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47
약속했던 날인 하지가 다가오자 결국 조앙은 황제의 건강, 그리고 주변 신료들을 생각하여 황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앙은 옥새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게 그 전국옥새인가…”
“예.”
“넌 어째 신기해하지 않는다? 한의 최고 보물인데.”
“태상전하께 그거 바친게 접니다.”
손가에서 가지고 있던 옥새를 받아내고 그것을 조조에게 줬다.
그리고 조조가 그 옥새를 황제에게 넘긴 것이다.
내 입장에서야 딱히 신기할 거리가 없지.
귀해봤자 그냥 옥으로 만든 도장에 불과하지 않은가.
백옥으로 만들어진 크고 아름다운 옥새를 만지작거리던 조앙은 시큰둥히 콧방귀를 뀌고 옥새를 옆에 두었다.
“하긴 고작 이딴 도장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깟 것에 그리 집착한 것일까?”
동감한다.
옥새는 그저 도장에 불과한다.
정통성이니 명분이니.
그딴게 뭐가 중요한지.
난 콧방귀를 뀌었고 그것은 조앙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앞으로 공문서에 대한 결재는 이걸로 하는게 나으려나?”
“그게 낫겠지요.”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게 나으니 잘 보관해두도록 하자.
조앙은 책상 옆에 옥새를 대충 둔 후 담담히 말했다.
“식순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지?”
“오자양장의 임명식, 그리고 다른 장수들의 은퇴와 승진식.
마지막으로 황제의 은퇴식과 위 황제 즉위식 후 축제를 열 생각입니다.”
종요가 천천히 답하자 조앙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럼 종 상서령은 정말로…”
“예. 저는 그때 상서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장안으로 갈 생각입니다.”
“이거 아쉽구만. 종 상서령이 있어서 내가 마음 놓고 돈을 쓴 건데.”
“하하하하!!”
종요는 무척이나 즐거워하며 크게 웃었다.
조조때부터 상서령 자리에 올라서 위국의 살림을 담당해 준 그다.
순욱과 합을 맞춰 위국을 지탱했던 뛰어난 문관은 즐거운 듯 부드럽게 웃었다.
“신은 승상이나 승상부주와 다르게 항상 안에서만 일했지요. 전 승상께서는 태상전하를 모시며 많은 전장에 나섰지만… 저같이 부족한 이는 그저 예산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담담히 말한 후 종요는 품에 쥐고 있던 패를 꺼내 내려 놓았다.
“이제부터는 전하의 보필을 중달이 해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중달은 저와 같이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좀 아껴쓰십시요.”
“그, 그러겠소.”
하긴 사마의는 바늘로 찔러봐야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이다.
조앙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응원을 부탁한다는 듯 나와 양 사형을 보았지만 우리는 그저 눈을 돌릴 뿐 이었다.
“어이. 형제들.”
“저희는 님 형제가 아닙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지. 군신의 예를 갖추고 있는데 어찌 형제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조앙의 간절함을 나와 양 사형은 매몰차게 잘라냈다.
아니 솔직히 사마의는 우리도 부담스럽단 말이지.
승상부쪽 자금 처리할 때 사마의와 상대할 것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치사한 것들…”
부들부들 떨며 조앙이 이를 갈았지만 어쩌겠냐.
솔직히 사마의 정도가 아니라면 상서령의 자리에 어울릴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라면 조앙이 쓸데없는 소비를 하려고 하면 그것을 적절히 막아줄 것이다.
또한 다른 곳에서 의미없는 세금 유출이 있다면 그것도 막아 줄 것이고.
이제부터 위국은 발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다.
위국의 입장에서는 사마의가 상서령이 되어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칼같이 하는 것이 전혀 나쁠 것이 없다.
