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4
00024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
“허어… 이틀 후라. 너무 갑작스러운데.”
전군승님댁에서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낮게 한숨을 내쉰 후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
“어? 진짜요?”
예상 밖의 일이다.
아버지는 거절하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놀라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분히 말했다.
“몇가지만 주의한다면 나도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구나.”
“뭘요?”
“첫번째는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이다.”
“…아, 예. 물론이죠.”
아버지와의 약속.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걸 말할 생각은 없다.
이런 건 얘기해봐야 나한테나 아버지한테나 좋은 것이 하나도 없을테니 말이다.
“두번째는 네가 말한 그 종두법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버지.”
내가 온현에 가는 것은 사마방과의 만남, 그리고 사마의와의 만남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온현에 있는 우시장에 가는 것이었다.
우시장 정도 된다면 우두에 걸려 있는 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 소를 사와 종두법을 써보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마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것이다. 허나… 너무 위험하구나. 마마를 극복하려다가 네가 죽을 수도 있어.”
“조심할게요.”
“물론 조심해야지. 하지만 그래도 쉽게 허락하기는 어렵구나.”
아버지가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다 나를 걱정해서였다.
걸릴지 안걸릴지도 모르는 두창을 걱정해서 위험한 길을 걷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현명한 행동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창이 퍼졌을 때 우두에 걸린 소를 찾는 것보다 차라리 안전할 때 우두에 걸린 소를 찾아 면역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나의 의견 대립이 생긴 것에 기쁘다기보다는 오히려 불안했다.
“아버지…”
“이곳에서 그것을 하는 것도 걱정인데 그곳에서 우두에 걸린 소를 사와서까지 하겠다? 우두에 걸린 소가 이곳까지 올 수 있는지도 문제거니와 그것을 사는 것에 대한 당위성도 떨어진다. 네가 평소에 소나 말, 그 외의 동물들에게 관심이라도 보였다면 모르겠지만 갑자기 동물에게 측은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치 않느냐?”
물론 그렇긴 하다.
지금까지 동물에게 관심도 주지 않다가 이제와서 무슨… 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럼요?”
“만약 동아현에 우두에 걸린 소가 있다면 구제를 위해 내가 그것을 구입한다는 명분은 만들 수 있지만 네가 그것을 사는 것은 허락할 수 없구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뭔가 순순한게 좀 불안하구나. 네 녀석은 생각치도 못한 방법을 쓰니…”
“하하하. 너무 그렇게 고깝게 보지 마세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버지가 지그시 바라보자 난 어깨를 으쓱이고 히죽거렸다.
즉 온현에서는 종두법이고 나발이고 소 살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거잖아.
그럼 나도 생각이 있다.
난 아버지의 말에 동의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글쎄…”
이번만큼은 아버지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었다.
결국 우두에 걸린 소에게서 고름을 채취하는 문제 아닌가.
잘 둘러댈 수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싫어요. 라고 말하면 아버지께선 걱정하실테니 어쩔 수 없다.
언제 동아현에 우두에 걸린 소가 생길 줄 알고 기다리겠냐.
안걸리게 조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간 나는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연을 데리고 들어 온 후 그녀에게 짐을 꾸리게 한 후 온현에 갈 것을 말해주었다.
“이틀 후에 온현에 가신다구요? 왜요?”
“왜긴. 어머님께서 사마 가에 날 소개시켜주신다고 하니 내가 찾아뵈야지. 경조윤 어르신을 오라가라 할 수는 없잖아.”
“그, 그것도 그렇지만. 저기… 저는요?”
“너? 왜? 가기 싫으냐? 오기 싫으면 그냥 여기 있든가.”
“그럴 수 없잖아요. 저는 도련님 시종인걸요. 그리고 도련님을 지켜야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장연의 무예 실력이 뛰어났다. 병사들 둘과 싸워서 이기기는 했으니 말이다.
물론 요화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상시에는 나 대신 싸울 수는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시종과 호위를 겸하기로 했는데 내가 온현에 간다고 하니 당황하는 것이다.
“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건 인정하는데 이왕 고생한 거 좀 더 해라.”
“그건 이왕이 아니잖아요… 아아. 언젠간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시무룩해 있는 장연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녀의 손이 멈춰 있자 입을 열었다.
“왜?”
“예?”
“넌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절 교체하러 가시는 것 아니세요?”
“응. 아니야.”
난 또 뭐라고.
물론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기는 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머님이 데리고 있는 시녀 정도의 미모를 가진 사람이면 더 좋겠지.
