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40
00240 기회를 얻기 위해서 =========================
조청과 함께 낭야군에 도착했을 때 난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얼굴들 때문이었다.
“영아. 왜 네가 여기 있어?”
“헤헤헤~ 보고 싶었어요~”
나에게 달려든 영이가 품에 안겼다.
그녀가 꼬물거리며 안겨드는 것을 웃으며 받아 준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날 응시하는 방통을 마주했다.
마른 과자를 으적거리며 낭야군의 문서를 확인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패 하나를 던졌다.
“이게 뭐냐?”
“너 서주목 자리 끝났다는 증명서와 새 임관증.”
그가 준 옥으로 만들어진 패를 읽어보았다.
사진장군 중 진동장군.
무관직이며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반란의 기미를 파악한 후 제압할 수 있고 내 소속의 부를 개설할 수 있을 뿐더러 어느정도 독립권이 인정되고 휘하의 무장에게 내 역량만큼 관직까지 줄 수 있는 엄청난 관직이다.
그런 관직을 나한테 준다고?
“…너무 높은 것 아니야?”
“임시 서주목으로서 서주를 잘 관리하고 발전시킨 보답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반란 진압이라는 명분 하에 타 지방을 공략하라는 명분을 준 것이겠지. 지금까지 하던대로 알아서 잘 움직이라는 거지. 엄청난 신뢰를 보여주는거라고. 지금 조조는.”
“신뢰라… 신뢰는 좋은데 반란진압이라니… 원소를 때려잡으라는 건가.”
“응. 그리고 기존 너를 따르던 이들을 너의 밑으로 편제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으로선 이 직위밖에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진동장군이라… 좋네.”
난 히죽 웃었다.
아니.
관직을 받아서 좋은 것이 아니다.
내 소속의 부하들에게 관직을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은 조조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주는 의미는 간단했다.
“결국 조조가 황제를 차지했구만!”
“응. 덤으로 서주목으로 조앙이 왔어.”
“그렇… 근데 넌 왜 여기 있냐?”
서복과 함께 왕랑, 유요를 토벌하러 간 것 아닌가?
내가 궁금해하자 영이는 내 품에 안긴 채 생긋 웃었다.
“회계 군수께서 방 아주버님이 가시기 전에 연주목의 휘하로 들어가는 것을… 아. 이제는 연주목이 아니네요. 사공 겸 거기장군,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관직들을 겸임하게 되었으니까요.”
“엥? 왜 대장군이 되지 않고?”
“문무 백관들이 격하게 반대했다고 하더라고. 아직 대장군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부터 시작해서 기주의 원소가 있는데 대장군이 어쩌고 저쩌고… 뭐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그래.”
“흠… 그래서?”
“아무튼 왕랑은 조조가 천자를 데리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그대로 항복해버리더라고. 의외로 대세를 읽을 줄 알더라. 연주로 가달라니까 콧노래를 부르면서 자기 부하들 데리고 가버리던데? 밤에 잠깐 이야기를 해봤는데 자기도 딱히 유요나 원소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천자를 데리고 있으니 좋네.”
확실히 좋다.
천자가 없었다면 왕랑과도 싸워야 했을텐데.
쓸데없이 전선을 늘리거나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어졌으니 큰 놈들만 잡으면 되겠다 싶었다.
예를 들어 원소라든가.
아무튼 천자를 우리가 데리고 있다 이거지?
“잘됐군.”
“왜?”
“아. 마침 청주 쪽에서 움직여야 했거든. 진동장군이라… 반란을 제압하는 일을 담당하는 관직이니 오히려 명분이 생기겠어. 지금 청주쪽에 독안룡이라는 도적…을 가장한 장합과 장패가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들을 흡수하는 것도 문제가 없겠네.”
내 나이때 진동장군이라니.
역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절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조앙이야 조조의 후계자인 만큼 그 자리를 인정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일반적으로 내 나이대에는 낭관 정도면 훌륭하다고 칭송받는다.
이게 난세의 매력인가?
경력따위보다 실적이 중요시 여겨지는 것.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아니. 서주목으로 조앙이 온 건 온 거고. 네가 왜 여기 와 있는건데?”
“아. 그게.”
방통은 품에서 두장의 서신을 보여주었다.
“…..”
