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1
00051 정경유착 =========================
“아이고!! 이를 어쩝니까!! 가죽신이 똑 떨어졌네!”
“이잉! 나도 저거 사줘!”
“어쩌니. 다 떨어졌다는데…”
“동네 애들 다 저 신 신고 있단 말야!!”
“저기요. 가죽신은 언제 들어오나요?”
“내일 쯤 들어옵니다. 예약을 원하신다면 여기에 이름을 적어주시겠습니까?”
“제가 글을 모르는데…”
여인이 민망해하자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적어드리지요. 내일 정오에 오셔서 이름만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드님 것을 사시려나봐요?”
“어우… 존대는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수경원의 제자분 같으신데…”
내 가슴팍에 청색 실로 수놓여진 문장을 보며 여인은 조심스레 말했지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 수경원을 믿어주시는 분인데 어찌 제가 하대를 하겠습니까. 그런 분께 하대를 할 정도로 수경원은 막나가지 않습니다.”
“어머나~ 그럼 소연지라고 적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자. 얘야. 형에게 네 발을 보여주겠니? 네 발 크기에 맞출만한 신을 만들어주마.”
“응!”
신발을 팔때 그냥 눈대중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규격화하여 그 규격에 맞는 신발들을 따로 만들어낸다.
이게 은근히 잘먹혔다.
지금 시대는 발에 신발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발에 발을 맞추는 시대였다.
작아도 그냥 신고 커도 그냥 신는. 물건이 있으면 신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냥 맞춰주자.
수경 상점을 찾는 이들은 많았으니 만들어 두면 어떻게든 팔리게 되더라.
이런 식으로 장인들에게 작업을 지시했는데 이게 잘 먹혔다.
수경 상점의 신이 잘 팔리니 우리를 따라하는 이들도 꽤 있었지만… 뭐 상관없다.
우리는 가격과 품질만이 아니라 수경원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수경원의 브랜드를 누가 따라하면 어쩌냐고?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이상 수경원의 문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곤장 한두대 맞는 걸로 끝나지 않을테니까.
전에 한 상단이 멋모르고 수경원의 문장을 따라해 물건을 만들어 팔다가 걸렸는데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무려 형주목이 나서서 그들을 처벌한 것이다.
상단은 와해되었고 전 재산은 몰수. 그리고 상단주는 처형되었고 그 가족들은 노비가 되었다.
그만큼 수경원이라는 이름이 형주에서 대단했다… 라기보단 사부님이 은근히 부탁한 것이겠지.
일벌백계의 수를 써 함부로 수경원을 사칭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내일 찾아오시면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미가 멀어지자 난 씩 웃었다.
“진 도련님.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만.”
“응.”
“그리고 한바퀴 돌았는데… 괜찮은 수입을 얻은 것 같습니다. 이건 어쩔까요?”
“잘 모아둬. 나중에 너희들이 쓸 것들이니까. 그리고 조금만 떼어달라고. 현령에게도 주게.”
거리를 관리하는 일이라는 것은 합법적으로 자릿세를 받는다는 것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저번 일로 현령의 신임을 듬뿍 받는 감녕의 일파에게 자릿세를 내었고 당연하겠지만 수경원은 그 자릿세와 큰 상관이 없었다.
물론 표면적인 공평함을 위해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내기는 했지만 장사 끝나면 다시 돌아왔으니 손실은 없었다.
거기에 가끔씩 오는 병사들에게도 뇌물을 줬지만 수경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들은 뇌물 대신 물품이나 조금 받고 마는 정도였다.
전에 멋도 모르고 수경원의 상점에 와서 뇌물을 요구했던 포두가 있었는데 그걸 현령에게 은근히 말하니 그날로 그 포두는 직위를 잃고 하옥되었다.
현령마저도 자발적으로 우리를 돕는다는 것에 난 만족했다.
단단한 철의 삼각구조를 만들어낸 것에 성공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서성에게 받은 돈주머니를 품에 넣고 짐을 챙긴 후 곧장 관아로 향했다.
관아에 몇번 찾아 온 덕분에 관병들은 날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들의 인사를 받아준 후 바로 현령의 집무실로 향했다.
“현령님. 저 왔습니다.”
“오오! 어서오게. 요새 장사가 잘 되간다면서? 내 아들도 수경원의 꽃신을 사달라고 난리를 치더구만.”
