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35
00235 네가지 방법 =========================
“거래… 입니까.”
“그래. 왕흘에게 뭘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도리가 없군. 동백을 내세워서 흩어진 동가의 힘을 결집시켜 장안을 친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아나?”
사마의는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에 왕창은 애써 마주 웃었으나 속은 미친듯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달콤한 먹이로 상대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상대는 그 먹이에 그저 침을 뱉을 뿐 이었다.
“동가의 힘을 모은다. 동백을 내세움으로써 양주에 퍼져 있는 동가의 힘을 모음과 동시에 장안을 손에 넣는다… 말은 좋지.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병력이 있다 한들 자금이 없다. 자금이 있다한들 식량이 없다. 그리고 그 힘이 결집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놀고먹으며 구경만할 것 같은가?”
“당신이라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사마가의 기재인 중달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여포, 그리고 그의 두 부장이 함께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자금의 문제라면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숙부님을 구하면 됩니다.”
“하하하!! 애송아. 아니… 이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려니까 좀 웃기는군. 하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애송아.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려 하지 마라. 왕흘을 구한다고? 보아하니 왕흘은 원소의 부하들에게 잡혀간 것 같은데… 그의 자산 대부분이 기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가 그 자산을 처분하는 것 역시 원소의 영토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나? 이미 왕흘은 원소에게 잡혀버렸는데? 그가 자산을 처분하기 전에 원소는 그를 잡을 것이다.”
“……”
“왕흘이 가진 대부분의 자산은 인맥, 그리고 나머지는 땅이다. 기주 곳곳에 자신의 땅을 가지고 있지.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전에 원소에게 끔살당할것인데 무슨 자산이 있다는거냐. 그가 가진 자산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으로 뭘 할 수 있겠나?”
왕흘을 향해 키득거린 사마의는 순식간에 웃음을 멈춘 후 싸늘히 말했다.
“잡아.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가 없다.”
“…그 외의 자금이 있습니다.”
“헤에. 어디에 있다는 것이지?”
동백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조부님께서 숨겨 놓은 비동에 금과 은, 그리고 보검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넌 왜 지금까지 그것을 가져오지 않았지? 너 역시 애송이다.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잡아내는 것이다. 그것조차 하지 못하면서 무슨 상인을 하고 무슨 세력을 키운다는 거냐? 결국 네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스스로의 힘으로 낼 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투자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투자? 좋지. 하지만 그 투자에 대한 결과를 확실하게 제시할 수 없는 이상 나는 너를 신뢰할 수 없다. 나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방향을 선택할 뿐.”
왕창과 동백에게 비웃음을 던진 사마의는 손을 들었고 장료와 고순은 무기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원하는 것? 딱히. 너희들의 도움 없이도 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어.”
“저희가 낀다면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왕창은 다급히 외쳤고 사마의는 느긋하게 대꾸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말해줄까?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원소군에게 잡혀간 왕흘의 구출과 더불어 너희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겠지. 아닌가?”
“…..”
“하지만 그것을 위해 드는 노력과 돌아오는 것을 비교해보면 이득이 되는 것이 거의 없다. 자. 백마항은 거의 통제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저렇게 바글바글 병력들이 몰려 있다. 그 말은 적어도 원소군 내에서 중요한 인물이 저곳에 와 있다는 것이겠지. 그런 상황에서 우리 넷이… 움직여 왕흘을 구한다? 불가능하다.”
“사마가의 중달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힘에는 밀리는 것입니까? 우습군요. 그런 주제에…”
“다시 한번 말하지. 애송아. 격장지계도 사람 봐가면서 쓰는거다. 지금 저들을 이길 수 없냐고? 이길 수 없다. 어쩔래. 책사의 기본이 무엇인 줄 아나? 지피지기다. 상대와 자신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책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것. 지금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저들을 잡을 수 없어.”
“잡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숙부님을 구하자는 것입니다.”
“그것과 그것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방법이 있다면요?”
“무슨 방법이 있는데?”
“여러분께서 저희를 잡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약 내가 지금 데리고 있는 이들이 여포가 아닌, 저들이 모르는 이들이라면 상관없겠지. 하지만…”
사마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빙긋 웃었다.
“뭐.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군.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이지?”
“…그건.”
“현재 원소에게 있어서 자금은 무척이나 필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우와 공손찬을 잡기 위해서 원소는 많은 물자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기주, 그리고 병주에 있는 숙부님의 땅을 팔아 물자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공자원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숙부님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씀하셨지요. 봉기가 은인의 적이라고. 그렇다면 숙부님을 구하는 것은 그 은인께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저희와 함께 숙부님을 구출해주십시요.”
왕창의 말에 사마의는 팔짱을 끼고 피식 웃었다.
“아직 모자라.”
“이 욕심쟁이가…!”
“욕심쟁이라고 하지 마라. 나는 상도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상인도 아닐 뿐더러 상업에는 큰 관심이 없어. 나는 책사다. 책사라면 기회를 잡았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그를 죽일 듯 노려보던 동백은 품 속에서 단검을 꺼내 내밀었다.
그 검을 본 여포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사마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뭐지?”
“동가의 보검이오. 아마…”
“어장검.”
“구야자가 만든 명검이라. 명검. 좋지. 그런데 뭐 어쩌라고? 고작 칼 한자루를 얻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라는 건가? 이봐. 동백. 나는…”
“어장검은 동탁의 신물이라 할 수 있는 검이오.”
동백이 보인 어장검을 보며 사마의가 비웃으려고 할 때 여포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한때 동탁의 심복이었기에 알 수 있는 것.
