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06
00306 맥없는 기싸움 =========================
홍농에 병사를 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 낙양에는 두기가 하남윤이 되어 낙양의 재건을 하고 있는데다가 치안이 불안정한 탓에 자주 근처로 병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세간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을 마친 나는 사마의에게 말했다.
“홍농으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보내 놓도록 하겠어. 나머지는 너에게 맡긴다.”
“아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사마의가 일어나 나갔다.
그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청이 올라왔다.
사마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한 듯 싶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곧장 조가로 돌아갔다.
“공께서 찾으십니다.”
더럽게 바쁘네.
조청이 쓰게 웃자 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방에 들어가 있어.”
“예.”
진월을 따라 조조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이미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밤중에 어딜 다녀온건가?”
“중달을 만나고 왔습니다.”
“중달?”
순유는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조조와 조인, 조앙은 사마의를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중달은 백달의 동생이다. 뛰어난 인재지.”
“아… 그런데 그를 왜?”
순유의 질문에 난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장안을 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건으로 할 이야기가 있었다.”
조조는 서찰을 가볍게 흔들었다.
누가 보낸 것일까?
내가 자리에 앉자 조조는 서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복양성주 곽가가 요청을 했다. 창기대장 조앙이 이각을 쳐야 한다고.”
“이각을… 하지만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조조의 말에 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체적인 정세를 보자면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 이각을 치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가만히 놔둬도 이각의 힘은 빠져나가고 있었다.
굳이 그를 칠 이유는 없었기에 순유는 반대했고 조인 역시도 반대했다.
“이각을 지금 건드릴 이유는 없습니다. 마등을 이용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진동장군.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왜 이각을 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지? 혹 복양성주와 뭔가 이야기라도 한 것이 있는가?”
조조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에 나에게 꽂혔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난 고민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중의 장로를 견제해야 합니다.”
“장로를?”
“오두미도의 교주 아닌가. 갑자기 그를 왜?”
“오두미도가 쓰는 약 중에 위험한 약이 있습니다. 그것이 퍼지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위험한… 약이라니?”
“한낱 약 따위가 무슨…”
“그것이 퍼지면 천하가 죽습니다. 가지고 자시고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죽습니다.”
“….”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순유와 조조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조앙과 조인은 여전히 고작 약 하나가 뭘 할 수 있냐는 듯한 눈치였다.
“무슨 약인가.”
“마약입니다. 중독성이 엄청나게 강하고… 환각을 보여주며 심신을 피폐하게 합니다.”
“어떻게 얻는 것이지?”
“앵속이라는 꽃에서 채취하는 것입니다.”
순유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혹시 그건가? 원술을 잡을 때 썼다는 방법이?”
원술이 물러나게 하려고 아편을 썼을 때 조조에게만 아편에 대한 보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떠올랐는지 조조는 떨떠름해하며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그건 자네만 아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 약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마마를 막을 때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아편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를 말했다.
나와 화타가 발견하기 전에도 누군가가 아편을 쓰고 있었다.
전부 들은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위험한 물건이라면 없애버리는 것이 낫지.”
결정을 내린 조조는 차분히 말했다.
“이용하자고 하지 않으시는군요.”
“이용? 그런 것은 이용할 만한 것이 아니야.”
단호하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제대로 생각이 박혀 있는 자라면 아편을 이용하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제어할 수 없는 독이다.
그것을 세상에 풀어 놓는 미친 짓을 선택할 정도로 조조가 멍청하지 않다는 것에 안도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중달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 저희가 이각을 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
“그래서 황제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네.”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군.
조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에게 칙령을 내리게 하여 이각에 대한 토벌을 천하에 알리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다만… 그리 할 경우 쓸만한 이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유표와 원술을 견제하고 하북을 견제하느라 우리는 지휘를 할 만한 장수를 뺄 여유가 없어. 아무리 이각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라면 해결 방안이 있습니다.”
“무슨?”
“사마의가 여포, 장료, 고순을 데리고 있습니다.”
“오오! 여포를? 그거 잘 됐군. 다만.”
“사마의의 배신을 걱정하시는 것이라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런가.”
장안을 얻고 여포, 장료, 고순을 얻는다.
거기에 우리가 지원해주는 병사를 받는다.
그때 사마의가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까 걱정하는 순유를 안심시켜주었다.
“낙양과 그 일대의 치안은 매우 좋지 않지요. 그것을 위해 하남윤인 두기는 정기적으로 병력을 풀어 도적 토벌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천하의 이목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약 삼천에서 사천 정도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안을 치기 위한 병력을 적게 둘 수는 없지. 도적 토벌을 위한 병력만을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들이 많이 움직일 수는 없어.”
“하지만 많은 병력을 보낼 수도 없잖습니까. 지금 병력의 여유는 없을텐데요.”
다른 곳에서 병력을 뺀다?
그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조조는 빙긋 웃었다.
“우리는 새로운 정예병을 만들고 있지. 알고 있나?”
“백파병…? 백파적을 끌어들인 정예병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들을 도적으로 위장시켜 홍농 일대로 보내겠네. 그들에 대한 토벌이라면 병력을 좀 더 보내도 의심하지 않을거야. 그리고 두기가 보내는 병력과 합쳐진다면 그 수는 일만 정도 될것이지. 그정도라면 충분하겠지 않겠나?”
