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55
00255 당했으면 갚아줘야지 =========================
“다녀왔다.”
“야! 별 일 없었냐!?”
막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는 차분한 목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다행히 방통은 별다른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확실히 일이 있기는 있었나보다.
그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별일이 없었냐라… 아주 많은 일이 있었지. 여기 이러고 있고 장합을 보낸 걸 보면 어느정도는 예상했나보네. 원담은?”
“사로잡았어.”
“그나마 다행이네.”
제군까지 갔다 온 방통이니만큼 우리가 당했다는 것을 확실히 눈치챈 모양이다.
그는 이를 갈며 자리에 앉았다.
“제군 상황은?”
“항구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철저하게 박살나 있었어. 거기에 조선소도 그렇고. 치소도 불태워져 있더라고. 군 내의 현에 대한 모든 기록들까지 다 태워버렸어. 아예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게 말이야. 돈 될만한 것들도 다 가져간 듯 싶고. 숲과 밭도 불태웠어. 식량이 불타버린 흔적도 있는데다가… 아무튼 거기 복구하려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
“그 중 제일 큰 문제는?”
“조선소가 없어졌고 배도 없고, 그리고 항구를 쓸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야. 너도 알겠지만 제군의 가장 중요한 것은 항구야. 그 항구를 이용해서 기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건데… 그걸 잃어버렸어.”
“복구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글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반년. 우리가 총력을 다해야 가능할 것 같아.”
제군의 주요 시설들을 다 파괴해버리고 갔다라.
치소 정도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조선소와 항구가 박살났다는 것은 확실히 타격이 컸다.
적들은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해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동래군까지는 차지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강을 타고 움직인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두가지가 있어. 네 말대로 백마항에서 출발한 배들이 황하를 타고 움직여서 동래군으로 들어갔다. 다만 이건 확률이 좀 낮아. 구석진 마을에 살고 있는 사공 노인에게 물었는데 그곳은 유속이 강한데다가 함초가 많아서 큰 배들이 오고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군. 나룻배나 고깃배 정도라면 모를까. 강을 타고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어. 그게 사실이라면 백마항에서 출발해 동래군에 도착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그럼 나머지 하나는?”
“이건 좀 예상에 불과하긴 한데… 북쪽에서 내려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북쪽?”
“응. 공손찬까지 잡은 원소야. 그 원소가 내려왔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에게 맡겼다고 봤을 때… 만약 전풍이 그들과 싸우는 대신 그들의 자치를 인정해준 후 지방 관리관으로 임명한 것이라면 그들을 이용해서 북쪽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흐음… 그곳에 항구가 있나?”
“그거야 모르지. 나도 거기는 안가봤으니까.”
가보지 않은 곳인데다가 너무 멀어서 정보도 없다.
그렇기에 함부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와 방통은 서로를 보며 쓰게 웃었다.
“확실히 정보 부족이군.”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어. 설마 그렇게 내려올 줄 알았나.”
어쨌든 방통의 생각대로라면 결국 원소는 청주에 항구를 하나 얻었다고 볼 수 있었다.
동래군과 북해군.
두개의 군과 평원군을 손에 넣은 원소에 비해 우리는 제남군만 쥐고 있을 뿐 이었다.
“결국은 제군을 우리가 먹어야 한다는 건데… 다만 문제는 제군을 우리가 먹어도 이득은 커녕 손해만 가득하다는거지. 말했다시피 그곳을 복구할 수 있는 자원은 제군에서 구할 수 없어. 숲도 없고 밭도 없어. 화전이나 좀 하면 괜찮으려나 싶긴 하지만… 제군의 가장 큰 이점은 항구를 이용한 상업인데 그 기반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으니까…”
“복구 작업이 완전 힘들게 해놓으셨구만… 복구하고 싶으면 다른 곳에서 자원 가져와서 하라는 거네.”
숲까지 불태워 나무를 구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은 타격이 컸다.
나무가 있어야 건물을 짓고 항구를 재건하건 할텐데 제군에 있는 숲이란 숲은 다 태워버린 것이다.
제군에서는 자원을 아예 구하지 못하게 말이다.
