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20
00520 천하는 만만하지 않다 =========================
“같은 유씨를 구원하겠다는 쓸데없는 명분이군요… 하지만 이건.”
“적당히 근처에서 머무르다가 형주를 챙겨 먹겠다는 심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유표가 비록 모자란 이이기는 하나 황족의 일원.
그러므로 같은 황족인 유장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웃기는 소리다.
같은 황족끼리 그렇게 살갑게 지낼거면 그동안 왜 둘이 치고박고 싸웠겠나.
이건 그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했다.
만약 유장이 진심으로 유표를 돕고자 했다면 당장 여남이든 남양이든 공격해 들어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고작 영안 일대에 병력을 주둔시키는 정도에 불과했다.
영안은 형주의 바로 지척.
군대가 움직이면 곧장 강릉과 무릉을 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유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영안에 군대를 보내지 않던 유장이다.
그런 유장이 갑자기 군대를 보낸다?
유표를 돕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웃기는 소리다.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이유는 명백했다.
만약 양양이 공격당하면 자기들이 들어가 우리를 물리치겠다는 정도의 이야기 뿐.
“이거 참. 추악하기 그지 없구만.”
“하지만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걸까요?”
우리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힘을 합치던 그들이다.
형주를 제물로 삼는다 하더라도 당장 우리를 상대하기는 힘들텐데?
내가 중얼거리자 순유는 씁쓸한 어조로 대답했다.
“어쩌면… 유장과 강남 연맹이 손을 잡았을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유표를 버림으로써… 형주를 찢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양양은 주겠지만… 강릉과 무릉은 유장이. 강하 일대는 강남 연맹이 얻겠다는 수… 입니까?”
“그렇지요. 그럼으로써… 황하를 완전히 차지. 예상했던대로 수전으로 저희를 이끌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흠…”
신성은 여강과 강하 사이에 있다.
즉, 교완의 고향인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강하를 내가 먹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그에 따른 움직임을 가질 수 밖에.
“만약 진짜 그런 수를 쓰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군요.”
손책과 주유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완이와의 결혼을 애매하게 할 수는 없지.
그동안 군소리하지 않고 날 따라 준 녀석인데.
날 보는 이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저희들도 따로 수를 쓰는 수 밖에.”
“무슨 수를 쓰려고?”
“하하하… 나름대로 수가 있으니 걱정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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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성의 성주 관저 앞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 있던 맹달은 거친 걸음으로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봐. 장송.”
“왜?”
장송에게 자신의 사과를 건네 준 맹달은 웃으며 그를 가리켰다.
붉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
분노로 일그러진 입가.
꽉 쥐어진 주먹.
누가 봐도 화가 났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될까?”
“글쎄.”
저 사내의 입장에서는 이번의 일에 분노할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맹달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를 지켜보았다.
“이봐! 주평이! 어딜 그렇게 가나!!”
“….”
웃음기 가득한 맹달을 한차례 노려 본 그가 막사로 들어가자 맹달은 어깨를 으쓱였다.
화가 나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결정은 났는데.
“효직이 움직일 것이고 그것에 불복한다면 더 이상 가치는 없겠지.”
“괜찮겠나?”
“지금까지는 괜찮았어.”
씩 웃은 맹달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가후에게 놀아난 것만으로도 열통이 터져 죽을 것 같을텐데 더 이상 다른 놈들에게 놀아날 생각은 없겠지.”
“놀아난다라… 과연 이 상황을 놀아난다고 봐야 하는 걸까?”
장송의 말에 맹달은 크게 웃었다.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노가놈이 가져 온 자료들을.”
“음… 하지만.”
“그 자료들은 거짓이 아니야.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놀아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는 괜찮았어.”
“흐음…”
“왜? 결국 우리는 이득을 봤으니까. 유표가 조조를 상대하는 동안 우리는 힘을 키울 수 있었거든. 왜 이런 말도 있잖은가.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결국 유표는 그만큼 힘을 잃었고 조조는 그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는 건가?”
