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98
00198 양주의 말장수 =========================
“양주의 말장수라…”
강망을 마주하며 난 쓰게 웃었다.
만약 이자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자라면…
“혹시 여영기라고 아나?”
“그게 누굽니까?”
멀뚱히 날 응시하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담담히 여영기의 외모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과거 여포와 대적할 때, 고순의 손에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때 여영기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났었지.
그녀가 날 도왔을 때 그녀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어 그녀가 간신히 시간에 맞게 도착할 수 있었던 것도 양주의 말장수라고 했었다.
“아! 그 분 말씀이십니까?! 그때 서둘러서 서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황하고 계시던 분이었는데… 아시는 분입니까?”
“내 부하야.”
“하하하… 압니다. 그 분께선 어떻게 잘 도착하셨었습니까?”
강망이 웃으며 대꾸하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난 것에 다른 이들이 의아해하는 동안 난 강망에게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목숨을 구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으악! 서, 성주님! 왜 이러십니까!”
내가 허리를 숙여 감사하자 강망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오체투지했다.
그가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나는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
만약 강망이 아니었다면 나는 고순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배려에 불과할지도 몰랐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생명을 구원받은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아무리 신분이 낮고, 나보다 천한 직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감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아이고… 성주님. 제발… 제발…”
모두가 당황하는 동안 난 천천히 허리를 폈다.
강망은 오들오들 떨며 엎드린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만 일어나.”
“우우…”
강망이 몸을 일으키고 몸둘바를 몰라하자 난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고마워. 당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녀를 도와주었지?”
“그야… 굉장히 필사적으로 보였으니까…”
“그래. 필사적인 이를 도운 당신의 호의 덕분에 난 살 수 있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군이 궁금해하며 물었을 때 난 웃으며 그때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여포의 습격으로 크게 밀렸던 것.
그리고 고순이 잠입하여 도겸을 죽이고 돌아가는 길에 나도 죽일 뻔했던 것.
만약 여영기가 아니었다면 고순은 결국 나를 죽였을 것이라는 것.
그것을 모두 들은 사람들은 강망을 훈훈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강망은 또다시 쪼그라들었다.
“저, 저는 그냥 길을 가르쳐주고 말을 팔았을 뿐인데…”
“그래도 덕을 본 것은 사실이지. 그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잘됐네. 원하는게 있어? 원한다면 관직을 주지.”
내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강망은 단순히 잔잔한 호수에 돌은 던진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낸 파도는 날 죽음의 위기에서 구했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그 결과가 날 구한 것이니 나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보답을 할 생각이었다.
“보…보답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서서 성주님을 살린 것이라면 오히려 저에게는 기쁨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저, 저도 예전에 도를 공부한 적이 있는데…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면 저에게 덕이 쌓여 나중에 서. 선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성주님을 살림으로써 저는 어찌보면 마마에게 휩쓸릴 뻔한 서주를 살린 것이나 다름없어지니… 저에게는 오히려 덕이 됩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야?”
“네.”
부드럽게 웃으며 강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망이 여영기를 도왔고, 여영기는 날 살렸고, 나는 서주에 퍼질 뻔한 마마를 막았다.
어떻게 보면 그의 말대로 강망이 서주를 구원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난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도를 닦는 사람도 아니고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니까. 그에 대한 간단한 보답이라도 하게 해줘.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불편해. 원하는게 있다면 말해보겠어?”
“그… 그럼 그건 나중에 요청드려도 됩니까? 저, 저는 그 뭐랄까. 지금 생활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어서…”
“진군. 강망이 하는 일이 뭐지?”
“마굿간 지기 겸 말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질문에 진군은 웃으며 대꾸했다.
진군 역시 그때의 전투때 자리에 있었다.
비록 포로이기는 했지만.
자신 역시 죽을 뻔 했었던 그 전투 속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던 그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강망을 바라보자 난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관직을 줄까?”
“아이고! 저 같은 놈이 관직은 무슨! 저 같이 천한 강족이 관직을 얻으면 오히려 성주님께 폐가 됩니다요!”
창백히 질린 얼굴로 강망은 붕붕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그를 향해 조청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좋은 무기라도?”
“제가 쓸 수 있는 무기는 그냥 가죽채찍 하나 뿐이라서…”
“돈을 원한다면 돈을 주지.”
“그… 탐나기는 하지만… 서주는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서… 일하면 일한만큼 먹고 살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그야말로 이상적인 무욕의 화신이다.
도가에 나오는 무위를 이룬 인물이 이런 인물일까?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며 그대로 물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욕심없는 인물.
강망은 머뭇거리면서도 확실히 거절하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쓰게 웃었다.
“그럼 간단한 연회라도 열 생각인데 참여하겠어? 평소에 먹는 음식보다는 좀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올텐데.”
“감사합니다!”
계속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런 것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 강망이 고개를 숙이자 난 웃으며 진군에게 말했다.
“진군. 연회를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교 연사. 같이 가지.”
“네!”
교완은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군과 함께 나갔다.
그녀와 진군이 나가고 잠시 생각하던 나는 강망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묻고 싶은게 있는데.”
“아이고… 말씀만 하십시요. 제가 아는대로 모두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도를 공부했다고 했지? 방사 같은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도가에 대한 것을 공부한지라…”
“도가를 공부했다? 단순한 말장수 치고는 대단한데?”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방통이 웃으며 묻자 강망은 뿌듯해하며 대꾸했다.