우리를 원망스럽다는 듯 노려보던 조앙은 차를 홀짝거리며 훈훈하게 웃는 하후돈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장군께서는…”
“뭐. 몇년 정도는 감사직을 맡아서 업에 머물 생각입니다. 이들이 괴롭히면 노구라도 나서드리지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숙부님께서 옆에 계셔준다니 어찌나 마음이 놓이는지. 신하라는 것들이 제 주군 잡아먹을 생각 밖에 안하는 이 마경에서… 흑흑.”
과장스레 우는 척을 하는 조앙을 향해 하후돈은 즐겁게 웃었다.
하후돈한테 큰 기대하지 마라.
저 사람은 나한테도 약한 사람이니까.
조앙이 하후돈을 설득해서 예산을 받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다시 하후돈을 설득하면 된다.
내가 흐뭇하게 웃자 내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듯한 조앙은 양 사형을 보았다.
“시중은 누구로 정할 생각인가?”
“일단은 장제로 추천할 생각입니다. 화흠은 사예교위로 임명할 생각이니까.”
“그가 사예교위직을 잘 맡을 수 있을까? 사예교위직은 일단 무관직이잖아?”
“잘할 겁니다. 비의를 잡은게 그인데.”
화흠이라면 문제 없겠지.
나와의 거래로 인해서 사예교위직을 얻어낸 것이지만 화흠이라면 충분히 사예교위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지방관으로 가는 것이나 좀 더 팔자 좋게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럼… 그 외의 부분은 각 부서에서 조절하여 상의들 하도록 하지.”
조앙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며 공석이 되는 관직이 꽤 많아진다.
거기에 공을 세웠음에도 아직 낮은 관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재평가도 해야 하고.
그것을 생각하면 남은 칠일동안 빨리 조직 개편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앙이 무덤덤히 말하자 나와 양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거기장군께서도 같이 승상부로 가시지요. 드릴 말씀도 있고.”
“그러도록 하지.”
양 사형과 종요, 하후돈이 함께 나가려 하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뭐가 있더라?
머릿 속에서 일정을 생각하며 죽간을 챙겼을 때 조앙이 손을 들었다.
“승상부주는 잠깐 남지그래?”
“예? 어. 예. 먼저들 가 계십시요.”
그들이 나가자 난 조앙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더 할 말이 있었나?
내가 궁금해하자 조앙은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다음 대 시중은 누구에게 맡길 생각인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장제라고.”
“일단은. 이라는 것은 임시라는 것 아닌가?”
하… 귀신같은 사람이네.
그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군.
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사실… 조식에게 맡겨 볼 생각입니다. 장제의 밑에서 그가 일하게 한 후 어느정도 실력을 갖추게 된다면 시중의 자리를 줘야겠지요.”
“괜찮을까?”
“식이의 실력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요. 라고 해두겠습니다. 그 녀석. 아주 뛰어나졌으니까.”
“그렇군…”
“창이 때문에 그렇습니까?”
“음. 그 녀석에게 뭔가 좀 해주고 싶네. 솔직히 병권을 빼앗은 것도 미안한데…”
서량에서 마초와 함께 서량을 지키던 조창을 불렀다.
바보가 아니라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외부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황제(皇弟)를 경계하기에 업에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조창은 꽤 오랫동안 서량에서 군사들을 이끄는 장군이라는 것이다.
그런만큼 그가 병권을 버리고 순순히 복귀할지가 의문이다.
“그런 생각은 마십시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하지마.”
“안합니다. 그 녀석이 깽판친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기주 순찰대장의 자리라면 그도 만족할 겁니다. 관위가 두단계는 상승하는거니까. 사진장군과 동급이니 크게 뭐라고 하지 않겠지요.”
조비와는 다르게 말이지.
조앙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의 동생들 중에 위험한 이들은 하나 둘 씩 제거할까도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러기는 좀 힘든 것이 조비와 다르게 다른 조앙의 동생들은 조앙을 거스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을 제거하는 것은 오히려 조가와 척을 질 가능성이 있으니 삼가는 것이 낫다.
