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26
00426 예상치 못한 패배 =========================
“어이구… 끈질기구만.”
“그러게 말야. 꽤나 버티네.”
이미 원희는 정보를 모두 불었지만 전풍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사흘 정도는 안자도 버틸 수 있다는 건가?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아까 전에 보았던 전풍의 안색을 떠올렸다.
거의 반 죽음 상태였던 그다.
아마 내일이나 내일 모레 쯤이면 버티지 못 하고 항복하지 않을까?
“그럼 난 간다.”
“응. 수고해.”
전예는 기지개를 펴며 병영으로 돌아갔다.
남쪽에서 일이 터지든 어쨌든 사마의는 북방으로 가야했다.
그가 가서 북방을 정리해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북방 이민족과 흉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은 수의 흉족들이 전장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끌어들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사마의만 가는게 아니라 여포와 장료까지 간다는 거지.
그것 때문에 편제의 문제를 방통과 상의해야 했던 전예가 병영으로 가자 난 터덜터덜 내 방으로 향했다.
“아. 도련님.”
“넌 왜 여깄냐?”
“아… 헤헤.”
내 방에서 나온 여영기는 머쓱하니 웃기만 할 뿐 이었다.
그녀의 뒤에 감춰져 있는 짐꾸러미를 본 나는 그것을 가리켰다.
“뭔데?”
“비, 비밀입니다!”
“야야! 적당히하고 여포랑 화해해! 듣고 있냐? 어휴. 들은 척도 안하는구만.”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도망쳐버리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뭘 꾸미고 있는거야?
쓸데없는 짓 할 시간 있으면 여포랑 화해나 하지.
여영기는 내일이면 떠나는 여포와 아직도 냉전 중이었다.
아까 아침에 보았을 때 여포는 거의 죽을 상을 하고 있더만.
“쯧.”
딸 가진 아버지로서 가슴이 아프다.
힘내라. 여포.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해준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여전히 견희가 앉아 있었다.
“뭐했어?”
“비밀입니다.”
“응?”
“비밀입니다.”
견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여영기와 똑같은 답변을 했다.
진짜 뭘 한거지?
여영기와 관련된 일이니 별 쓰잘데기 없는 일이겠지.
문제가 있으면 나나 감녕에게 말하지 않을 녀석도 아니고.
여자들끼리 통하는 뭐라도 있나?
난 고개를 갸웃거린 후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여영기랑은 꽤 친해졌나보네?”
“아… 네. 뭐.”
“그래? 그래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구만. 그보다… 유 부인에 대해선데.”
“…예.”
한때 자신의 시어머니로 모시던 여자다.
그 여자를 언급하자 견희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도로 보낼 생각이야.”
원소에 대한 처리가 시급하고 최악의 경우 그들을 도발하기 위한 패로 써야하는 만큼 원가의 여인들은 허도로 보내기로 했다.
물론 태산군을 통하는 방법을 써야겠지.
제일 좋은 것은 진류가 복양을 통해 가는 것이겠지만 그쪽은 지금 한참 전쟁중인만큼 괜히 보냈다가 빼앗길 확률이 높았다.
그럴 바에는 그냥 좀 늦게 가더라도 안정적인 방법을 택하는게 나았다.
“그녀 뿐만 아니라 원가의 모든 사람들을.”
“처…형되는겁니까?”
“글쎄? 그거야 나도 모르지. 원래대로라면 너도 가야겠지만 너는 내 아내니까 여기서 뺄 수 있어. 나머지는 모르겠다. 전범의 가족으로 취급되어 노비가 될 수도 있고. 처형될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아줌마 너무 좋아하는 조조의 노리개가 될 수도 있겠지.
거기까지는 내가 알바가 아니다.
원상을 유인하기 위해서 유부인을 쓸까도 생각했지만 안량과 전풍을 잡은 이상 남피를 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남쪽의 일이지.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우리 쪽이 불편하니 그쪽에 있는 책사들에게 쓰라고 책략의 재료를 던져주는 수 밖에.
“아무튼… 좀 그래도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줘.”
“예.”
“마음 상한 건 아니지?”
“…이제는 저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군.”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한번에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지 않아보이지만 실제 마음 속은 힘들 것이다.
견희를 차분히 응시하던 나는 침상에 앉았다.
“그럼 난 조금 잘게. 한식경 정도만 있다가 깨워줘. 정리해야 할 문서가 있거든.”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무리를 해야 할때야.”
내 옆으로 다가 온 그녀는 내 머리를 가져가 무릎베게를 해주었다.
뒤통수에 닿는 허벅지의 감촉이 좋다.
견희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를 맡으며 난 잠에 빠졌다.
다음날이 되었다.
늦게까지 문서 작업을 하고 남피의 공략과 함께 남쪽의 지원병을 보내려 물자의 처분방향을 결정하던 나는 아침 시간이 되자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청 밖에 있었다.
“아깝다. 좀 더 일을 시켰어야 했는데.”
방통 수준으로.
