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24
00224 너 잘못한 거 없어 =========================
“네, 네놈은 누구냐!”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마자 두 남자들이 날 노려보며 외쳤지만 난 그것에 대답하는 대신 장합에게 신호를 보냈다.
내 신호를 받은 장합은 잽싸게 뛰어 올라 왕흘을 걷어차고 그를 사로잡았다.
“왕 연사! 이게 무슨 짓이냐!”
대노한 공융의 외침에도 왕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한숨만 내쉴 뿐.
장합이 왕흘을 제압하자 난 히죽 웃으며 공융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북해군수님.”
“네놈은 누구냐!”
“제가 누군지가 그리 중요합니까. 야. 쟤 떠들기 전에 기절시켜라.”
왕흘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장합은 그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복부를 몇대 후려갈겼다.
기절시키라니까 왜 그런 짓을.
그것이 고통스러웠는지 왕흘은 타액을 흘리며 주저앉았고 그런 그를 몇번 더 후려쳐 아예 완전히 보내버린 장합은 어깨를 으쓱였다.
“잘했다.”
“이런 무도한 짓을! 복장을 보아하니 명가의 자제 같은데…!! 두렵지도 않느냐!”
“그런거 두려워했으면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군수께서 좋아하시는 것이지 않습니까. 담론을 나누는 것.”
공융은 파르르 떨며 말했지만 난 그의 말에 가볍게 응수한 후 왕흘을 보았다.
생각보다 젊다.
많아야 가 사형과 비슷한 정도?
그는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있었고 난 맘 편히 아까 전까지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네놈은 누구냐.”
순식간에 왕흘을 제압한 장합, 그리고 문을 닫은 왕수.
그들을 번갈아 보며 공융은 씩씩거리다가 싸늘히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말씀드렸잖습니까. 제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누군지가 중요하지! 지금 이곳이 어디라고…!”
“북해군수의 집무실이지요. 그리고 누차 말씀드리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그리고 이 순간 해야 하는 일입니다.”
“뭐!?”
“군수님. 한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왕수가 문을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내가 쳐들어가며 만들어진 소란 때문에 생길 병사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서 그가 밖으로 나가자 난 공융을 향해 물었다.
왕수가 시간을 벌어준다면 그 시간 내에 공융을 설득해야겠지.
작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보고서를 보았다.
꽤나 달필이다.
차분히 읽으며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작위 예물상자라… 정말 대단하네요.”
“큭.”
공융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기가 생각해도 부끄럽겠지.
세상에 할 것이 없어서 무작위 예물상자라니.
이런 것은 학문소에서 팔 만한 것이 아니다.
순수하게 장사의 도리에서만 쓰여야 한다.
학문소에 장사의 도리를 가져다 대는 것은 그 순간 학문소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이전투구의 장이 되어버리지.
그렇기에 사부님도 내가 수경상점을 만들었을 때 수경원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상도를 대입시키지 말라고 말하셨던 것이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용하라고 가르치는 사부님 마저도 상인의 도리와 다른 도리를 결합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한 일이다.
그것이 공자원의 스승인 왕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들킨 공융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자 난 웃으며 물었다.
“이런 식으로 공자원의 제자들을 늘려… 하려는 것이 무엇입니까?”
“네놈이 알바가 아니다!”
“아니요. 알아야겠습니다.”
“네놈이 뭔데! 고작해야 침입…”
“저 역시 성현의 뜻을 따르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라도 나와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성현의 뜻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내 소속이 소속이다보니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낫다.
“네놈이 누군데!”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난 피식 웃었다.
“하비성주라고 말해야겠지만.”
“뭐?”
공융은 당황했지만 난 그가 정신을 차리길 기다리지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 말씀드려야 겠군요. 인사드리겠습니다. 수경원의 말학. 진유하라고 합니다.”
“군수님!”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기절한 왕흘을 묶어 구석에 쑤셔 넣었을 때 쯤 왕수의 제지에도 병사들은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방을 둘러보며 공융에게 시선을 보냈다.
여기서 공융이 어떻게 나오려나.
그는 도리를 알고 그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자다.
아무리 내가 갑자기 난입해서 깽판을 쳤다고는 하지만 내가 수경원의 사람이라는 것을 밝힌 이상 병사들을 이용해서 날 잡으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자원을 만들어내고 그 공자원을 사랑하여 왕흘이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했을 때 대노한 공융이다.
내가 수경원의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리고 서주의 하비성주라고 밝힌 순간 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아무것도 아니다. 예물이 놀라워 소리를 지른 것 뿐이다.”
“그, 그렇습니까?”
“그럼…”
공융이 병사들을 돌려보내고 나서야 왕수는 문 안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문을 닫아주자 난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예상 밖입니다. 저를 잡으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난 공융에게 보여 준 하비성주의 패를 되돌려 받은 후 히죽 웃으며 물었고 공융은 날 죽일 듯 노려보았다
사실 알고 있었다.
지금 공융은 날 잡을 수 없을테니까.
“…..”
너무 놀리지 말자.
열받아서 앞뒤 안보고 다 엎어버릴 수도 있으니.
나에 대한 분노, 그리고 수경원에 대한 질시를 보내는 그를 향해 난 웃으며 물었다.
“공자원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으신 겁니까?”
“수경원이라고 했나?”
“예.”
“수경원의 진유하… 이름은 알고 있다. 수경원을 가장 빠르게 졸업한 인재 중의 인재라고 들었다만… 확실히 인재구나.”
“감사합니다.”
