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0
00050 정경유착 =========================
현령을 만나고 나서 이주일 후, 나와 방통은 또다시 관아에 들어갔다.
물론 이번에는 다른 일 때문이었다.
“하하하! 고맙구나!”
“별 말씀을요.”
대장에게 맡기는 대신 현령은 감녕에게 병사를 이끌게 했고 요각에게 원한이 있던 감녕은 신나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요각을 말 그대로 찢어 죽여버렸다.
관아 앞으로 끌고 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오체분시를 해버렸으니까.
거기에 추가로 오체분시 당한 것은 현의 병사를 이끌던 대장이었다.
요각의 산채를 뒤져보니 요각이 대장에게 뇌물을 주어 토벌에서 요리조리 잘도 피해다녔다고 한다.
잘 된 일이지.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구나. 현을 괴롭히던 산적을 토벌하여 형주목께서도 안심하셨다고 한다.”
결국 형주목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현령이 산적을 토벌한 것을 형주목에게 보고 했을 때 형주목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현령으로서는 기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역시 수경 선생님의 제자들이로구나. 내 이럴게 아니라 수경원에 좀 기부라도…”
“아뇨. 그거 기부하셔봤자 사부님께선 안받으실거에요.”
“너희들 덕분에 이렇게 산적도 토벌하고 내 자리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좀 그렇구나.”
“솔직히 운이 좋았을 뿐이니까요.”
말 그대로다.
이번 일은 운이 상당히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감녕이나 서성 정도 되는 이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요각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다면, 요각이 뇌물을 준 것이 대장이 아니라 현령이었다면 이번 일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그냥 다른 방법을 썼을텐데.
어쨌든 잘 되었으니 다행이다.
“정말 아무것도 안해주어도 괜찮겠느냐?”
“네. 굳이 뭔가 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수경원의 이름으로 양양현의 부흥을 돕는 기부라도 해주시지요. 듣자하니 벌써 조금 하신 것 같은데 거기에 이번 일로 받을 포상금까지 더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물론이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그리고 요각이 가지고 있던 재물도 어느정도는 수경원의 이름으로 시혜를 베푸마.”
요각 때문에 침체된 양양현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현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현령은 내 말에 기쁘게 답했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가느냐? 너희를 위해 연회를 준비했는데.”
“아. 사저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흐으음…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그리고… 내가 이곳의 현령으로 있는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을 돕겠다는 것을 약조하마. 사람이 은혜를 받았으면 갚는 것이 당연
한 법이지. 이것은 수경원의 일이 아니라 너희들 개인에게 고마워서 해주는 것이니 사양하지 말아주렴.”
그 말을 기다렸다.
방긋 웃는 현령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이런 일의 포상금을 사부님이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거짓이다.
기껏 머리 굴려서 한 일이니 만큼 사부님도 크게 나무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지금 중요한 것은 포상금이 아니었다.
포상금을 받아봤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깟 포상금 좀 받아봤자 얼마나 버티겠냐. 기껏해야 한 1년 먹고 살겠지.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것을 위해서 난 과감히 포상금을 포기하는 걸 선택했다.
“이제 된 거유?”
관아의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감녕은 나와 방통이 나오자 씩 웃으며 반겼다.
“응. 듣자하니 댁을 위해 대장자리를 마련했다던데 싫다고 했다면서? 괜찮아?”
“딱히 지금은 관직에 오르고 싶은게 아니었으니까. 덕분에 양양현의 거리를 관리하는 역할도 받았고. 이정도면 충분해.”
“욕심이 없네.”
청연루 관리하는 것보다는 대장 자리가 더 맞을 것 같은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도련님 덕분에 날뛰기도 했고… 요각 그 새끼 사지도 뜯었으니 간만에 속이 후련하네. 이런 날에는 술이나 한잔 해야지. 갑시다. 내가 아가씨들 불러서 제대로 살테니.”
“술은 됐고… 감녕.”
“뭐요?”
“우리랑 일 계속 해 볼 생각 있어?”
“하하하! 이번 일처럼 재밌는 일이요?”
“재미는 알아서 찾는거지. 어때? 물론 청연루를 관리하는 것은 계속해도 괜찮아. 가끔씩만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어때?”
내 질문에 감녕은 히죽 웃었다.
“좋수다. 도련님과 함께라면 심심하지는 않겠군.”
“그럼 돈 좀 빌려주라.”
작업을 위한 자금은 필요하니까. 난 대놓고 감녕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멍하니 날 보다가 한참을 껄껄 웃더니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자는 확실히 받을거요.”
“동업자끼리 이럴거야?”