“이래뵈도 제가 있던 곳에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요! 족장님도 그렇고 부족장님도 그렇고…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제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지요!”
“오. 정말? 그런데 왜 말이나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거지?”
이 시대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대접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데 마굿간 지기나 말을 다루는 일만 하다니.
아무리 강족이라지만 이정도 능력이면 충분히 쓸만한데.
내가 궁금해하자 강망은 싱글벙글 웃었다.
“저는 말이 좋거든요.”
“흐음… 그럼 하비성으로 오는게 어때? 지금 큰 목장을 만들고 있거든. 거기 관리자로 가는게 나을 것 같은데. 관직이 싫다면 관직 없이 그곳을 관리하는 일을 맡도록 했으면 한다. 너에게라면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야.”
하비의 넓은 평원과 하비 곳곳에 있는 야생마들을 이용해서 그 말들을 군마로 삼아 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하북은 평야지대가 많으니 그곳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기마병이 필수다.
향후 원소와의 대전을 위해서 좋은 군마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 그게.”
예상 외로 강망은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싫다는 표정이다.
그의 행동에 내가 의문을 품자 서성은 씁쓸히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강망에게 몇번 제안을 해보았습니다만… 그는 방랑벽이 있다고 거절하더군요.”
“방랑벽?”
“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기 힘들더군요.”
“신기한 일이네. 혹시 결혼을 못해서 그런 거야?”
기본적으로 정착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집, 그리고 직장. 마지막으로 자신을 잡아 줄 여인이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느라 모은 돈이나 집이 없다면 그 정도는 내가 해결해 줄 수도 있다.
거기에 여자도.
내가 중매를 선다면 명가까지는 힘들더라도 강망과 비슷한 수준, 혹은 더 이상의 여인과 결혼을 하는 것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무려 하비성주가 뒷배에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몰락한 명가의 집안에서도 나와 이어지기 위해서 딸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강망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왜?”
“그게… 제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죄를 지어서 쫓기는 몸인지라… 존경하는 하비성주님께 누가 될 것 같습니다.”
“쩝.”
이렇게까지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다.
난 어깨를 으쓱이고 아까 물으려던 질문을 던졌다.
“도가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면… 혹시 오각이라는 사람을 아나?”
“그게 누굽니까?”
내 질문에 강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모르는 건가.
강망은 볼을 긁적거리며 머뭇거렸다.
“도가를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저는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고 제가 있던 곳의 어르신들께 간단간단하게 배운 것 뿐이라서…”
“그래?”
강족의 마을에서 도가에 대해 공부를 한 사람이 있었다라.
단순한 이민족이라고 해서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닌 듯 싶다.
확실히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여기 사람들보다 나은 점이 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망은 부끄러워하며 볼을 긁적거렸다.
“네.”
내가 질문을 끝내자 강망은 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어… 성주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하던 일이 있어서…”
“아. 그러고보니 몇가지 더 물어봤어야 했는데. 이 이야기는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저녁에 시간 괜찮겠지?”
“아무렴요! 밤에는 괜찮습니다!”
“연회에 참석하고 난 이후에 이야기를 계속 하자고.”
“네!”
양주의 말장수라는 것.
그리고 날 구했다는 것.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다.
자기 할 일도 있는데 나 때문에 그 시간을 많이 빼앗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강망이 일을 잘한다면 더욱 더 그랬다.
그가 열심히 일할 수록 나에게 큰 도움이 될테니까.
강망이 허리를 숙이고 시녀와 함께 나가자 난 서성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야?”
“산양군수님께서도 인정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이라면 확실히 믿을만 한데…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까?
내가 턱을 괴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서성은 강망이 한 일들에 대해서 나에게 말해주었다.
의외로 많았다.
특히 놀란 것은 여물에 대한 개량법이었다.
그것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할 수도 있었을 줄이야.
내가 아는 이유하의 지식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유하도 거의 듣거나 책에서 본 정도의, 이론적인 지식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비료 문제만 해도 이유하의 지식 속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오줌액비와 지렁이를 이용하는 것 뿐이다.
그 외에는 재료는 물론이거니와 숙성을 얼마나 시켜야 되는지 조차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이유하의 지식대로 그냥 생 풀을 주는 것보다 풀을 삶아 만든 여물이 더 좋기는 하지만 그것이 더욱 개량될 수 있다는 의미는 다른 것들도 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네.”
날 구한 것 뿐만 아니라 여물의 개량, 그리고 편자나 등자, 마갑의 고안.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각의 점괘가 확실히 맞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허. 그럼 그 약도 가짜는 아니라는 건가?”
오각에게 금 두냥을 주고 산 약을 생각하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산 약과 예전에 요정의 일로 얻은 약.
영이와 함께 있을 때 구한 약은 영이에게 주었으니 남은 약은 한병이었다.
화타 선생에게 한번 맡겨봐야겠네.
진짜 좋은 약이면 그 인간 잡아다가 주리를 틀어서라도 다시 약 만들게 해야겠다.
“야.”
“음?”
내 뒤에 있던 방통은 내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와 감녕.
둘을 보며 난 차분히 말했다.
“이따가 연회에서 잘 지켜봐봐. 괜찮으면 진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으니까.”
“뭐 그럼 한번 확인해보지.”
나보다는 방통이나 감녕이 사람 보는 눈이 더 좋다.
내가 아는 것은 삼국지에 나오는 이름있는 사람들 뿐.
그 외에는 차라리 저들에게 맡기는게 낫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부탁했고 그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