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99
00199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의 요란 =========================
밤이 되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연회였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을 술을 퍼먹고.
나는 강망과 이런 저런 이야기만을 나눌 뿐 이었다.
특히 마구나 말에 대해서.
“제가 북방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말을…”
“그거 대단하군.”
술에 취하니 말이 굉장히 많아진 강망은 내가 따라 준 죽엽청을 공손히 받아 한번에 털어 마시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거 정말 굉장한 술입니다! 으아~ 이렇게 좋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이런 술은 처음 마시는 건가?”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딱 몇번 먹어보기는 했습니다.”
“그래?”
“네. 족장님과 부족장님이 즐겨 드시던 것이었는데… 그 분들은 과일주를 좋아하셨지요.”
“과일주라… 혹시 술을 담구는 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만약 알고 있다면 좀 배워두고 싶다.
증류주나 죽엽청은 나나 영이는 먹기 힘들 정도의 독주다.
다들 좋다고 마시는데 도무지 그 느낌을 알 수 없어서 억울했는데.
“아… 저는 잘 모릅니다만 서역에 다녀오셨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로는 아주 재미있는 방법으로 술을 담군다고 합니다.”
“무슨 방법으로?”
“혹시 성주님. 이런 과일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보라색에 작은 알갱이가 수십개씩 달려 있는 과일인데…”
서역, 그리고 술.
난 그의 설명을 듣다가 물었다.
“혹시 붉은 색인가?”
“엇!? 아십니까? 역시~ 성주님. 아주 지식이 대단하십니다!”
“우리 성주님이 모르는게 없긴 하지. 가끔씩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그 박식함에 감탄하게 된다니까!”
내 옆에서 술을 홀짝이던 조청은 강망의 감탄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튼 그 술도 굉장히 맛이 좋습니다. 특히 서역에 대단히 박해받고 있는 종교에서 쓰이는 술은 더더욱 그렇지요.”
서역에 대단히 박해받는 종교라…
기독교를 말하는 건가?
종교에서 포도주를 쓰고 서역에서 대단히 박해받고 있는 종교라고 하니 그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흐음… 만드는 법은?”
“만드는 법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 과일이 없어서…”
포도를 구할 수가 없으니 와인은 만들지 못하는 건가.
아쉽다.
만들 수만 있다면 특산품으로 써먹을 수 있을텐데.
내가 아쉬워하자 강망은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밝게 외쳤다.
“으헤헤헤~ 그런 것 말고도 다른 술을 만드는 법은 압니다!”
“오? 그래? 뭔데?”
“말의 젖을 짜서 만드는 술인데…”
“마유주? 그건 저도 압니다.”
“오? 그래? 맛은 어때?”
“하하하… 그게.”
조청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먹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건가?
“마유주도 맛있습니다!”
이 사람 진짜 말 좋아하는구나.
조청에게 소리를 칠 정도라니.
“취향은 존중한다만 그건 좀…”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그리고 뭐 다른 이야기나 해볼까?”
얼큰하게 취해서 조청에게 소리칠 정도라면 슬슬 물어봐도 될 것 같았다.
처음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강망.”
“딸꾹! 예?”
“네가 모시던 분들… 이라고 했지? 그들은 누구지? 네가 전에 살던 곳은 어디야?”
“제가 살던 곳은… 양주에서 서쪽으로 쭈욱 가면 있는 곳입니다. 강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요.”
“강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그래서 그런가? 말에 대한 것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네.”
여물을 주는 법이나 그 외의 것들.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제가 모시던 분은 강족의 족장님이었습니다. 그 분은 과거에 서역에서 공부를 하셨던 분이라서 신기한 기술을 많이 알고 계셨지요. 특히 말과 같은 것에서는…그 밖에도 많은 것을 알고 계셨고 사람들에게 그것에 대해서 잘 알려주셨지요. 저는 머리가 나빠서 말에 대한 것 밖에 배우지 못했지만… 굉장했습니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런가.”
서역에서 공부를 했다라.
어디서 공부를 한걸까?
짐작 갈만한 곳은 두 곳 정도다.
이집트, 아니면 페르시아.
