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33
00533 썩은 고기를 나눠먹게 합시다 =========================
내가 전홍성 공략에 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 같은데.
하후돈과 정욱이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겠다.
난 웃으며 막사 밖으로 나왔다.
“장군님.”
“중선. 설득은 결국 실패한 모양이군.”
왕찬은 씁쓸해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꽤 많은 피해가 있겠군요. 부디 장군께서는…”
“항장은 죽일지라도 항복한 병사는 치지 않아. 어차피 뭐, 결국은 명령을 받은 이들에 불과한데. 망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망치를 부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예상 밖이군요.”
“응? 왜?”
“아뇨. 장군이시라면 그것 역시 선택이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하하하. 날 뭘로 보고. 난 백성들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들만큼 단순한 이들은 없다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놀리면 얼마나 말을 잘 듣는데.
백성들 다루는게 골치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백성들을 다루는게 골치아픈게 아니다.
몇몇 사람들의 욕심을 다루는게 골치아픈거지.
“그걸 못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아무튼… 제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군요.”
“없긴 뭐가 없어. 덩치도 큰데 군대나…”
“저는 그런 거에는 자질이 없어서. 하하하. 그리고 덩치는 이렇지만 체력도 많이 없습니다.”
“그거 문제가 있군. 그런 너에게 추천할 만한 것이 있지.”
“뭡니까? 그게?”
“오금희라고. 화타 선생께서 고안하신 훌륭한 체조법이지. 하루 세번 꼬박꼬박 하면 체력이 길러질테니까 해둬. 나도 어렸을 때는 몸이 약했는데 화타 선생께 오금희를 배우고 나서 체력이 좋아졌으니까 말이야.”
“영이 언니나 청이 언니도 오금희 덕분에 아이를 잘 낳았다고 하네요. 저도 하고 있으니까 배워두세요.”
“그런 것이라면 꼭 배워야지요. 다음에 시간이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약속이다.”
왕찬을 내 사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오금희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체조지.
왕찬이 웃으며 떠나자 난 완이를 보았다.
“왜요?”
“아니. 뭐… 이곳에서 더 할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돌아갈까? 할 일도 있고.”
“할일? 뭔가요?”
웃으며 묻는 완이의 볼을 꼬집어주었다.
뭐냐니.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나한테 이빨 들이댄 놈이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아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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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호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물자를 얻어왔더니 벌써 전투가 시작되었을 줄이야.
이엄은 인상을 구겼다.
“끙…”
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기에 자신이 나서서 물자를 구하러 갔다왔다.
근처의 호족이나 명가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꽤 물자를 빌릴 수 있었다.
물론 후일에 몇배로 갚아야겠지만.
성문을 닫은 곽준이 자신을 이해해줬기에 망정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물자가 없는 상태로 수성전을 치루는 지휘관이 될 뻔 했다.
“빌어먹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성에 남아 있을 걸 그랬나.
이엄은 따끔거리는 볼을 쓸어만지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문제는 돌파의 문제인데…”
전홍성의 병사가 적어도 반년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챙겼다.
수레로만 모두 서른대가 넘는다.
병력은 얼마 없다.
아무리 포위가 되어 외각의 충격에 약한 진형이라고 하더라도 고작 삼백여명의 병력만으로 저 진형을 뚫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방법이 없을까…”
숲에 숨은 채 성을 지켜보던 이엄은 한숨을 내쉬고 부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전홍성에 동료와 가족들이 있는 병사들의 표정은 불안해보였다.
“성주님. 어찌합니까?”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말이지.”
말을 앞세워 돌격을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돌격을 하더라도 닫힌 성문은 어찌 할 것인가.
자신들이 돌아왔다는 것을 전홍성에 알려야 하는데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알린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들어가는 틈을 노려 적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면 그건 또 무슨 우스운 꼴이란 말인가.
“비밀통로도 없고…”
다른 성들이라면 비밀통로가 하나씩은 존재하지만 전홍성은 그런 것도 없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은.
한참을 고민하던 이엄은 빠득 이를 갈았다.
“어쩔 수 없군.”
“무슨 방법을 쓰시려는 겁니까?”
“죽음을 각오할 생각은 있나?”
“예?”
병사들의 표정에 두려움이 섞였다.
설마 강행돌파를 할 생각인가?
하지만 저 병력을 뚫고 강행돌파를 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돌파하다가 다 죽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들은 기병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수레를 끌기 위한 병력에 불과할텐데.
“일단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알리는 거야. 곽준에게 우리가 왔을 때 신호를 주기로 했으니까…”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 적들이 포위를 마칠 수도 있다는 곽준의 말을 떠올렸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만약 그렇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그 때를 대비한 신호 정도는 준비한 적이 있었다.
“봉화에 불을 붙여야겠다.”
“하지만 봉화에 불이 붙으면 적들도 그것을 알텐데. 그 문제는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쩔 수 없어.”
