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06
00206 꼭두각시 =========================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합니까?”
산양군의 집무실에서 조앙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에도 불만 없이 일하고 있는 진유하와 그 옆의 방통을 가리키며 물었다.
대체적으로 군수라 하면 한 지역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세금을 걷을 수 있고 부역을 부과할 수 있고 군역을 부과할 수 있다.
물론 법에 따라 그에 걸맞는 만큼만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군수들은 그런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필요한 만큼, 그리고 주목이 요구하는 만큼만의 세금과 공물을 내면 끝이다.
나머지는 자신의 마음대로다.
어떤 군수는 군 내의 미녀란 미녀들을 불러모아 날마다 잔치를 연다.
어떤 군수는 군 내의 성인 남성들을 끌어모아 그들을 사병화시킨다.
어떤 이는, 또 어떤 이는.
그들의 대부분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 자신의 배를 불렸다.
반동탁 연합군에 문제가 생기고 각지에 자금이 부족했을 때 두배 이상의 세금을 부여했을 때도 동아현만은 세금, 그리고 추가적인 군량을 지원해주었다.
그것 때문에 동아현의 현장이 산양군의 군수직을 얻은 것이라 생각했던 조앙으로서는 이상할 뿐 이었다.
왜 뇌물을 주지 않을까.
왜 연회를 하지 않을까.
다른 곳의 군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조앙은 의아함을 느꼈다.
“아버님께선… 연주목께선 이곳에서 내가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 하셨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아. 이것 좀 부탁할게.”
방통에게 죽간을 넘긴 소년. 진유하는 무덤덤한 눈으로 조앙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조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새로운 군승이 부임했는데 바로 업무라니… 연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냐?”
“연회… 좋습니다. 연회야 열어드릴 수 있지요.”
어젯밤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인 진유하는 피식 웃었다.
“연회로 무엇을 원하십니까?”
“무엇을 원하다니? 뭐… 간단하게 다른 군과 비슷할 정도로? 다른 곳에서 군승이 취임할 때는 일주일 정도 연회를 여는데.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내 아버지가 연주목이라고.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럼 더 잘보여야 하는 것 아니야?”
조앙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만약 돈으로 군수의 자리를 산 자라면 더욱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자신에게 잘 보일 것이다.
자신은 연주목의 아들이며 연주목의 후계자니까.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 소년은 자신에게 무척이나 잘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래가 밝을테니까.
그리 생각하며 싱글벙글 웃는 조앙을 향해 진유하는 여전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잘 보인다라… 어떻게 해야 잘 보이는 겁니까?”
“그야…”
“술이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그런 것이라면 드릴 수 있습니다.”
“음… 뭐 술도 나쁘지 않지만.”
“여자가 필요하십니까? 명가의 좋은 여인을 소개시켜드릴까요? 아니면 산양군의 미녀? 저나 산양군수님이 아는 분은 적지만 그래도 몇명 정도는 있습니다.”
“어우야. 그건 괜찮아.”
어제 만났던 아름다운 여인이 저 소년의 사매라고 했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조앙으로써는 그런 미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여인을 두고 무슨.
“구, 굳이 소개시켜주고 싶다면 채 소저를…”
“그건 일단 제쳐두고.”
“…..”
“돈이 필요하십니까?”
“있으면 좋지.”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산양군의 전체 예산을 원하십니까?”
“그정도까지는 아닌데.”
조앙은 쓰게 웃었다.
저 소년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돈이 필요하시다면 드릴 수야 있습니다. 뇌물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지요. 그래서. 원하십니까?”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내가 할 말이 없지 않을까? 뇌물이란 원래 몰래몰래 옆으로 끼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몰래 줘야 합니까?”
진유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영특한 이라고 들었다.
아버지인 조조에게도, 그리고 숙부인 순욱에게도.
연주의 관내에서 현명하기로 이름난 둘이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극찬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야… 뇌물을 받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보기 좋지도 않고.”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계시는데… 왜 그걸 원하십니까?”
“네가 나에게 잘보여야하니까?”
“제가 조 군승께 잘보여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야…”
“조 군승님의 아버님이 연주목이기 때문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는 아버님의 후계자야. 차후 내가 연주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그렇다면 나에게 잘보이는게 너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나중에 내 손발이 되어 줄 수도 있고 최측근이 되어 줄 수도 있을테니까. 너에 대해서는 들었어. 수경원의 인재라면서? 그런 이라면 충분히 내 수족이 되어 움직여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으스댈 생각은 없었지만 저렇게 나오니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조앙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고 진유하 역시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했다.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오늘 밤에 연회를 준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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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연횐가?”
“지금은 이게 최선인 연회입니다. 산양군은 군승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가난합니다. 저희 옷차림을 봐도 아시잖습니까.”
“가난한데 그런 야시장을 연다라… 흠. 뭐 좋아.”
소박하다.
무희나 악단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작은 방에 차려진 음식과 술 몇병.
그것을 보며 조앙이 당황하는 동안 진유하는 조앙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곳에 앉아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앙에게 진유하는 술을 따라주었다.
“어?”
뭔가 다르다.
