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77
00277 끝없는 욕심 =========================
“유복… 이요?”
“그래. 패국 상현 사람인데. 내가 잘 아는 이다. 능력이 대단한데 시기를 잘못 만나 관직 하나 없이 집에서 놀고 있다고 하더구나.”
정욱은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폈다.
태산군수를 치는 계획은 내 주도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렇다는 것은 태산군수로 누구를 추천할지는 결국 내 의견이 크게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추천하는 이가 없다면 모를까 추천하는 이가 있다면 정욱으로서는 당연히 내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복…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난 알고 있었다.
맨손으로 빈성에 들어가 합비라는 엄청난 도시를 만들어낸 굉장한 사람이다.
강남의 호족들을 말빨만으로 설득하여 그들을 흡수한 후 만들어진 합비는 차후 손권의 십만대군까지 막아내고 그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성이 되었다.
오죽하면 손권하면 합비 전투에서 패배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겠는가.
물론 장료나 다른 장수들의 노력도 있기 때문이지만 합비성이 아니었다면 손권의 침공을 위는 절대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유복이라…”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어떤가?”
서복과 유복.
둘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누가 나을 것인가.
더 볼 것도 없었다.
태산군의 군수직으로 걸맞는 것은 서복이 아닌 유복이었다.
유복이 없었다면 모를까 그가 있다면 당연히 후방 지원을 위해서는 태산군수는 유복이 되는 것이 옳지.
“흐으음…”
서복은 정치뿐만 아니라 군략에도 재능이 있고 개인의 무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전방에서 병사들을 이끄는 지휘관으로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유복.
만약 삼국지대로라면 유복은 합비를 만들어 낼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후방에서 제대로 지원해준다면 우리는 보급에 대한 걱정 없이 원소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서복을 태산군수로 하는 것보다 더 이득인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겠군요. 동평군수께서 추천하시는 인물이 이상한 자일리도 없고.”
“그렇지!?”
“예. 그 대신 조건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뭔가?”
“서복도 제 친우입니다. 조공께 반드시 도움이 될 인재이니 그에게 관직을 추천할 때 동평군수께서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능력은 저와 비슷하거나 개중에는 저보다 뛰어난 부분도 많으니 그에게 적어도 군수직 이상의 직위를 주었으면 합니다.”
“아무렴! 내 당연히 도와야지!”
정욱이 돕는다면 서복이 관직을 얻는 것을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정욱과 간단하게 거래를 마친 후 아버지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하하… 이런 간신들 같으니라고. 자기 사람들 추천하는 걸로 이렇게 거래를 하고 있어?”
“에이~ 왜 그러십니까. 산양군수. 원래 이런 겁니다.”
“관직을 추천하는 것은 다들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아버지가 진심으로 저리 말할리는 없고, 결국은 농담에 불과한 말이었다.
나와 정욱은 싱글거리며 아버지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얻지도 못한 과실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지. 자… 그럼 일의 진행에 앞서 몇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소. 태산군을 칠 때 동평군에서는 군사를 얼마나 보낼 생각입니까?”
“저희는 오천 정도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나설 것입니다만. 산양군은 어떻습니까?”
“산양군에서는 조청이 나설 것이오. 마찬가지로 오천의 병력을 보낼 것인데… 팽성에서는 얼마나 보낼 것 같더냐?”
“하비 정예병 삼천, 호표기 이천. 일반병 오천. 하후 교위와 조 부대장이 참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낭야군에서 오천의 병력이 함께할 것입니다. 청주쪽에서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방통이나 서황이 참군으로 나서겠지요.”
“그정도면 태산군 하나 쓸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겠군.”
도합 병력만 해도 태산군에 있는 병력의 수를 단숨에 압도한다.
애초에 태산군수가 무슨 깡으로 나를 도발한 것인지조차 이해가 가질 않았다.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럼 나머지는 네가 해줄 일만 남았구나. 잘 해 줄 수 있겠나?”
“어떻게든 되겠지요.”
난 웃으며 대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와 준비, 그리고 협조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완전히 끝냈다.
일단 내가 태산군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후에 신호하면 들어오는 것으로.
태산군 근처에 훈련을 빌미로 주둔하며 문제 발생시 바로 들어오기로 이야기를 마쳤기에 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결국은 버티기니까.
“정말 괜찮겠어요?”
“당연하지.”
