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46
아인슈타인이라는 작자가 원망스럽다.
왜 시간은 상대적이다. 라는 소리를 해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
꿀맛같은 휴가는 정말 눈 깜짝할 새 끝나버렸다.
칠일의 달콤했던 휴가가 끝나고 등청할 때가 되자 진가로 승상부의 병사들이 찾아왔다.
“승상부주!! 등청하실 시간입니다!”
무서워 죽겠다.
분명 양 사형이 보낸 거겠지?
난 이를 갈며 겉옷을 입었다.
“그래. 간다! 가!”
“후후후. 잘 다녀와요. 오늘은 못 들어오실 수도 있겠네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럼 저녁에 청이랑 같이 승상부로 찾아갈게요. 야식거리 들고. 연사도 승상부에 있을 예정이야?”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언니.”
“후후후. 다 데리고 갈까?”
영이가 방실방실 웃으며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와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영이는 내 볼을 잡고 꾹꾹 누를 뿐 이었다.
“농담이에요. 다들 바쁠텐데 어떻게 그래? 함께 먹으라고 많이 싸줄테니까 같이 먹어요.”
“알았어. 늘 고맙네.”
“후후. 뭘요~”
아내들의 배웅을 받으며 바깥으로 나가니 세상에나.
승상부의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 오래간만이야. 같이 가자고.”
마차의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다름아닌 양 사형이었다.
상쾌한 미소를 짓는게 한대 때려주고 싶다.
내가 이를 갈자 양 사형은 옆에 두고 있던 죽간을 까딱거렸다.
“자. 가면서 시간 날려먹지 말고 일하자고. 이거 네가 확인해야 할 문건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악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나도 이렇게까지 일을 시키지는 않았었는데.
등청하는 짬을 이용해서 일을 시켜먹으려고 하다니.
난 양 사형의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드루와. 드루와.”
“…이거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
“넣어.”
“들어가시지요.”
“야! 야야! 풍해! 너 이 자식! 으악! 너 얼굴 봤어!!”
풍해가 날 밀어 넣고 마차의 문을 닫는다.
잠시후 마차가 움직이자 난 포기하고 양 사형이 건넨 죽간을 펼쳤다.
그것을 천천히 읽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 수확량을 너무 낮게 잡은 것 아닙니까?”
전년도의 휴경지 비율을 생각하면 적어도 7할은 높게 수확량을 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양 사형이 정리한 문건을 돌려주며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희망적이야. 전후 처리 기간을 사년 정도로 잡아야 해. 너무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저는 무리해도 괜찮고?”
“당연하지. 그리고 네가 말했잖냐. 논농사는 위험이 크다고. 만약 올해 기록적인 폭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면? 그 위험성까지 포함한 계산이다.”
양 사형은 너무 소심한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리고 남만에서 연락이 왔는데 올해부터 흑주차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하더라.”
“생각보다 빠르군요.”
난 적어도 내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중달, 그리고 나. 흑주차를 맛본 다른 이들이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지.”
“호오… 그런 것이면. 좋군요. 올해 완성된 흑주차를 교역 물품에 넣을 수 있다는 건가?”
“그래. 그리고 당도 교역 물품에 넣어두는게 좋아.”
“그렇겠지요. 다른 차보다 흑주차에 잘 어울리니까…”
흑주차를 팔 때 그 쓴맛 때문에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만큼 당을 함께 파는거다.
꿀과 당으로 흑주차를 몇번이나 만들어봤지만 역시 대부분 사람들은 꿀보다는 당을 더 선호했다.
고구려의 사신들도 당과 우유를 넣은 흑주차를 좋아했으니 당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을 쓰는게 낫다.
“그리고…”
많기도 해라.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빠르게 두건의 문제를 논의했다.
마차가 승상부 앞까지 도착하자 난 마차에서 내린 후 말했다.
“그럼 저는 왕부로 가서 복귀 신고를…”
“그럴 시간 없다니까. 들어와서 병주목, 그리고 진 상서와 이야기하고 바로 황궁으로 가. 황제의 일정이 끝나고 왕부에 가면 될거다.”
진짜 숨 돌릴 틈을 안주는구만.
난 인상을 썼고 양 사형은 씩 웃었다.
“그동안 열심히 놀았으면 일해야지?”
가 사형, 진림과 함께 내가 쉰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바로 황궁으로 갔다.
황제를 만나 몇차례 더 압박을 하고 그가 왕부에 가게 해 늘 하던 업무를 수행했다.