술병에 담겨져 있는 술은 맑기 그지 없었다.
그것을 보며 신기해하던 조앙은 술을 받은 술을 한모금 마셨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한 독함에 정신이 바짝 든다.
그가 눈을 치켜뜨고 술잔을 바라보자 진유하는 차분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건… 정말 끝내주는군.”
부르르 고개를 저은 조앙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렇게 한잔, 두잔.
악단도, 무희도 없는. 연회라고 보기 민망한 자리였지만 이 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세병이나 되는 술을 전부 마시고 나서야 조앙은 싱글벙글 웃으며 기분 좋게 취할 수 있었다
일반 술은 너무 약해서 배가 불러 제대로 먹지 못한다.
하지만 이정도라면…
그가 싱글거릴 때 단 한모금도 술을 마시지 않은 진유하는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술맛이 어떠십니까?”
“아주 맛있어… 이런 술은 어떻게 만든건가?”
“어렵지 않습니다.”
“후후후… 잘만 하면 이걸 잔뜩 만들어서 자네도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겠는걸?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의 좋은 명주다. 뒷맛도 나쁘지 않고… 다만 아쉬운 것은 향이 거의 없다는 정도군.”
“향의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야 있습니다만… 뭐, 이 술을 여러 높은 분들에게 바치면 그럴 수야 있겠지요.”
“이 술을 만드는 방법이 뭔가?”
“궁금하십니까?”
“그래.”
“그럼 가르쳐드리지요. 잠시 따라오시겠습니까?”
“후후후~ 이런 여흥을 준비할 줄도 알다니. 이거 꽤나 능력이 좋구만.”
조앙의 말을 들으며 싱글거리던 진유하는 바깥에 준비시켜 놓은 마차에 올랐다.
함께 타고 꽤 이동했을 때 도착한 곳은 허름한 마을이었다.
창읍현과 다르게 아직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마을.
연주 내 다른 군의 마을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가난해 보이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들어선 조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곳 치고는 좀…”
“허름하지요?”
“음.”
“걱정마십시요. 이곳은 술을 만드는 곳이 아니니까.”
“그럼?”
“이곳은 재료를 가지러 가는 곳입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진유하는 병사들에게 손을 들었다.
그의 신호가 끝나자 건장한 병사들은 딱 봐도 쓰러질 것 같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애원하고 눈물을 흘리며 비는 백성들을 밀치며 그 집을 뒤져 곡식을 가져왔다.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라니요? 말씀드렸잖습니까. 군승께서 드신 술의 재료를 가지러 왔다고. 그 술의 재료가 뭔지 아십니까? 저들이 아낀다면 한달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입니다. 저 주머니에 있는 곡식으로는 반병도 채 만들 수 없겠군요. 그리고 그 반병도 만들 수 없는 술의 재료를 빼앗긴 저들은 한달을 굶게 되겠지요.”
“…네놈!!”
취기가 한방에 가신다.
조앙은 허리의 검을 뽑아 진유하에게 겨눴다.
괜찮은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짓을 하는 놈이었단 말인가.
조앙의 검을 마주하며 진유하는 한점의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원하셨잖습니까. 뇌물을, 연회를. 자신이 대접받기를. 그래서 해드린 것입니다. 뭔가 잘못되었습니까? 아. 너희들은 하던 일 계속해. 군승께서 먹고 마신 것들에 대한 보충을 하려면 오늘 이 마을의 식량을 전부 징발해야 할테니까.”
“예!!”
“멈춰라!! 이게 무슨 짓이냐! 진유하! 아버님과 순 숙부께서 칭찬하시길래 괜찮은 놈인 줄 알았건만…!! 결국 이정도밖에 안되는 놈이었던 것이냐!”
“이정도라… 전 오히려 조 군승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혹시 모르셨습니까?”
진유하는 양 팔을 천천히 벌렸다.
그의 뒤에 있는 마을에서 소란 때문에 사람들이 나온다.
병사들, 그리고 곡식을 빼앗기고 울고 있는 이웃을 본 백성들의 표정이 불안감으로 가득 물들었다.
관리를 두려워하는, 자신들의 삶을 빼앗기는 배성들의 모습에 조앙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술이 그렇게 귀한 술인지 몰랐다!!”
“몰랐다는 것으로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허나 조 군승께서는 이미 드셨잖습니까. 드셔왔잖습니까. 귀한 집안의 자식으로서 마음껏 드시고, 마시고, 즐기셨잖습니까. 너무나도 당연하듯이 그 권리를 얻으셨잖습니까. 아무런 책임도 없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백성들의 삶을, 피를 약탈해왔잖습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내가 뭘…!”
“여쭤보지요. 조 군승께서는 농기구를 잡아 본 적이 있으십니까? 한자루의 검을 만들기 위해 철을 캐보신 적이 있습니까? 입고 계신 비단옷을 만들기 위한 양잠을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 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단 한번이라도 당신이 누리는 것을 위해 소모되는 백성들을 생각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건.”
“당신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저들에게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힘있는 자는 빼앗고, 힘없는 자는 빼앗긴다.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위정자는 그래서는 안된다! 위정자는…”
“위정자는?”
