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56
00256 당했으면 갚아줘야지 =========================
“네가 구해 온 돌은… 석회석이라고 하는 돌인데 말이지.”
“그게 뭔데?”
“조개껍질 같은 거가 오랜 시간동안 땅에 뭍혀 굳은 거라고 생각하는게 나을거야. 아무튼 품질 자체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정도라면 쓸만하겠네.”
“…너 지금 뭔 소리 하자는거냐?”
방통이, 그리고 흑귀대가 구해 온 돌은 다름아닌 석회석이었다.
석회석을 이용해서 시멘트를 만들고, 그 시멘트로 콘크리트를 만든다.
그걸로 항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항구가 만들어지기 위한 지형적인 조건은 기존의 것을 이용한다.
하지만 부두, 그리고 그 외의 시설을 콘크리트로 뒤덮어버린다.
강가 근처인 만큼 모래나 자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거기에 우리가 지나야 할 강은 황하다.
진흙이라면 넘치도록 있었다.
“조사를 해봤자. 제남군과 제군에 석회석이 아주 많아. 이걸 이용한다면 단기간에 부두를 만들 수 있을거다. 장합. 네가 설명해봐.”
“장군님의 말씀대롭니다. 단순한 흙이 아닙니다. 저 돌을 곱게 갈아 진흙과 섞어 구운 후 모래와 자갈을 섞어서 굳혔을 뿐인데 저렇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혼자 한 것은 아니었다.
장합과 함께 작업을 했고 콘크리트 벽돌이 만들어진 것을 보았을 때 장합은 기겁을 했었다.
“…..”
방통은 내가 만든 콘크리트 벽돌을 만지작거렸다.
“물에 들어가도 괜찮은거야?”
의심에 가득 찬 눈으로 콘크리트 벽돌을 만지며 그가 물었고 장합은 붕붕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에 있는 벽돌은 대부분 진흙을 구워 만든 진흙벽돌들이었다.
아무리 구웠다고 하지만 물 속에 들어가면 풀릴 가능성도 높았고 내구성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돌을 깍아서 만든 것에 비한다면 내구성이 약하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적어도 진흙벽돌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아.”
“이틀동안 물에 담궜습니다. 다른 벽돌들은 지금 아예 강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확인시켜드리겠습니다.”
방통의 질문에 장합은 떨떠름히 답했다.
그도 콘크리트의 내구성에 당황한 모양이다.
“혹시 이거 그거냐?”
“예전에 수경원에 화덕 만들 때 썼던거? 맞아.”
양양에도 적기는 하지만 석회석이 있었고 또 강 근처라서 조개껍질을 싸게 팔았다.
그걸 모아서 콘크리트를 만들어 사저를 위해 화덕을 하나 만들어주었던 기억을 떠올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통은 뚱한 얼굴로 콘크리트 벽돌을 노려보았다.
“제대로 만들 필요는 없어. 이걸 이용한다면 나무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항구를 복구할 수 있을거야.”
콘크리트를 빠르게 굳힐 수 있는 염화칼슘이 있다면 더 빠르게 굳힐 수 있겠지만 그게 없다 하더라도 제대로만 공사를 한다면 며칠 안에 부두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나무 부두 이상으로 튼튼한 부두를.
내 제안에 방통은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야.”
“예. 부두를 다시 만든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에게는 배가 없습니다. 배가 없다면 항구를 만들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주에서 돌격해 들어오는 배들의 공격에 쉽게 노출 될 뿐입니다.”
“흐음…”
아깝다.
석회석을 이렇게 얻었는데 써먹을 곳이 없을까?
난 고민했지만 지금 당장 콘크리트를 써먹을 만한 구석은 없는 듯 보였다.
“이거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지?”
“얼마나 걸렸냐?”
장합은 잠시 생각하다가 무덤덤히 대꾸했다.
“굳는 것 까지 치면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건 그냥 보여주기 편하려고 돌 벽돌로 만든 것에 불과해. 실제로는 진흙과 같은 형태이고 굳히기 전까지는 형태가 없으니까 부어서 굳히는 용도로 쓴다면 쉽게 작업을 할 수 있을거야.”