아니, 어찌보면 늘 농땡이를 피우려 하는 방통 이상으로 일을 잘하는 사마의였다.
그런 사마의를 보내는 것이 아쉬워 투덜거리자 그는 피식 웃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하니 가야지.”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겠지.”
사마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내 뒤를 보았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내 피풍의를 걸치고 있는 견희를 말없이 바라보던 사마의는 입가의 웃음을 지웠다.
“네 말대로 슬슬 나도 결혼을 해야겠군.”
“오! 그럼 내가 명가의…”
“필요 없어. 네 정략의 도구가 될 생각은 없다.”
“…..”
아깝다.
정략혼으로 다른 곳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내 속셈을 일찌감치 눈치챈 사마의는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사마가의 입장에서는 정략혼이 그리 좋지 않아. 적당히 아무나 잡아서 결혼할 생각이다.”
미쳤네.
제정신인가?
방통 이상으로 정신나간 소리를 하는 사마의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명가의 자식이 저따위 말을 하는걸까?
“장인어른께서 아시면 가만두시지 않으실텐데?”
“아버님이야 내가 설득할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현명하고… 또 외부의 간섭이 없을 여자지 다른 여자가 아니야.”
“그, 그러냐.”
사마의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보통 여자는 택도 없겠다.
저 자식의 기준에 맞을 만한 현명한 여자는 영이 정도일텐데.
그정도로 현명한 여자 중에 외부의 간섭이 없을 정도로 가문이 좋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
방통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마의를 노려보았다.
“까불면 죽어.”
그러고보니 신헌영이 그렇구나.
현명하고, 또 가문의 힘이 약하고.
생각해보니 그런 여자도 찾으면 나오겠군.
방통의 견제에 사마의는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남이 침발라 놓은 여자에는 관심없다. 그리고…”
“….”
“그 여자는 내 취향이 아니야. 나는 뭐랄까. 좀 더 어린 여자가 좋아서.”
히익!
포졸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이런 미친… 나이도 어린놈이 더 어린 여자를 찾다니. 참나.”
“뭐 어때서. 네가 특이한거다. 영이를 제외하고는 다 연상이라니.”
하긴.
요즘 같은 때에 연상을 아내로 맞이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뭐… 아무튼 결혼하게 되면 불러. 선물 사들고 갈테니까.”
“그래. 그럼 다들… 가자.”
“…예.”
그와 함께 가야하는 여포는 죽을 상이었다.
원래부터 사마의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니 북방으로 가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고집 좀 풀지.
갈때까지 감녕을 인정하지 못하고 여영기와 사이가 나빠진 것을 걱정하는 그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여포.”
“뭡니까.”
시무룩히 대답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나보다 훨씬 큰 키인 그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너무 고집피우지 말라고.”
“그렇지만…”
“영기에게도 말해뒀어. 적당히 화해하라고. 너도 못 이기는 척 그냥 넘어가.”
“…감사합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는데도 여영기가 오지 않는 것이 슬픈 모양이다.
그는 힐끔힐끔 관아 쪽을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영기는 오지 않고 있었다.
“가자. 시간을 너무 끌면 곤란해.”
사마의가 말에 올라타자 여포는 한숨을 푹 내쉬고 그를 따라 말에 올랐다.
“아버지!!”
“영기야!!”
치마를 입은 여영기가 관아에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쟤 지금 뭘 들고 있는거야?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두터운 겉옷이었다.
“하아… 하아… 저도 안보고 가려고 했어요?”
“아, 아니 그게…”
여영기는 샐쭉 입술을 삐쭉거리며 투덜거렸다.
저게 전 천하최강이란 말인가.
딸이 화를 푼 것이 기뻤는지 여포는 헤벌쭉 웃고 있었다.
좀 바보같군.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그들을 보던 사마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가자는 재촉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간이 완전히 못되처먹지는 않았구만.
사마의의 배려로 시간을 받은 여포는 말에서 내린 후 팔을 벌렸다.
“먼 길 가기 전에 한번 안아보자꾸나.”
“됐거든요!? 이거나 받아요.”
“이게… 뭐냐?”
“옷이요.”
“…옷?”
여포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것을 보고 있는 다들 비슷하게 의문을 품었다.
저게 옷이면 애들이 가지고 노는 공깃돌은 투석용 바위겠다.
“그러냐… 옷인가.”
옷인데 움직일때마다 사슬소리가 난다.
안에 사슬갑옷이 들어가 있는건가?
꽤나 두꺼워보이는 옷이다.
안에 솜이 가득 차 있는지 빵빵한 겉옷을 흝어보던 그는 등부분에 새겨져 있는 자수를 보았다.
“흠.”
영이도 가끔씩은 자수를 했었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아주머니들 이상으로 영이의 자수솜씨는 좋았다.
그녀가 수놓은 옷은 아버지도 무척 귀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나도 정말 중요할 때나 입을 정도로 아끼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나도 나름대로 옷을 보는 안목이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옷을 보는 내 안목에 의하면 저건 폐급이다.
