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00
00200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의 요란 =========================
“성주님. 이 꼬치는 어떤가요? 팽성에서 잘 키운 닭의 고기랍니다. 육질이 아주 좋지요? 잘만하면 팽성군의 특산품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후후. 제가 직접 요리한 것이랍니다. 저도 나름대로 신부수업을 많이 받아서 요리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답니다. 칼만 휘두른 사람에 비해서는요.”
과한 미소를 지으며 교완은 꼬치를 담은 접시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보던 내가 받아 한입 먹었을 때 조청 역시 꼬치 고기를 먹고 피식 웃었다.
“고기 자체는 좋은데 조리가 영…”
“뭐라구요!?”
“강남 사람이라 그런가? 확실히 맛이 좀 굉장히 소박하네.”
“지금 강남 무시하는 거에요!?”
“하지만 식문화부터 시작해서 대체적인 문화는 강남보다는 강북이 앞서고 있잖아. 성주님. 어찌 생각하십니까?”
문화적 사대주의를 떠들 생각은 없다.
아니 이유하의 지식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지금 천하의 문화 자체가 다 미개하니까.
어떤 문화가 낫고 어떤 문화가 못하다라고 떠들 생각은 없었던 나는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방통에게 손짓을 했다.
“왜?”
“야. 슬슬 연회 끝낼까?”
“니가 아까 연회 계속한다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교완과 조청이 서로 강남이 잘났네 강북이 잘났네 떠들어대며 기싸움을 하는 것을 힐끔 본 방통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저 사이에 끼기 싫어서 끝내자고 하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라.”
“왜?”
“쟤들 둘은 지금 너에게 좀 더 인정받으려고 저러는 거다. 저러다가 밤에 침입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씩 웃으며 방통이 말하자 난 입을 꾹 다물었다.
어.
이거 그럴싸한 말인데?
교완과 조청이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미소녀와 미녀들이다.
지금이야 작은 고양이와 큰 고양이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게 좀 더 심해지면 오히려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강북이 그렇게 잘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왜 하극상이 그토록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군요. 강북에서 동탁이 황제 폐하를 능멸하는 일도 있고…”
“그런 강남은 뭐 그리 잘났다고 큰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군. 결국 하는 일이라고는…”
방통의 말대로 이러다가 진짜 큰일나겠다.
난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만 좀…”
“작작 하지 못하겠나!!”
“……”
신난다.
결국 진군이 폭발해버렸다.
술에 취한 건지 열받은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벌겋게 물든 얼굴로 조청과 교완을 향해 화를 냈다.
“지금 성주님을 앞에 두고 뭣들 하는 짓인가!”
“구, 군승님. 그게 아니라.”
“이 여자가…”
“둘 다 시끄럽다!! 도대체가! 사람의 삶에 있어서 좋고 나쁘고가 어디 있나! 그것으로 사람을 무시하고 평가하고 절하하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감히 백성들을 구원하신 성주님을 모실 생각을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진군이 잔뜩 화를 내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난 상관없는데.
교완과 조청이 시무룩히 고개를 숙이자 진군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성주님! 제가 다 잘 못 가르친 탓입니다! 팽성군이 아직 이것 밖에 발전하지 못한 것도… 방 군수님께서 저렇게 탈주를 하시는 것도… 다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흑흑…”
“저 사람 취했나본데?”
“엄청 마시더니만…”
엉엉 울어제끼는 진군을 가리키며 내가 말하자 그에게 부어라 마셔라 술을 따라주던 감녕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저 주당인 감녕이랑 술을 마시니 당연히 취하겠지.
에휴.
여기 또 강망에 이은 희생자가 나왔구만.
방통때문에 고생한 팽성군의 사람들을 위한 연회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연회를 계속 이어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난 후 무덤덤히 말했다.
“오늘 연회는 여기까지. 더 마시고 싶으면 각자 알아서 마시고… 시녀들은 취한 사람들을 방에다 데려다줘. 그리고 방통. 넌 여기 정리하고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오. 그러지. 술 남기고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남자가 아니니까. 금방 마시고 갈게. 야! 너희들 뭐해! 안먹냐!? 응!?”
방통에게 말을 걸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감녕과 서성, 요화에게 달려갔다.
요화의 표정이 안좋은 것이 내일 요화는 아무것도 못하게 생겼네.
난 그들의 모습에 쓰게 웃었다.
“저…성주님.”
“넌 내일 이야기하자. 뭔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밤도 늦었고. 나도 좀 할 일이 있으니까. 그정도면 괜찮겠지?”
그래도 날 위해서 강남에서 올라왔다는데 사정 정도는 들어보는게 도리 같았다.
머뭇거리는 교완에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환한 얼굴로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연회의 표면적인 목적은 위로연이었지만 그 외의 것은 강망에게 이것저것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을 했으니 됐다.
내가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조청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더 마실 수 있지 않아?”
“제 임무는 성주님을 호위하는 겁니다.”
“흠. 팽성군에서 뭔 일이라도 있겠냐만은…”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임무를 하는 겁니다.”
씨익 웃으며 조청은 교완을 보았고 교완은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진짜 끝까지 싸움이냐.
난 질린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연회장 바깥으로 나갔다.
밤이 깊어 횃불 몇개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느긋하게 걸어 내 방 근처에 도착한 나는 방에 들어가는 대신 마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주무시지 않으십니까?”
“좀 이따가. 아마 방통이 올것 같기도 하고 말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아. 별 건 아니고.”
아까 전 강망과의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난 조청을 향해 피식 웃었고 내 웃음에 조청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까는 추한 꼴을 보여드려서…”
“그래. 한번 묻자.”
