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익주, 그리고 서량에서 서역과 거래를 하며 흑주차를 받아와 소량이기는 하지만 중앙부처에 공급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꿀을 타서 마시고, 또 어떤 이는 우유만 타서 마시고.
누군가는 그냥 마신다.
하지만 덕분에 업무 효율이 꽤 증가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흑주차를 마신다고 해서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사마의도 동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서역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 부담을 줄였습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서 위국이 제국으로 발돋움하고, 또 거래를 늘려가며 서역과 연계할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그럼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또한 흑주차 뿐만 아니라 서역의 물품들을 받아들이며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으니… 사돈어르신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아버지는 우유를 탄 흑주차를 한모금 마신 후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위왕께 첩지를 받았다. 알고 있느냐?”
“예.”
이제 하지까지는 두달 정도 남았다.
하지 때 한이 무너지고 위국이 성립된다는 것은 아버지도 아는 일이다.
“위 제국이라… 제국. 좋지.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구나.”
아버지는 품에서 첩지를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를 산양공으로 추대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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