바로 황제의 자리를 조앙에게 넘기겠다는 행사가 그것이다.
황제의 옆에 납작 업드려 황제가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한다.
자리를 깔고 구슬피 우는 황제의 모습에도 조앙은 꿈쩍하지 않았다.
결국 황제는 화흠의 수행을 받으며 황궁으로 돌아갔고 그제서야 난 왕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거 상당히 귀찮은 일이군.”
내가 휴가를 받은 며칠사이 꽤 야윈 조앙이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안 먹어서 그런다.
이유는 바로 가 사형의 계책때문이었다.
황제가 저렇게 황위를 받아달라고 찾아와 엉엉 우는데 밥이 입에 넘어가면 사람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결국 하루에 한끼.
그나마도 죽만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조앙은 며칠만에 꽤 야위어버렸다.
“너무 살찌면 몸에 좋지 않답니다. 허벅지 살찌는 소리 안 들리십니까?”
“안그래도 요새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
“황위에 오르시면 사냥도 함부로 못 갈텐데. 아시잖습니까. 황실에 소속되어 있던 사냥터 지금 다 폐쇄시키고 경작지로 바꾼 거.”
“으음…”
“말타기를 하시고 싶으시면 나중에 군사 훈련때나 참가하십시요.”
물론 그렇다고 옛날처럼 미친듯이 말을 모는 짓은 못하겠지만.
황제라는 자리는 언제든지 암살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자리다.
거기에 조앙은 위 제국 초대 황제가 될 몸이다.
더욱 몸 조심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사냥같은 암살하기 딱 좋은 미친 짓은 절대 못한다.
또한 독주 역시 못하고.
할 수 있다면 군대가 진형을 만들어 놓은 곳에서 전위나 허저와 함께 움직이는 정도가 다일 것이다.
조앙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른 천이가 커야 하는데…”
“저에게 맡겨주신다면 삼년 안에 훌륭한 후계자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설마 여기서 기회가!?
“전에 말했지? 승상부터 넘고 오라고.”
제길.
내가 이를 갈자 조앙은 씩 웃었다.
“그보다. 승상부에서는 결정했냐? 명가에서는 하후패를 오자양장으로 추천한다던데.”
“관평을 추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장군부에서는 허 장군을 내세운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그럼 왕부에서는…”
조앙은 고민을 하다가 몸을 베베 꼬았다.
왜 저래?
“창이한테 주면 안되냐?”
“…제가 뭐라고 할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당연히 안된다.
조앙이 황제가 되면 조창이 가지고 있는 병권도 빼앗을까 고민중인데 오자양장?
택도 없는 소리를.
조앙이 황제가 된 이상 최대한 군권은 중앙에 집중시킬 생각이다.
물론 지방의 각 주목들에게도 권한이 주어지겠지만.
그 외에는 병권을 빼앗는 것이 낫다.
“조창을 불러서 기주의 치안을 담당하는 업무 정도만 줄 생각입니다. 오자양장이라니. 병권까지 줄 생각 없습니다.”
“야. 형제를 안 믿으면 누굴 믿냐?”
“그 믿음직스러운 형제 중 하나가 칼 뽑았단 것. 기억 안나십니까?”
“끙…”
“아무튼 반대.”
조앙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양 사형이나 종요, 아니 하후돈도 거절할 만한 일이다.
원래 황제(皇弟)에게는 힘을 줘서는 안된다.
나중에 천이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고 쳐보자.
조창이 얌전히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떻게 하냐?
물론 천이의 곁에 나나 양 사형, 사마의가 있겠지만 괜히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다.
“그럼 왕부에서는… 중달에게 주도록 하지.”
“어? 잠깐만. 중달에게? 중달은 다음대 상서령인데?”
“상서령이라고 해서 무관 업무를 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좀.”
“일단 중달에게 이야기를 해보자고. 그리고 그가 거절한다면 그에게 권한을 줄 생각이다.”
조앙의 말에 난 떨떠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당혹스러워하자 조앙은 씩 웃었다.
“내가 아무리 중달을 꺼림직해 한다고 해서 그가 싫은 것은 아니야. 거기에 이번 익주 공략에서 그가 큰 공을 세우기도 했고.”
“흠…”
“그러니 그에 대한 포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당장 중달의 밑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뛰어난 무관들은 많을테니까.”
“알겠습니다.”
