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28
00528 책사와 지휘관 =========================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언덕 밑에서 올라오는 이들을 보며 순유는 피식 웃었다.
양양에서 지원된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익주의 병력이 영안에서 머무르며 언제든지 양양을 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또 거기에 황조의 배신으로 남쪽에 대한 방비를 해야 한다.
거기에 북쪽의 전홍성까지 지원?
절대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저렇게 방어만 하고 있는 진동장군의 부대를 공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양쪽의 언덕을 공략하여 세방향의 공격을 할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열의 군을 움직여라.”
자신이 있는 이곳을 점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휘봉을 움직여 군의 움직임을 조정한다.
일열에 위치한 이들이 방패를 들고 나서 방호막을 구성했을 때 순유는 다시 지휘봉을 휘둘렀다.
“장창병.”
진유하가 만든 철갑기마병들의 장비인 장창을 보고 생각해낸 무기다.
일반적인 창에 비해서 두, 세배는 길게 만든 장창.
어지간해서는 들 수도, 휘두를 수도 없는 무기이지만 그것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기창.”
장창이 방패의 사이에 고정된다.
두터운 방패와 방패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고리에 장창이 끼워진 것을 본 순유는 적들이 범위 내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꽤나 기세가 강한 이들이다.
“격.”
방패 사이로 창날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달려드는 이들.
방패를 끌어내리려는 것일까?
창날 정도는 몸으로 막으려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순유는 절로 비웃음을 터져나왔다.
“끄아아악!!”
“커억!”
찔러지는 긴 창날은 방어자세를 취하지 못한 이들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고리에 고정된 덕분에 창이 움직이기가 쉽다.
일반적이라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장창이지만 그것을 개인적인 무기가 아닌 진형을 이용한 무기로 바꾼다.
그 순간 이 장창은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가 되어버린다.
“전진.”
바로 적을 압박할 수 있게 되니까.
방패병들이 한걸음 앞으로 걸어나온 것만으로도 적들의 위세가 줄어든다.
그런 그들에게 또다시 장창이 움직인다.
한개의 방패에 걸린 세 자루의 장창이다.
특히나 지형의 이점이 더해진 덕분에 무게가 실려 어중간한 방패따위는 그대로 뚫어버린다.
돌격해오던 이들이 주춤거리는 것을 보며 순유는 지휘봉을 휘둘렀다.
“궁병.”
단궁병들이 시위를 당긴다.
사거리는 길지 않다.
하지만 장창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하다.
쏘아져 나간 화살들에 적들이 당황하는 사이 순유는 적의 움직임을 살폈다.
‘아직이군.’
저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고작해야 도적들에게 정규군의 복장을 입혀놓은 정도.
적에게 책사가 있다면 언덕의 공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가 오겠지.
“하후 도위.”
“말씀하십시요.”
“준비하도록.”
“예.”
그의 허리에 걸린 검을 본 순유는 피식 웃었다.
저 검.
조조가 가지고 있던 검이다.
조조가 의천검까지 하사한 것인가?
하후상은 진유하의 부장이다.
그가 의천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즉 진유하가 그것을 건네 준 것이겠지.
정말이지 웃기는 사람이다.
“그 검. 의천검이군.”
“예.”
“진동장군이 준 것인가?”
“예? 예. 장군께서 장군 당신보다는 저에게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뭔가 따로 바라시던 것은 없었나?”
“예. 그냥 주셨습니다만.”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조에게도 단 두자루 밖에 없는 운철로 만들어진 검이다.
조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자루의 운철검.
청홍과 의천.
청홍검은 하후돈에게 갔고 의천검은 진유하에게 내려졌다.
그것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조가의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인데.
그런데도 그 의천을 다른 이에게 넘겨?
도대체가 욕심이란게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만약 조앙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진유하는 저 의천검을 빌미로 스스로 나서 하후가나 조가를 다룰 명분이 될텐데
단순히 명검이 아니라 상징적은 의미로도 무척이나 훌륭한 의천검을 그냥 하사할 줄은 몰랐던 순유는 키득거린 후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진동장군의 기대를 무너트리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순유의 시선이 자신의 허리에 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하후상은 씩 웃은 후 검을 잡았다.
“준비하게. 적의 장수가 올라올 수 있으니 말이야. 신호하면 바로 그를 치고 이쪽으로 합류하게나.”
“예! 흑귀대!”
“준비됐수.”
