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76
00276 법은 지키라고 있는거야. =========================
교완과 함께 내 방에 들어갔다.
계속 밖에 서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녀는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음… 간단하게 말하지. 교공을 만났어.”
“아…”
“그리고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동생. 교천이라고 했던가? 내 수경원 동기이며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인 서복과 정혼을 할거라던데… 알고 있었어?”
“어!? 그럼 그 방랑자가…?”
교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교현이 말해주지 않은 것일까?
그녀가 모른다는 것이 의외였다.
“아무튼 그래. 그리고… 좀 묻자. 너 왜 나 좋아하냐?”
“헤, 헤헤헤~”
돌직구를 던졌다.
얘랑 뭐 책략가지고 싸울 것도 아니고 굳이 머리 써갈 필요는 없어서 대놓고 물었는데 교완은 대답하는 대신 히죽거릴 뿐 이었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나 너한테 딱히 큰 관심없는 거 알지?”
“네.”
이건 교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교완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내 행동력을 보았을 때 벌써 일을 치룬 뒤였을 테니까.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지만 교완은 별반 상처받지 않은 듯 보였다.
“만약 너와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건 정략에 의한 결혼이 될거야. 정략결혼이 뭔지는 알지?”
“네.”
“그게 남자나 여자에게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아?”
“음… 장군님을 모실 수 있는 것이라면 상관없어요.”
얘 좀 보소.
난 교완의 당당한 발언에 오히려 놀랬다.
“내 얼굴 보고 반한거야?”
“아. 그건 아닌데요.”
“…..”
진짜 아닌가보다.
교완은 정색하며 말했고 난 상처받았다.
내가 시무룩해하자 교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장군님이 제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분과 같아서 그런거에요. 소문과 너무나도 같았기 때문에.”
“네가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상은 아닐 수도 있는데?”
“결과는 온갖 미사여구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요. 장군님께서 아니라고 하셔도 그 결과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이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
“장군님의 아내가 되면 장군님의 곁에서 천하를 위해 일할 수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그리고 이왕이면 예뻐해주셨으면 좋기도 하고…”
“허어.”
결국은 자신의 욕심이라고 생각해야하나?
교완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음…
하긴, 내가 결혼했다고 해서 멀쩡히 바깥 일을 하는 사람을 안에 끌어들여서 내보내지 않는 짓은 하지 않지.
영이나 조청을 떠올리던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정략을 위해 결혼하는 것이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결혼하는 것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교완은 나와 결혼을 해서 백성을, 천하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기쁨을 얻고 나는 교완과 결혼해서 강남의 호족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어차피 정략결혼이라는 것이 이해관계에 의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이것 역시도 나쁜 것은 없을 것이다.
“교공과의 이야기에서 강남의 호족과의 연계를 들었어. 너와 결혼을 하면 교공께서 손을 써주시겠다고 하더군.”
“잘 됐네요~”
“그런데 진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야? 정략이라고.”
나중에 딴소리 하지 못하게 잡아둬야겠다.
영이가 허락하고 조청도 인정한 이상 교완과의 결혼은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절대 실이 될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난 교완을 향해 말했고 그녀는 살짝 눈쌀을 찌푸린 후 조심스레 말했다.
“장군님.”
“응.”
“장군님은 영이 언니를 좋아하시죠?”
역시 서열 정리는 내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영이가 알아서 다 했구나.
교완이 영이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로는 영이 언니와도 정략에 따른 결혼이라고 들었는데…”
“정략… 뭐 그렇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이와 나의 결혼은 단순하게 정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사마가와 진가가 합쳐짐으로서 뭐 얻을게 있어야지.
사마의와 나의 거래를 별도로 둔다면 정략이라기보다는 전 군승님의 소개에 따른 중매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정략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략이라고 해두자.
내가 떨떠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교완은 부드럽게 웃었다.
“정략 결혼이라고 해서 행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그건 아니지.”
내 주변에도 정략결혼을 했지만 꽤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다.