“…백성을 아끼고… 돌보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
“그래!”
“그런데 왜 그리 안하셨습니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연회를 요구하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뇌물을 말하셨습니까? 혹시 그런 것들이 땅을 파면 그냥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군승께서 지금까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까?”
“그건…”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누리는 모든 것은 백성들의 세금과 짜내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니까.
자신과 친분이 있는 귀한 집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니까.
그렇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미안함과 감사함따위는 없었다.
자신들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조앙은 자신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한번도 진실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저 군대를 몰며 도적을 잡고, 군대를 이끌며 황건적을 쓰러트리며.
그리함으로써 자신이 백성을 구원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자만심에 똘똘 뭉쳐져 있었다.
하지만 저기 두려워하고 있는 백성들의 눈이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것, 쥐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결국은 자신들의 것이라고.
우리의 피와 땀이고, 우리의 생명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목에 칼이 닿았는데도 진유하는 한점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게 고작 열댓살 먹은 아이의 모습인가.
자신보다 훨씬 작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조앙은 그가 무척이나 커보였다.
아니.
자신이 작다고 느꼈다.
너무 작아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될 것 같을 정도로.
“알고 있으면서도… 왜 행하지 않으셨습니까?”
“…너는 알고 있기에 행한 것인가?”
치졸한 억지였다.
나는 그저 몰랐다고 말하려고 내뱉은 말에 불과했다.
그런 치졸함에도 진유하는 진지하게 답변했다.
“알고 있기에 행한 것입니다. 저는 저들을 백성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담담히,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그의 말에 놀람을 감출 새도 없이 진유하는 말을 이어나갔다.
“백성이 아닌, 저의 도구입니다. 저를, 저의 아버지를. 그리고 연주목을 강하게 만들 도구. 황건적의 난이 왜 일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장각이 귀한 이들을 설득해서? 아닙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저 고통스러워하는 백성을 이용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땠습니까?”
“….”
“연주목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고작해야 연주라는 작은 땅에 집착하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분은 천하를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과 손을 잡았지요. 그렇기에 그분께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즐거움. 좋지요. 백성을 쥐어짜면 가능합니다.”
진유하는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병사들은 진유하를 지켜보고 있었다.
더 높은 직위를 가진 조앙 자신이 아닌 진유하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백성을 단순하게 짓밟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요. 저들 하나하나는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뭉친다면 천하자체를 흔들 위험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러니 경계하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저들 스스로가 당신을, 연주목을 지킬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한번의 실수가, 한번의 패배가 결국 목을 조르게 될 것입니다. 저들은 개도, 돼지도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분노하면 창과 칼을 들 수 있고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를 고를 수 있는 사람. 그러니… 지배자가 되고 싶다면. 연주목의 뒤를 잇고 싶다면 당신은 저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유하는 한걸음 앞으로 나왔고 조앙은 황급히 검을 치웠다.
내려간 검.
자신보다 작은 이의 시선.
자신보다 거대한 이의 말.
그것을 마주하며 조앙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과는 달라져야 합니다. 당신은 바뀌어야 합니다. 백성은 짓밟고, 빼앗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없이 달래주고 키워서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예. 당신이. 당신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연주목의 후계자로서, 그분의 이상과 대의를 이어받으려면 당신이 해야 합니다. 당신이 그들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마 연주목께서 당신을 산양군으로 보낸 것은… 저에게 보낸 것은… 아마 그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돕지요. 당신의 곁에서, 연주목의 뒤를 이을 당신과 함께 저들을 당신의 힘으로 만들어주겠습니다.”
진유하는 자신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웃었고 그 미소에 조앙은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은 자신을 생각하고, 또 자신을 키울 생각이다.
그렇다면…
나도 바뀐다.
그가 원하는대로… 백성을 이용하여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말한 주제에 먹고 살만해지니까 바로 증류주를 특산품으로 만들 줄 이야… 웃기는 녀석이야. 정말.’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우금이 자신을 향해 묻자 조앙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과거의 기억이다.
불과 몇달도 채 되지 못한 짧은 추억이다.
많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나날들.
양봉과의 대화에서 과거 진유하를 만났을 때를 떠올린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다라… 그런데 대장님.”
“뭐냐?”
“똥 싸러 가신 분이 왜 여기서 저 오백이나 되는 백파적들과 상대하셨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화가 잔뜩 난 듯한 우금을 향해 조앙은 킬킬 웃었다.
“야. 내가 아니었으면 우리의 황제 폐하께서 쟤들한테 끔찍하게 살해당했을걸? 그럼 아버지는 또 개고생을 하셔야겠지. 그리고 내 처남도 그렇고. 이럴때 한번 움직여줘야 되지 않겠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모하잖습니까! 죽을 수도 있었는데!”
조앙을 걱정하며 우금은 빽 소리쳤지만 조앙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해야해.”
“예?”
“그것이 연주목의 아들, 그리고…”
힐끔, 천자를 모시고 있는 조조를 보며 조앙은 희미하게 웃었다.
“천하를 노리는 이의 후계자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