하지만 교체를 하려고 가는 것이라면 굳이 내가 갈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얘 하나 보내면 되니까.
“아니세요?”
“아니라니까.”
그리고 얘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장연이 두창에 걸렸었던 것 때문이다.
두창은 한번 걸리면 평생 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걸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으니 배제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종두법을 시행하면 발열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그것이 두창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날 간병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했다.
두창에 걸렸던 장연이라면 일이 잘못되어도 날 간병할 수 있으니 차라리 한명 더 받았으면 더 받았지 얘를 교체할 일은 없을거다.
“하아… 다행이다.”
“넌 내 밑으로 온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 교체되면 더 좋은 거 아니야? 네 고향이잖아.”
“그, 그렇기는 한데요…”
“두창 걸렸다고 타박이라도 당했냐?”
“…..”
아픈데를 찔렀나보다.
장연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난 피식 웃었다.
“야야. 걱정마. 난 그런 걸로는 타박 안해.”
“그럼 뭐로 타박하시는데요?”
“안씻는거, 냄새나는거. 그 외에는 아직 거슬리는 거 없어. 너는 그래도 잘 씻고 냄새도 안나는데다가 일도 그럭저럭 해내고 싸움도 하니까 몸종으로는 참 쓸만하지.”
“가, 감사합..니다.”
이건 정말이다.
장연은 정말 예상 밖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종두법을 써야겠다는 것을 떠올리게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으으으… 네. 감사합니다. 도련님.”
“별 말씀을. 짐이나 잘 챙겨.”
“네… 향초는 다 가져가실 건가요?”
“음… 응.”
향초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비누를 가져가기는 좀 그렇지? 어쨌든 아직 미완성이니…
그래도 무려 경조윤이 가주인 좋은 가문에 가는 건데 꼴랑 향초만 가져 가긴 좀 그렇지.
이거 말고 따로 챙길만한게 있을까.
“아, 그리고 그거… 감유 좀 가져와라.”
“그거? 아… 오늘 유모님이 가지고 온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 그거.”
내가 전 군승님 댁에 갔다가 오는 동안 유모는 다른 하녀들과 함께 비누를 꽤나 많이 만들었다.
밀랍이 없어서 핸드크림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글리세롤은 꽤 많이 모았다.
자기 호리병 하나에 담길 정도로 글리세롤을 모아놔서 유모가 사온 귤의 껍질을 짜낸 후 모은 향료를 섞었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귤향이 물씬 풍기는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응.”
“여기요.”
작은 호리병을 그녀가 가져오자 난 그것의 뚜껑을 살짝 열어보았다.
밀랍에 비해서 향은 적지만 그래도 상큼한 귤 향이 나쁘지 않다.
“손 줘봐.”
“네.”
장연도 일단은 막일하는 하녀 신분인지라 손이 거칠기 그지 없었다.
우둘투둘한 그녀의 손에 글리세롤을 조금 뿌린 후 비벼주었다.
미끈미끈한 점성에 놀란 장연이 당황하며 손을 빼려 했지만 내가 잡고 있는 탓에 함부로 빼지 못했다.
“따끔거리거나 그러진 않지?”
“네…”
“네가 할 일은 끝났으니까 이 손 천으로 잘 감싼 다음에 자고 일어나서 보여줘”
“이게 뭔데요?”
“그냥 가긴 뭐해서 선물로 쓰려고 그런다. 오늘 아침에 유모 손 봤지? 그거랑 비슷한 거야.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거니까 이 손은 씻지 말고 자.”
왼손에만 글리세롤을 발랐으니 내일 오른손과 비교해보면 되겠지.
인체실험같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글리세롤의 보습효과가 끝내줘서 효과를 잘 받으면 거의 아기피부를 되살릴 수 있다지만 나한테 실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미 난 아기피분데.
“끈적거리네요.”
“그러겠지.”
글리세롤이 발려 있는 것이 꽤나 거슬린 모양이다.
자신의 손에 감겨 있는 천을 보며 장연은 불만스러웠는지 자꾸만 손을 내려다보았다.
“좀 참아. 아, 혹시 아프거나 이상한 느낌이 들면 바로 씻어내.”
“이걸로요?”
“응.”
글리세롤이 목적이기는 했지만 그걸 만들려면 어쨌든 비누를 만들어야 했다.
원래는 비누를 만들면 나오는 부산물이 글리세롤인데 비누가 부산물 취급을 받다니.
하… 이것도 나중에 돈 생기고 시간 생기면 개량을 해야겠다.
아니 그 전에 수산화 나트륨부터 만들어야하는데.
결국 개발도 돈이구나.