가문과 가문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정말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살 부대끼고 살다보면 어떻게든 정이 들게 마련이다.
맹렬히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저 같이 살다보니 가족이 된 경우도 많았다.
교완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그녀가 빙그레 웃자 한숨을 내쉬었다.
“가능할 것 같아?”
“네.”
“자신만만하군. 그런 건 나쁘지 않아.”
하지도 않고 풀 죽어 있는 것보다는 낫다.
난 교완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한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받아들여야겠지.
“영이나 아버지도 동의했고, 또 조청도 떨떠름해하기는 했지만 동의했어.”
“아… 조청이요…”
“싸우지 마라. 내우 만들려고 너랑 결혼하는 거 아니니까.”
“알고 있어요. 다만… 영이 언니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사람보다는 제가 더 예쁘지 않나요?”
이 시대의 미의 기준으로 본다면 조청보다는 확실히 교완이 더 예뻤다.
아담하고 하얀 피부에 생글거리는 미소가 잘 어울린다.
다소곳한데다가 몸가짐이 바른 것을 생각한다면 그녀가 미녀의 기준에 더 부합하겠지.
“응. 그건 인정할게. 하지만 그게 매력의 통칭은 아니야. 만약 얼굴 예쁜 걸로 첩이나 처를 더 들일 것이었다면 다른 여자들도 벌써 내 첩이 되었겠지. 내가 원하는 것은 사고를 치지 않고, 또 가족끼리의 결합이 잘되는 것을 바라는거야. 이렇게 말하기는 뭐한데.”
난 볼을 긁적거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교완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사고치면 쥐어패서라도 말을 듣게 할거니까 쓸데없는 짓 할 생각 마.”
“읏…”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제대로 경고를 해놔야지 나중에 문제가 안생기지.
교완에게 감정 하나 담지 않은 목소리로 속삭인 후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아, 아뇨…”
“어디 아파?”
“아닙니다!”
교완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귓속말 한번에 이렇게 부끄러워해서야 어떻게 결혼을 하고 싶다는 똥배짱을 부린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쓸데없는 짓 할 생각 말고 영이 말 잘 들어.”
“네에…”
“그래도 대답은 잘하네.”
난 피식 웃은 후 교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의 감촉이 좋다.
“그럼 나가보도록.”
“저…”
“뭔데?”
“아, 아닙니다. 그럼 쉬세요!”
교완은 늘상 짓던 웃음 대신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당황하다가 후다닥 나가버렸다.
뭐지?
뭐 잘못먹었나.
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 모르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곧장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한 나는 안쪽에서 아버지와 정욱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문을 두드렸다.
“접니다.”
“들어오거라.”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전략을 꾸미시고 계신 겁니까?”
지도를 보고 있는 아버지와 정욱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태산군수는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정욱은 싱글거리며 대답한 후 자리를 권했다.
어쨌든 나도 움직여야 하니 알아두는 것이 좋겠지.
“이번 일에 누가 개입할 예정이냐.”
“일단은 아버지, 그리고 동평군수님. 저, 마지막으로 서주의 하후 교위께서 함께하실 겁니다.”
“호오… 하후 교위님도 허락하셨다 이거지. 좋구만. 그럼 움직이면 되겠는데…”
“문제는 그의 처벌에 대한 증거를 찾는 일이다. 태산장에서 태산군수의 죄에 대해 알려주었다고 했니?”
아버지의 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관의 증언에 따르면 태산군에서 증류주를 만들고 있고, 그것을 밀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제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면 상인으로 위장해야겠구나. 하지만 밀매라면 쉽지 않을 것인데…”
“그 부분은 태산장에서 돕기로 했습니다. 태산장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단이 있는데…”
세금만 정확히 낸다면 증류주를 만들든, 아니면 돈과 곡식을 모아서 주지육림을 만들든 그것은 지방의 재량대로 할 수 있었다.