수경원에서 콘크리트로 화덕을 만들 때 방통과 서복은 일이 있어서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래서 감녕과 둘이 작업을 했었던 나는 방통에게 차분하게 설명해주었고 그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좋지만 지금 마땅히 쓸만한 곳은 없는 것 같네.”
“야.”
“왜?”
“그냥 다리 만들어 볼까?”
굳이 항구를 만들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내 제안에 방통은 기막혀하며 투덜거렸다.
“바보냐? 그 넓은 강에 다리를 어떻게 만들어. 황하가 무슨 동네 시냇간 줄 아냐? 흔들다리 만드는 것도 힘들다. 보부상 하나 둘이 왔다갔다 하는 다리를 만들바에는 그냥 나룻배를 이용하고 말지.”
“끙… 그럼 어쩌지.”
“지금 상태에서 제군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배가 없는 이상 항구의 재건은 의미가 없으니까 쓸데없는 욕심은 관두자고.”
방통은 아쉬워하며 콘크리트 벽돌을 만지작거렸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배…
배를 만드는 지식은 이유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지식에 의하면 철로 만든 배도 있었고 다른 기관을 이용한 배도 있었지만 용접이 불가능한데다가 철판을 만들 수 있는 길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배를 만들 수 있는 철이 있으면 그걸로 무기나 갑옷을 만들지 배 만들어서 뭐하겠냐.
방통의 말대로 배도 없고, 배를 만들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항구만 만들어봤자 적 들어오기 편한 길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만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
내가 한숨을 내쉬며 아쉬워할 때 계속 잠자코 있던 견초가 손을 들었다.
“저… 배를 꼭 만들어야 합니까?”
그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는 지금 또 뭔 소리를 하는거래?
“그럼 배를 만들어야지.”
“어디서 배를 구하려고?”
“사공께 달라고 하면 안됩니까? 제가 알기로 복양과 진류에도 항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
“헉.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복양군과 진류군에도 항구는 있었고 그 항구에서 배가 활발히 움직였었다.
그렇다면 그 배를 보내달라고 하면 되는 거잖아.
지금까지 조조에게 요청한 것이라고는 사람 보내달라는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준 것은 많았지.
그것을 생각한다면 배 좀 달라고 하는 것이 딱히 나쁜 일은 아니잖아?
“확실히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니까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군.”
우리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 손으로 자급자족을 해왔을 뿐 조조에게 요청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소속은 조조의 부하다.
그렇다면 조조에게 손을 내밀면 되는 것이지 않은가.
난 감탄했고 방통은 쓰게 웃었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독립적으로 움직여서 그래.”
“지금까지 퍼준게 얼만데… 그거 보상을 위해서라도 지원은 받아야 할텐데 말야. 하.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멍충이.”
“우물안 개구리.”
나와 방통은 서로를 보며 궁시렁거렸다.
사람이 한가지 방식대로만 너무 움직이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유연한 사고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해야 하는 수경원의 수칙을 어기고 있었다.
가장 이용해야 할 대상인 우리의 대장을 놓고 왜 이런 뻘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하하… 우물 치고는 너무 넓어서 문제지요.”
견초는 쓰게 웃으며 방통의 떨떠름한 말에 대꾸했다.
“제가 보기에 장군님과 도독님께서는 너무 초조해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한발자국 물러나 남 일처럼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낫겠군.”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바로 조조에게 지원 요청을 합시다. 서찰은 내가 보내면 되겠수?”
“아냐. 가급적 누군가가 직접 갔다오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 말야.”
“네가 가라. 복양.”
“……”
방통은 날 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난 인상을 구겼고 방통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나 다른 사람들이 가도 괜찮겠지만 어쨌든 지원을 받는 일이야. 우리보다는 네가 낫겠지.”
“넌 여기서 뭐하려고?”
