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34
00534 썩은 고기를 나눠먹게 합시다 =========================
봉화가 울리고 불 붙은 돼지가 밑에서 날뛴다.
그것에 적병들이 당황한 사이 곽준은 있는 힘껏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이엄이다.
그가 식량을 보내 온 것인가?
성벽 위에서 돼지가 온 쪽을 보던 곽준은 말이 이끄는 수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수레에 그득히 실린 식량들.
저것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
미친듯이 달려오는 수레를 확인한 곽준은 허겁지겁 밑으로 내려갔다.
저 수레가 들어오는 것을 도와야 한다.
“나가라!! 나가서 싸워!!”
잠시만 버텨주면 된다.
물자가 들어올 길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면 어느정도의 피해는 감당할 수 있었다.
곽준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가는 것을 보던 문빙은 키득거렸다.
“이거 참. 별 짓을 다하네.”
“돕지 않을 것이라면 꺼져라!”
“아니. 도와야지. 나도 굶는 건 싫거든.”
검을 챙겨든 문빙 역시 밖으로 나갔다.
불타는 돼지의 발광에 적병들은 당황했지만 그들은 침착하게 돼지를 잡고 있었다.
창에 찔린 돼지들이 쓰러지는 것을 본 곽준은 병사들과 함께 달렸다.
“싸워라!!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조금만 더!”
“빌어먹을! 왠 돼지 새끼들이!!”
적장으로 보이는 이가 병사들을 이끈다.
그것을 노려 본 곽준은 창을 잡았다.
“하아아압!!”
힘이 잔뜩 실린 투창이지만 그는 그것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유표의 부하 중에서 자신도 꽤나 실력자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버린 상대를 노려본 곽준은 뒤에서 나온 문빙에게 외쳤다.
“저 자를 막앗!!”
“하아압!!”
말을 몰고 나간 문빙은 적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에 놀라면서 문빙은 씩 웃었다.
“나는 형주목 휘하 도위 문빙이다! 네놈은!?”
“대사농 휘하 도위 손관.”
“아… 그러고보니.”
문빙은 이를 드러내었다.
어디서 많이 봤던 얼굴이더만.
“그때의 복수전을 할 수 있겠구나!!”
“복수전? 아아. 네놈. 남양에 왔던 놈이구나.”
문빙이 검을 휘둘러 자신을 공격하자 그것을 막아내며 손관은 여유있게 말했다.
예전 유표군의 습격 때 날뛰던 어린 놈이 있었는데.
그때 그 놈의 얼굴이다.
손관의 표정이 웃음으로 가득 물들었다.
“그때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네놈의 목을 따주지!”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손관과 문빙이 부딪힌다.
그들이 이끄는 병사들이 싸우는 사이 곽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만 더 빨리 와주길.
조금만 더.
“빌어먹을!”
적군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이들이다.
화돈지계로 인해 만들어진 혼란은 금새 잦아들었고 포위를 하던 병력들이 자신들을 치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을 보던 곽준은 포효했다.
“문빙!! 그 놈을 상대할 때가 아니다!”
“힘들어 죽겠거든!! 누군 상대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냐!!”
“제기랄!!”
성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수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치명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적군은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젠장!!”
막아야 한다.
성문으로 접근하는 조조군을 베어넘기며 곽준은 초조한 눈으로 달려오는 마차를 보았다.
한대의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두대의 마차, 세대의 마차가 들어가는 것을 본 곽준은 힘껏 외쳤다.
“문빙! 빠질 준비를…!”
“젠장! 빠지기는 무슨!”
단 몇차례 검을 부딪혔을 뿐이다.
손관이라 불리는 장수의 검격은 예리하기 그지 없었다.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닌 전장에서 단련된 전검이다.
불규칙하고, 또 허를 찌르는 것에 능한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던 문빙은 긴 채찍을 휘둘렀다.
그것에 맞은 손관의 말이 비틀거리자 문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군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계군.”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
수레는 얼마나 들어갔지?
짐이 너무 많이 실렸기 때문인지 수레의 움직임이 느렸다.
답답하기 그지 없는 움직임에 분통이 터져나왔다.