물론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주지육림을 만들기보다는 훗날에 대비하여 특산품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군의 발전, 그것도 아니면 향후 상대해야 할 적을 치기 위한 군사적인 발전을 꾀할 것이다.
“태산군수는 내가 알기로 크게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밀조와 밀매를 통해 부를 쌓고, 세금을 횡령한 것을 생각한다면 뭔가 부귀를 누린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흔적은 없어.”
“나 역시 몇번 확인해보았지만 태산군수가 사치를 부린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거 더 심각해질 수도 있겠는데…”
정욱과 아버지의 말에 난 인상을 찌푸렸다.
자금을 모으는데 그 자금을 쓰지 않는다?
사람이 돈을 모으는 것은 쓰기 위해서다.
돈 쌓아놔서 어디다가 쓰겠는가.
꾸준히 모아봤자 나중에 털리면 끝장인데.
그런데도 태산군수가 마땅히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는 말에 난 고민하다가 떨떠름히 말했다.
“혹시 다른 세력에 보내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조공께 몰래 바친다거나.”
“그런 것이라면 곽 성주나 순 군수가 이미 말해줬겠지. 하지만 태산군수를 칠 것이라는 보고를 했지만 아무도 막지 않았어.”
내 질문에 정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다른 세력에 보내는 것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을까?
“그 부분은 확인을 해보는 수 밖에 없겠군. 만약 원소, 혹은 이각이나 다른 세력에 자금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관련된 이들 모두를 극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거다.”
“그럼 명분은 잡을 수 있다는 거군요.”
아버지와 정욱의 이야기를 들으니 상황이 내 생각보다 심각한 듯 싶었다.
청주에 지원 보내라고 할 때 노인과 병자들만 보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난 인상을 구기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제가 태산군에 들어가겠습니다. 그곳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괜한 짓을 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위험하다. 만약 태산군수가 정말 원소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아버지는 걱정스레 말했지만 난 그저 웃을 뿐 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에 안 위험한 일이 있었나?
언제나 위험한 길을 걸었다.
그렇다면 이번도 같을 뿐이다.
“태산군수의 꿍꿍이를 모른다면 더 위험해질 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해야겠지요. 그 누군가가 제가 될 뿐입니다. 아버지와 동평군수께서는 지원이나 잘 해주십시요.”
“하하하. 알겠네. 그리고…”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태산군수가 원소와 몰래 손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태산군수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네.”
“누굴 추천할 생각인가?”
정욱은 궁금해하며 물었고 난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제 친우인 서복을 추천할 생각입니다.”
“서복이라…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수경원의 동문입니다. 능력도 대단한 이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내 대답에 그는 입맛을 다신 후 떨떠름히 말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태산군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좀 더 나은 이를 추천하는게 낫지 않겠나?”
“누굴 추천합니까? 그럼?”
서복 말고 괜찮은 사람이 있나?
내 질문에 정욱은 빙그레 웃었다.
“한 사람 추천하고 싶은 이가 있네. 믿을만한 사람이니 괜찮을거야.”
“누구길래 그럽니까?”
서복이 태산군수직을 원하는 것은 후방의 안정과 향후 원소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 때문이지 딱히 군수직을 탐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군수직을 할 만한 곳은 많았다.
당장 제군만 해도 그렇고 청주 일대를 뒤지거나 연주쪽에 박아 둘 만한 곳도 있었다.
아니, 당장 오, 회계, 말릉.
이 셋 중 하나의 군수로 추천해도 될 것이다.
“유복이라고 하는 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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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가슴이 격하게 두근거린다.
진유하의 방에서 나온 교완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에서도 느껴지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그녀는 붕붕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지…?”
진유하를 동경하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남녀관계를 따져서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은 아직도 아리송하다는 기분 밖에 없었다.
“…..”
아까 전 그의 귓속말을 떠올렸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울린 순간 교완은 심장이 미친듯이 널뛰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와버린 것이다.
“하아…”
이게 무슨 감정일까.
타는 듯이 뜨거워진 볼을 만지작거리며 교완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내가 왜 이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