“아무리 높은 직위에 있다 한들, 아무리 명성이 드높다 한들 밤중에 이렇게 도적처럼 드나드려 하는 것을 보니. 간악한 이들만을 끌어모은 수경원의 인재다워.”
퉁명스럽고 거칠게 말하는 그를 향해 난 웃어보였다.
간악한 이들만을 끌어모았다니.
….
틀린 말이 아니라서 반박할 수가 없다.
수경원의 인재들이 좀… 그렇지.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생각했나?”
“간악하다는 것이 왜 욕인지 모르겠습니다. 학문의 도를 추구하는 공자원이 이런 식으로 상업의 도를 받아들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는 것이 정당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면 수경원이 간악하다고 말씀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수경원은 최소한 학문과 상업의 도를 나눴으니까요. 그것을 합쳐 둘 다를 변질시키는 것이 정당한 것이라면 그냥 저희 수경원은 간악함을 택하겠습니다.”
“…..”
공융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말에 그가 부끄러워하자 난 웃으며 물었다.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왜 온 것이냐?”
“북해군수님께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도움? 무엇을 원하는데?”
“저와 손을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공자원이든, 수경원이든. 저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하비성주의 입장으로 온 것이니까.”
“확실히… 너는 하비성주이며… 서주목이기도 하지. 연주목의 부하이고. 그렇다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은 청주를 이용해서 기주를 견제해달라는 것 아니냐?”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내가 그것을 허락할 것 같은가?”
“사실 안하실 것 같았는데 오늘 보니까 하실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냐. 그게.”
공융의 냉정한 말에 난 웃으며 왕흘의 제안서를 들어 올렸다.
“자금이 없어서 이딴 짓이나 하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비대해진 공자원을 제대로 간수조차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군수께서는 정치가라기보다는 스승에 걸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날 놀리려 하는 건가? 아니면 날 설득하려 하는건가?”
공융은 화가 난 듯 싶었다.
그의 자존심을 계속 건드리는 것은 위험해보인다.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저는 군수님을 놀릴 생각도, 설득을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제안을 하고 싶을 뿐이지요.”
“제안?”
“네. 저의 도움이 필요하실텐데 말입니다.”
“수경원의? 하. 수경원의 도움따위는 필요 없다.”
“수경원의 진유하가 아닌 하비성주와 대화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하실 것입니다.”
“그거나 그거나!”
공융이 화를 내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제가 수경원의 진유하로서 대화를 나누고자 했으면 이것을 가지고 공자원을 내리 깔려 하겠지요. 하지만 전 순수하게 서주를 다스리는 서주목이자 하비성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지금의 공자원, 그리고 북해의 상황, 그리고 청주에 대한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제시하려는 겁니다만.”
그제서야 공융은 화를 가라앉혔다.
그가 진정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난 입을 열었다.
“군수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나설 수 있습니다. 독안룡?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시겠지만 독안룡은 서주에서 도망간 도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도적들의 연합입니다. 그들을 잡고 싶습니다. 허나 그들이 청주로 도망가버린 이상 저로서는 손 쓸 도리가 없군요.”
“독안룡을 잡기 위해서… 내가 서주에 요청을 하라는 건가?”
“네.”
“우습군. 자네조차 잡지 못한 도적이네. 자네의 근거지인 서주에서조차 소탕을 못한 도적을 이곳에서 잡을 수 있다는 건가?”
공융이 비웃으며 물었다.
그리고 난 그럴 줄 알았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사람입니다. 그리고 서주에서 싸우면 서주의 백성들이 고통받을테니까요. 위정자란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를 따르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도적들을 내쫓는 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청주의 백성들이 고통받는다!”
“네. 그러겠지요. 그렇지만 그게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뭐?”
그는 어이없어했지만 난 당당했다.
솔직히 꿀릴 것은 없었다.
“독안룡이 어쨌니 저쨌니를 떠들기 전에 전 궁금한게 그동안 청주목은 뭘 했길래 십만이나 되는 청주의 백성들이 서주로 피난 올 때까지 얌전히 있었느냐입니다. 그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도망쳐 올 때 도대체 뭘 하셨습니까?”
“…그때 청주목은 없었다.”
청주의 백성들이 서주로 온 것 정도는 공융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 뒷배경에 내 뒷공작이 있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진짜 청주가 먹고살기 좋았다면 청주의 백성들이 서주로 올리 없을테니까.
공융이 떨떠름히 대꾸하자 난 피식 웃었다.
“왜 서주일까요? 기주가 아니라 서주로 간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기주보다 서주가 더 낫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기주목 원소가 아닌 너와 손을 잡으라는 것이냐?”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현명하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어도 백성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공융은 입을 다물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지금 그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원소, 아니면 나.
독안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둘 중 하나와 손을 잡아야 한다.
중립따위는 없다.
원소가 하북에 대한 정리를 끝내면 그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청주를 정벌할테니까.
조조가 황제를 차지하고 나면 내가 서주목의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조조는 원소를 치기 위해서라도 청주를 정벌할 것이다.
결국 청주는 전장이 될 것이다.
아무리 공융이 둘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원소와 거래… 그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생각해보셔야 할것입니다.”
“흥!”
공융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난 여유로웠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독안룡은 북해군을 제외한 나머지 군을 모두 털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원소따위가?”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공융이 우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공맹의 도리를 따지는 판이 아니다.
이득과 손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판.
그리고 그 판은 나에게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유리했다.
“한낱 도적따위를 잡지 못할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