“어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보따리에 싸 놓은 최고급 꽃신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다른 상점에서 파는 일반적인 꽃신과 다르게 신발의 뒷꿈치쪽에는 수경원의 표식이 수놓아져 있었다.
요새는 수경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해 이 표식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이유하의 지식을 활용해 바닥에는 단단한 가죽으로 마감을 하고 발이 닿는 곳은 편한 구조로 만들었다.
현령 아들을 위한 특제품. 돈 주고 사면 비싼거지만 난 그것을 아쉬움 없이 꺼내 그에게 주었다.
“수경원의 물건이 품질도 좋은데다가 인기라서… 하하! 이거 대단하구만. 자네 장사에도 소질이 있던가?”
“그저 이문 없이 장사를 할 뿐입니다. 양양현의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을 뿐이지요.”
이문이 없을리가 있나.
지금 수경원의 재정은 연일 호황상태다.
사저는 쏟아지듯 들어오는 돈을 계산하느라 삯바느질은 때려치고 청연루에서 나온 퇴기들에게 옷 만드는 것만 간신히 가르치는 정도다.
그 뿐인가?
서복에게도 돗자리를 만드는 일을 관두게 하고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글을 가르치게 하고 있었다.
어려운 학문은 힘들더라도 글자를 알아두면 그것은 도움이 될 것이고 그 도움을 기억하는 한 수경원을 반드시 찾을 것이다.
수경원의 이름으로 장사를 한다면 그들은 나중에 커서도 수경원의 물품만을 사겠지.
이렇게 판을 만들어 놓는다면 내가 수경원에 있는 동안은 여유롭게 그 수수료만 받아서 먹고 살 수 있을거다.
자급자족?
족구하라고 그래!
자급자족해서 언제 배울거 배우냐!?
바짝 배워도 모자랄 판국에.
고정 수입이 짭짤하게 발생한다면 수경원에서 그냥 배우기만 해도 될거다
물론 이게 평생 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나 배울거 다 배우는 동안 수수료나 받아먹자.
그 뒤는 알아서 하겠지.
“이거 매번 신세만 지는 것 같구만.”
“그리고 이건…”
이번 일로 짜잘한 뇌물을 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안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은 은혜를 금방 잊고 원한은 평생 기억한다.
그렇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떡밥을 뿌려주는 수 밖에.
난 품에서 꺼낸 돈과 기존 향초가 아닌 방통이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통에 담은 향초를 현령에게 주었다.
“허어! 뭘 이런 걸 다! 이거 굉장히 귀해보이는구만! 저번의 향초도 잘 썼는데… 고맙네! 하하!!”
“별 말씀을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의 의미입니다. 너무 개념치 마십시요!”
“자네는 아무런 걱정 말고 공부만 하게. 자네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 황실에도 좋고 우리 현에도 좋지 않겠는가! 하하하핫!! 그리고 그럴 필요 없는데 왜 자꾸 기부를 하려는 건가?”
“현의 백성들이 살아야 상점들도 살지요. 저희가 버는 것은 현의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 기부금으로 양양현을 더 좋게 만들어주십시요. 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 알겠네! 알았어! 내 자네에게는 정말 못당하겠구만! 진 현장님이 아드님을 아주 잘 가르쳤어!”
요각의 일 이후로 날 조사한 후 내가 동아현 현장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인지 현령은 날 은근히 마음에 들어했다.
어디 주목의 아들, 어디 태공의 아들. 그런 사람들의 자식들도 쉽게 사부님의 제자가 될 수 없는데 내가 됐다는 것에 자기 아들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일거다.
가끔씩 아버지께 연락해 아들 어떻게 키웠냐고 물어본다고도 하니 이정도면 날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겠지.
아무튼 현령과 나의 사이는 좀 더 돈독해졌다.
양양현에 대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금은 다시 수경원으로 들어올 것이고 수경원의 이름과 더불어 수경 상점을 운영하는 내 이름도 높아질 것이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적당히 수수료나 이익금을 조금 받는 것만으로도 수경원을 운영하는 것이 전보다 몇백배는 편해졌으니 모두가 만족할만한 일이다.
******
관아에서 나와 수경원으로 돌아가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제 뭘 팔까.