“그렇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뒤에서 즐겁게 놀고 먹음으로써 쓸데없는 피해 없이 두곳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키워낼 수 있었다고.”
맹달의 여유로운 말에 장송은 인상을 찌푸렸다.
놀아난다 하더라도 이득을 본다면 상관없다.
그것은 정치가인 맹달의 입장 일 뿐이다.
하지만 책사에게 있어서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다.
당했으면 반드시 갚아준다.
지금 행동은 법정의 복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맹달은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왜?
이득이 되니까.
법정의 책략이 잘만 이루어진다면 형주라는 비옥하고 거대한 땅을 손에 넣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타 지역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손에 넣게 될테니까.
그렇다면 더 많은 이득을 노릴 수 있다.
맹달의 미소에 장송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만. 자네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누가 이런 개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해?”
장송의 질문에 맹달은 밝게 웃었다.
“누구라도 상관없어. 관심도 없고 말이야.”
느긋하게 말한 맹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최주평이 들어간 성주 치소를 보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겠지…”
성주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최주평은 집무실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의 화난 얼굴.
엄안과 장임은 검을 잡았다.
뭔가 일이라도 낼 것 같은 그의 모습에 그들이 움직이려 하자 앉아 있던 사내는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인가? 주평.”
“왜 움직이지 않는겁니까?”
“왜라니?”
“지금 조조의 군대가 형주로 움직일 겁니다. 그들이 움직이면 유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한 사내.
유장의 군사인 법정은 자신을 노려보는 최주평을 향해 피식 웃었다.
“맞아. 자네의 말대로야. 지금 여남에 주둔하고 있는 조조군이 움직인다면 유표는 쉽게 막지 못할거야. 전홍성이 아무리 단단한 성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뚫릴 것이고. 거기에 황조가 강남 연맹으로 넘어가 뒤가 불안한 유표라면 더욱 그러겠지.”
“그렇다면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맞아.”
“그런데 왜 여기서 멈춰 있는 것입니까?”
최주평의 말에 법정은 빙긋 웃었다.
“그야 필요한 일이니까.”
“필요하다구요? 어째서 이게 필요한 일입니까? 당장이라도 움직여서 적들의 움직임을 막아야…”
“막고 있잖은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표에게 상당히 호의적이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려 한 최주평이다.
그의 제안으로 유표와 정전협정을 맺었다.
그로 인해서 꽤 편하게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자존심은 짓밟혔었다.
그때의 짓밟힌 자존심.
법정은 그 자존심이 회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유표라는 적을 막고 있잖은가.”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최주평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그런 그를 향해 법정은 여유있게 웃으며 말했다.
“황족인 주제에 자기가 황제인 것처럼 움직이는 불충한 역적, 유표를 막고 있잖은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것은, 그것은 그저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헛소문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야. 세상이 그리 알고 있다면 거짓이라 하더라도 진실이 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딱히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나도 귀가 있는 사람이야. 유표가 황제처럼 행동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
“….”
형주를 정벌하기 위해 움직이던 조조군이다.
그런 조조군이 내세운 선전포고문에 의하면 유표는 황족이면서 스스로 황제인 양 행동한다 했다.
스스로 역심을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그를 황제의 충실한 신하인 조조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
그를 치기 위함이니 황실의 충실한 신하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선전포고문이 있었다.
그것을 차분히 말하던 법정은 여유있게 웃었다.
“이 선전포고문에 의하면 나쁜 놈은 유표인데… 왜 그를 아군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유표가 실제로 그런 짓을 한다 하더라도 그가 없어지면 다음은 저희의 차례입니다. 조조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형주를 차지하고 나면 다음은 익주, 강남의 차례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어찌!”
“하지만 그것은 조조가 형주를 전부 차지했을 때의 이야기지 않은가?”
“….”
최주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법정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보게! 주평이. 자네는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따르는 분은 익주목이지 형주목도, 그리고 우리를 이용해서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놈도 아니야.”
“…..”
최주평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법정의 이런 태도는 도대체?
지금까지 유표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던 법정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가 나서서 유표와 친분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 그다.