사마의는 여포를 보았고 여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더니…”
“어장검이 있으면 강족들을 모으기 쉬울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동가의 비고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지요. 어떻습니까? 도전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 동백. 그리고 조부님의 신물. 그것이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라면 충분히 동가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사마의는 왕창과 동백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패는 이정도인가?
“정리하자면… 내가 왕흘을 구한다는 것은 세가지 이득이 있군. 첫번째는 원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두번째는 왕흘이 가진 재산을 가질 수 있다. 세번째는 동가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네.”
“그리고 각각 완전한 것은 하나도 없군. 위험도 많고.”
“위험 없이 이득만 취하려는 것은 도둑놈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맞아. 그리고 책사의 대부분은 도둑놈이지. 흐음… 여포.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허락한다 하더라도 실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너희들이다. 그러니 너희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데.”
“지금 백마항에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없소. 백마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마가의 부하들과 나와 함께 온 흉족들이 있을테니까. 그들과 함께 한다면 한번 정도는 가능할거요.”
“또한 백마항의 뱃사공들과 고순이 친하니 그들에게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주로 정도는 잡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왕흘이 아직 백마항에 있느냐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백마항에 있다면 가능은 할겁니다. 수광장에 들어 온 원소군들은 저희를 잡기 위함이 아닌 저들을 잡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저희가 백마항에 있었다는 것은 들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백마항에 있을거야. 봉기 때문에라도 쉽게 백마항을 떠날 수 없겠지….”
사마의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들.
그리고 배제해야 할 일들.
필요한 일과 필요 없는 일들.
몇가지를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왕창.”
“말씀하십시요.”
“내가 왕흘을 구한다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지?”
“숙부님의 재산과…”
“그건 네가 주는 것이 아니다. 왕흘과 거래를 통해 내가 얻을 것이지. 네가 줘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뭡니까?”
“너 자신.”
“…예?”
왕창은 사마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황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사마의는 차분히 말했다.
“딱히 장안을 얻느니 마느니 떠들 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힘이 있다면 나쁠 것은 없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그리고 동백과 함께 양주로 가라. 그곳에서 동가의 힘을 모아봐라. 가능하겠나?”
“……”
왕창은 숨을 죽이고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가능할 것인가?
강족은 난폭하고 위험하다.
그들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가 고민하자 동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돕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한가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뭡니까?”
“여포들이 백마항으로 가서 왕흘을 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고 구출하는 동안 살 것이라는 보장 역시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여포와 장료, 고순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작전의 성공률은 내가 보기에 그리 높지 않아.”
“그래서요?”
왕창은 조심스레 물었고 그를 향해 사마의는 천천히 말했다.
“왕흘을 구하는 도중에 그가 죽는다 하더라도 너는 줄 것을 줘야 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받으며 줄 수 있는 것은 ‘왕흘을 구하는 시도’ 일 뿐이다. 그것에 동의하나?”
사마의의 말은 작전을 짜서 왕흘을 구하려고는 하겠지만 그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왕흘이 죽었을 수도 있고, 또 죽음에 가까운 고문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것이 아니라면 벌써 백마항을 떠났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하여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에 대한 대가는 확실히 받아낼 것이다. 인정하나?”
왕창은 눈을 감았다.
지금 결정권자는 자신이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면…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해주시겠습니까?”
“왕흘이 살아 있다면 원소가 그의 재산을 얻지 못하게 할 수 있으니 우리로서도 상당히 이득이 된다. 그러니 그를 살리려고는 노력해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었거나 죽음에 가까워져 있거나 백마항에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사마의는 냉정히 말했고 그의 말에 왕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작전명. 네번째 방법을 설명한다.”
“네번째… 방법이요? 작전명이 왜…?”
사마의의 말에 왕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자는 도대체 무슨 작전을 생각한 것일까.
“왜냐하면 해야 할 일이 네가지이기 때문이지. 일단 첫번째는 우리의 안전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사마의는 힐끔 봉기를 보았다.
기분 탓일까?
기절해 있는 봉기의 표정이 좋지 않아보인다.
“두번째는 탈출로의 경로를 확인하는 일이지. 그것은 고순. 네가 한다.”
“알겠습니다.”
“세번째는 지금 백마항에 있는 아군과 합류하여 움직이는 것이지. 그것은 장료. 네가 해라.”
“예.”
“네번째는… 왕흘을 찾는 일인데. 여포. 가능하겠나?”
“불가능하지는 않을거요. 하지만 수가 모자른데?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봉기를 이용할 것이라면. 그것은 누가 한단 말이오? 중달. 당신이 할거요?”
“그럴리가 있나.”
사마의는 동백을 가리켰다.
“그건 네가 해야 한다.”
“제가…요?”
“그래. 그건 네가 해야하지. 물론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시선을 돌릴 수 없다. 가능하겠나?”
자신이 움직여야한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왕창과 왕기였다.
그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에 동백은 신음한 후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들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동백. 부탁한다.”
동백이 거절할 줄 알았다는 듯 사마의는 피식 웃으며 왕창을 보았다.
그의 시선에 왕창은 허리를 숙였고 동백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저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겠군. 그리고…”
사마의는 힐끔 장료를 보았고 그는 이 상황에서도 놓고 오지 않은 상자를 옆에 놓았다.
그 상자를 열어 비둘기를 꺼낸 사마의는 상자 안에 있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은 후 비둘기의 다리에 있는 통에 넣고 날렸다.
비둘기가 어둠을 날아가는 것을 보며 사마의는 느긋하게 말했다.
“남은 것은 하늘이 돕기를 바라는 정도 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