다른 연구를 해보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아 특별한 것들은 시행하기 어렵다.
적당히 모아 둔 돈을 집으로 보내고 나중에 복귀했을 때 해보는 수 밖에.
고민을 하며 흑죽림 근처에 도착했을 때 몽둥이를 든 사내 다섯이 날 보자마자 앞으로 걸어나왔다.
“네가 진유하냐.”
“그런데 댁들은 뉘슈?”
“알 것 없다.”
“하아…”
아마 수경원을 질시하는 지방 유지나 상단 중 하나겠지.
대놓고 공격을 못하니 이렇게 숨어서 날 해코지하려는 그들을 보며 난 가볍게 박수를 쳤고 그 순간 그림자 속에서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하하하하!! 이거 진 도련님 옆에 있으면 패죽일 놈들이 많아서 좋다니까!”
“한놈은 죽이지마. 배후를 알아내야 하니까.”
“알았수! 나만 믿으라고!”
“힉!?”
“어, 어디에 숨어 있던 거지!?”
요새는 날 호위하는 것이 장사를 하거나 청연루의 취객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재밌었는지 내가 움직일때마다 몰래몰래 따라붙던 감녕은 호랑이처럼 날뛰며 왈패들을 때려잡았다.
그가 왈패들을 쓸어버리는 것을 보며 난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가 무너지려면 적어도 오년 이상은 걸리겠군…”
나는 돈을 벌고.
현령은 현이 발전하며 뇌물과 상품을 얻고.
감녕은 재미를 얻는다.
모두가 이득을 보는 구조.
이 구조가 무너지려면 셋 중 하나가 빠질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그 구조는 아마 나에 의해서 무너질 것이다.
“…뒷 생각도 해놔야겠네.”
난 빙긋 웃은 후 왈패의 목을 비틀어 꺽어버린 감녕을 지나쳐 흑죽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년이 지났다.
*******
영제가 붕어하고 소제가 즉위했다.
하태후의 아들인 소제가 즉위한 것은 십상시의 몰락을 예견한 것이었고 십상시는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난을 일으켰다.
하진을 공격하여 그를 살해함과 동시에 진류왕 유협을 추대하려 하였지만 하진의 부하였던 원소와 그 일당들은 그것을 좌시하지 않았다.
병사들을 이끌고 십상시를 공격.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서 십상시들은 소제와 유협을 데리고 홍농으로 도망갔지만 ‘마침’ 근처에 있던 동탁에게 주살당하고 소제와 유협을 데리고 낙양에 입성했다.
급하게 온 탓에 적은 수의 병력을 밖에 없었지만 빠르게 낙양을 점령하고 성문의 통제권을 취한 동탁은 병사들을 몰래 밖으로 내보내고 들여보내 병력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기만책을 펼쳐 시간을 벌었고 원소를 비롯한 제후들, 관리들은 그의 계략에 속아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동탁의 본군이 낙양에 입성하게 되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동탁은 소제를 폐위하고 진류왕 유협을 즉위시켰다.
소제의 정통성을 부정함과 동시에 헌제의 정통성을 입증하여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그의 수작은 그저 변방에 주둔하던 군벌의 수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낙양을 빠르게 안정화시킴과 동시에 자신에게 저항하는 관리와 장군들을 처벌, 혹은 영입하며 그는 자신의 힘을 더욱 공고히 굳혔다
그리고 그것을 기존 하진의 부하들이나 각지의 제후들은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역적 동탁이 한 황실을 깔아뭉개는 것을 놔줄 수는 없다.
전국에 퍼진 격문은 의기에 차있는 이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그 격문에 이끌려 혹자는 충의를 위해, 혹자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혹자는 자신의 부를 위해서 반동탁 연합군에 참가했다.
하지만 반동탁 연합은 연합을 이끌던 제후들의 욕망에 의해서 잦은 소음을 만들어 냈고 동탁은 낙양을 불태우고 천도를 하는 것으로 반동탁 연합군을 완전히 무너트려버렸다.
각지의 제후들이 힘을 합쳤는데도 동탁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분통해하며 자신의 세력지로 향했다.
한 황실이 동탁에 의해서 농락당하고 있는 상황.
이제 중앙이 내려주는 관직 따위에는 의미가 없었다.
뜻 있는 이는
힘 있는 이는.
