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10
00410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 =========================
아니 그냥 농담인데.
견희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이런 반응을 바란 건 아닌데 말이지.
내 눈치를 너무 살피는 듯 저자세를 보이는 견희의 행동에 난 오히려 당황하며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아, 아니 고작 이런 정도로 사과하지마. 원래 부부끼리는 감사합니다나 죄송합니다는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고.”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것은 예가 아닌데…”
“너무 허물없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딱딱한 것도 문제지.”
“그렇군요.”
견희는 무언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이거 너무 내 기준으로만 이야기하는 걸까?
난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물었다.
“너와 내가 생각하는 부부의 기준은 좀 많이 다른 것 같네.”
“음… 그런 것 같습니다.”
“너는 어떤데?”
“여필종부라고… 남자가 큰 일을 하기 위해서 여자는 그저 고분고분 내조를 하는 것이 옳다고 배웠습니다.”
“…..”
지금 시대에는 무척이나 정형화되어 있는 논리였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남자.
세상을 바꾸는 것도 남자.
여자는 그냥 집구석에서 살림이나 해라. 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그건 진가의 성향과는 좀 다른데. 아무리 네가 견가의 여식이라지만 나에게 시집을 온다면 진가의 법도를 따라야한다고.”
“그게 뭡니까?”
“나중에 영이를 만나면 얘기해봐.”
“영이라면… 장군님의 첫번째 부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또 신분도 높은 청이를 상대로 간단하게 서열정리를 한 그녀다.
그녀라면 충분히 견희에게 진가의 법도를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으음… 너무 영이에게 떠넘기는 것 같군.
“궁금하네요. 꼭 한번 만나뵙고 싶습니다.”
“영이도 무지하게 착하니까 괴롭히지는 않을거야.”
“…..”
“…아마도.”
영이가 다른 건 몰라도 나와 관련된 일에는 좀 무서워지는데.
그래도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봐주겠지.
영이를 믿자.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들어가볼까? 좀 추운 것 같은데?”
“예? 전 아직 괜찮습니다만.”
“괜찮긴.”
내 손에 잡혀 있는 견희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것 뿐만 아니라 그녀의 볼과 귓볼이 싸늘해져 있다.
손을 대어 만져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견희는 머뭇거리다가 날 올려다보았다.
“장군님.”
“왜?”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또.”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굉장히 서툰 일입니다. 그것이 장군님께 폐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습니까?”
아까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건가?
“힘들면 힘들다고, 싫으면 싫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다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그것을 표현해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야.”
“그럼으로써 장군님께서 힘들어지실 수도 있잖습니까. 외부의 일만으로도 힘드신 분께 가정의 일을…”
“그것을 포함하여 함께 버텨나가는 것이 가족 아닌가?”
견희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떡처럼 말랑말랑한 볼을 쭉쭉 당겼다.
탱탱한 그녀의 볼이 살짝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상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난 피식 웃었다.
“너무 그렇게 힘주고 있지 마.”
*****
방으로 돌아 온 견희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어깨에 걸쳐져 있는 망토를 벗을 생각도, 그리고 초에 불을 밝힐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잡한 머릿 속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배운 것은, 그리고 살아 온 것과 너무나도 다른 삶을 제시받았기 때문이다.
“함께라…”
귀인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이후 귀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식을 배웠다.
남자의 일을 방해하면 안된다.
내조를 해야 하고 고통스러운 일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지아비의 마음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되고 지아비가 하는 일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힘들어도 참아낸다.
고통스러워도 버텨낸다.
그것이 귀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 했었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했기에.
하지만 진유하는 달랐다.
비록 아직 나이는 어리나 벌써 진동장군이라는 직위를 가졌다.
서주에서의 명성도 그렇고 조조군 내에서도 신성이라 불리우며 촉망받는 기대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뿐인가?
조조의 딸과 결혼하여 잘만하면 장차 조조의 뒤를 잇는 자도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달랐다.
귀인의 예법.
귀인의 삶.
귀인이 해야 하는 모든 것이 의미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네.”
확실히 달랐다.
가진 능력에 비해 욕망이 높았던 원희와는 다른 사람이다.
가진 능력에 비해 욕망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진유하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나 초에 불을 밝히고 그녀는 동경을 꺼내었다.
불빛에 비춰진 동경 안의 자신.
아름다우나 무표정하고 딱딱하여 인형과 같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자신.
그런 자신에게…
“…할 수 있을까.”
동경 안에서 아무런 표정 없이, 감정 변화 없이 서 있는 자신에게 견희는 힘없이 툭 내뱉고 말았다.
“그가 원하는 것처럼… 과연 내가 바뀔 수 있을까.”
*********
내가 바쁘든 말든 시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견가에서 준비를 마쳤으니 언제든지 결혼을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결혼식을 준비했다.