봉화를 이용한 불빛이라면 곽준도 자신이 도착했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밤의 어둠을 이용해서 그가 정예병을 이끌고 나와 성문을 열어주길 비는 수 밖에.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지만 그래도 실력만큼은 괜찮은 놈이다.
“지금부터 나는 봉화로 간다. 너희들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성에서 곽 부성주가 나오면 그것에 맞추어 합류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리고.”
그는 끌려 온 돼지들을 가리켰다.
백여마리 쯤 되는 돼지들.
그것들을 아깝게 바라보던 이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것들을 이용해라.”
“저, 정말입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엄은 아쉬워하는 병사들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곽준과 제대로 합류하여 전홍성을 구원하도록. 봉화가 밝혀지면 곧장 시행해.”
“성주님께서는…?”
“봉화를 올린 후 곧장 신야현으로 갈 생각이다. 그곳에서 지원군을 요청해야지.”
남쪽에서 밀고 올라 온 양양의 지원군이 처참하게 깨지고 후퇴하는 것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양양으로 가봤자 지원군을 받을 수는 없다.
“신야현이라면…”
“그래. 신야현의 현령인 이 현령이 나와 막역한 사이지. 그라면 분명 도움을 줄 것이야.”
이엄은 채가도, 그리고 괴가도 따르지 않는 신야현의 현령인 이적을 떠올렸다.
그라면 분명히 전홍성의 위기에 병력을 내어줄 것이다.
현명한 사람인데다가 근처 현의 다른 이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인만큼 지원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엄의 말에 병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엄은 웃었다.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나. 내 반드시 전홍성을 구원하러 올테니. 그럼.”
몇명의 병사들과 함께 이엄은 빠르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병사들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믿어도 되려나…”
“그래도 이 성주님이 자기 사람들은 끔찍히 챙기시는 분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고.”
전홍성 공략한지 이틀째가 되었다.
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종료되지 않았다.
군을 둘로 나눠 낮에 공성전을 치룬 이들은 쉬고 낮에 쉰 이들과 근무교대를 한 손관은 전홍성을 보며 투덜거렸다.
“거 더럽게 잘 막네.”
정욱의 이야기대로라면 전홍성 안에 물자는 별로 없을텐데.
쓴 입맛을 다시며 경계를 나간 그는 병사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이에게 웃어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하후 도위님.”
“아닙니다. 손 도위님. 야간의 경계가 더 힘들텐데. 부디 무사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서로 이름 정도만 알다가 이번에 안면을 트게 된 하후가의 사람이다.
현재 서주목인 하후연의 장남. 하후형이다.
원래라면 서주에서 머무르며 하후연을 도와야겠지만 허도에 왔을 때 하후돈에게 끌려 형주 정벌에 참전하게 된 사람이다.
억지로 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맡은 소임을 잘 이루는 것 때문인지 꽤나 병사들에게 인망을 가지고, 또 손관 역시도 호감을 느끼는 이였다.
“거기장군께서 도위님을 찾으십니다. 아마 다른 임무가 있을 것 같은데.”
“아아… 도대체 백부님께선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하하하. 위에 있는 사람의 숙명이겠지요.”
명가의 사람답지 않은 모습이다.
표정 가득 우울해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린 그에게 웃어보인 손관은 허리춤에서 죽통을 꺼내 던져주었다.
“뭡니까?”
“진동부의 사람들과 꽤 연이 있습니다. 힘드실 텐데 목이라도 축이십시요.”
“오… 혹시?”
진동부의 무장들이나 흑귀대원들만 접할 수 있다는 그?
하후형은 웃으며 죽통의 입구를 열어 내용물을 한모금 마셨다.
“크으~!! 산양군의 죽엽청이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나중에 또 산양군에서 얻으면 되니까. 억지로 끌려오신 것도 고달프실텐데 한잔 하시고 가시지요.”
“하하하. 이거 손 형 덕분에 전장에서 좋은 술을 맛보게 되는군요.”
“서주에 계셨던 것이면 화신주를 맛보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아무래도 화신주는 너무 독해서… 한두잔 마시면 헛것이 보이기도 합니… 응?”
하후형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자신의 죽통과 숲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거… 죽엽청 맞습니까?”
“예? 맞는데.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 왜 헛것이 보이지? 손형. 저쪽에 저거.”
하후형이 가리킨 쪽을 본 손관은 기겁했다.
“헉!? 불타는 돼지?!!”
숲에서 불길에 타오르는 돼지가 전홍성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오는 것을 본 손관과 하후형은 황당함을 억눌렀다.
갑자기 불타는 돼지가 나올 이유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손관과 하후형은 힘껏 외쳤다.
“적습이다!!”
그들의 외침이 터져 나오자 마자 전홍성의 문이 열렸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염
오늘은 제가 늦게 들어와서 대댓글을 못다네요ㅠ
재밌게 보시고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