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41
00241 기회를 얻기 위해서 =========================
지금 와서 내가 조조의 멱살을 잡고 왜 유비 안죽였냐고, 빨리 죽이라고 징징 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화가 난다고 대답하겠지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황제를 데리고 있는 사공 조조가 그 부하인 진유하에게 빚을 지고 그것을 갚지 못했다.
조조는 바보가 아니다.
나를 적대하는 것보다 나를 끌어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앙을 서주목으로 보냈다는 것은, 그리고 조청을 내 아내로 만들겠다는 것은 나를 조가의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렇다면 그는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
이것은 그에게 심리적 부담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담이 되는 일이다.
조앙이야 사저라는 고삐를 물릴 수 있었지만 조조에게는 마땅히 물릴만한 고삐가 없었는데 차라리 잘됐다.
유비의 처리를 빌미로 그에게 목줄을 걸 수 있다면 나에게는 큰 손해가 아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득이지.
유비를 잡을 방법이야 살다보면 나오겠지만 조조를 억제할 고삐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없었거든.
난 차분히 방통에게 내 생각을 말해주었고 그것을 전부 들은 방통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너에게는 손해지.”
“응. 뭐… 유비를 적대하여 적이 늘어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뭐… 처리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그리고 지금 내 생살을 씹고 싶어하는 놈들이 한둘도 아닐텐데. 시간이 지나면 더 그럴 것이고. 거기에 한명 추가된다고 뭔 문제라도 있겠냐.”
난세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나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 달리는 와중에 짓밟혀야 할 사람들은 많다.
아마 그 중에는 조가의 핏줄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조조 그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회 속에서 움직여야 하고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살아야 한다.
그 관계가 항상 하하호호 웃으면서 지낼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누군가가 득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손해를 본 이는 자신에게 손해를 준 이에게 빠득빠득 이를 갈겠지.
하지만 이번 일로 나는 세력 내 절대자인 조조에게 유비라는 고삐를 씌울 수 있게 되었다.
“조조가 말려 죽이든, 말려 죽이려다 실패해서 놓쳐버리든. 어찌되든 결과적으로 본다면 나에게 크게 나쁠 것은 없어. 내가 원하는 꿈은 너도 알잖아.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내 사람들과 대대손손 편하게 놀고 먹는 길. 그 길은 천하를 하나로 하는 일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이라고. 그 가시밭길에 가시가 추가되는 만큼 다른 많은 가시들을 뒤덮을 발판이 하나 마련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아.”
조조가 유비를 죽이지 못한다면 내가 죽이면 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원래 내가 하는 일들 대부분 중에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다들 힘들고 위험했다.
그냥 거기에 돌덩이 하나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그게 마음 편하다.
“야. 그냥 지금 조조를 적대하지 못한다고 해라.”
“마음가짐이란건 중요한거라고.”
방통의 투덜거림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지금 와서 조조와 적대를 할 수 없었다.
방통의 말대로 조조를 친다고 생각해보자.
내게 통수를 친 조조의 통수를 치는 것이니 분은 풀리겠지.
하지만 과연 내가 조조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
나와 조조가 싸우면 최후에 웃는 자는 바로 원소다.
원소나 다른 놈들이 이득 보는 꼴을 보느니 이번은 그냥 넘어간다.
차라리 이걸 기회로 조조에게 목줄을 채워놓는다 생각하자.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이제부터는 비일비재할 것이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살아가며 모든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서는 필요에 따라 상대를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는 것.
이정도라면 어른답게 대범하게 웃으며 넘어가자.
“지금은 말이지…”
“어쨌든 방침은 정했다는 거잖아.”
“일단은 웃으며 넘어가자고. 이럴때 대범함을 보이지 않으면 언제 대범함을 보이겠냐.”
“뭐… 나야 네 뜻을 따르겠다만. 그래서?”
“조조가 나에게 진동장군의 자리를 줬다는 것은… 어느정도 독립권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지. 병사는 얼마나 데려왔냐?”
“백귀대는 산양군으로 보낸 인력 빼곤 전부 데려왔어. 거기에…”
“음?”
“호표기가 삼천. 그리고 호표기의 지휘관인 조순을 조조가 너의 소속으로 옮겨놨더라고. 유비의 일이 굉장히 미안했나본데? 호표기는 조조가 키운 최정예병력인데 그 지휘권까지 넘겨버린다는 것은 너에게 호표기 삼천을 그냥 준다고 봐야 할거야.”