법정의 밑으로 들어와 그의 행동을 보며 충분히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려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유표를 지원하기 위해서 유장의 명령을 받아 익주의 대군을 이끌고 올 때까지만 해도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최주평의 표정을 보며 법정은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자네는 아주 잘 해주었어. 그런데 한가지 알아줬으면 좋겠군. 천하는 고작 몇명이 손아귀에 쥐고 만지작거린다고 하여 바뀔 정도로 만만하지가 않다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수를 써준 덕분에 형주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되었지. 아직까지는 그들과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기간이니까 말이야. 얼추 시간을 보니 적당히 전홍성이 뚫릴 때 쯤이면 우리도 움직일 수 있겠더군.”
“설마 당신.”
최주평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설마.
지금까지 유화정책을 쓰고, 교류를 해왔던 것이 그저 유표가 조조를 상대하게 하려는 수에 불과했던 것인가?
양쪽에 적이 있으면 쉽게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한쪽이라도 전선이 사라지고 그곳에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면?
당장 위험한 쪽을 공략하게 된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최주평의 얼굴을 마주하던 법정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하더군. 형주의 움직임은 말이야. 이상할 정도로 주군인 유표에게 힘이 실리기보다는 다른 가문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어. 대부분의 움직임도 그래. 마치… 그래. 누군가가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려고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일부러 형주를 움직여 조조를 견제하게 하려는 것 같았어. 나도 아니고, 또 노가놈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지. 아주 은밀하게 움직이더구만.”
“…그건.”
“괴가, 그리고 채가, 황가. 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주의 권력관계 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문이 좀 있더구만.”
“…..”
설마 눈치챈 것인가?
최주평은 소매의 단검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법정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는 명가라고 불리기도 부끄러운 황가… 황승언의 가문에서 이래저래 움직임이 좀 있더구만. 그래. 이름이 뭐였더라… 제갈근이라고 하던가? 그리고 자네가 그와 자주 만나더군.”
“그와는 그저 업무적인 관계로 맺어졌을 뿐입니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말이야. 제갈근과 자네의 움직임을 이래저래 살펴보면 뭔가 이상해. 누군가가 이득을 보는 행동은 아니란 말이지. 결과만 본다면 모두가 손해를 보는 행동이야. 아무도 이득을 보지 않아.”
“…그래서요?”
“그래서 생각해봤네. 내 생각에는 말이지…”
“쳇!”
최주평이 소매의 단검을 꺼내려는 순간 장임과 엄안의 검이 움직였다.
두자루의 검은 빠르게 움직이며 최주평의 팔과 그의 어깨를 베었다.
숨겨 둔 단검을 꺼내지도 못한 채 팔이 잘려버린 최주평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자 법정은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가 형주목과 익주목을 이용해서 조조를 공격하게 하려는 것 같더구만. 이래저래 힘을 빼서… 무언가 잡다한 짓을 계획하려는 것 처럼 말이야. 우리의 움직임, 유표의 움직임까지 멋대로 조율하려 하고. 추가로 손가까지 피해를 입히는데 성공했고… 하하. 이거 참.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대단하더군.”
“…큭..으아…”
“강남 연맹의 노가놈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네. 아무래도 말이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놈의 수를 따르면 이득을 좀 더 볼 수 있겠지만… 뭐, 나도 책사 나부랭이. 농락 당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야. 지금까지야 필요에 의해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네.”
“네놈…!!”
언제 알게 된 것이지?
유장과 유표를 움직여 조조를 상대하게 하려는 자신들의 수를 눈치챈 것이 도대체?
팔이 잘린 고통보다는 이용하려던 상대에게 오히려 이용당했다는 것에 분노하며 최주평이 화를 내려는 순간 엄안은 검을 휘둘렀다.
단 일검.
일격에 최주평의 머리가 떨어진다.
그의 몸이 바닥을 구르자 엄안은 법정을 보며 말했다.
“이제 어쩔 것이오? 군사.”
“어쩌기는. 원래 하던 대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