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38
00538 쉬운 공략, 어려운 설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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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이라…”
“주변의 인망이 높은데다가 성격이 신중하고, 또 많은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 포섭하는게 좋을걸세. 아직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으니 자네가 나서서 포섭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에서 중립이라는게 의미가 있으련지 모르겠군요.”
“권력 다툼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한번 다녀와줘. 자네라면 괜찮을거야.”
“알겠습니다.”
어차피 감녕이 오기 전까지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니 갔다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명령장을 받아 내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여니 좋은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아. 오셨어요?”
“응. 씻고 온거야?”
“네. 헤헤. 허도에 있을 때는 매일 씻었는데. 계속 행군이다 전투다 뭐다 하면서 제대로 씻지 못했잖아요? 오래간만에 목욕을 좀 했어요. 그런데… 어디 가세요?”
“응.”
전투도 끝났고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된 덕분일까?
완이는 깨끗하게 씻고 나와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 젖은 듯한 머리칼과 몸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
“어디 가시는데요?”
“의성현에. 의성 마가를 포섭해달라고 하네.”
“음… 같이 가실래요?”
“마가와도 연이 있어?”
“연이 있다기보다는… 뭐랄까.”
완이는 헤헤 웃으며 내 팔을 끌어안았다.
“같이 있고 싶어서요.”
“어이구. 그래. 그래라. 그럼. 아. 혹시 마준이라고 알아?”
“마준? 잘 모르겠는데요.”
완이라고 하더라도 형주의 명사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교공과 관계를 맺었던 이들 뿐.
그렇다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
“의성 마가라는데… 의성현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글쎄요. 예전에는 아버지와 함께 몇번 찾아가 뵌 적이 있는 분이 있는데…”
“누군데?”
“유상이라는 분이에요. 다만 그 분은 이미 돌아가셔서.”
“쯧. 그런가. 아쉽네.”
“헤헤. 그래도 그쪽에 유가가 있으니까 잘하면 아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그럼 다행이고.
냅다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아는 사람이 가는게 낫겠지.
같은 현, 같은 군 내에 있는 명가나 호족들끼리는 좋든 싫든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만약 마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라면 소개 형식으로 마준을 우리 편으로 포섭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생글거리며 날 올려다보는 완이의 코를 살짝 비틀어주었다.
“아얏. 왜요?”
“그냥. 괴롭히고 싶어서.”
“에? 헤헤헤. 그, 그런 거라면야. 좀 더 해주셔도 괜찮아요.”
다시 얼굴을 내민 그녀가 눈을 감고 기대감으로 홍조를 띄운다.
그 볼을 잡고 쭉쭉 늘려 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장난은 그만치고 이제 가자고. 빨리 갔다와야 하니까. 의성현이면 하루면 되려나?”
“우~ 그럴걸요?”
완이와 하후상을 데리고 오백여명의 부대만 끌고 의성현으로 출발했다.
전홍성에서 하루 정도 가면 있는 의성현에 도착한 나는 말에서 내린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하기 그지 없는 동네구만.”
삼천여호 정도로 이루어진 의성현은 예전 동아현이 생각될 정도로 작은 현이었다.
부대가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다들 굉장히 긴장하는 것이 보인다.
“의성현은 전부터 유표와도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형주에 있으면서도 유표와 좋은 관계가 아니다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형주는 뭐랄까… 좀 복잡한 곳이라서. 당장 저희 교가만 해도 유표나 채가, 괴가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걸요?”
하긴 모두가 유표와 그 일당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기에 그들에게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래? 현장이 누구지?”
“그게…”
하후상이 답하려고 할 때 의성현의 경계를 가르는 성문이 열렸다.
꽤나 낮은 성벽의 성문이 열리자 우리는 그곳을 보았다.
허름한 관의를 입은 삼십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사내가 나온다.
군대를 앞에 두고도 그는 무덤덤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군대까지 이끌고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 반갑소. 진유하라 하오.”
하후상을 데리고 말에서 내려 다가갔다.
장군갑을 입고 있는 나를 빠르게 흝어 본 그는 씩 웃으며 물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진동장군님이신가보군요.”
“어? 날 아오?”
“그렇습니다. 인사부터 받으시지요. 의성현 현장인 유파라고 합니다.”
“그래? 다시 한번 인사하지. 반갑소. 진동장군 진유하요.”
의성현 현장 유파는 히죽 웃었다.
그의 얼굴을 힐끔 힐끔 보던 완이는 손가락을 튕기고 외쳤다.
“유 숙부님!?”
“어라?”
삼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유파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완이를 보고 감탄했다.