“넘치겠지요.”
백파병의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흑귀대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거기에 사마의, 여포, 장료, 고순이 끼고 동백이 데리고 있는 동가의 사람들까지 참전한다면 장안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상 밖의 곳에서 한시름 덜 수 있게 되었군.”
만약 사마의가 장안을 얻을 수 있다면 전선 하나가 줄어들어버린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엄청난 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기에 조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습니다.”
“그렇겠지.”
마등과 유장이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 바로 장안이었다.
사마의가 장안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계속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치고 들어 올 것을 예상하고 방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창기대장. 잘 할 수 있겠나?”
“해보겠습니다.”
“그럼 됐군. 창기대장은 내일 날이 밝는 즉시 홍농으로 향하도록. 백파병은 내가 보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어?”
“왜?”
“지금 장안을 공격하면… 제 결혼식은.”
“미뤄야지 어쩌겠나.”
조앙은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계속 미뤄지는구나.
어떻게 보면 되게 불쌍하다.
“장안을 얻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야. 중달의 재능은 진짜니까. 거기에 여포와 장료, 고순이 있다면 더욱 그렇겠지.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라. 장안을 빨리 얻는다면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뤄질테니까.”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조앙이 의욕을 활활 불태우는 것을 확인한 조조는 곽가의 서찰을 옆에 내려 놓은 후 말했다.
“전선이 하나 줄어들지도 모르겠군.”
“마등과 유장이 협력하여 공격할 가능성도 있으니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마등에게 관직을 주고 그를 달래는 일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황제의 칙력이 떨어지면 마등과 유장은 신나하며 장안으로 돌격할 것이다.
하지만 장안과 인접한 홍농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앙이 잽싸게 장안을 얻어낸다면 그들로써는 닭 쫓던 개가 되어버리겠지.
아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싸워 온 유장과 손을 잡고 장안을 공격할 지도 모르기에 난 조조에게 말했고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래야지.”
일단 서쪽에 대한 일은 안심할 수 있으려나?
“그리고 내일 회의에 대해서 말인데… 왕자복에 대한 심문은 내가 직접 하도록 하겠다.”
“그러시지요.”
내가 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조가 직접 한다고 하는게 나았다.
나는 진동장군이고 동승이나 주준, 황보숭은 나보다 훨씬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들이 어떻게든 개입할 여지가 있는데 조조가 스스로 하겠다고 한다면 그들로서는 함부로 끼어들기 어려워져 버린다.
“그 대신 내가 맡았던 일은 모두가 나눠야겠군. 진동장군. 당분간은 허도의 관리대장이 되어줘야겠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허도의 관리대장.
뭔가 약해보이지만 실제로 따지면 거의 예전의 하남윤 수준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나에게 준다는 것은 그만큼 날 신뢰한다는 의미였기에 난 웃으며 승낙했고 순유는 머뭇거렸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가?”
“서주를 잘 다스렸던 진동장군이라면 충분히 허도를 잘 관리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만약에 불과하지만… 조공께서 심문을 하고 전체적인 정리를 시작한다면… 원소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음…”
순유는 심각한 얼굴 그대로 말을 계속했다.
“이번 일로 황가의 인원들이 힘을 잃게 된다면 조공께서는 그만큼 힘을 얻게 되겠지요. 그것을 원소가 가만히 두고 볼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어떤 명분을 들어서라도 조공을 비난하고 공격하려 할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것을 감수하고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결국 억지에 가까운 명분이지. 원소 혼자 날뛸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이들까지 날뛸 수는 없어.”
“허나 원소가 움직이면 유표도 틈을 노리게 되어 저희가 병력을 뺀 순간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얻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유표가 움직이면 원술도 덩달아 움직일 것입니다. 또한 마등이야 어떻게든 잡는다 하더라도 유장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완의 장수도…”
“완은 제외하셔도 됩니다.”
가 사형이 지금 아편에 취해 있다고 한다면 장수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완의 일은 일단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가? 아무튼 나머지 세력들 역시 동시에 움직일 것입니다. 조공께서 힘을 얻는 것을 그들이 가만히 두지 않겠지요.”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진동장군은 이곳에 있으면 안됩니다. 청주, 혹은 연주의 북부로 향해 원소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허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원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그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순유의 제안에 나와 조조, 조인은 고민했다.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마음 같아서는 허도에 있고 싶지만…”
“자네도 원소와 싸우는데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예. 뭐.”
“진류군수인 원양을 불러 그가 허도를 관리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 또한 옳군. 그럼 내일 회의의 방향은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지. 그럼 몇가지 더 문제가…”
조조의 주도로 문제가 될 만한 안건에 대해서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대부분이 허도, 그리고 낙양의 내정과 관련된 부분이었기에 딱히 내가 낄 만한 것은 없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나는 그 안건에 대한 정리가 끝나자 다시 회의 내용에 집중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황제에게 칙령을 받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가 하겠습니다.”
“자네가? 가능하겠나?”
“네.”
난 나에게 요구를 한 황제를 떠올렸다.
궁녀를 원한다고?
원한다면 주지.
장안에 있는 궁녀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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