그곳의 기술력이라면 지금은 충분히 우리보다 앞설테니까.
양주에서 서쪽으로 더 가면 중앙아시아고 그곳에서 좀 더 무리를 한다면 충분히 페르시아나 이집트에 갈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난 강망의 지식이 저정도라는 것에 어느정도 납득을 할 수 있었다.
“그 족장님은 어디 계시지?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그곳의 지식이 있다면 혹시 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알기로 유리의 세공 기술은 페르시아에서 중국으로 전수되었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유리 세공기술자나 다른 기술의 기술자를 소개받는다면 좀 더 괜찮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내 질문에 강망은 대답하는 대신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이십대 중 후반 쯤 되는 남자의 눈물이라니.
내가 당황하자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
“돌아가셨습니다… 흑흑… 도적떼에 휘말리셔서….”
“도적떼라…”
“네에… 저희 족장님은 싸움을 싫어하셔서… 그래서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하셨는데… 그 무도한 놈들은…. 흑흑…”
“그렇군…”
그가 우는 것에 연회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난 쓰게 웃으며 감녕과 방통을 보았고 그들은 웃으며 강망에게 다가갔다.
“그래. 고생 많았다! 자! 술 마시고 좀 잊어!”
“마음껏 마시라고! 우리 도련님의 은인이라면 내 은인이기도 하니까!”
“흐윽… 감사합니다…”
울며 흐느끼는 강망을 감녕과 방통이 상대해주자 난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쯤이면 페르시아나 이집트의 기술은 확실히 여기보다 더 대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의 지식을 좀 더 얻을 수 있었을터.
이유하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반 기술을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써먹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기관총 같은 것.
손가락을 까딱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적을 죽일 수 있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관총은 커녕 머스킷 총도 만들기 힘든데다가 철을 제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지금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페르시아나 이집트의 기술자가 있으면 그것을 재현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다가 진정된 강망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래. 이거 슬픈 일이구만. 그래서 네가 알고 있는 건 말에 관련된 것 뿐이야?”
“네에… 저는 말에만 관심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없었어?”
“네. 족장님이 목이 잘리시고… 다른 사람들도 노예로 잡혀가거나 죽었으니까… 저만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살던 곳이 무너지고 나서 이곳으로 들어 온 것인가?
내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저기 다른 부족으로 들어가 잡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래도 말을 돌볼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그… 양주목의 아드님인 마 맹기님을 잠깐 모셨습니다. 말 돌보는 것을 인정받아서 그 분의 밑에서 일을 했는데…”
“…어. 그래?”
마초라.
지금쯤이면 도련님이라고 불릴만한 나이긴 하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망은 무겁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노예 생활을 하다가 도망쳤던 것이라… 강족들이 절 잡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 때문에 양주목과 강족들의 사이가 안좋아져서… 맹기 도련님이 절 탈출시켜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계속 천하를 떠돌았구요.”
“그들에게 쫓기는거야?”
“네.”
“왜?”
“네?”
“고작 노예 하나인데 널 그렇게 쫓을 이유가 있나?”
내 질문에 조청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강족들은 아주 집요하고 잔인합니다. 특히 노예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죠. 만약 자신의 노예가 도망쳤다면 그것은 그냥 노예가 하나 도망쳤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아요. 주인의 명예, 그리고 운명까지도 다 틀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가 도망가면 그 노예의 주인은 아내를 빼앗긴 것 이상의 불명예를 받게 된답니다.”
“허어…”
“제 주인은 강족의 큰 부족의 족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강망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이야.
강족의 암살자가 계속 쫓아오는 것이라면 확실히 추격자를 피해 도망다니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래도 강족의 암살자 정도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고작 암살자 몇 때문에 강망이라는 인재를 놓치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아쉬움에 떨떠름히 말하자 조청은 고개를 저은 후 조심스레 말했다.
“강족의 암살자들은 강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집요합니다. 만약 자신의 목표물을 제거할 수 없다면 그 주변을 공격하지요. 아니면 목표물의 주변인물을 납치하고… 강망이 저렇게 도망다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흐음… 그럼 이것도 지금 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웃으며 말하자 강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래뵈도 저도 강족 사람입니다. 강족의 냄새 정도는 쉽게 맡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도망칠 예정이니 걱정말아주세요~ 절대! 저어얼대! 성주님께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요~”
자신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도망다닌다라.