그냥 천천히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압류하고 위국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 나을 뿐.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 내에서 움직인다면… 나중에 공을 세울 기회도 잡지 않겠습니까?”
천하를 잡았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타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조창 정도 되는 인물을 그냥 쳐내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
“그리고 식이나 충이가 워낙 일을 잘해서.”
식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충이.
나이도 젊은데다가 머리도 빠르게 돌아가고, 많은 이들에게 칭송받는 뛰어난 관리다.
많은 이들에게 칭송받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부서의 일까지 돌아가면서 한다.
나중이 되면 승상의 자리에 추천을 해도 잘 할 것 같았다.
물론 황제라는 입장 때문에 거기까지 올라가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천이를 잘 키워야겠습니다.”
조창, 조식, 조충.
조앙의 동생들은 조조의 피를 듬뿍 받은 덕분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재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차기 황제에 대한 생각도 해둬야 했다.
“음… 나름대로 노력하고는 있다만…”
조앙이 황제가 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되면 후계자로 조천이 내정되겠지.
물론 조앙과 채 사저의 피가 흐르는 아이인만큼 그 재능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이 여러가지가 있다.
조조나 조앙처럼 남의 위에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지는 재능이 있고 관평이나 감녕처럼 혼자 싸우는 것에 특화된 재능이 있다.
“지배… 라는 재능은 확실히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니.”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가르치든, 아니면 열심히 굴리든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빨리 아들 하나 더 낳으십시요.”
만약 천이가 잘못되면 큰일이니까.
채 사저가 나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폐경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노산의 위험을 생각하더라도 아이를 하나 더 낳는 것이 낫겠지.
“최악의 경우… 한명 정도라면 첩을 두는 것도 허락할테니까.”
“뭐? 너 답지 않은 말인데?”
“최악이라고 했잖습니까.”
“흐음… 사실 내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현명한 아내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 첩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냐고.”
“그래서?”
“그딴 헛소리는 나중에 하라고 한 후 밤새도록 앙앙거리게 해주었지.”
“…아. 예.”
“아무튼 첩 이야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나 하자. 그리고 만약 나에게, 그리고 천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뒤는…”
조앙은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천천히 말햇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 창이를 내세우든 식이를 내세우든.”
뭔가 선심쓰듯 말하지만.
그건 원래 당연히 우리가 맡아야 하는 일이다.
조가의 사람이라고 해서 공적도 없는데 차기 황제를 결정하게 하는 문제에 껴들게 하는 꼴.
내가 볼 것 같은가?
“그리고 조가에서 연락이 오더라.”
“연락이야 전부터 왔잖습니까. 요새 계속 그러네. 저한테도 오고 있는데.”
인사청탁을 하려고 연락을 하는 것이다.
조조가 왕위에 오르고, 또 조앙이 왕위에 오른 후에 조가, 그리고 조가와 관련된 혈족 중에 관직을 청탁하는 이들이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조앙은 개소리 말라며 다 잘라버렸었다.
그런거 일일히 받아주면 한과 다를게 뭔가.
능력이 있고, 자질이 있으면 태학에 들어가면 된다.
그것이 싫으면 그만큼 자기 능력을 입증하면 되고.
안그래도 인재가 부족한 만큼 이름과 능력이 알려진다면 오히려 우리가 모시러 갈 것이다.
능력도 없어, 가진 것은 조가라는 이름 뿐이야.
그런 이들을 왜 관직에 넣어야 하나?
조앙이 황제의 자리에 올라가면 청탁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것을 잘라내는 것도 생각해야 할 문제다.
“황실에 대한 감사 업무를 하는 것은… 일단 교사원에게 맡길 생각인가?”
“예. 문제는 병주목입니다. 병주목도 몇년 안에 은퇴한다고 했으니 새로운 교사원주도 뽑아야겠군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조앙은 더욱 즐겁게 웃었다.
어째 불안한데.
“…왜 그리 보십니까?”
“형제여.”
“아오.”
또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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