“그정도 힘을 준다는 것은 날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겠지?”
“진동장군에 호표기면…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는 병력, 산양군의 병력, 그리고 서복에 데리고 있는 병력. 거기에 서주에 있는 이들까지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조조를 상대할만해. 그래도 그는 그것을 주었어. 병력도 빼앗지 않고 오히려 독립권을 유지시켜줬지. 그 나름대로의 사과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조조도 찔리긴 했나보다.
방통의 말대로 진동장군의 직위와 함께 그의 최정예병력인 호표기. 그리고 호표기의 지휘관인 조순을 넘겼다는 것은 이번 일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이리라.
자기 나름대로 사과문을 보내고, 또 그 대가까지 주고 자신은 아직 나를 신뢰한다는 표시까지 하고 있는데 이걸 무시하면 오히려 나에게 손해가 된다.
그렇다면 적당히 여기서 물러나주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조앙이 용케 병력들을 넘겼네.”
“용케고 자시고 더 데려가라던데? 서주에 딱히 병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에게 이야기 했어. 청주쪽으로 올라가서 곧장 그곳에 영향력을 높여야겠다고 하니까 물자도 더 주더라고.”
“아비나 아들이나 날 꽤나 신뢰 하네. 아직 조청이랑 결혼도 안했는데.”
“아. 그 건에 대해서 조앙이 전해달라더라. 청주쪽 일만 끝내면 바로 중앙으로 가달라고. 더 늦기 전에 빨리 결혼하라고 하던데? 조앙도 아직 사저와 혼인을 못했나봐. 그것 때문에 엄청 짜증내더라. 그리고 채옹이 살아있다더라. 그가 살아 돌아온 것 때문에 결혼식이 늦어진거라 화도 못냈다고 하더군.”
“어!? 진짜!?”
“응. 가 사형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군. 이각과 곽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가짜 시체를 보내서 그들의 눈을 속였다는데. 역시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채가의 가주가 돌아왔으니 정식으로 혼례를 진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대. 그리고 그 시기에 맞춰서 너도 하라고 하더라. 아버님한테도 이야기해 놨다고 하더라고. 잘하면 축복, 잘못하면 원소와 대판 싸우면서 결혼하게 생겼네. 축하한다. 이번 일이 엄청 중요하겠어.”
“내 결혼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하아… 다행이네. 아무리 사저를 엄한 놈한테 보내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사저한테는 하나 뿐인 아버지인데 살아 있어서…”
역시 사형.
실망했다고 욕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보면 사과해야겠다.
채옹을 살리지 못하고 사저를 울게 만든 것 때문에 사형을 속으로 욕했는데.
괜히 사형에게 미안해진다.
“그러네… 그럼 청주쪽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뭔데. 그냥 견제만 하면 되는거야? 하다가 원소군이 오면 격퇴하고?”
“너는 그건데 나는 아니야. 이번에 청주 방향의 도독이 됐어.”
“내가?”
“아니. 내가.”
방통은 어깨를 으쓱인 후 인상을 왕창 구기고 절망했다.
“팔자에 없는 도독 자리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 도독이라면 기본적으로 청주에 대한 관리는 전부 맡기겠다는 거잖아? 아… 진짜 싫다.”
이야.
도독이라고 하지만 청주쪽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면서 도독 역이라면 거의 청주목 수준인데.
엄청 출세한 거 아니야?
방 숙부님이 아시면 기뻐서 춤이라도 추시겠네.
“지금 청주에는 주목도 없으니까. 사공의 자리에 올랐으니 청주목으로 임명도 가능하겠지.”
“원소가 어떻게 반응하든 말든?”
“응.”
어쨌든 황제를 데리고 있는 것은 조조다.
완전히 황제와 한 황실을 장악하지 못했고 주변에 대한 정리를 못했다고 하더라도 청주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그곳의 관리들과 백성들에게 호응을 얻으면 방통을 청주목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쪽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한다고 하디?”
“글쎄? 순욱과 정욱, 그리고… 순유와 곽가? 그 외에 이래저래 들어 온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중앙쪽 일은 나도 자세하게는 잘 몰라. 조앙에게 들었을 뿐이니까.”
“흠…”
나나 방통에게 파격적인 관직을 주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떤 관직을 준걸까?
그렇다면 그것을 생각하면서 움직여야겠는데…
“어쨌든 청주쪽 일을 끝내야지 뭔가 해먹을 수 있겠군.”
“뭐… 그렇지.”