나야 중달이 오자양장이 되든, 승상이 되든 딱히 나쁠 일은 없으니까.
내가 허락하자 조앙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자. 그럼 다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농업 관련 부분부터 시작해볼까?”
“예. 올해 수입에 대한 문제인데. 그게…”
그럼 오자양장은 허저, 장료, 사마의, 관평, 하후패로 결정된건가?
뭔가 좀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장군직이라는 것이 싸움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병사들을 얼마나 잘 통솔하고, 많은 이들을 이끌 수 있느냐.
그것이 장군의 능력이라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을 따진다면…
으음.
그래도 좀 이상하군.
하지만 뭐 어때.
난 어깨를 으쓱이고 조앙에게 하지까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보고했고 조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깟 오자양장의 자리가 아니다.
농사와 기술발전, 그리고 외교 문제지.
매일 바쁘게 일하고, 아내들과 놀고.
휴일 하루 얻어내겠다고 양 사형, 종요, 진림, 조앙과 싸우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논에서 쑥쑥 자라기 시작한 모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또 밭에서 키우는 작물들이 꽃을 피우며 싱그러운 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렸을 때.
따사로운 햇살이 조금씩 뜨겁다고 느껴질 무렵.
나는 황제의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기다렸다.
“위왕!! 언제까지 이리 하실 생각이오!! 부디 나와주시오!!”
몇달이나 이렇게 해서 그런지 황제도 꽤 능숙해졌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굴욕도 겪다보니 이제는 그냥저냥해졌나보군.
그나마 황제가 믿을 만한 구석이었던 유학자들마저도 대부분이 모른 척 넘어가버린 것에 황제도 절망하고 포기한 듯 싶었다.
하하.
그때 황제의 표정.
참 웃겼지.
최염을 불렀지만 최염이 그저 송구스럽다고만 할 때 세상 다 산 사람의 표정이었는데.
그때의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고개를 조아린 채 내가 소리없이 웃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꽤나 마른 조앙은 의관을 차려입은 채 나왔다.
“위왕…”
“폐하. 저는…”
“위왕. 언제까지 사양할 것이오… 천하는 그대를 바라고 있소…”
조앙이 절식을 하며 황제가 마음을 돌리게 하려 한다. 라는 이야기가 퍼지자 황제도 절식을 했다.
물론 그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시킨 거지.
황제도 하루에 한끼, 그것도 싸고 거친 한식만을 먹으며 조앙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웃기는 일이다.
서로의 마음 정 반대의 일을 저렇게 정성스럽게 해야하다니.
하지만 그 덕분인지 조앙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떨어지지 않았다.
“폐하. 옥체가 상하십니다. 부디… 절식은 금하여주십시오.”
“그러니 위왕이 받아주었으면 하오.”
황제는 옥새를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고개를 숙인 채 내밀어진 전국옥새를 말없이 바라보던 조앙은 무거운 한숨을 내쉰 후 황제에게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신 조앙은…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는 저 자신이나 조가를 위함이 아닌, 천하의 주인이신 폐하의 옥체를 위함이고, 또한 이 나라 백성들을 위함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의미가 있겠소? 부디 받아주시오.”
조앙의 손에 옥새가 들어간다.
그것을 받은 조앙은 옥새를 내려 놓고 아홉번의 절을 했다.
황제 또한 마찬가지.
간단한 옥새의 수여식이 끝나자 조앙은 나를 향해 힘겹게 말했다.
“승상부주는 들으라.”
“예. 전하.”
“다가오는 하지. 그때…”
조앙은 눈을 감고 침음성을 흘리며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듯 말했다.
“…즉위식을 치루겠노라. 준비를 마치도록 하라.”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다가오는 하지.
바로 다음주다.
이제 다 끝났군.
난 조앙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황제를 보았다.
그의 숙여진 고개에서 작은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하.
이제서야 진정성이 넘치는 눈물을 흘리시는구만.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으하핳하ㅏ!!!
에어컨 왔어요!
히익
그래!
이게 방이지!
어휴 ㅠㅠ
좋네요… 오늘은 편히 잘듯…
흐흐
아마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이면 본편이 끝날 것 같네요.
나머지는 외전과 종장 뿐인가.
그럼 대댓글 갈게요~
실버스타 // 늙었죠… 맘이 약해짐…ㅠㅠ
Annaka // 세상을 점점 알게 된겁니당 ㅎㅎ
Dunkel // 옛날의 관우였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죠 ㅎ?
히히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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