걱정하는 영이의 긴머리칼에 손을 넣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비단같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이마에 입맞춰 준 나는 영이가 준 작은 주머니를 받았다.
“이게 뭐야?”
“사실 갑옷에 붙여주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갑옷을 입지 않는다하셔서. 길을 불러온다는 부적이에요.”
“호오… 그래?”
“예. 전에 보니까 부적이 찢어졌길래.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꼭 가지고 있어주세요.”
“네가 직접 만든거야?”
“네. 저도 나름 부적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거든요. 정성을 다해서 만든거니까 당신을 지켜줄거에요. 소중히 간직해주세요.”
“알았어.”
영이에게 부적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불안했는지 흔들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하하… 작전 나가는게 처음도 아닌데 왜 그래?”
“저도 많이 약해졌네요. 그래도…”
“걱정하지마. 전장에 나가는 것보다 오히려 안전하니까 말야.”
장패도, 손관도. 그리고 감녕까지 합류하기로 했으니 큰 부담은 없는 작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웃으며 그녀를 달래주었고 영이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른 입술에 입맞춰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갈 시간이다.
“그럼 다녀올게. 몸 조심하고 있어. 필요한거나 먹고 싶은거나 하고 싶은거 있으면 참지 말고.”
“알겠어요.”
영이의 웃음을 뒤로 한 채 방에서 나왔다.
“가자꾸나.”
산양군에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동평군을 통해 가로지르기로 했다.
태산장이 있는 봉고현까지는 일단 나와 동평군수의 부하가 함께 하고 그곳에서 태산장의 일원들과 합류한다.
그렇기에 동평군까지 정욱과 함께 가기로 한 나는 마차에 오르려다가 마중을 나온 조청에게 말했다.
“야. 잘 부탁한다. 그리고 경쟁 아니니까 여유롭게 움직여도 괜찮아.”
“맡겨두십시요.”
“그리고 나 없는 사이 교완이랑 싸우지 말고. 교완. 너도.”
“예에.”
“아, 알겠어요.”
“대답은 잘 하네.”
둘은 서로를 힐끔 본 후 순순히 대답했다.
이렇게 대답처럼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난 피식 웃은 후 마차의 문을 닫았다.
“들어가.”
“예!”
“조심히 다녀오세요~”
둘의 배웅을 받으며 난 자리에 제대로 앉았다.
내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정욱은 빙긋 웃은 후 물었다.
“좋겠구만.”
“예? 갑자기 무슨…”
“아직 약관도 되지 못했는데 진동장군에 아리따운 미녀들을 처로 받아들인다라…”
“하하하… 그저 시대를 잘 만나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유하의 기억도 있지.
마지막 말은 꾹 삼키고 정욱에게 대꾸했을 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끔씩 이렇게 시대와 천운을 타고나는 이가 있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중에서 천하에 이름을 알리는 이는 한줌도 채 되지 못해.”
“그렇습니까?”
“그래. 솔직히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자네 정도 기량을 가진 이는 천하에 얼마든지 있을거야. 그렇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알 수 없는 재능?”
“그래! 가끔씩 보면 자네는 신기할 정도의 번뜩임을 보인단 말이지. 참나… 수경 선생도 대단하시지. 아참. 수경선생을 찾고 있었지?”
“예.”
혹시 사부님에 대한 소식이라도?
내가 궁금해하자 정욱은 웃으며 말했다.
“한달 쯤 전에 수경 선생이 날 찾아왔었네.”
“…예? 아니 왜 군수님을?”
동평군에서 산양군까지 얼마나 된다고?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
내가 궁금해하자 정욱은 웃으며 천천히 말해주었다.
“천하를 유람하는데 돈이 좀 모자르다고 하더군. 나도 일전 수경선생께 조금 도움을 받았던터라… 그리고 자네 사부님이라서 꽤 많이 드렸지.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실거냐고 넌지시 여쭸는데.”
“예.”
“량주로 간다고 하시더군.”
“…량주요? 량주는 왜?”
“거기까지는 모르지. 그 이상은 대답해주지 않으셨으니까.”
정욱의 대답에 난 입을 다물었다.
사부님이 량주에는 왜 가시는 걸까?
아니, 그 전에 왜 나나 방통, 서복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걸까?
가끔씩 듣는 정보를 보면 사부님은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으셨다.
그런데도 왜 찾아오지 않는걸까.
아니, 그걸 떠나서 왜 다른 제자들도 만나지 않는 걸까?