“이것 때문에. 사마의에게서 온 서신이다. 왕흘? 너 그자와 거래라도 했냐?”
“…이런 씨.”
한장에는 왕흘이 누명을 쓰고 원소에게 잡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것만 해도 속이 쓰릴 지경인데 다른 한장은 더 어이가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왕흘이 유비의 부하, 간옹에게 죽었다는 내용과 함께 자기는 여포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왕창과 동탁의 손녀를 데리고 장안으로 가서 동가의 비고를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왕흘이 죽었다라…”
“뭐가 어떻게 된건데?”
방통의 질문에 난 청주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을 전부 들은 방통과 영이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원소가 왕흘에게 누명을 씌였다면… 죽일 이유가 없을텐데. 왜 죽였을까요?”
“황제가 힘을 가질 기회를 얻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왜?”
난 심각해졌고 방통은 쓴웃음을 지었다.
“안그래도 문무 백관들이 황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더군. 허창에 도읍을 세우면서 흩어졌던 이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하더라.”
“하. 쥐새끼 같은 놈들.”
내가 비웃음을 던지자 영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곳간에 곡식이 차면 달려드는 것이 쥐들의 습성이라지만… 위험할 때는 도망갔다가 안전해지니 찾아온다니. 참 몰상식한 자들이네요.”
“뭐…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왕흘의 죽음으로 황제가 기회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 기회를 황제가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가 가질 기회?
내가 보기엔 없었다.
지금 조조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이각.
그리고 원소와 유표 정도다.
원술은 지금 요양 중일테니 논외라고 치자.
그것도 아니면 파촉에 찌그러져 있는 유장인데 유장이 나올리는 없지.
그런데 이건 내가 없다는 가정이었다.
비록 지금은 서주목이 아니지만 서주에 내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들을 끌어들여 내가 서주에서 반란이라도 일으키지 않는 이상 황제는 다른 세력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리고 날 뺀다고 쳐도 어쩔 건데?
끌어들인다 쳐도 누굴 끌어들이겠는가.
협천자를 부정하는 원소?
자신에게도 은근히 황족의 피가 흐른다며 거들먹거리는 유표?
아니면 자신을 지금까지 핍박했던 이각?
파촉의 무지렁이 유장?
황제가 한 황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군사력을 가지고 세금을 모을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데 조조가 그 힘을 황제에게 줄리 만무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황제에게 독립 군사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고 줘봐야 몇백 되지 않는 황실 친위대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황제를 수호하는 서원팔교위를 다시 만든다고 해봤자 결국 조조의 사람들이 될 것이다.
결국 이래저래 해봐야 힘이 없는 황제가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텐데 뭐하러 이런 뻘짓을 하는거지?
난 이해를 하지 못했고 방통은 나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
“야. 흥분하지말고 잘 들어.”
“뭔 얘기를 하려고?”
“유비가 살아 있다더라.”
뭐!? 씨발!?
하마터면 욕할 뻔 했네.
“……”
생각해보니 욕해도 되겠다.
“뭐!? 씨발!?”
“이 소리 들으면 너 욕할 것 같더라. 옛다. 조조가 너에게 보내는 서찰이다.”
방통은 쓴웃음을 지은 후 한장의 서찰을 넘겼다.
밀랍으로 밀봉되어 있는 서찰을 받은 나는 그 밀랍의 봉인을 확인하고 인상을 구겼다.
조조의 인장이다.
이 인간.
유비 죽인다고 데려가서 아직까지 안죽였단 말이야?
난 이를 갈며 거칠게 서찰을 뜯었고 그런 내 모습을 조청은 두려워하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조청이 두려워하든 말든 내 알바가 아니다.
조조는 나와 약속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유비를 죽여야 했다.
그런데 죽이지 않았다고?
난 씩씩거리며 서찰을 열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뭐라냐?”
사마의가 보낸 서신과 다르게 조조의 봉인이 되어 있어 영이도, 그리고 방통도 읽어보지 못한 서찰을 모두 읽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씨발. 이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왜 그래?”
“유비를 그냥 죽이고 싶지 않단다. 아니 씨발 그냥 죽이든 말려 죽이든 그게 뭔 차인데? 하… 진짜 미치겠네.”
“그래서 어쩌려고?”
“…..”