확실히 암살자가 그런 식으로 공격하면 한 곳에 머무르기 힘들 것이다.
성실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강망인만큼 특별한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살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더욱 좋은 것이겠지
그런 강망이 자신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그냥 지켜볼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망은 잔뜩 취한 얼굴로 히죽 웃었다.
아니 술을 얼마나 먹인거야?
아까 그를 달래느라 감녕과 방통이 먹인 술이 꽤 많은 모양이다.
점점 취기가 올라 완전히 얼굴이 붉어진 강망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말을 키우고…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아. 그러고보니 성주님께서 여물에 대해서 알아내셨다고 하셨습니까?”
“응.”
“우헤헤~ 산양군수님께 들었습니다. 성주님은 무척이나 대단하신 분이라고~”
“딱히 대단하고 자시고도 없어. 이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강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요. 아니에요. 저희 족장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자신의 지식으로 그 결과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자는 그것만으로도 성인이라 불릴 수 있는 자다… 라고 하셨거든요. 모든 지식이 하나로 모이더라도 그것은 쓰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 족장님께서 수학하신 곳에서 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저희도 족장님의 말씀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네. 아… 족장님… 보고 싶다…”
강망은 눈을 빛내며 말한 후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몸이 벽에 기대진다.
순식간에 잠들어버렸는지 그가 꾸벅거리며 졸자 난 웃으며 말했다.
“강망은 잠든 것 같고… 연회는 더 할 생각이니까 걱정마. 방통이 없는 동안 고생한 팽성군의 관리들을 위한 연회이기도 하니까 마음껏 즐겨줬으면 좋겠네. 아. 그리고 너희는 강망을 방으로 옮겨줘.”
“알겠습니다.”
건장한 하인 둘이 그를 들어 나르는 것을 보며 난 조청이 따라 준 술을 마셨다.
강망.
그리고 강족의 암살자.
“확실히 위험하겠네.”
“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를 데리고 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입니다. 그의 지식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말에 관련된 지식을 더 얻고 싶으시면 연주목께 요청하여 북방의 유목민들을 초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최소한 저희보다 더 말을 잘 다루니까요.”
강망이 가지고 있는 말을 다루는 기술은 확실히 탐이 난다.
하지만 굳이 그를 데리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냥 다른 이들에게 전수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그것에 대한 교육을 시키면 되는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술을 한모금 마셨을 때 향기가 느껴졌다.
“음?”
“저어… 성주님. 대화는 끝나셨나요?”
“음. 응.”
아까와 같이 화사한 옷은 아니지만 잘 차려입은데다가 분까지 바르고, 향까지 얹은 모양이다.
은은한 백합의 향을 물씬 풍기며 교완이 다가와 술병을 들고 묻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강망과의 대화를 위해서 그것이 끝날 때까지는 가급적 아무도 다가오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기회만 엿보고 있었나보다.
그녀가 술을 권하자 난 웃으며 술을 받았다.
“이거 고맙군.”
“별 말씀을요~ 존경하는 분께 술을 따라드릴 수 있다니. 오히려 저에게 영광입니다.”
“그 영광 다 하셨으면 그만 가보는게 어때? 성주님과 나눌 이야기는 남아 있으니까.”
“어머? 호위무사께서 무슨 이야기를 그리 나누시려는 겁니까?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해도 괜찮지 않나요? 팽성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 싶기도 하고 차후의 일이나 그 외의 업무적인 것에 대한 보고를 드리고 싶은걸요. 저도.”
얘들아.
그만 싸워.
또 시작이다.
교완과 조청이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보며 난 말없이 술을 마셨다.
“오오오! 도련님! 왜 그렇게 혼자 마시고 있… 맛있게 드쇼.”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 온 감녕이 나에게 술을 권하려다 날 사이에 두고 교완과 조청이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본 감녕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야.
나 좀 여기서 빼주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