각자의 정의를 내세우고 있었고 그들은 동탁이 가진 자리를 탐내어 군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작금의 천하는 혼란스러우며, 그 혼란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힘을 믿고 거병하여 스스로를 주인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깔끔한 옷을 입었다.
훈련을 하거나 사부님께 배움을 받을 때 입던 옷이 아닌, 나들이나 귀한 분을 만나러 갈때 입는 비단 옷을 입고 나에게 주목하는 수백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동탁은 한 황실을 능멸하고 있고 이를 쓰러트리기 위해 각지의 제후들은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해 병사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대감 섞인 시선을 받아들인다.
이것 역시 나의 운명이겠지.
“언제 또다시 난이 일어날지 모르고, 언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흉포한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창칼을 들 것이고 그것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꿀꺽.”
“히잉… 엄마..”
“쉿. 조용히 해. 도련님이 말씀하시잖아.”
군데군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당장 이곳 형주를 향해 움직이는 군벌들이 수십이며, 양양현을 노리는 도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지난 달에 있었던 이간이 이끄는 도적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것은 그저 도적의 습격이라 치부할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재산을! 여러분의 가족을! 여러분의 삶을 침범하고 억지로 빼앗아가려는 것입니다!”
“…..”
“작금의 천하는 풍전등화의 상태! 한줄기 바람이 불면 언제 황건적이 일으킨 난과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여러분!! 이대로 가만히 당하시겠습니까!? 이대로 그저 집 안에 틀어박혀 숨어만 계실 것입니까!!”
사람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자 난 배에 힘을 주며 외쳤다.
“그런 여러분께 수경원의 진유하가 제안합니다!! 피난만이 살길이다!! 안전한 피난을 위한 필수품!! 수경원이 만들고 인증한 피난용 돗자리와 짚신이 열냥도 안하는 단돈 아홉냥 팔푼!!”
“와아아아아!!”
“지금 피난용 돗자리를 사시는 분들께는 피난을 위한 여벌 옷도 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착용감 좋고 환기성 좋은 수경원의 여름옷! 지금이 아니면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빠른 선택! 그것이 여러분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문을 하는 것을 보며 난 단상에서 내려왔다.
오래간만에 소리를 질렀더니 목이 아프다.
상가의 점원이 주는 찬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뭐하냐고?
지난달에 다 못판 돗자리랑 짚신, 옷들 재고 정리 중이다.
“도련님. 수경 선생께서 찾으십니다.”
“응. 갈게.”
수경원에 입원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이유하의 지식에 있던 삼국지대로 십상시는 진짜 난을 일으켰고 서량의 군벌인 동탁은 낙양을 점령했다.
동탁이 낙양을 점령한 것을 참지 못한 각지 제후들은 반동탁 연합군을 꾸렸고 그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는 뭐…
“오셨습니까? 도련님.”
내가 처음 왔을 때 폐가나 다름없던 수경원은 지금 이층짜리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금방 무너질것 같았던 벽은 개보수되고 별채를 지어 수경원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이들의 숙소를 마련해주었다.
수경원 뒤에 있던 밭뿐만 아니라 흑죽림을 개간해서 밭을 좀 더 만들어 그들의 식사와 사부님. 그리고 사부님의 제자들이 먹고 살 길을 마련하게 했다.
그 뿐인가?
“음. 늘 고생이 많어.”
“아이고. 아닙니다. 도련님 덕분에 저희들이 살고 있는걸요.”
자기가 벌어서 쓴다는 기본 수칙 아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수경원의 잡일을 담당하게 하는 하인들과 시녀들을 들였다.
“사부님은?”
“선생께서는 지금 안채에 계십니다.”
“알았어.”
을씨년스러웠던 안채는 깨끗하게 보수되어 있었다.
지난 4년동안 정말 힘들었다.
장사하랴, 공부하랴. 밭 개간하랴.
쉽지 않았다. 진짜.
“사부님. 찾으셨습니까?”
“그래.”
수경원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는데도 사부님은 여전히 허름한 옷차림이었다.
그의 앞에 공손히 앉아 사부님의 말씀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부님은 말을 하는 대신 내게 한장의 종이를 주었고 난 그것을 보며 멍하니 물었다.
“이게… 뭡니까?”
“졸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