아니 저 귀한 비단에 무슨 짓을 한거야!?
군데군데 틈새도 있는것이 진짜 솜씨가 없어보였다.
여포 역시도 이런 것을 받아서 뭘 어쩌라는 건가 싶었는지 여영기와 옷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크게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입을 쩍 벌렸다.
“…그… 급하게 만드느라. 그,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고! 견 아가씨도 재능이 있다고 했단 말야!”
여영기의 손을 뒤덮고 있는 약과 하얀 붕대들.
설마 쟤가 만든건가?
쟤한테 바느질 솜씨따위 있을리가!
난 떠오르는 것이 있어 휙 견희를 보았고 견희는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했다.
둘이 요새 자주 붙어있더니 저것 때문이었나?
“아, 아주 좋은 옷이구나…”
“북방으로 가신다고 들었어요. 북방은 추우니까…”
“그래…”
여포의 목소리가 젖어들어간다.
엉성한 자수도, 틈이 보이는 바느질 솜씨도.
그래도 여포는 그 어떤 옷보다 좋은 모양이다.
“훌쩍. 어디 한번 입어볼까?”
“우는거요?”
“우, 울긴 누가!”
사마의와 장료가 웃으며 묻자 여포는 붉어진 눈시울을 쓱쓱 닦았다.
모두가 훈훈하게 바라 보는 와중에 상의를 걸쳐입은 그는 빙글 몸을 돌려 본 후 환하게 웃었다.
“어떠냐? 잘 어울리냐?”
“그러네요. 헤헤…”
“그럼! 누가 만든 건데… 너에게 이런 것을 받을 줄은 몰랐다.”
감격한 여포는 두 팔을 벌렸다.
그런 그에게 살포시 안긴 여영기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치지 말고 와요.”
“그래… 그런데 옷에 뭐라도 있는거니? 철 부딪히는 소리가…”
“아. 그거… 흥패 오래비가 구해 준 사슬갑옷을 잘라서 넣었어요.”
“…그 놈이 준?”
여포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적당히 좀 해라.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감녕은 여포의 시선이 닿자 다른 곳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여포는 감녕에게 다가갔다.
“그… 아버님?”
“내가 없는 동안 영기를.”
“…예.”
“잘 부탁한다.”
“예!? 가, 감사합니다!”
고민하던 여포는 그에게 살짝 목례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감녕은 환하게 웃었다.
“행여나 영기를 울리기라도 한다면…”
커다란 주먹을 들어올린 여포는 감녕의 어깨를 꽉 잡으며 살벌히 말했다.
“…알지?”
“무, 물론이죠.”
어색하게 웃는 감녕.
그런 그에게 다가간 여영기가 감녕의 팔을 끌어앉자 여포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곱게 접어 가죽가방에 넣었다.
“내가 다녀오면… 그때 식을 잡자꾸나.”
“정말!? 정말이죠!?”
“감사합니다! 아버님!”
“아직 아니야!!”
감녕의 인사에 버럭 화를 낸 여포는 코를 훌쩍거리고 말에 올랐다.
그들의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보던 장료는 여포의 팔을 툭툭 쳐 주었다.
“그럼 이제 가야겠군. 아. 유하.”
“왜?”
“원소의 일이 정리되면 한중으로 가봐라. 수경선생의 소식이 없는 것이 좀 불안하군. 지금쯤이면 연락이 와야 할텐데.”
“…그래. 알았어.”
앵속 때문에 한중으로 갔던 사부님이다.
그 이후 소식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진짜 원소 일만 끝나면 한중 쪽에 수소문을 해봐야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걱정말고 잘 가라. 몸 조심하고.”
“흥. 그럼 간다.”
사마의는 가볍게 지휘봉을 들어 올렸고 관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갈 사람은 갔고. 우리도 할 일은 바로 하자고. 방통. 지하감옥으로 간다. 따라와.”
“아아. 응.”
“헤헤~”
“허락받았다~ 허락받았다~”
여영기와 손을 잡고 기뻐하는 감녕.
둘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좋냐?
“…잠깐만.”
지하감옥으로 가려던 나는 문득 든 생각에 손가락을 튕긴 후 여영기에게 다가갔다.
“영기야?”
“예!? 왜요?”
여포에게 허락을 받은 것 덕분이 무척이나 기뻐하던 여영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마주 미소지으며 시녀들과 함께 관청으로 들어가는 견희를 가리켰다.
“옷 만드는 거랑 자수는 견희에게 배운거야?”
“네! 견 아가씨께 배웠는데… 왜요?”
“혹시 네가 영이 얘기를 했니?”
“…에… 그게.”
여영기의 시선이 돌아갔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그녀를 향해 난 빠득 이를 갈았다.
내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구나!
“하, 하하하. 어차피 알려질 것 아니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쇼. 애 혼낼 데가 어딨다고.”
“트,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것 보쇼.”
“큭… 사실로 공격하다니. 이것들…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