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19
00519 천하는 만만하지 않다 =========================
수경원을 졸업하고 얼마 가지 않아 수경상점은 다른 상점들의 영향에 의해서 결국 망했었다.
그리고 감녕이 경영하던 기루 역시도 망했고.
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 뒤에 이엄이 있었다고?
난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내가 당황하자 감녕은 쓰게 웃었다.
“아니 뭐. 도련님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수. 그리고 어차피 도련님도 없어서 접으려고 했었고.”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왜 말 안했냐? 방통은 알아?”
“알지. 하지만 어쨌겠수. 방 도련님이 몇번 따지러 갔지만 그들은 그냥 배째라고 하던데.”
방통도 손을 대지 못했을 정도라면.
너무 거대한 세력이라 그랬겠지.
그때 당시라면 형주의 강자로 유표가 이름을 높이고 있을 때였으니까.
나야 더 이상 형주에 관심이 없었으니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감녕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뭐, 이제는 딱히 그 일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건 아니유. 다만 묵은 원한은 갚아줘야 제맛이라잖수.”
“그렇긴 하지.”
“아무튼 잘 됐네. 그곳 성주가 이엄이라면 제대로 복수전을 할 수 있을테니까. 쫓기듯 형주에서 나온게 좀 많이 거슬렸거든.”
히죽 웃으며 감녕은 방천화극을 어깨에 걸친 후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장합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 쓸데없는 짓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아무리 당한 것은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으음. 그래도.”
“쓸데없는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거야. 그냥 내버려두자고.”
복수심은 사람이 움직이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그 원동력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냥 내버려 두는게 낫다.
다만 그 복수심 때문에 주변을 보지 못한다면 결국 그것 역시 다른 책사들의 도구가 될 뿐이다.
감녕이 고작해야 그따위 복수심에 휘말릴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나는 웃으며 장합에게 말해주었다.
내 말에 장합은 고개를 끄덕인 후 감녕을 쫓아 연무장으로 향했다.
“하후상! 관평! 따라와라! 바로 훈련을 시작한다!”
“예.”
“알겠습니다.”
또다시 훈련을 하러 가는건가?
지치지도 않나보네.
우리를 호위하던 하후상과 관평이 그들의 뒤를 쫓아 연무장으로 향하자 완이는 웃으며 물었다.
“장군님은 어쩌실 생각이에요?”
“글쎄? 내가 무장도 아니고 굳이 난 훈련을 할 생각이 없는데 말이지.”
화타의 오금희로 인해서 체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다다.
오금희를 아무리 해도 나에게는 싸움의 자질은 없었다.
괜히 못하는 거 잘 하려고 용쓸 필요는 없다.
“준비가 될 때까지는 책이나 보면서 쉬어야겠… 아니지.”
“음?”
“순 대부에게 좀 배우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넌 숙소로 가서 쉬고 있어.”
“저는 그냥 방치하시는 건가요?”
“응? 응. 방치하는건데?”
“아잉~”
“좋아하는거냐… 그래. 그래. 갔다와서 놀아 줄 테니까 숙소에서 얌전히 쉬고 있으렴. 뭣하면 너도 연무장에서 훈련하는데 끼든가.”
“후후후. 외간남자와 함께 있으라고 하시다니. 역시…”
“뭐! 왜!”
아니 걔들이 왜 외간 남자냐!?
따지고보면 내 가족과 같은 놈들인데.
완이는 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생긋 웃어주었다.
달콤한 향기에 두근거린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조금…”
“워워. 진정하렴. 얘야. 우리 아직 결혼 안했단다. 결혼하면 화타 선생이나 당지한테 약 많이 받아서 체력을 최대한 올릴테니까 그냥 들어가서 쉬려무나. 응? 내가 청이 얘기 안해줬니?”
“후훗. 네~”
완이는 살랑살랑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서야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무섭다.
“여자들은 무서워… 으으.”
전체적인 능력으로 따지면 모르겠지만.