방통은 심각한 표정으로 날 본 후 조청에게 시선을 던졌다.
조청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 있었다.
방통은 조조의 사람이 아닌 나의 사람이다.
만약 내가 원한다면 서주에 있는 자신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바로 조조를 칠 각오 정도는 되어 있을 것이다.
영이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
이 자리에서 조청만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도 제대로 못하며 머뭇거리는 것을 본 나는 고민했다.
일단 열받은 건 둘째치고 지금 내가 조조를 친다?
서신에 의하면 조조는 순수하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숭을 죽이려 한 놈을 그냥 죽게 해서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를 최대한 말리고 말려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하고 싶다고.
이것은 그의 욕심에 불과했다.
아무리 여포를 살림으로써 내가 삼국지의 주박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유비는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고 보자마자 끔찍한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위험하다 생각한 자다.
제일 좋은 것은 깔끔하게 죽이는 것인데…
이건 조조의 오만에 불과했다.
가장 안전한 것은 그를 깔끔하게 죽이는 것이다.
명성? 그런 것 따위는 더 큰 명성과 명분에 눌리는 법이다.
황제가 없다면 모를까 황제가 있는 이상 그의 이용가치는 없는데도 그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에 난 심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까?”
“뭘 어째. 이번만큼은 난 네 선택을 따르겠다.”
“저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거에요.”
“저… 서, 성주님.”
“당신은 다무세요.”
“….”
조청은 거의 울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내가 유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였다.
나와 약속을 어긴 조조를 치는가.
아니면 그것을 빌미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가.
“…후우.”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 방식을 따른다.
난 서신을 찢는 대신 곱게 접었다.
“오호… 정한 거냐?”
“응.”
“어쩔 생각이에요?”
“뭐… 어쩔 수 없지. 대장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냐?”
“응?”
“어라…?”
아까 화를 냈던 것에 비해 내가 시큰둥히 반응하자 방통과 영이는, 그리고 조청은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다.
그들의 반응에 난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럼 내가 연주… 아니지. 이제는 사공이지. 조공께서 내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겼다고 해서 바로 칼 들이밀 놈으로 보인거야?”
“응.”
방통은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난 피식 웃었다.
“유비는 이제 나만의 적이 아니야.”
조조가 유비를 살려주고 있다고?
그를 말려죽이겠다고?
그는 보통 놈이 아니다.
그가 순순히 조조의 손아귀에서 말라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영아. 청이랑 같이 밖에서 바람이나 쐬고 와줄래?”
“에? 알겠어요.”
내가 씩 웃자 영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불안해하는 조청을 데리고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방통은 다리를 꼬고 편히 앉은 후 물었다.
“뭐 어쩔 생각인데?”
“나쁜 것만은 아니야.”
“무슨?”
“조조가 유비를 당장 찢어죽이지 않고 말려죽인다는 거.”
“유비한테 뭔 원한이 있길래… 그 인간이 아버님 욕이라도 했냐?”
“실제 내 원한 자체는 그렇게까지 크다고 보기는 어려워.”
유비가 나에게 뭔가를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에게 뭔가를 한 것이 다다.
유비가 쏜 화살을 막느라 다치기는 했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고 그것은 날 노렸다기보다는 조숭을 노린 것이다.
그 외에?
딱히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다.
나와 조조, 여포를 이용해서 어부지리를 계획하기는 했지만 그건 대차게 말아먹었으니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고 치부하면 될 것이다.
오히려 그것으로 내가 더 큰 이득을 봤으니.
그리고 그게 다다.
내가 그에게 직접적으로 뭔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서 이득을 봤지.
그저 내가 유비를 제거하려는 이유는 불안감, 그리고 차후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덤으로 동족혐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이유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들을 제외한다면 유비 자체는 지금으로써는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럼?”
“그 뒷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조조에게 유비를 ‘죽여야 한다’ 라고 요청을 했지. 그리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그 말은 그와 내가 약속을 했다는 거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조조는 나와의 약속을 어겼어. 그리고 난 그동안 성실히 조조의 부하로서 행동해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내가 한 일들 덕분에 조조는 엄청난 이득을 얻었을걸? 그런만큼 조조처럼 똑똑한 사람이 내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모를리 없어.”
“흠… 그래서… 이번 일을 이용할 생각인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