진동부에서 데려 온 진유하의 정예부대인 흑귀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반 병사의 복장을 하고 있던 그들이 하후상의 뒤로 모이자 순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네들이 해야 할 일은 아주 중요해. 적의 장수를 빠르게 처리해야하네. 그리고.”
“적군을 이끄는 부대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래. 생사는 불문이겠지만 이왕이면 살려 놓는 것이 좋겠지. 그럼 잘 해보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하십시요.”
하후상의 결의에 가득 차 있는 시선을 마주하며 순유는 부드럽게 웃었다.
“죽지 말게나. 다치지도 말고. 진동장군이 자네에게 의천검을 하사했다는 것은 자네를 그만큼 중히 여긴다는 것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하후상이 흑귀대원들과 함께 적을 상대하러 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순유는 빙긋 웃었다
“자… 그럼 이제 나만 남았군.”
힘의 집중은 쉬운 것이 아니다.
허접한 병력을 보내 한쪽을 공략하여 방어를 굳히게 한다면.
다른 약한 곳을 노린다.
“이열.”
일열의 방패병과 창병들이 적을 막게 하며 힘을 집중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다른 쪽의 헛점이 생긴다면 그곳을 치겠지.
차분한 어조로 이열을 대기시킨 순유는 적의 움직임이 변화하는 것을 정확히 잡아냈다.
“개전.”
흐트러지던 방패병이 일시에 물러난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구멍을 통해 적들이 들어오려고 할 때 이열이 나섰다.
도끼로 무장한 이들이 적들과 맞붙는다.
방패병과 장창병의 공격은 직선의 공격에 불과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움직인다면 적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보이겠지.
그것을 확인한 순유가 미소지었을 때 적의 주력이 움직였다.
“와라…”
틈을 내어줬잖은가.
그러니 와봐라.
이것이 아니라면 너희들이 쓸 수 있는 수는 없을테니까.
순유는 기다렸다.
적이 움직이기를.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틈을 노리고 움직이기를.
아직까지 하후상과 흑귀대는 그저 다른 병사들의 틈에 숨어서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적이 들어오기를.
적이 자신들이 펼쳐 놓은 함정 안으로 들어오기를.
그때.
“간다!!”
적의 본대라 생각되는 이들이 움직인다.
그들이 만들어진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며 순유는 미소지었다.
“아직은 아니지.”
진짜라고 생각한 것 속에 가짜가 있다.
꽤나 강해보이지만 그래도 조조군의 부장급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기다린다.
적의 책사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적 역시 자신과 비슷한 책사형 지휘관일 터.
그렇다면.
“이보게. 장삼.”
“예. 대부님.”
흑귀대의 고참인 장삼은 들고 있던 깃발을 놓았다.
진유하가 신뢰하는 흑귀대원인 그가 나서자 순유는 천천히 말했다.
“좌측으로 움직이세.”
“예? 하지만.”
지금 틈이 만들어진 것은 우측인데?
그곳을 지키러 가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하는 그를 향해 순유는 부드럽게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좌측일테니 말이야.”
이해할 수 없지만 장삼은 순유의 명을 따랐다.
순유를 지키기 위해 보내 놓은 흑귀대원들 백여명은 깃발을 내려 놓은 후 준비한 무기를 잡았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좌측으로 이동한 순유는 힐끔 하후상이 있는 쪽을 보았다.
아직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훌륭하다.
제대로 배웠구나.
완벽한 틈이 만들어져 저들이 함정 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참을 줄 안다.
아직 젊음에도 불구하고 참는다는 것을 안다는 건 훌륭한 것이다.
“왔군.”
자신이 생각한 곳으로 기병들이 들어온다.
강력한 힘을 지닌 기병들의 돌진.
그 돌진이라면 방패병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겠지.
차분히 기다리던 순유는 히죽 웃었다.
“저 놈이구만.”
기병들 사이에 있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저 청년을 중심으로 기병들이 치고 올라온다.
그것을 본 순유는 손을 들었다.
“준비하게.”
“예.”
장삼과 흑귀대원들이 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바로 강노였다.
곽가가 만들어낸 강노 중 일부를 따로 챙겨 온 순유는 강노를 장착한 흑귀대원들에게 말했다.
“저 청년을 향해 쏘게나.”
“저게 대장입니까?”
“아마 그렇겠지.”
기병들을 지휘하는 솜씨가 꽤나 있다.
대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 부대에서 꽤 중요한 인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잡아주는 것이 당연하다.