우째서 난 내 마누라들한테 이렇게 약한 걸까?
마누라 아닌 여자들에게는 가차없이 행동할 수 있는데 말이지.
궁시렁거리며 순유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한 순유는 내가 들어오자 웃으며 날 반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당분간은 조금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전략과 책략에 대해서 조금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바쁘십니까?”
“하하하! 장군께서 저에게 배울 것이 있습니까?”
“저는 아주 모자란 사람이니까요. 길가는 어린애에게도 배울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흐음… 뭐 그렇다면 간단하게 모의전이나 해볼까요?”
빙긋 웃은 순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략 회의장으로 향했다.
형주 일대를 구성해 놓은 듯한 지도, 그리고 군대를 생각하는 판.
모의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훈련용 지도다.
“이건 또 언제 만드셨습니까?”
“대사농과 함께 전략을 구상하면서 만들어 놨습니다. 물론 실전과는 다르지만… 이번 전쟁의 책략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한번 하시겠습니까?”
“좋지요.”
나도 방통이나 서복, 채 사저와 함께 수경원에서 몇번이나 했던, 일종의 놀이형 공부였다.
각각에게 주어지는 말은 동일, 그리고 그 동일한 말을 나눠진 칸에 놓아가며 모의전을 치루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잘 한다고 해서 전투를 잘 치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책략을 확인하기에는 괜찮은 것이라 책사들이나 지휘관들이라면 한번씩 해보는 것이다.
특히나 매번 전장에 나갈 수 없는데다가 전장을 한눈에 보는 법까지 익히기 쉬워서 나는 꽤나 애용한다.
“재밌는 것을 하는구만.”
적군, 즉 현재의 배치대로라면 유표군을 맡은 것은 순유였다.
그가 자리를 잡고 수를 두기 시작했을 때 나 역시도 수를 두었다.
“생각보다 신기한 수를 자주 두시는군요.”
“그렇습니까?”
“예.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다가는 외부의 적이 난입할 시 진형이 붕괴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헉!?”
순유가 둔 패가 서쪽에서 밀려온다.
기병?
하지만 이곳은 기병이 움직이기 좋은 지형이 아닌데.
“진흙밭이지만 그곳을 지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판을 연결할 시… 얼마든지 지나갈 수 있지요.”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적은 수성을 하는 쪽입니다. 실제 저희가 공격을 들어간다면 그것을 막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요.”
순유와 함께 전홍성 공략을 한다.
공성은 나, 수성은 순유.
순유는 여유있게 내가 짜내는 수들을 막아내었다.
그렇게 몇십번을 두고 나서야 난 지쳐버렸다.
“흐음… 수가 없군요. 결국은 장기전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겁니까?”
“특별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기본적인 전략과 전술로 귀결되기 마련이지요. 책략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적보다 많은 수의 병력과 적보다 많은 양의 치중을 가지는 것.”
“정답입니다. 모든 전략의 기본이지요. 그것을 어긴 상태에서 쓰는 책략은 그저 임기응변에 잡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역시 순 대부.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군요. 이렇게 쉽게 막혀보기는 처음입니다.”
방통이나 서복과 할 때도 꽤 버텼는데.
순유는 내가 두는 모든 수를 철저하게 막아내며 수성전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갔다.
결국 그렇게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내가 감탄하자 순유는 빙긋 웃었다.
“그래도 저 역시 필사적이었습니다. 장군께서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전략과 전술을 꾸밀 수 있다는 것에 안심했습니다.”
“예?”
“나이가 어린 책사나 지휘관들은, 그리고 장군처럼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자신의 책략이나 전략이 무조건 통할 것이다.라는 겁니다. 그것이 기상천외한 수라고 생각하며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몇번의 성공은 자만을 부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결국 타인의 수에 놀아나게 됩니다. 자신 밖에 보지 않기 때문이지요. 운이 좋아 몇번 성공한다 하더라도 종국에 남는 것은 패배 뿐입니다.”