의도적으로 이런 짓을 해버렸다는 것에 난 기가 막혔다.
“이주를 거절한 백성들 같은 경우는 학살 당한 듯 보였어. 그리고 이주의 흔적이 항구와 북해쪽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마 평원, 그리고 북해로 보낸 것 같아. 그걸 생각한다면 북해도 안심하고 볼 수만은 없겠지.”
방통은 우울한 어조로 투덜거렸다.
책사로서 책략에 당했다는 것이 무척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야. 사람이 살다보면 속을 수도 있고 당할 수도 있는거지. 그래도 우리가 다치거나 죽은 건 아니잖냐.”
당했으면 갚아주면 된다.
적의 손에 놀아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난 애써 방통을 달래주었지만 그는 화가 잔뜩 난 모양이었다.
“으아!! 그래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라고!”
방통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저 자식 완전 열받았나보네.
나름대로 자기 머리에 자신감이 넘치던 녀석이었으니 저런 모습을 보일 만 하지.
난 분을 참지 못하고 발을 굴리는 방통을 달랬다.
“후우우… 그래서? 원담은 잡았으니까 그 분이라도 풀어볼까?”
“네 분노를 풀려면 원담이 죽어야 할텐데… 그건 좀 무리지. 네 생각은 어때?”
방통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장합에게 전투의 양상에 대해서 들었을 테니 말이야.
“차도살인지계. 원소든, 아니면 원소의 책사인 전풍이나 곽도든. 결국 그들은 우리를 이용해서 원담을 제거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것으로 그들이 얻는 이득은… 두가지 정도겠지?”
“응.”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데려 온 장합은 쓰게 웃었다.
“첫번째는 후계자구도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는… 사기를 올리는 것입니까?”
“그래. 원담이 우리의 손에 죽거나 조조의 손에 죽는다면 원소의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 자기 아들을 잃은 것이 되니까. 그것을 생각한다면 원소는 복수를 주장할 수 있지. 아무리 원담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군요. 먹으면 독인데 또 먹지 않자니 아쉬운… 그런 것인데.”
“보기에는 완전 탐스러운 먹이인데… 저걸 우리가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글쎄. 아마 먹든, 먹지 않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 우리를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사기를 칠 수 있는 놈이다. 원담의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게 분명해. 그저 자신이 밀고 있는 후계자의 기반을 안정히 하기 위한 정적 하나 제거한다는 생각 밖에 하지 않겠지.”
“그 대가로 네가 쌓을 수 있는 공적은 대단한데 말이야.”
원담은 일반 장수와는 달랐다.
무려 원소의 장남이고 그의 후계자였다.
그를 조조에게 가져다 준다면 난 그 공적을 인정받아 관직을 한단계, 혹은 두단계까지 올릴 명분을 얻게 된다.
“원담을 조조에게 가져다 주면 크게 인정을 받겠지만… 결국은 유혹이군.”
“그러게 말이야…”
원담에 대한 처리.
확실히 고민이 되긴 했다.
원담을 죽이느냐, 아니면 살리느냐.
원담을 살린다면 원소의 후계자 다툼을 심화시키고 내부적으로 그것을 꺽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내 개인적으로 본다면 원담을 조조에게 바치고 그를 죽여 내 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원담을 살려서 원소에게 되돌려 보낸다면 원소의 후계자 다툼이 시작될 것이고 결국 그들에게 분열을 만들어낼 것이다.
“흐으음…”
“원담을 보낸다 하더라도 후계자 다툼이 심화된다는 보장은 없어. 그건 알지?”
“응.”
이미 그를 미끼로 써먹을 정도라면 어느정도도 세력구도가 갈렸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담을 되돌려 보내봤자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다.
기껏 잡은 원담을 돌려보내는 수준 밖에 되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전풍은 다른 방법을 써서 원담이 죽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거 고민되네.”
적의 처리로 이렇게 고민하는 날이 올 줄이야.
내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방통은 문득 생각난 듯 나에게 하얀색 작은 돌 하나를 주었다.
“야. 그리고 이거 네가 양양에 있을 때 찾던 그 돌 아니냐?”
“어?”
뭐지?
난 방통이 내민 돌을 받았다.