“동업자니까 철저히 해야지. 어쩔거요? 빌릴거요? 말거요?”
“쳇. 빌려줘.”
내가 투덜거리자 감녕은 키득거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돌아 온 나는 침상에 걸터 앉으며 히죽 웃었다.
“이걸로 편하게 배움에만 집중할 수 있겠군.”
산적이 토벌되어 상인들이 오가며 물류의 유통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곧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장뿐만 아니라 양양현의 거리를 관리하게 된 감녕과 친분을 유지하게 되었으니 어느 곳에서 어떤 식으로 장사를 하든 그는 크게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산적을 토벌한 것에 대한 포상금을 수경원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인식은 수경원을 더욱 좋게 보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같은 물품을 팔 때 수경원의 것을 더 선호하게 되겠지.
“…그리고.”
현을 다스리는 현령.
그리고 거리를 관리하게 된 감녕.
이 둘의 사이에서 그들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게 된 나.
“당분간은 이 삼각형이 공고하게 만들어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터…”
난 침상에 누운 후 뻥 뚫린 천장과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벽을 번갈아 본 후 씩 웃었다.
“이제부터 벌 일만 남았네. 빨리 벌어서 저것부터 좀 고쳐야겠다.”
“진 사제!”
“엥? 왜요?”
“사부님이 부르셔.”
사부가 왜?
사저와 함께 사부님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돌아오니 서복과 방통은 이미 와 있었다.
“사부님.”
“그래. 앉거라. 허… 이걸 또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하나. 일단 물으마.”
“네.”
“이번 요각과 현의 대장의 일 네가 한 일이냐?”
“하하…”
“방통. 너도 꼈느냐?”
“네.”
싱글거리는 방통과 나를 보며 사부는 씩 웃은 후 서복과 사저를 내보냈다.
“잘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이용하라고 말했는데 내 이름과 수경원의 이름을 이용해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구나.”
“유하가 대단하죠. 저는 그냥 도운 것 뿐이니까요.”
“하지만 방통이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서로를 이용한 것이구나. 그래. 보기 좋다. 그런데 포상금을 받지 않고 시혜에 베풀라는 이야기는 왜 한 것이냐? 그것도 네 이름이 아니라 수경원의 이름으로 한 까닭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그래… 그래서. 내가 해줘야 할 일은 무엇이지?”
“그냥 나중에 장단이나 맞춰주세요.”
예상대로 사부님은 크게 나무라는 대신 그저 재밌어 할 뿐 이었다.
그를 향해 웃으며 답하자 사부님은 웃음을 멈추며 말했다.
“아무튼 잘 되었구나. 산적은 처리되었고 양양현은 발전하게 되었으니. 오자마자 큰 일을 해주었다. 유하야.”
“그저 사부님의 덕입니다.”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진짠데.
사부님과 형주목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사부님이 여기저기서 일을 처리하며 이름을 알리지 않았더라면 현령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고 만나도 현령이 우리를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사부와 수경원의 이름을 이용한 것이니 말이다.
수경원의 제자 라는 것만으로 현에서 제일 높은 사람을 그냥 찾아가서 만날 수 있을 정도라니.
졸업한 것도 아닌데 대단하다.
졸업하면 얼마나 더 대단할까?
“진담입니다. 아무튼…”
“그래. 이제부터 뭘 어쩔 생각이냐.”
“뭘 어쩐다기보다는… 이제 슬슬 알려 볼 생각입니다..”
“무엇을?”
“수경원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사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끝내고 나왔을 때 사저와 서복은 긴장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혼나는 줄 알았나보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기다리던 그들은 우리가 나오자마자 다가왔다.
“서복. 부탁이 있어.”
“뭔데?”
“돗자리를 만들 때 끝에 이 문양을 넣을 수 있을까?”
“이게 뭔데?”
“수경원의 상징이 될거야.”
난 히죽 웃으며 사부에게 받은 그림을 보여주었다. 검과 책의 그림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린 서복은 어렵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 사제. 오자마자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별거 아니에요. 사저.”
“사저.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제 우리가 사저 먹여살릴테니까 사저는 삯바느질 좀 그만하고 좀 자. 하루에 두시진도 제대로 안자잖아. 공부하랴, 살림하랴, 삯바느질 하랴.”
수경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사저는 하루에 한두시진 정도 밖에 못잤다.
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일이 많아서였다.
수경원의 규칙인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를 솔선수범해서 어기고 있는 사저였다.
몰래몰래 우리에게 들키지 않게 방을 치워주거나 자기가 번 돈으로 간식거리를 만들어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끔씩 밥값 이상의 음식을 해주거나.