책사이면서 지휘관인 순유는 신랄한 어조로 말한 후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하는 고작 한두 사람의 계략과 책략으로 움직일 정도로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부디 장군께서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순 대부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
“훌륭합니다. 장군님의 가장 큰 장점은 타인의 가르침을 깊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아요. 곽거병의 업적에 대해서는 아시겠지요?”
“예.”
한무제의 양검 중 하나로 어린 나이에 압도적인 공적을 세운 위대한 장수다.
그 힘과 지휘력만으로 따진다면 거의 악의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사람이라 한다.
“만약 그가 오래 살았다면 엄청난 대패를 당하고 처참하게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곽거병이 한 말에 이런 말이 있지요. ‘지금 쓸 전략이 무엇인가만 생각하면 됩니다. 옛 병법을 체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군요.”
“예. 그것은 지휘관이나 책사가 해서는 안될 발언이지요. 단순히 국지전을 이끄는 수준의 지휘관이라면 상관이 없습니다만…”
판에 놓여져 있는 패를 들어 그것을 올려 놓은 순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허나 곽거병 정도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전체를 봐야하고 사람을 봐야 합니다.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전략을 구성하고 싸우다가는 결국 먹힐 뿐입니다.”
책사의 책략은 마치 거미줄과 같다.
자신은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하얀 거미줄에 의해 칭칭 동여매지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순유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다행이군요. 장군께서는 무모하지 않으십니다. 아니,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신중하십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성을 빼앗지 못하면 다음에 빼앗으면 되지만 죽은 사람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런거지요. 식량과 물자야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죽은 부하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런거지요.”
“곽거병처럼 무모한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장군처럼 무작정 신중한 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때로는 빠르게 달려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부하를 버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
“그것이 좋은 전략가이며 지휘관이 될 수 있는 길입니다.”
순유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의 사람을 버려야 될 수 있다는 것이면… 저는 좋은 전략가는 되지 못하겠군요.”
“하하하하!! 장군께서는 천상 정치가가 될 수 밖에 없는 분이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장군께 맞는 방식대로 나름대로 제가 알고 있는 병법을 가르쳐드려야겠군요.”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순유는 기분 좋게 웃은 후 판을 정리한 후 다시 판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차례 판을 만들어 놓고 수를 두고 있을 때 정욱과 만총이 들어왔다.
그들마저 개입하여 한참 수를 두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뭐야?”
꽤 재밌어지고 있는데.
들어 온 것은 하후상이었다.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무슨 안 좋은 소식이라도 들린 건가?
내가 의아해하자 하후상은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장군.”
“뭐냐?”
“방금 들어 온 소식입니다. 그… 황조가 유표와 손을 끊고 강남연맹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로 인해 강하 일대가 강남 연맹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또 교주목이 손권에게 주목의 인장을 바쳤다고 합니다.”
황조가 손권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내부적으로 망가지고 있는건가?
도대체 왜?
내가 당황하는 동안 하후상은 머뭇거렸다.
또 할 말이 있는건가?
“…하아. 그리고?”
“손권이 자신들의 세력을 오라 이름 짓고 승상에게 억류되어 있는 한 황실을 구원하겠다는 것을 천명하였습니다. 결국 저희와는 적대 관계가 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지요.”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손책과 주유가 멀쩡했다면 무난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손책이 뒷방 늙은이가 되어버리고, 또 주유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그들에게 어찌 된 것인지 물어 볼 수 조차 없게 되었다.
“그나마 유장은 얌전해서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정욱이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자 만총은 쓴웃음을 지었다.
유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뭔가 이상하다.
순유 역시 찝찝했는지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이보게들!”
“….”
하후돈이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안좋은 소식은 몰려들어온다더니.
우리가 그를 바라보자 그는 나에게 서찰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건 촉금?
익주의 문서인가?
서찰을 펼쳐 본 나는 인상을 구겼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정욱과 만총, 순유 모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유장이 결국 참전한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