“제군쪽을 점령해야지. 장패. 너는 낭야군으로 가서 사람들 좀 이주시킬 준비 좀 해. 아무리 그래도 제군은 지금 너무 개판이야. 그곳에 항구를 만든다 하더라도 사람이 없으면 쓸 수 없지. 제남군의 백성들을 이주시키고 낭야군의 백성을 끈다.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행위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어. 그리고 겸사겸사 태산군 쪽의 백성들도 좀 이주시킬 준비하고. 태산군수가 지랄할 수도 있겠지만 도망친 백성들이 정착하는 곳은 도망친 백성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청주의 제군과 제남군으로 이주하면 땅 준다고 그래. 땅은 넘쳐나니까. 정착에 대한 지원도 해준다고 하고.”
“알겠수.”
“견초. 너도 따라가.”
“알겠습니다.”
“제남군과 제군은 나와 장합, 서황, 그리고 문직이 다스리도록 할게. 버겁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야. 너 그리고 갔다오는 김에 인재 있으면 좀 데리고 와라. 북해에 적을 떡하니 두고 안심할 수는 없을테니까. 거기에…”
“요청할 것 있으면 문서로 작성해라.”
방통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것을 방해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청주의 도독은 방통이지 내가 아니다.
관리, 그리고 내정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싫어하는 그가 이렇게 의욕을 내고 있는데 친우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사실 일하려는 의욕보다는 엿을 한번 먹었으니 큰 엿으로 되돌려 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는 나쁜 일이 아니다.
방 숙부님.
보고 계신가요?
방통이 자의적으로 나서서 일하려고 합니다.
방 숙부님이 알면 눈물을 주륵주륵 흘릴만한 행동을 하는 방통은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정됐으면 빨리 움직이는게 낫겠지.
“흑귀대만 좀 데리고 가면 되겠지?”
“그래. 참고로 말하지만 많이 못준다.”
북해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그리고 기주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는 만큼 많은 병력은 뺄 수 없었다.
방통의 말에 동의했다.
“많이 데려갈 생각도 없어. 일단 복양에서 조조를 만나면…”
“근데 조조는 지금 허도에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어쩔 수 없지. 직위로 미는 수 밖에. 복양의 군수가 누구지?”
내 질문에 서황은 차분히 대꾸했다.
기주와 바로 코 앞인 최중요 전선인 만큼 주요 인물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누굴까?
순욱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조가의 사람이면 더 좋고.
그것도 아니라면 사마랑이 최고일텐데.
직위 뿐만 아니라 혈연으로 좀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을테니까.
난 기대감을 품으며 물었고 서황은 웃으며 말했다.
“곽가라는 사람입니다.”
“……”
이런 젠장.
곽가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삼국지에서는 그야말로 최상급의 책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복양군수라니…
잘못하면 오히려 털릴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자 방통은 피식 웃었다.
“그 사람… 그거 아냐? 예전 복양성의 반란을 진압했던 사람.”
“으음…”
여포가 일으킨 반란을 초기에 진압해버린 엄청난 책사.
그가 복양을 담당하고 있다면 내 설득이 먹히지 않을 가능성도 높았다.
내가 자신없어하자 방통은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단지 우리 뿐만 아니라 조조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일이야. 적어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지. 그러니 걱정말고 가라. 오히려 더 도와줄지도 모르니까 말야.”
그러겠지?
그래야 할텐데.
난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갔다온다.”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최대한 많이 얻어와라.”
방통의 기대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라.”
“힘내라. 너만 믿고 있을테니까.”
기대하지 말라고.
받아와야 하는 양은 보통이 아니다.
배 한두척 가지고 오는 것 가지고는 택도 없다.
적어도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배를 가지고 와야 하는데 조조의 명령서 없이 그것을 받아내려면 결국은 내가 설득을 해야 한다는 건데 곽가면 솔직히 자신 없다.
어휴.
이름만 들어도 살떨리네.
차라리 조조를 설득하는게 낫지.
내가 떨떠름해하자 방통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서주의 영웅이 뭘 그리 겁을 내시나.”
겁내는거 아니거든?
그냥 자신없을 뿐이지.
“아. 몰라. 아무튼 갔다온다.”
부딪혀보지 않으면 모른다.
혹시 아나.
곽가 정도라면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뭘 하려는 것인지 눈치채고 날 팍팍 지원해줄지.
난 애써 머릿 속에 행복회로를 돌리며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