“하하… 자네도 자네 스승께는 꼼짝 못하는 것 같군. 건강에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으셨네. 거기에 좋은 호위까지 데리고 있는 듯 하던데?”
“호위요?”
원한다면 흑귀대를 한 삼백명씩 붙여놓고 싶은데 호위 하나?
난 사부님이 걱정되어 물었고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름이… 조운이라고 하던가?”
“…..”
조운?
지금 나 잘못들은 거 아니지?
조운이라면 그 조자룡을 말하는 건가?
침착하자.
동명이인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공손찬의 부하였지만 공손찬의 세력은 멸망했고 그 부하들은 대부분 원소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조운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사부님을 만나 함께 다니고 있는 것이라면 불가능한 것만큼은 아닐 것이다.
내가 입을 다물자 정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나?”
“아뇨. 아무것도…”
이거 진짜 빨리 사부님을 찾고 싶은데.
만약 사부님이 조운을 호위무사로 데리고 있는 것이라면 사부님을 찾는 것만으로 조운까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 일 끝나자마자 사부님부터 찾아야겠네. 량주라고 하셨지요? 장안 일대일까요?”
“글쎄?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니면 더 서쪽으로 가셨을 수도 있고.”
“아! 거 제가 찾고 있는거 아시면서 좀 물어보시지 그러셨습니까!”
“물어봤거든!? 그런데 량주라고만 하시고 더 대답을 안해주시던걸 내가 어쩌나?”
으…
진짜 잡히면 묶어두든가 해야지.
사부님의 방랑벽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수경선생께선 황건적이 난을 일으켰을 때도 하북을 휘젓고 다니신 분이야. 호위까지 있다면 걱정은 안해도 괜찮겠지.”
“사부님의 방랑벽이야 알고 있다만… 제자로서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하하하… 난 자네가 더 걱정이네.”
“예? 무슨…?”
“자네를 견제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두게. 초반부터 조공과 함께 해온 이들이라면 모를까… 문무백관들, 그리고 새롭게 조공의 부하로 들어오는 이들 중에는 자네를 견제하려는 이들이 많아. 저번에 허도에 갔을 때 만난 젊은 이들 중에는 자네에 대한 안좋은 말을 하던 이들이 많았네.”
“흠.”
“자네와 자네의 친우들, 그리고 자네를 따르는 이들이 활약하면 할 수록 그들이 두각을 드러낼 기회는 줄어드니 말이야. 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도 좋은 것이네.”
“그것도 그렇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욱은 빙긋 웃었다.
“거기에 자네가 조청과 결혼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럴 걸세. 아마 자네와 조앙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이도 있을 것이고, 또 조앙이 틈을 보이면 그를 후계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하는 이도 있을거야. 사람이 늘어나면 분란은 생기기 마련이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주의하게. 물론 나는 자네의 편이 되어주겠지만…”
전장에서 함께 한 덕분인지 정욱은 날 꽤나 좋아하고 있었다.
그가 날 믿고 편이 되어주겠다는 말에 안도하며 난 쓰게 웃었다.
“그런데 조앙을 후계자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누굴 밀려고 하는 걸까요?”
“조공에게는 자식이 많아. 그들 중 하나인 조비를 밀 것 같아.”
“…..”
“자네에게 한가지 충고를 하지. 아마 조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니까 말야. 자네는 조앙을 밀고 있지?”
“예.”
그는 빙긋 웃은 후 느긋하게 말했다.
“조앙이 후계자 자리에 오르고 조공께 사단이 난다면…”
정욱은 눈을 번뜩였다.
“후계의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모두 제거해야 하네. 그리고 그것은 자네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겠지.”
“…..”
정욱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권력의 집중 및 공고화를 위해서라도 후계자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른다면 위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는 반드시 제거를 하는 것이 옳았다.
거기에 조앙과 조청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조앙과 배다른 자식들이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조앙의 유한 성격은 훗날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자네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좌시하지만은 않을거야.”
“그렇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아니, 이건 내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군.”
“무슨 생각이신데 그렇습니까?”
정욱은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토해낸 후 말했다.
“태산군수가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있다면… 난 그게 조비가 아닌가 싶네. 조비가 아니라면… 조공의 아내인 변부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말이야. 물론 아닐 수도 있지. 증거도 없어. 그저 내 생각에 불과하니 듣고 넘어가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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