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27
00427 이미 넣었다. =========================
대충 정리를 하고 방통과 함께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병사는 전풍을 깨우고 있었다.
“일어나시오.”
“크…자게…해줘…”
“일어나시오.”
“개같은… 놈들.”
“많이 피로한가보군.”
“진유하…!”
전풍은 이를 갈았지만 그의 눈꺼풀은 반쯤 감겨 있었다.
그런 그를 병사는 잠들지 못하게 계속 흔들고 있었다.
“차라리… 죽여라.”
“당신이 말한다면. 남피에 대한 정보, 그리고 요격로와 순찰경로를 말해준다면 재워주지.”
“….”
전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은가?
그럼 한번 계속 버텨보시지.
이유하의 지식 중에는 같은 소리의 반복은 사람이 잠에 빠져들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게 최고지.
바둑판과 돌을 가져 온 나와 방통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여느때처럼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원래 남 노는거 바라보는게 제일 지루한 법이지.
그렇다면 말해라.
말하고 자라.
우리가 바둑을 반쯤 두었을 때 쯤 병사는 전풍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카악! 말하겠다… 말한다. 말해! 남피의 요격로는…”
그가 말하는 것을 모두 받아 적은 병사가 죽간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것과 원희의 것을 비교했다.
다르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고 병사는 다시 전풍을 잡고 흔들었다.
“되도 않는 꼼수를 쓸 생각은 마시지 그래? 당신 말고도 남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은 많아.”
“그럼 그들의 말을 믿으면 될 것 아니냐…”
“물론 그렇긴 한데 책사로서 좀 더 제대로 된 것을 알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마귀같은 놈들. 네놈들은 죽어서 구천을 떠돌 것이다…!!”
증오와 잠기운이 가득 담겨져 있는 눈이다.
그것을 마주하며 난 히죽 웃었다.
“좋은 거 알려줘서 고맙네.”
“그러게 말야. 그래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으니 다행이구만.”
“카악…! 네놈들은…!”
전풍이 화를 내든 말든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디보자.
다시 바둑판에 시선을 돌렸을 때 방통은 씩 웃었다.
“짜잔! 대마가 가셨네~”
“헉! 뭐야? 언제 흑돌이 여기!? 이 사기꾼! 한수만 무르자!”
“장난하냐?”
“에라이.”
또 졌다.
방통한테는 진짜 한판도 못이기겠다.
이 자식 일 안하고 맨날 바둑만 두는 거 아냐?
금전을 그에게 내밀자 그것을 받은 방통은 싱글벙글 웃었다.
“한판 더?”
“됐어. 너랑 안 둬.”
치사한 자식.
한번을 안 물러주냐.
방통이 싱글거리며 바둑돌을 정리하려고 할 때 전풍은 힘없이 병사에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경로를 말하는 것인가?
그것을 받아 적어 온 병사가 나에게 보여주자 난 방통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해보지.”
“사실… 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지.”
“개자식들…!”
전풍의 풀려 있는 눈을 마주하며 난 씩 웃었다.
나가서 다른 이들이 밝힌 것과 확인해 본 방통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에게서 얻은 정보로 다녀 온 이들이 확인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가보다.
“그럼 공략을 준비해볼까.”
“자게… 해줘.”
전풍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죽어가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 그를 향해 씩 웃었다.
“아아. 물론 푹 쉬시게나.”
내가 허락하자마자 병사는 전풍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잠시 기다리자마자 전풍은 바닥에 드러 누운 채 코를 골며 단잠에 빠졌다.
만약 깨어나면 전풍은 분통을 터트릴 것이다.
“우리도 밥 먹고 오자.”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전풍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여기가 여관방도 아니고 만족스럽게 재워 줄 필요는 없었다.
두 식경 쯤 지났으니 이정도면 괜찮겠지.
내가 신호하자 안쪽에 있던 병사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뭐…야.”
“좀 더 자고 싶겠지만 이제 슬슬 끝낼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지. 물론 여기가 아늑하기는 하지만 숙박업소도 아니고 언제까지 당신을 먹여주고 재워 줄 수는 없잖아?”
“그럼 네놈도 여기서 쉬지 그러냐?”
“그건 또 나중 기회에.”
조금이라도 잔 덕분인지 전풍의 안색은 아까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물론 표정은 더욱 썩어들어갔지만.
자신이 굴복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는지 전풍은 죽일 듯 날 노려보고 있었다.
노려보면 어쩔건데.
“당신이 말해 준 것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더군. 그건 그거고…”
병사에게 지시했다.