“아무리 대기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냐?”
내가 결혼을 하는 것 때문에 더욱 바빠진 방통이 퉁명스레 말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계속 미룰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도 어쩌겠어. 시간 끌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는데.”
“남피에서도 답변이 오지 않았는데.”
“어차피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 애초에 그러라는 답장은 기대하지도 않았어. 이런 것은 합의를 보는 게 아니야. 통보를 하는 거지.”
전풍이나 원희가 난리를 친다고 해서 이혼을 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뭐 어떤가.
내 대답에 방통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쨌든. 아. 그리고 그 비밀통로는 막아놨어. 석회석을 이용해서 두꺼운 벽을 만들어놨으니 그쪽으로 들어오지도 못할거야.”
“오오. 그래. 혹시 다른 비밀통로는 없디?”
비밀통로가 있다는 말은 하나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과 같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통로로 적들이 들어 올 것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찾을 수 있는 것은 찾아두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업성을 점령하자마자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생각보다 소득이 없었는지 방통은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글쎄. 이런 것은 쉽게 찾을 만한 것이 아니야. 특히나 업의 관청 같은 경우는 좀 오래된 곳이라서… 시간을 들여서 찾아야 할거다.”
“그래?”
“음. 업의 관청을 만들었던 기술자들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너도 알다시피 비밀유지를 위해서 기술자들은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잖아. 쉽게 찾기는 힘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지.”
기관장치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고 방통도 잘 모른다.
사부님이라면 어떻게 자세히 아시겠지만 사부님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이제는 알 수도 없다.
“그나저나 네 결혼식이 벌써 세번째인데 사부님은 한번도 참가하지 못하셨군.”
“어쩔 수 없지.”
영이와의 결혼 때는 수소문해도 연락이 없었다.
청이와의 결혼 때는 너무 급하게 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전쟁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데… 마지막으로 소식을 들었던 것이 한중에 가셨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야.”
“한중이라… 뭐 어쨌든 아쉬운 일이군. 아무튼 기주에 있는 수경원 사형과 사저들에게도 연락을 했으니까 참가해주실 거다.”
“그거 잘됐네.”
수경원 출신인 명가의 가주들이 참가한다면 결혼을 하는 일이 더욱 쉬워질 것이다.
견희와의 결혼을 통해 하북 내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니 사형이나 사저들이 참가하면 더욱 좋지.
“그럼 결혼 축하한다. 복이가 많이 아쉬워 하던데.”
“뭐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집들이 할 때나 모여서 다시 한번 축하를 하는 수 밖에.”
“그래. 아무튼 난 좀 할 일이 있어서.”
“신가에 가냐?”
“안 가! 시간도 늦었는데 가면 실례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정도 상식은 있다고!”
자식이.
더럽게 예민하네.
신가와 신헌영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경기 일으키듯 저항하는데 아무리 봐도 저거.
반했다.
다른 남자들이 신가에 가는 것도 싫어해서 질투하고 훼방 놓는 놈이다.
그런데 끝까지 아니라고 발악하다니.
에라이.
저렇게 솔직하지 못하다면 내가 나설 수 밖에.
“아니면 아닌거지 왜 화를 내냐? 야. 아무튼 내일 신가의 아가씨는 네가 모셔. 그래도 내 결혼을 위해서 그렇게 고생해주고 장식도 만들어줬는데 나름대로 보답은 해줘야지. 내 친우이며 도독인 네가 모시면 신가에도 좋고 그 아가씨에게도 좋을거다.”
“그, 그렇겠지?”
입이 귀에 걸렸네.
신헌영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명분을 얻은 것 때문에 기뻤는지 방통은 콧노래를 부르며 나갔다.
자… 그럼 나도 자볼까?
내일은 결혼식이다.
그리고 나면 곧장 남피 쪽을 압박할 수 있겠지?
“전풍이 어떻게 나올지가 기대되는구만.”
남피에 이혼장을 보내고 순찰병들 활용해 주변 정찰을 보냈다.
아직까지 특별한 보고가 없다는 것은 그쪽도 그냥 시간만 끄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맞을까?
“마냥 속편하게 넘어갔으면 좋겠지만… 저번에도 그랬고…”
결혼식이든 축제든.
뭔가 일이 일어나면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장군님.”
방으로 향하던 도중에 여범과 만났다.
나에게 인사를 하는 그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관청에 호위병의 수를 늘려줬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
업의 인근에 있는 숲에서 전풍은 사과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가 한알의 사과를 다 먹었을 때 쯤 병사들이 다가왔다.
“순찰자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가의 부대장은 포섭하였습니다. 지금쯤이면 업성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훌륭하군. 잘했다. 대가로는 뭘 주기로 했지?”