자기 쉴 시간을 버려가며 우리를 위해서 희생을 해주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 나름대로는 안들켰다고 생각하나보다.
수경원에 온지 며칠 안되는 나도 아는 건데.
“아무튼. 사저는 이제 좀 편해질 필요가 있어.”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마.”
“아 됐고. 사저나 서복이나 이제 우리가 먹여 살릴거니까 진짜 쓸데없는 짓은 사저나 하지말라고.”
“너희 무슨 짓 하려는거야?”
사저가 어안이 벙벙해져 나와 방통에게 물었지만 우리는 아무런 답변도 해주지 않고 몸을 돌렸다.
“어이! 진 도련님! 나 왔수!!”
수경원의 문이 열리며 감녕이 들어왔다.
꽤나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인들 다섯과 부하들을 대동한 그는 내가 주문한 것들을 마당 여기저기 설치했다.
“뭐하는거야?”
“아 글쎄 보고만 있으라니까. 사저는 그냥 내가 주는 속옷만… 끄악!”
한소리 하다가 결국 사저에게 엉덩이를 차인 방통은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궁시렁거렸고 그들을 보며 난 천천히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방통. 사타구니에 힘 빡 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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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각이라는 산적이 잡히고 그 산적과 내통하던 병영 대장이 오체분시 당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수경원의 도움이 있었다는 소문은 양양현 뿐만 아니라 주변
에도 퍼진 상태였다.
그리고 수경원의 상점은 오늘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자! 수경원에서 직접 만든 돗자리입니다! 수경원이 보증하는 돗자리! 단돈 한냥!!”
“쌉니다! 싸요! 수경원에서 기른 야채입니다! 싸요!! 맛도 보증하고 건강도 보증합니다! 수경원에서 기른 야채를 많이 먹으면 여러분의 자제분도 수경원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
로 똑똑해질 겁니다! 자!! 맛보세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수경원에서 보장하는 품질! 수경원에서 자랑하는 모양! 수경원 최고의 예인 채염이 만든 옷을 아주 싸게 팝니다! 수경원의 문장까지 달려 있는 신품입니다! 아주 좋아요! 아주
곱습니다!!”
상인들의 왕래가 늘어나고 시장이 열리자 가장 목이 좋은 자리에 검과 책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좌판이 세워졌다.
양양현의 상인들이나 유지들이 그곳에 자리를 잡길 원하며 왈패들이나 관리들을 보내려했지만 그들은 모두 거리를 지키는 이들이나 현령에 의해 막혀버렸다.
아무리 뇌물을 줘도, 아무리 협박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가장 좋은 자리와 그 자리 근처를 모두 빼앗겨버린 상인들은 아니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좌판에 가는 이들은 달랐다.
“어휴! 수경원의 것이라면 사드려야지! 이거 얼마요? 세냥? 너무 싸다~ 질도 좋은 것 같고!”
“파가 한단에 얼마에요? 이렇게 싱싱한데 고작 두냥이라고? 그럼 사야지!!”
수경원의 이름은 이미 높았는데 요각을 잡은 것과 그 포상금을 양양현의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는 것 때문에 더욱 높아졌다.
상품의 품질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무려 그 수경원의 물건이라는 것에 사람들은 만족하며 시세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것을 가리지 않고 사가기 시작했다.
“서성! 꽃신 모자르다! 꽃신!”
“네! 갑니다!!”
기루 거리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감녕은 새롭게 삶을 살고 싶어하는 퇴기들에게 길을 마련해주었다.
바로 수경원 직속 생산인이 된 것이다.
기녀들이지만 바느질 정도는 할 줄 알았고 개중에는 자신의 옷을 만들던 기녀도 있던 터라 옷을 만드는 일을 맡겨도 충분히 수행해내었다.
요각에 의해 장사를 하고 싶지만 망한 상인 중에 괜찮은 사람 한둘을 꼬셔서 장사를 하게 한다.
수경원의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하며 그들은 상가의 주인인 나에게 수수료를 납품한다.
거리를 지키는 권리를 받은 감녕의 보호와 양양현의 보호를 받기에 왈패들이나 포두들에게 자릿세니 뇌물이니를 바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물건의 품질이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졌다.
높은 품질, 낮은 가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장사의 필수 조건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이용해 장사를 시작했고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물론 그것 외에도 내가 시도한 것들은 많았다.
대표적인게 이거다.
수경원의 문장을 상품에 넣은 것.
알아보기 쉬운 문양은 사람의 마음을 이끌고 그것은 관심을 가져간다. 그 관심은 곧바로 소유욕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물건을 파는 것은 쉬워진다.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특별함을 부여함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