그가 병 세개를 들고 내려오자 난 그것을 들고 감방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전풍은 내가 잔을 내밀자 이를 갈았다.
“독약이라도 주려는 건가?”
“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기껏 단두대 만들었는데 왜 약초를 낭비하나?
난 그의 잔에 병에 담겨 있는 것을 따라주었다.
“….”
잔에 따라진 것을 본 전풍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첫번째 잔.
단순한 증류주다.
아무런 향도 담기지 않은 맑은 술.
그것을 부들거리며 노려보던 전풍이 나를 보자 난 손짓했다.
“드셔보시지.”
단번에 술을 들이마신다.
독한 증류주를 마신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 난 웃으며 말했다.
“기억하나? 그때보다 더욱 독해졌지.”
시간이 흐르며 증류를 하는 기술은 점점 발전해나갔다.
물론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았다.
많은 곡식을 버리기도 했고 불도 몇번 냈었다.
하지만 그럼으로서 나의 증류주 만드는 기술은 점점 발전해나갔다.
과거보다 더욱 독하게 술을 만들 수 있었던 내가 말하자 전풍은 비릿하게 웃었다.
“차라리 독이 낫겠군.”
“하지만 그것도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더라고. 그때 말했지?”
전풍의 잔에 다시 한번 술을 따라주었다.
그것을 다시 마신 전풍의 표정이 변했다.
“어때?”
“…네놈과는 어울리지 않는 술이다. 정녕 네놈이 만든 것이냐?”
“응. 괜찮지? 그 누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지.”
죽엽청.
처음에는 단순하게 대나무에 숙성시키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화타와 유의원의 도움을 받아 대나무와 어울리는 약재를 섞었다.
이제는 거의 약주와 같다고 할 정도로 한약재의 향과 맛이 가미되어 있는 죽엽청이었다.
빈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전풍은 입맛을 다셨다.
“독함 자체는 처음의 술과 별반 차이가 없어. 하지만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또 약이 될 수도 있는거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모르는 척 하기는.
전풍은 날 노려보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난 어깨를 으쓱인 후 세번째 병을 내밀었다.
“한잔 더 받아.”
“….”
전풍이 내민 잔에 채워진 호박색 액체.
그것을 본 전풍은 코를 찌르는 듯한 독한 향기에 눈쌀을 찌푸렸다.
“결국 만들어낸 것이 독이냐?”
“드셔보시지.”
“크억…”
인상을 쓰던 전풍은 마지막으로 화신주를 벌컥 들이마셨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듯 할거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전풍이 신음성을 내뱉자 난 담담히 말했다.
“이것 역시 내가 만든 술이다.”
화신주의 쓴 맛에 신음하던 그는 옷으로 입가를 훔쳤다.
취기가 오른 것인지 그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아쉽다는 것이지. 당신이라면 훌륭한 술이 되어 줬을텐데 말이야. 점점 훌륭한 술이 되어가주는 사람도 있는데. 아쉬워. 당신이 만난 것이 원소가 아닌, 조공이나 나였다면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흥. 만약은 없다. 아니, 만약이 있다 하더라도 천번의 삶이 있다 하더라도, 만번의 선택이 있다고 하더라도 네놈 따위로 인해 변화할 일은 없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라.”
전풍은 고집스레 말한 후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여기까지 와서 더 제안할 생각도 없었다.
“그럼. 내일 보지. 먹고 싶은 것이나 마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간수에게 말해놔. 원한다면 술을 더 마셔도 좋고. 간수에게 말해 놓을테니.”
*************
몇시간 자지 못했지만 정신은 오히려 멀쩡했다.
차가운 돌벽에 등을 기댄 채 그는 눈을 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하.”
웃음이 나왔다.
이게 왜 이제야 생각난단 말인가.
전풍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핫…”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는 세병의 술을 바라보았다.
“결국 내가 변한 것은 그때였군… 하하! 뭐가 향을 넣지 못해 아쉽다는거냐. 있는대로 향을 들이 부어놓고서… 능구렁이같은 자식.”
전풍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향을 넣지 못했다고?
“하하…하…”
심배와 그 일당의 견제가 거슬리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하지만 굳이 그들과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친우인 장합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
자신의 책략이 흔들렸던 것에 대한 짜증.
그리고 원소는 할 수 없을 것이라던 진유하의 이야기.
그것 때문에 심배 일당의 공격을 참지 않고 반격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통쾌함과 편함을 느꼈다.
원래의 자신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또 참아서 그들의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갔겠지.
그럼으로써 그들을 이용해 최고의 자리를 노렸을 것이다.
“…하하하!! 으하하하하!!”