중간에 있던 수레를 끌던 말이 화살에 맞아 고꾸라지며 곡식이 바닥에 퍼져나갔다.
한톨의 곡식도 아까운 상황에서 저렇게 버려지다니.
문빙은 이를 갈았지만 여기서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곽준!!”
“조금만 더!”
“그러다가 죽는… 오우.”
진짜 죽게 생겼네.
문빙은 황급히 근처에 있던 방패를 들어 올렸다.
쏘아지는 화살들.
달려오기 힘드니 화살로 쏘아내는 것이다.
수천발의 화살비가 쏟아지는 것을 간신히 방패로 막아낸 문빙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급하게 나오느라 방패따위는 가지고 오지 못한 병사들은 대부분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저들을 챙길 여유는?
없다.
“들어가야 해!!”
“아아아!! 조금만 더!!”
아직 반도 들어오지 못했다.
조금만 더.
한 수레만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곽준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문빙은 그를 끌고 전홍성의 입구로 향했다.
이미 입구 근처에는 꽤나 많은 적군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을 뚫는 것도 일인데.
병사들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다.
문빙은 검을 들며 외쳤다.
“전홍성의 병사들이여!! 성주를 구원하라!!”
“오오오!!”
문빙의 외침에 성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나왔다.
들어 온 수레는 고작해야 여덟수레
그나마도 빠르게 모느라 흘린 곡식들이 많았다.
그것을 아깝다는 듯 바라보던 곽준은 결국 문빙에게 끌려 성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억울하고 원통해하는 그를 보며 문빙은 인상을 팍 쓰고 소리쳤다.
“너 미쳤냐!?”
“물자가 필요하다!”
“물자 구하려다가 뒈져!! 그래도 이정도는 모았으니…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겠군.”
아껴 먹는다면 어떻게든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를 쓸 줄이야.
문빙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아무튼 이 성주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기는 했군.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한데.”
“곽 부성주님! 이 성주님의 전갈입니다!”
고작 여덟대의 수레만으로 버티는 것은 힘들다.
문빙이 투덜거렸을 때 수레를 이끌고 온 병사는 초췌한 얼굴로 말했다.
“이 성주께서 신야현의 현령께 도움을 요청하러 가셨습니다. 조금만 버티시면 될 겁니다.”
“신야현의?”
하지만 신야현이라고 해봤자 그곳의 병력은 얼마 되지 않을텐데.
그것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곽준의 표정이 흙빛으로 물들자 문빙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양양에서의 지원군은 이미 끝난 것 같고… 해야 할 일은 결국 정해져 있군.”
해야 할 일.
최대한 버티는 것이다.
양양에서의 지원과 남양에서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내는 것.
곽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어를 계속한다!!”
“허 참나.”
죽어 있는 돼지들과 난장판이 된 진형을 보며 정욱은 어처구니없어하며 중얼거렸다.
불타는 돼지를 보내서 그들이 날뛰는 동안 식량을 보낸다라.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기는 했구나.
“소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쯧. 뭐 그래도 꽤 막았으니까 됐어. 들어간 수레는 몇대 정도라고 했나?”
“여덟대 정도 됩니다.”
“대충 계산을 해보면 길어야 이십여일 정도겠군. 최대한 줄여서 먹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야.”
전홍성에 사람이라도 별로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곳에 머무는 병사들은 꽤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머무는 백성들까지 생각한다면 이번에 보충된 식량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정욱이 쓴웃음을 짓자 손관과 하후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들이 조금 더 제대로 반응했더라면 그 여덟대도 완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송구스러워하자 정욱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나. 뭐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래도.”
“괜찮아. 그보다 돼지고기가 생겼군.”
“예? 예.”
백여마리의 돼지가 생겼다.
비록 죽으며 흙먼지에 더럽혀졌다지만 그래도 씻어내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정욱은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식량과 돼지를 공급받았으니 오늘은 꽤나 여유있게 쉴 수 있겠구만. 돼지들과 식량을 가져와서 병사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게나. 그리고 돼지는 좀 빼서 저기 진동장군이 있는 곳에도 가져다 주고.”