“신기하네요. 도련님은 어떻게 이런 걸 알고 계시는지…”
“이게 다 이 몸의 인덕이지. 그… 뭐냐. 장량의 일화도 있잖아. 착하게 사니까 왠 노인네가 와서 육도와 삼략을 준 일화.”
“후훗. 그럼 도련님께 비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그 거지 노인이 황석공이겠네요?”
“황석공… 그러겠네.”
“도련님은 장량이구요?”
“딱 봐도 그래보이지 않냐? 비범한게.”
“후후후후~ 확실히 비범해 보이시긴 하네요. 세상에 어떤 아홉살 아이가 이런 걸 만들겠어요?”
“야. 아홉살 아이 무시 마라. 우리 아버지는 내 나이때 논어, 맹자를 독파하고 오경을 외우셨다.”
“그, 그러셨다고 했죠.”
진짜 천재들이란 그런 거다.
그리고 그런 천재들도 제대로 기를 못쓰는게 지금이고.
내가 투덜거리자 장연은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마 가의 도련님들도 대단하시니까요.”
“알아?”
“그야 제가 있던 곳이니까요. 가주님 뿐만 아니라 가주님의 자제분들도 대단하신분이에요.”
“그렇겠지.”
훗날 사마팔달이라 불릴 정도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연은 히죽 웃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도련님이 더 대단하신 것 같아요.”
“듣기 좋은 말은 귀에 좋으나 몸에는 쓰다는 말이 있지. 나한테는 아부하지 마라.”
“에? 진짠데!?”
“야야. 됐거든? 아부해봤자 나오는 거 없으니까 할일 다했으면 나가라.”
“으… 네. 그럼 편히 쉬세요.”
장연을 내보내고 침상에 누웠다.
이틀 후에 온현으로 출발한다라…
과연 사마의는 어떤 인간일까.
사마방보다 오히려 사마의가 어떤 사람일지가 더 궁금했다.
“잠이나 자자.”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을 하느니 그냥 맘 편히 잠이나 자는게 낫겠다.
난 그대로 눈을 감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도련님. 아침입니다.”
“응… 으으. 죽겠다. 더럽게 춥네…”
겨울이 가까워지는 탓인지 날이 선선하다 못해 떨릴 정도로 춥다.
난방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춥다.
두터운 이불을 끌어당겨 더 누워 있으려는데 장연이 이불을 걷어내며 내 몸을 일으켰다.
“도련님. 어서 씻고 식사하셔야지요.”
“알았어… 으으으으으… 더럽게 춥네.”
진짜 춥다.
두창걸리기 전에 얼어 죽는거 아냐?
내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장연은 나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끄어어억!”
“뜨거운 물 준비해놨습니다.”
내가 매일 아침마다 씻는다는 것은 유모에게 들은 모양이다.
장연이 준비해 놓은 대야 앞에서 난 어제 유모가 만든 비누를 꺼내들고 손에 비볐다.
거품이 그리 잘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팥보다는 낫다.
“으으으…”
어제도 써봤는데 피부에 이상은 없었다.
그냥 세척력이 빨랫비누 이하라서 그럴 뿐이지.
“어푸! 어푸!”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은 물에 세수를 하고 손 발을 씻은 후 장연을 보았다.
아침부터 생글거리는게 되게 거슬린다.
“왜 그렇게 웃냐?”
“도련님! 이거 보세요!”
“…뭔 차이가 있나?”
장연이 보여 준 양 손을 보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볼을 부풀렸다.
“피부가 엄청 좋아졌다구요!”
“그래?”
“네! 어제 그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하긴, 글리세롤의 보습력이 장난이 아니긴 하지.
하지만 난 봐도 모르겠다.
유모같은 경우야 워낙 나쁜데다가 유모의 나이도 있어서 그런지 티가 확 났는데 얘는 좀…
“그럼 너도 나중에 비누 만드는 거 배워둬.”
“네! 근데 도련님. 그거 이름이 뭔가요? 다른 곳에서는 못구하겠죠?”
두창 자국 때문에 오히려 더 미용에 신경이 쓰이나보다.
어제보다 더욱 활기차보이는 장연이 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들면 된다. 만들면. 이름은 그냥 감유라고 지었어. 그거 먹어보면 좀 달더라.”
“그래요? 꿀 같은 건가…?”
“자세한건 나도 몰라. 그 노인네가 안가르쳐줬으니까.”
정확한 것은 화학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걸 설명해주기도 복잡하고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그냥 만들 줄 아는 것 뿐이지.
“야야. 배고프니까 어서 밥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