기병의 돌진에 의해 방패병들이 밀려나고, 이어진 두번째 돌진에 방패병의 진형이 완전히 허물어졌을 때 순유는 담담히 말했다.
“쏴라.”
준비된 강노가 발사된다.
강력한 힘이 실린 화살은 의기양양해 있는 기병들을 단번에 고꾸라트렸다.
그것에 놀라 적병들이 당황한 사이 순유는 지휘봉을 휘둘렀다.
“보병. 돌격하라.”
세번째 돌격을 강행하던 기병들이 허무하게 쓰러진 것을 본 순유는 준비된 이들을 내보냈다.
조가에서 데려 온 정예병들이 이끄는 병사들이다.
그들이 창을 들고 쓰러져 있는 기마병들을 해치우는 동안 순유는 다시 한번 흑귀대에게 명령했다.
“준비.”
대기하고 있던 흑귀대원들은 강노를 들었다.
장전에 시간이 걸리지만 일열과 이열로 나뉘어져 사격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속도다.
그들이 강노를 발사하여 후방에 있는 적 기마병을 맞춰 적들의 움직임에 혼란을 준 순간.
순유는 지휘봉을 내리고 검을 뽑아 들었다.
“적장을 쳐라!!”
순유의 외침이 들린 순간 하후상은 의천검을 뽑았다.
지금까지 잘도 까불었겠다?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하후상은 커다란 철퇴로 아군을 후려패고 있는 이의 앞으로 나섰다.
키는 자신보다 머리 두개 쯤 더 크고 덩치는 두배정도 된다.
척 봐도 강해보이는 이를 앞둔 채 하후상은 빙글 검을 돌렸다.
“너따위 애송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앞을 막아 선 자신에게 포효하며 큰 덩치의 사내는 철퇴를 휘둘렀다.
그것을 방패로 가볍게 막아낸 하후상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강한 일격이다.
하지만 막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이까짓거!!”
철퇴의 공격을 막아낸 하후상은 의천검을 역수로 잡아 크게 휘둘렀다.
내리쳐지는 철퇴를 빗겨 쳐낸 그는 당황한 그의 표정을 보며 웃었다.
고작 이정도로 놀라면 쓰나.
진짜는 이제부터인데.
가볍게 뛰어 간격을 좁힌 하후상은 바닥을 구르며 그의 허벅지를 베었다.
명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늘어난 자신의 실력 때문일까.
장합과 감녕에게 매일같이 훈련을 받은 것 때문인지 자신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크악!!”
“약해!! 약하다!!”
감 교위의 움직임은.
장 교위의 움직임은.
“고작 너따위와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란 말이다!”
속으로 포효하며 하후상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힘으로 승부하는 관평과 다르게 자신은 오로지 검속만으로 승부한다.
그렇기에 전투의 양상이 정통파인 장합이 아닌, 아류로 만들어진 감녕 검술과 비슷하게 검격이 바뀌어간다.
빠르게.
더욱 빠르게.
힘을 억누를 수 있는 속도.
하후상은 무념의 상태가 되어 검을 휘둘렀다.
수십회의 검격이 이어진다.
그것을 힘겹게 막아내던 적장이 뒤로 물러났을 때 하후상은 허리에 숨겨 둔 단검을 던졌다.
이것 역시 감녕에게 배운 수.
명가의 사람이라면 수치스럽다 생각할 암기이지만.
상관없다.
이기면 그만인데 명예가 어디있고 격식이 어디있나.
진흙탕 같은 전장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비겁…”
단검을 튕겨낸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하후상은 빠르게 튀어 올랐다
노리는 것은 적의 두터운 목.
하나의 점이 이루어지면 된다.
적의 목에 만들어 놓은 가상의 점을 향한 빠른 찌르기가 터져나간다.
한줄기 빛처럼 쏘아진 찌르기는 그의 목을 길게 베었다.
터져나오는 핏줄기를 막으려 그가 손을 가져갔지만 이미 늦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가 털썩 무릎을 꿇자 하후상은 방글 검을 돌려 잡은 후 망설임없이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아까 전까지 부하들을 후려패던 적장이 이렇게 쉽게 죽어버린다는 것에 하후상은 감탄했다.
기주에 갔을 때 만약 이자를 만났더라면.
무릎을 꿇고 죽음을 기다리던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성장의 뒤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하후상은 씩 웃으며 떨어져 있는 머리를 차 올려 잡은 후 높이 들며 외쳤다.
“적장!!… 젠장 이름을 모르겠군. 아무튼 적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