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45
손상향과 관평이 서로에게 은근한 마음이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손책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빨랐다.
한가지만 빼고.
“관평은 당분간 업에 머물러야 하는데. 그러니 업에서 생활하게 하지?”
“허나 손가가 다시 복권되었는데 업에 머무는 것은…”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있잖아.”
“그렇다 하더라도 법도에 따르면 당분간은 처가에서 머물러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닙니까?”
“법도 따지면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냐. 나중에 보내줄게. 나중에.”
관평을 오자양장으로 추천할 생각을 하고 있는만큼 적어도 몇년 정도는 업에서 머물렀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손책도 교주로 내려갈 생각으로 가득차 있고 거기서 관평을 쓸 마음이 깊으니 손책과 나의 의견은 대립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교주쪽에도 인원이 부족합니다. 또한 관 도위가 있으면 채 가주도 안심할텐데…”
“그쪽에는 당신들이 갈 것 아닌가?”
“그렇다 하더라도 뛰어난 무관이 한명이라도 더 있다면 움직이는 것이 편해지겠지요. 또한 서역 항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서역의 문제는 승상부에서도 중요한 것일텐데요.”
“관평은 육전을 전문으로 했기 때문에 해전에는 큰 도움이 안될거야. 원한다면 종리목과 수귀단을 보내주지.”
“이왕 보내주시는 거 관 도위도 보내주십시요.”
“그렇게 손상향을 싸고 돌고 싶은거냐?”
“그런 의미가 아니잖습니까.”
이것만큼은 조율이 필요하겠다.
나와 손책이 서로를 노려보자 주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자자. 진정들 하시지요. 정 그렇다면 둘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끙… 좋아. 들어오라고 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평과 손상향을 불렀다.
그들이 들어오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 뭐 했냐?”
왜 둘 다 젖어 있어?
내 질문에 관평은 무덤덤히 답했다.
“시간이 남는 것 같아 대무를 했습니다.”
“진짜야?”
혹시 엄한 짓 한 것 아니겠지?
그들과 함께 있었던 하후상을 바라보자 그는 맥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예. 정말 분홍빛 따위와는 일촌도 가깝지 않더군요.”
“쯧. 뭐 아무튼 좋아. 관평. 오자양장제도에 대해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승상부에서는 너를 추천할 생각이다.”
“…제가…?”
“그래. 너도 이제 장군직을 맡아야 할거다. 관우도 말했잖아.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진다면 강해진다고. 그러니 이제부터는 군을 지휘하는 것도 배워두도록. 언제까지 도위직에만 있을 생각이냐?”
“허나 장 사부와 서 사부께서도.”
“걔들 다 거절했다.”
내 뒤에 서 있던 장합이 고개를 끄덕이자 관평의 표정이 바뀌었다.
쉽게 보기 힘든 표정이다.
난감함으로 잔뜩 물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보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양할 생각 마라.”
“어… 저 말고 백인이 잘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나도 불가능해.”
이건 또 뭔 소리야?
“장군부에서 너에게 오자양장의 자리를 주는 것 아니었냐?”
현재 장군부의 수장은 하후돈이다.
만총이 하후돈의 후임이 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는 하후돈이 장군부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만큼 장군부에서는 하후상에게 오자양장의 자리를 추천할 줄 알았는데?
내가 당황하자 하후상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그럼 누구에게 주려는 거지?
난 그것만 생각하고 있어서 하후상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는데.
이거 큰 실수를 할 뻔 했군.
“어… 일단 거기장군을 좀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계시냐?”
“안채에 계십니다.”
“일단 가보자. 다들 좀 기다리고 있어.”
난 하후상과 함께 하후가의 안채로 향했다.
도대체 내가 모르는 뭔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군.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하후상에게 물었다.
“뭔데? 난 장군부에서 너에게 줄 줄 알고 있었다.”
“명가에서 하후패에게 오자양장의 자리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하후패에게?”
“예. 만약 왕릉이 살아 있었다면 왕릉을 추천했겠지만… 그가 없으니 패를 자기들의 중심으로 삼으려는 것 같더군요.”
“패는 뭐라디?”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음…”
그런 것이라면 하후상이 받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오자양장 제도는 장군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함인데 하후가에서 두자리나 떡하니 차지한다면 오히려 사기가 저하될 수 있었다.