그와의 만남으로 인해 원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복을 버리고 원소를 따르게 되었을 때 그를 계속 믿었어야 했는데 그를 믿지 않았다.
자신이 믿지 않는데 상대가 믿어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변명을 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그 실패가 타인의 잘못때문이라고만 여겨왔다.
진유하의 말을 경계하며 자신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의 말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것 자체가 향을 넣는 행위였다니.
“하하…정말이지 우물 안에… 하하핫!! 크하하!! 우물 안에서 헤엄치는 멍청한 개구리가 나였다니!!”
뭐가 천번의 삶이고 뭐가 만번의 운명이란 말인가.
고작 한번만으로 변화해버렸잖은가.
자신의 멍청함에, 자신의 한심함, 자신의 아집에 웃음이 나왔다.
“으하하하핫!!! 원호야! 원호야! 잘난 척 떠들어봤지만 결국 네놈도 어쩔 수 없는 등신이었구나! 으하하하핫!!”
*********
아침이 되자마자 전풍과 원희가 끌려나왔다.
공개처형을 위해 관청을 열어두었다.
혹시 전풍을 구하려는 이가 나온다면 잡으려고.
감녕과 장합, 여영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방통 역시도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곳곳에 숨어 있는 흑귀대원과 정예병들.
그들은 수상한 사람을 찾고 있었지만 특별히 신경쓸 만한 것은 없는 듯 보였다.
“전풍. 역적 원소의 수하로서 그가 날뛰는데 많은 공헌을 한 자여.”
포박되어 있는 전풍은 물끄러미 나와 내 옆에 있는 단두대를 보고 있었다.
“오늘이 너의 마지막이다. 할 말이 있나?”
“저게 처형기구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위 아래로 흝어보던 전풍은 씩 웃었다.
“그래도 한방에 가겠군. 오체분시 당할 줄 알았는데.”
사실 오체분시 할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죽으면 끝인데 굳이 사람들 기분 나쁘게 오체분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오체분시는 이미 예약자가 있어서 말이지.”
원소다.
원소를 대역죄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의 처형법은 내가 단두대를 내밀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너 하나를 위해서 멀쩡히 일하는데 써야 할 소를 쓰는 것도 아깝고 말야.”
“하! 웃기는 소리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전풍은 자신의 발로 단두대 앞으로 갔다.
“남은 가족들에게 할 말도 없나?”
“가족따위 없다. 빨리 끝내라.”
의연하기 그지 없구만.
난 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전풍의 책략 때문에 가족을 잃은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처형을 원하고 있었다.
“시작해라.”
단두대의 날이 올라간다.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은 전풍을 단두대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진유하.”
“뭐냐.”
마지막 순간.
전풍은 날 노려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나중에 보자.”
단두대의 날이 떨어진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눈 한번 감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윽!”
전풍의 머리가 잘려나간다.
그의 목에서 터져나오는 피분수.
떨어지던 그의 머리는 준비된 바구니에 들어가지 못한 채 튕겨 바닥을 굴러 내 발치 앞까지 왔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날 노려보고 있는 그의 머리를 내려다보며 난 히죽 웃었다.
“한 7~80년 정도 후에 보자고. 내가 원하는 죽음은 늙어 죽는 거니까.”
“다음!!”
“으아!! 나, 난 죽기 싫어!!”
의연했던 전풍과 다르게 원희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저항하는 그를 향한 비웃음과 욕설이 빗발친다.
“견희!! 이년!! 살려다오!! 살려줘!! 진 장군! 진 장군님! 살려주십쇼! 살려주세요! 장군님! 할아버지! 천신님! 제발 살려주… 읍!”
“남의 마누라 마음대로 부르지 마라. 입 막아.”
얘는 마지막 말을 들을 가치도 없다.
원희의 입을 막은 병사들은 그를 끌고 가 단두대 위에 고정시켰다.
“시작해.”
버둥거리는 그는 눈물 콧물 흘리며 오줌까지 지려버렸다.
전풍에 비하면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단두대의 날은 공평하기 그지 없었다.
원희의 머리는 그와 다르게 정확히 바구니 안으로 들어갔다.
“처형을 종료한다.”
난 담담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풍과 원희의 죽음에 대한 다른 반응은 없었나?
감녕과 여영기, 방통에게 각각 시선을 보내보았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후우. 결국 이렇게 끝났군…”
전풍의 죽음.
그것으로 일단 기주 내에서의 힘 싸움은 내 승리가 되었다.
이제 완벽한 승리가 되려면 연주에서 조조가 잘해줘야 할텐데.
“하아… 손가만 승리했다면 완벽한 승리일텐데. 아쉽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