조청이 왜 그렇게 교완에게 반응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영이에게는 한번에 숙이고 들어갔으면서도 왜 교완과 사이가 안좋은 걸까?
내가 무슨 질문을 하려는 것인지 예측한 조청은 쓴웃음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교완과는 왜 그런 거야?”
“그… 뭐라고 해야하나.”
“해봐.”
“그냥 싫습니다.”
“…….”
이거 또 할말없는 얘기를 하네.
내가 입을 다물고 바라보자 조청은 당황하며 붕붕 고개를 저은 후 도톰한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회장이 정리되면 방통이 오기로 했지만 지금 연회장에 있는 주당들이라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녀가 다가오자 그녀에게 차를 요구한 후 난 차를 홀짝이며 조청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유가… 필요합니까?”
“필요하지.”
“……”
“거대한 벽을 부수는 방법이 뭔지 아나?”
“그건…”
“작은 균열이야.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작은 균열.”
조청이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작은 균열을 보수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그 균열은 점점 벌어져 거대한 벽을 부순다. 너도 알겠지만 날 따르는 이들은 서로간에 꽤나 단단한 결속력을 지니고 있어. 신뢰와 서로에 대한 의지. 내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이가 채워 줄 수 있다는 믿음. 그런 것이 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만큼 나도 너에게는 꽤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 너와 나는 일단은 정혼자 사이니까. 내가 영이에게 하비성주 자리를 넘기고, 영이가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것도 내가 부재시에 영이가 그것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야. 손가의 병사들을 상대할 때를 생각해봐. 난 확실히 군대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리고 군의 규율이나 사기에 관한 것도 잘 모르고.”
“그런 것 치고는 병사들이 무척이나 강합니다만.”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내가 하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을 뿐이지.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병사를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 뿐이야. 내가 정식으로 군에 임관했던 것도 아니고, 또 무관직에 있었던 적도 없어. 그런만큼 군사적인 업무나 병사들의 훈련에 있어서는 내가 너보다 훨씬 모자라다고 할 수 있지.”
“그, 그렇지 않습니다!”
“맞아.”
조청이 당황하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난 무적도 아니고 만능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움직이게 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할 수 없는 다른 이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정도다.
무력에서는 요화만 못하고 지략에서는 방통만 못하다.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을 통솔하고 그들의 삶을,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 그들에게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좀 과하게 말하면 그정도가 전부에 불과했다.
그런만큼 나는 내 부하들과 내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었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당여들… 이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어떻게보면 거의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되어버렸으니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우리는 하나가 되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자들이다. 그런 곳에 끼려면 너 역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
“…..”
조청은 입을 꾹 다문 채 내 말을 공손히 들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빙긋 웃었다.
“너에게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 서황과 장합…. 아. 아직 장합은 본 적이 없나? 산양군에 있는 내 부하인데. 나중에 소개시켜 줄게. 정식으로 군문에서 활동한 사람은 별로 없단 말이지. 그런만큼 네가 날 많이 도와줘야 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 또한 성주님을 존경하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거 고맙군. 그리고 교완. 교완 역시도 마찬가지야. 방통은 내 형제와 같은 사람이다. 그 녀석이 직접 보고 괜찮다 싶어 의남매까지 맺을 정도라면 교완은 분명히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야. 그런만큼 그녀 역시도 우리의 소속이 되겠지. 그런데 너와 교완이 이렇게 서로 기싸움을 하고 다툰다면 균열은 생기기 마련이야. 너희들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치부하며 싸운다 하더라도 내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두고보지 않을테니까.”
“….”
교완과 조청이 싸우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말리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의견에 동조하고 두 패로 나뉘어지겠지.
사소한 균열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그 꼴을 보느니 차라리 저 둘을 잘라내버리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말귀를 못알아먹으면…
말을 마친 내가 조청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성주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이거 명령 아니야.”
“예?”
명령으로 내리 눌러봤자 조청은 받아들이겠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앙금은 없어지지 못할 것이다.
나에게도 내비칠 수 없는 이유로 교완을 적대시하는 것이라면 명령보다는 그녀를 달래 준 후 교완과의 사이를 좁혀나가는게 낫다.
난 조청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잡았다.
그것에 그녀가 멍히나 날 바라보자 난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내 아내 될 사람에 대한 남편의 부탁이라고 생각해줘. 너도 남편의 힘이 줄어드는 것은 싫을 것 아니야. 비록 나중에 편제가 바뀌더라도 우리가 결혼을 할 사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테니까.”
혹시 모른다.
조조가 나중에 통수를 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지 나와 조조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조청은 내 아내가 될 것이다.
그녀가 내 아내가 되면 나는 오히려 더욱 공정히 일처리를 해야 한다.
내가 내 아내만을 감싸고 돌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내 아내만을 감싸고 돌면 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실망하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다른 균열을 초래하겠지.
그렇다면 그 전부터 위험이 생길만한 일을 잘라내자.
난 조청의 손을 꼭 잡은 채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남편이 되어 줄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줄 수 없을까?”
“그건… 명령이 아닙니까?”
조청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녀를 향해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후 그녀를 올려다보며 손을 꼭 잡고
간절히 말했다.
“부탁이다. 부탁. 제발 좀 내가 그런 거에 신경 안쓰게 해주라. 안그래도 신경 쓸 일 많은데.”
“그…노, 노력하겠습니다.”
내 말에 조청은 당황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귓볼이 붉은 것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이정도면 됐다.
난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아준 후 말했다.
“오늘은 피곤할텐데 그만 들어가서 쉬는게 어때?”
“…저는 호위입니다. 그러니…”
“정 그렇다면 뭐.”
자기가 일하겠다는데 뭐 어쩌겠나.
난 다시 따뜻한 차를 홀짝거렸고 조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