“아, 알겠습니다.”
정욱이 휘적휘적 본대로 돌아가버리자 손관과 하후형은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황당한 공격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이번에는 자신들의 실수가 컸다.
조금 더 제대로 반응을 했어야 했는데.
“빌어먹을 새끼.”
“두고보자.”
그렇게 손관과 하후형은 성 내부에 있는 이들에게 빠득빠득 이를 갈았다.
“허 참나.”
본대로 복귀한 정욱은 하후돈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덟대 정도의 수레가 전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거 참. 죄송합니다. 제 관할의 부대가 그들을 놓친 것이라.”
“하하하. 뭐 그렇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요. 그리고 그곳에 내 관할의 부대도 있었다면서? 둘의 잘못인데 뭘 어쩌겠소.”
“끙… 그보다 그런 무식한 수를 쓸 줄이야. 이엄일까요?”
“그렇지 않겠소? 만약 지원군이라면 이런 식으로 오지는 않았겠지.”
정욱은 볼을 긁적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전홍성은 어느정도 사기를 되찾았을 것이다.
물론 고작 여덟대의 수레에 실린 식량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 상황이 반전되는 일은 없다.
쓴 입맛을 다시며 정욱이 궁시렁거리자 하후돈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차라리 액땜했다고 생각하시는게 나을거요. 가끔씩 보면 대사농은 너무 완벽하려고 한단 말이지.”
“완벽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잖습니까. 참나. 돼지를…”
“전단의 화우지계를 적당히 바꿔서 쓴 모양인데. 오히려 더 안심이 되는구려. 화우지계를 쓸 수 있을 정도라면 나름대로 군략과 전략을 아는 사람인데 고작 이정도의 피해라면. 오히려 낫지. 그나저나 이엄은 잡았소?”
“아니요. 이엄은 나타나지 않은 듯 합니다. 그렇기에 저들의 움직임이 중구난방이었습니다.”
“흠. 아쉽게 되었군. 생포한 이들에게 이엄의 행방을 묻고… 그나저나 돼지라…”
하후돈의 목젖이 움직였다.
군침을 삼키는 것이다.
그런 그를 향해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잡은 돼지들과 공수해온 고기들을 적당히 병사들에게 나눠주라 말했습니다.”
“그래? 잘됐구만. 우리도 가서 한점 합시다.”
“하아… 예.”
전장에서 돼지고기를 이렇게 먹게 될 줄이야.
지금까지 많은 전장을 다녀봤지만 이런 식으로 고기를 먹게 될 줄은 몰랐던 정욱은 또다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하후돈과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갔다.
백여마리의 돼지를 잡아 숯불에 굽기 시작한다.
지글거리는 냄새와 함께 돼지고기가 익는 냄새가 퍼지자 병사들은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취사를 위한 조리병들이 신나하며 고기를 써는 것을 보던 하후돈은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자 씩 웃었다.
“어서오게나.”
“하아… 이게 뭔 꼴입니까?”
양양으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던 진유하다.
그가 순유와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오자 하후돈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친절한 누군가가 돼지고기를 선물해주고 갔지 뭔가! 자자. 자네들도 한점 하게. 그쪽에도 좀 가져다 주라고 했으니.”
“백마리 돼지를 누구 코에 붙입니까. 저희 쪽은 가져 온 식량이 있으니까 그걸로 때우면 됩니다만. 돼지라… 이엄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경계하고 있던 이엄이 나타나서 전홍성에 식량을 보급해줬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정욱은 진유하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피식 웃었다.
“뭐 이래저래 재밌구만. 참나. 살다살다 별 짓을 다해보네.”
“장군님!! 고기가 다 익었습니다! 어서 드십시요!”
이게 과연 전장인가.
그냥 놀러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신나하며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병사들을 본 진유하는 짧게 혀를 찬 후 순유에게 물었다.
“순 대부님. 대부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엄이 직접 나선 것 같지는 않고… 그는 여전히 바깥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다른 곳의 지원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 순유는 피식 웃었다.
“그래봐야 위협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어디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진유하의 질문에 순유와 정욱은 동시에 답했다.
“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