“…오호.”
“제군에 이 돌이 많더라.”
방통이 준 돌을 만져보았다.
이것만으로는 모른다.
일단 생김새는 내가 아는 것과 비슷한데…
이게 있다는 것은 다른 것도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단 가지고 돌아가보자고. 확인만 되면 아주 제대로 엿을 먹일 수 있을테니까.”
“어떻게 하려고?”
“항구를 박살내놨다 이거지…”
난 씩 웃었다.
“그럼 하나 만들자.”
양양에 있을 때의 일이다.
수경상점을 번성하게 하여 생업에 종사할 필요성을 지운 이후 사부님을 빼고 수경원 사람들, 그리고 감녕을 데리고 강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항구를 보았다.
이유하의 지식에 있던 것과는 달랐지만 진유하로서는 항구를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나로서는 감탄을 금치 못할 만한 광경이었다.
바다처럼 큰 강.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
커다란 배들.
그것을 보며 놀라는 나를 서복과 방통은 촌놈 취급했었지.
그때 보았던 항구.
감녕은 그때 말했었다.
항구를 만드는 것은 많은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고.
그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유속이고 강파도를 막아주는 지형이 도와줘야 한다.
거기에 가까운 곳에 수심이 깊어야 한다.
결국 인력이 투입되는 부분보다 자연적인 조건이 항구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항구와 조선소가 불탔다고 해서 그 자연적인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예 항구를 새로 만들자고?”
“응.”
“너 미쳤냐?”
계속 끝난 전장에 있을 수는 없었다.
주요 시설이 무너지고 백성들이 없는 제군에 원소군이 다시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일단은 안전한 제남군으로 이동한 이후에 생각을 하자고 마음먹고 조순에게 일단 제군에 머무르게 한 후 우리는 제남군으로 돌아왔다.
제남군에 돌아오자마자 난 몇가지 작업을 한 후 장수들을 모두 부르고 내 작업의 결과와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다들 어이없어한다.
방통의 말에 난 피식 웃었다.
“왜?”
“항구를 만드는 건 좋아. 하지만 그걸 어떻게 만들려고? 부두를 만들 나무는 어딨고? 그냥 단기간 쓰고 버릴 거면 지금 만들 필요는 없어.”
방통의 말대로 부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가 필요하다.
물 속에 들어가 뒤틀림이 없이 버티려면 특수한 목재가 필요한데 그정도 나무를 보급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버티게 할 만한 가공처리는 물론이거니와 나무를 구하는 것도 일이다.
하비, 적어도 동해군에서 보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만큼 나무를 이동시키는 건 누가 할 것이며 그 가공처리는 어떻게 할거냐는 방통의 질문에 난 쓰게 웃었다.
그 의견엔 나도 동의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
“재료가 없잖아. 재료가. 너 내가 한 말은 뭘로 들었냐? 제군에 있던 놈들이 빠져나가며 불을 질렀다고 했잖아. 제군 근처에 남아 있는 숲은 거의 없어. 그리고 나무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청주의 상황을 모를리 없잖아. 뭘 어쩌려고? 아니, 뭐로 만들려는건데?”
“그건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 마.”
흑귀대에게 명령해 방통이 구해 온 돌과 비슷한 돌을 잔뜩 구해오게 했다.
강가와 근처에 발에 치이던 돌들을 구해 온 그들과 함께 그 돌을 갈고 진흙과 섞었다.
그리고 가마에 구웠다.
“이거 봐라.”
“돌벽돌? 이걸로 뭘 어쩌게? 너 지금 항구를 돌로 만들자고 하려는 거냐? 제정신이야? 돌을 깍아서 벽돌로 만든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돌아오자마자 꾸역꾸역 뭔가 하더니만. 돌 벽돌 만들고 있었냐?”
책상 위에 놓여진 벽돌을 가리키자 방통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고 시큰둥히 말했다.
놓여져 있는 것은 회색의 큼지막한 벽돌이었다.
그것을 가리키며 방통이 투덜거리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깍은거 아니야.”
“뭐? 그럼 뭔데.”
방통이 들고 있는 벽돌.
저거 콘크리트 벽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