“그럼 장군부에서는 누구를 추천하려는 거지?”
“글쎄요…”
하후상이 아쉬워하자 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너를 추천할 걸 그랬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마음쓰지 말아주십시요.”
“정 뭐하면 승상부주의 권한으로 진동장군의 자리를 주지.”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
하후상은 어렸을 때부터 내 부관으로 일하고 오랫동안 많은 전공을 쌓아왔다.
그렇다면 하후패보다 훨씬 오자양장의 자리에 어울리는데.
명가들의 수작에 이렇게 밀려버리게 될 줄이야.
내가 입맛을 다시자 하후상은 자신의 허리에 있는 검을 툭 쳤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군께 의천을 받았습니다. 그것만큼 더 큰 신뢰가 어디 있겠습니까.”
“허. 하지만 그래도.”
“그리고 관평도 이제는 장군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맞겠지요. 장 사부나 서 사부께서 거절하셨다면… 그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공적만 인정받아도 충분히 교위 자리에는 오를 수 있을텐데.”
“그렇겠지.”
“부디 저를 신경쓰지는 말아주십시요.”
“그래…”
오자양장이라는 명예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쉬운 듯 보였지만 하후상은 크게 마음쓰지 않았다.
내가 이래서 얘를 좋아하는거다.
난 하후상의 목에 팔을 둘렀다.
“짜식!”
“윽.”
“고맙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 또한 이제 진가 뿐만 아니라 관평, 승상부의 사람들을 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미안한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그래. 나중에 내가 꼭 챙겨줄게.”
“감사합니다.”
어느새 안채의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하후돈은 화로에서 밤을 구워 먹고 있었다.
“음? 자네가 무슨 일인가?”
“아니 무슨 뒷방 늙은이도 아니고… 거기서 뭐하십니까?”
“마침 잘 왔네. 안그래도 오자양장의 추천 때문에 부르려고 했는데. 앉아. 상이는 나가서 차나 좀 타오거라.”
“예.”
하후상이 나가자 하후돈은 긴 꼬챙이를 들었다.
그리고 항아리에서 하얀 유락을 꺼내 꽂아 화로 위에 올렸다.
“이거 이렇게 구워먹으니 맛있더군.”
“제 아내들도 좋아합니다.”
구운 유락.
쭉 늘어지고 고소하며 짭짤해서 다들 좋아한다.
하후돈은 꼬치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나도 항아리에서 유락을 꽂아 구웠고 잠시 후 하얀 유락에 담긴 기름기가 바글거렸다.
“아뜨. 아뜨.”
“후후. 맛있군.”
군밤과 유락을 구워먹는 사이 하후상이 차를 타왔다.
그가 공손히 인사하고 나가자 난 하후돈에게 대놓고 물었다.
“장군부에서는 누굴 추천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가측에서는 패아를 추천하기로 했다는군. 패아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런데 그 놈이 뭘 했다고? 지가 양심이 있으면 알아서 물러나야지. 어디 건방지게.”
하후상이 받지 못하게 된 것에 심통이 나 내가 투덜걸자 하후돈은 키득거렸다.
“이해해주게. 그 녀석도 제 아비를 위해서 받은 것이니까.”
“으음…”
이번 전쟁의 정군산 전투에서 하후연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물러났다.
아무리 적의 수작에 당했다지만 결국은 패배다.
하후가에 큰 누를 끼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후패가 서복의 밑으로 들어가 한중 공략에서 공을 세웠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하후가는 진짜 개망신을 당할 뻔 했다.
“연이의 실패를 패가 돌보려 한 것 뿐이야. 너무 그리 생각하지 말게.”
“쯧. 뭐 그럼 그렇다고 치고. 장군부에서는 누굴 추천하실 생각이십니까?”
“마음 같아서는 상이를 추천하고 싶지만… 자네도 알겠지. 하후가에서 그런 자리를 두자리나 차지하면…”
다른 장군들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적당히 구색은 맞춰야 한다.
내가 씁쓸해하자 하후돈은 차분히 말했다.