“관직을 이야기하니 넘어오더군요. 원공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하다며 알아 달라는 말을 하고 갔습니다.”
“그런가. 훌륭하군.”
‘훌륭한 개야.’
원소의 발이라도 핥을 것 처럼 행동하던 저가의 가주를 떠올리며 전풍은 빙긋 웃었다.
그치는 이토록 훌륭한데 왜 이 사람은 이럴까.
전풍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사내의 머리채를 잡았다.
“개…새끼… 어떻게…”
“허어. 육가가 원가를 버릴 줄은 몰랐는데… 한낱 개도 주인을 알아보기 마련인데. 쯧쯧. 고작 살 좀 붙은 뼈다귀 하나 던져줬다고 냉큼 주인을 바꿔서야 쓰겠소?”
피투성이가 된 채 가늘게 눈을 뜨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전풍은 희미하게 웃었다.
업이 함락되자마자 진유하에게 붙어버린 육가의 사병대장을 바라보던 전풍은 단검을 들어 그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그래. 기분은 어떻소?”
“퉷! 네놈이 육가에 한 일을 생각해봐라…”
“전시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소.”
진유하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업에 있는 명가의 재산을 좀 가져갔다.
하지만 그게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업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던 전풍에게 있어서 그의 불만은 같잖고 하찮을 뿐 이었다.
“고작 그것을 빼앗겼다고 이렇게 냉큼 넘어가버리다니. 원공께서도 사람 볼 줄은 모르시나보군.”
“흐흐… 이렇게 왔다는 것은 업을 다시 차지하기라도 하려는 거냐?”
“그렇다면?”
“가능할 것 같으냐… 버러지 같은… 카악! 아아아악!!”
“감히 전 군사께 그따위로 말을 하다니.”
그를 잡고 있던 병사는 사내의 어깨에 단검을 꽂아 넣고 가볍게 돌렸다.
살이 뜯어지고 뼈가 갈리는 고통에 그가 비명을 내지르자 전풍은 즐겁게 웃었다.
“못할 건 또 뭐겠소?”
“할…수 있을…것 같나?”
“걱정마시오. 저번 처럼 힘없이 업을 빼앗겼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니까.”
전풍은 비릿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박혀 있는 단검을 잡아 가볍게 비틀었다.
그것에 고통스러워하던 병사는 이를 드러내며 피거품을 물었다.
“크하…으…나, 난세는 난세구나… 학자임을…크크…주장하던 네놈도 이렇게 칼 쓰는데… 아주 능숙해졌으니 말야…”
“어쩔 수 없잖소.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거요. 변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텐데.”
“크크크… 어디 한번… 발버둥이나마 제대로 해보거라. 과연… 네가 진 장군을 이길 수 있을지는…쿨럭! 모르겠지만.”
“만약… 이번에 진다면 나도 할 말이 없겠지만. 지지는 않을 것 같소. 이번에는 방해가 없을 것이거든.”
그를 향해 전풍은 빙긋 웃었다.
진유하를 이기지 못한다고?
지금까지 자신이 패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신의 전부를 쏟아붓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다.
아군의 방해가 없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전풍이 몸을 돌리자 사내를 잡고 있던 병사들은 그의 목을 가볍게 따버렸다.
막사로 들어간 전풍은 안에서 지도를 보며 회의를 하고 있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안량, 원희, 전예, 그리고 여상과 여광, 전주.
그리고 다른 명가의 부장들과 사병들까지 모두 긁어모았다.
선발대는 자신이고 후발대로 원희가 추가적인 병력을 이끌고 온다면 반드시 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전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업성에 있는 저가와는 연락이 닿았나?”
“예. 내일 결혼식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 경계가 약해질 것이니 그때… 반란을 일으키기로 했습니다. 물론 큰 효과는 없겠지만 침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침투요?”
전예는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전풍은 환히 웃었다.
“예. 침투입니다. 침투하여 견희와 유 부인을 되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진유하도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야겠지요.”
전풍은 싸늘히 웃었다.
그 웃음에 움찔한 전예가 입을 다물자 전풍은 원희를 보며 말했다.
“그 임무는 도련님께서 해주시지요. 업성의 내부에 대해서는 도련님께서 자세히 알고 계실테니까요.”
“하아… 알았어. 견희 그년과 어머님은 내가 데리고 오지.”
“그럼… 모두 맡은 임무는 잘 수행해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진유하와 모든 것을 걸고 제대로 붙게 되었다는 것에 기쁨마저 느껴진다.
‘이제야 제대로 승부를 낼 수 있겠소… 어디 한번 해봅시다.’
그와의 첫만남을 떠올린 전풍은 자신도 모르게 씨익 웃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임다.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ㅠㅠ
대댓글이 없구만요…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겄슴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