일단 임명장을 받은 정도에 불과하고 황제를 만나서 관직을 하사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으니 일단 바로 청주로 올라간다.
난 손가락을 튕기고 물었다.
“야. 그럼 서주 쪽은?”
“조앙이 서주목 겸 하비성주 자리에 올랐어. 그 외에는 변동 없음.”
“다른 사람들도?”
“대체적으로 관직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지방관직은 크게 바뀌지 않았을거야. 추가적으로 관직이 부여되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전농도위직을 받으셨어.”
“…이거 골치아파지겠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이 많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일단 받고 바로 사직하신다던데? 산양군수직에 만족한다고 전하실거라고 하시더라고. 너무 과한 짐이라고 하시더라. 네가 진동장군이 된 것 때문에 문무 백관들 중에 고깝게 보는 이들이 꽤 있나봐.”
내가 진동장군.
방통이 청주 도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관직을 나눠준다고 치더라도 파격을 넘어선 직위를 주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을 이들은 분명히 있다.
나야 청주에서 원소를 상대해야 하니 진동장군직이 필요하다고 치더라도 아버지에게 식량의 징수와 감독을 담당하는 전농의 관직까지 준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 못해 나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력이 만들어 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확실히 쉽게 나올 만한 일은 아니네… 그쪽 관련된 것은 아버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서황은 한 사흘 쯤 후에 온다더라. 병력 없이 혼자서 말타고 올거니까 먼저 출발하라던데. 합류할 거라고. 어떡할거냐? 지금 있는 사람들을 다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좀 과하지 않을까?”
청주를 완전히 차지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하나 이상의 군을 공략함과 동시에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원소의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모두를 데려갈 필요는 없었다.
난 방통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청과 영이는 산양군으로 보낸다.”
“그러시든가.”
두고두고 관리할 것도 아닌 이상에야 굳이 영이와 조청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겠지.
그보다 그들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었다.
“아버님을 돕게 하려는 거라면 나도 찬성.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견제 들어와서 힘들어보이시더라고. 특히나 우리가 인력을 많이 빼갔는데 그것때문에 힘드셔도 말 못하고 계신 것 같더라. 빨리 정리 한번 해야 할 것 같아.”
“호오… 그래?”
방통의 말에 난 씩 웃었다.
조조는 못잡아도 그 밑의 놈들을 잡을 수 있지.
난 방통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적어 놓은 살생부를 건네주었다.
“많기도 하네.”
“니가 욕 한마디당 이름 한번씩 적자면서. 우리가 만인의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도 은근히 적 많다. 내부에도 말이지.”
방통은 피식 웃으며 말했고 난 살생부를 읽으며 히죽 웃었다.
“조만간 이 살생부도 한번은 털 날이 오겠군.”
“그러게 말야. 아~ 기대된다. 그 인간들 낯짝이 어떻게 변하려나~”
할 이야기는 끝났다.
나와 방통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전에 조홍과 조청이 입던 갑옷을 입은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사내는 방통을 보고 반가워 하다가 날 발견한 후 황급히 자세를 바로했다.
“서주의 영웅이신 진 장군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공 휘하 호표기 기대장 조순이라고 합니다! 편히 불러주십시요!”
“아. 당신이?”
조인의 동생인 조순인가?
그는 딱딱한 자세를 취하며 나에게 과한 예를 보이고 있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영광입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과하게 딱딱하다.
제대로 된 군인의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서 과거 조청의 모습을 떠올렸다.
난 피식 웃었고 방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에게 인사를 한 그가 호표기의 정비와 훈련을 위해서 병영으로 가자 방통은 웃으며 말했다.
“난 저 사람이 한달도 못되서 너의 진면목을 보고 실망한다는데 걸겠어.”
“난 이주.”
나에게 딱딱한 태도를 취하던 이들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저렇게 되었지.
“아! 성주… 아니, 진동장군님.”
조청은 머뭇거리며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았다.
“…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그래? 잘 됐네.”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그… 바, 밤 시중이라도.”
“……”
아까 영이랑 얘기하더니 뭔 얘기를 한거지?
조청은 결의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바라보며 머뭇거렸고 영이는 베시시 웃었다.
으이그.
이쁜 것.
아무튼 잘 됐다.
뭐든 하겠다고?
난 조청을 보며 능글맞게 웃었고 그 웃음에 조청은 긴장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흐음… 조청. 너는 영이랑 같이 산양군에 가 있어.”
“예? 하지만 저는.”
“뭐든지 한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