“세명을 생각하고 있네. 첫번째는 검각 공략에서 큰 공을 세운 학소. 그리고 오랫동안 위국을 모셔 온 허저, 마지막으로 조휴.”
“조휴는 빼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조조의 조카이고 나와도 친분이 있는 조휴다.
하지만 그에게 오자양장의 자리를 주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었다.
“사실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결국은 둘 중 하나야. 학소, 그리고 허저.”
“하지만…”
학소에게 그런 명예를 주면 또 뒷말이 나온다.
학소는 만총의 제자다.
즉 차기 대장군의 제자에게 특혜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래서 허저로 마음을 결정했다네.”
“그렇군요…”
“자네는 누굴 추천할 생각인가? 승상부에서도 한명 추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관평을 추천할 생각입니다.”
“그렇군… 그래.”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오자양장 중 두 자리를 하후상과 관평이 갖는 것이지만.
내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자 하후돈은 쭉 늘어지는 유락을 한입에 넣었다.
“이제 나도 은퇴하게 되면 하후가에서 남는 것은 서, 너명정도에 불과하겠군.”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하후돈이 물러나게 된다면 하후가에서 내세울 만한 것은 하후상과 하후패 뿐이다.
물론 하후상이 내 밑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영광과는 거리가 좀 멀 수도 있었다.
“뭐 잘 부탁한다고 하셔도…”
“자네가 있다면 하후가가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네만.”
“그렇겠죠.”
하후상이 날 배신할 리는 없으니까.
내 사람은 내가 챙긴다.
“걱정마시고 편히 쉬십시요. 사실 좀 더 계셔줬으면 좋겠지만…”
후임자도 정해졌는데 어쩌겠나.
하후돈은 희미하게 웃었다.
“은퇴를 하게 되면 군사총괄감사직을 받게 될 것 같아.”
“…그건 또 뭡니까?”
듣도보도 못한 직함인데?
내가 의아해하자 하후돈은 킬킬 웃었다.
“그냥 완장차고 헛기침하며 다니는 정도지. 그렇게 몇년 정도 있다가 상이와 패가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면 그때 완전히 손을 떼야지. 어쩌겠나.”
하후돈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전하처럼 훌륭한 자제를 둔 것도 아닌데.”
“하하…”
후계를 제대로 두지 못하고, 가문의 안정을 꾀하지 못하면 쉬는 것도 마음대로 못 쉬겠군.
성이를 잘 키워야겠다.
하후돈과의 만남을 마친 후 난 아까의 방으로 돌아왔단.
관평과 손상향이 기다리는 가운데 난 관평의 어깨를 잡았다.
“이 녀석. 위국에서 추대하는 오자양장의 대상자가 될거야. 그런만큼 당분간은 다른 곳으로 보내기 어렵다.”
“오자양장? 그게 뭡니까?”
“위국이 천하를 쥔 것에 대한 기념으로 다섯명의 뛰어난 장수를 선발하는 제도지. 처음으로 선발되는 것이니 막지 않았으면 좋겠네.”
손책은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그가 고민하자 난 관평의 어깨를 잡았다.
“네가 거절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관우도 말했지만 네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책임이 필요해. 그 책임은 단순히 네 곁에 있는 여인만이 아니다.”
관평이 거절하기 전에 최대한 압박을 주자.
당황한 그가 말을 꺼내려 하자 난 그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쉿. 아무 말도 하지마.”
“….”
“지금 명가 측에서는 하후패를 오자양장의 대상으로 정했다. 즉 하후상도 못해. 그런만큼 승상부에서도 어느정도 위치를 잡아줘야 해. 장합이나 서황은 불가능하고. 관평. 난 너를 믿는다. 네가 나의 신뢰를 어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어어…”
“오자양장 정도 되고, 장군직에 오른다면 너와 혼인하게 될 손상향의 위치도 올라가게 되는거다. 언제까지 도위직에서 만족할 생각이냐? 남자라면 자신의 이름,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바.”
“그게.”
“그런만큼 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려 하지마라. 장군이 되었다고 해서 선봉을 설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보도록.”
관평이 말을 꺼내지 못하게 난 내 말만 빠르게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합!!”
“예!”
“복귀한다!”
얼떨떨해하는 관평을 두고 난 그의 대답을 듣지 않은 채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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