뭐야.
아는 사인가?
“완이 아니냐! 네가 왜 거기 있어!?”
“에헤헤~”
방긋 웃은 완이와 그녀를 보며 반가워하는 유파.
둘을 번갈아 보던 나는 물었다.
“뭐야? 아는 사이야?”
“하하하. 저희 아버님께서 교공과 인연이 있으시지요. 예전에 몇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잘 자랐구나.”
역시 인맥빨을 무시 못하는군.
유파는 싱글벙글 웃으며 완이와 인사를 하고 날 보았다.
“혹시…”
“아. 예. 그. 뭐라고 해야하나.”
완이의 숙부라면 내 숙부이기도 했다.
난 얼른 유파에게 허리를 숙였다.
“완이와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진유하라고 합니다.”
직위만 따진다면 일개 현장에 불과한 유파는 나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사적인 관계로 가면?
내가 아랫사람이지.
그럼 그냥 숙이자.
내가 허리를 숙이자 유파는 당황하며 날 말렸다.
“아이고. 이러지 마십시요.”
“아니 그래도. 완이의 숙부님이시라면.”
“사람들이 봅니다. 지금은 공적인 관계로 만나게 된 것이니.”
“하하… 그럼 어쩔 수 없지요.”
“그래서…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절 만나러 오신 것 같지는 않고.”
유파는 내 뒤의 군사들을 가리켰다.
우리가 의성현을 치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유파의 표정을 보던 완이는 살풋 웃으며 말했다.
“숙부님. 장군님은…”
“장군님께 여쭤본 것이니 넌 조용히 있거라. 장군님께서 말씀해주시지요.”
“의성현을 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후상의 말대로 유파가 유표 일당들과 좋은 관계가 아니라면 충분히 의성현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작은 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내 말에 유파는 잠시 생각한 후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요.”
“조금만 더 생각을… 응?”
“안 그래도 유표 그놈의 꼬라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유표는 저희 아버지를 싫어해서 계속 절 양양현으로 불러 트집을 잡고 죽이려고 했었는데. 잘 되었군요. 그 망할 놈을 잡으면 제가 뺨이나 한대 후려치게 해주십시요.”
유파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소매에 넣고 있던 현장의 인을 들었다.
“지금 받아가시겠습니까?”
“아니… 그런데 왜 이러고 계셨습니까? 빨리 떠나시는 것이 나았을텐데.”
“유표가 계속해서 절 무재로 추천을 하는 바람에… 떠나고 싶었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그냥 여기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고만 잘 하면 유표도 절 잡아 죽일 건덕지가 없는지라. 자기 나름대로 유자를 자칭하는 놈이니 명분 없이 저를 죽일 수는 없었겠지요. 그리고…”
유파는 씨익 웃으며 즐겁게 말했다.
“절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기회때마다 그것을 놓치고 분통을 터트리는 그 놈의 표정을 생각하니… 큭큭큭.”
장난스럽게 웃은 유파는 성문을 보며 외쳤다.
“문을 열어라! 진동장군께서 들어 오신다!”
생각보다 편하네.
안심해도 되는 걸까?
완이를 옆에 둔 채 유파가 타 준 차를 홀짝이며 난 조심스레 물었다.
“저… 숙부님?”
이렇게 셋만 있는 자리라면 이렇게 부르는게 맞겠지.
유파는 씩 웃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전에 교공께서 산양군으로 가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기분이 묘하다니. 장군께서 우리 완이와 결혼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완이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나와 손을 깍지끼며 잡자 유파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 성현에서 봤을 때는 정말이지 이 녀석을 누가 데려갈까 싶었는데…”
“제, 제가 왜요.”
“보면 모르냐? 계집이라는 것은 자고로 조신하며 내조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너는 바깥 일만 하려고 하니. 천이를 봐라. 벌써 번듯한 남편을 만나서…”
내가 알기로 그 번듯한 남편과 맺어진 배경이 딱히 좋지는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유파는 날을 잡았다는 듯 신나게 완이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얘도 참.
얼굴은 예쁘지만 교가의 근심덩어리이긴 했나보다.
어째 보는 사람들마다 똑같은 얘기를 하냐.
“히잉…”
유파의 잔소리에 지친 완이가 눈물을 머금고 날 바라보았다.
너 누가 괴롭히는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
그녀가 내 갑옷을 잡고 꾹꾹 잡아 당기자 난 웃으며 유파를 말렸다.
“자고로 여자란…”
“하하하. 완이도 나름대로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만 하십시요.”
“아니 이거. 교 형님께서 성격이 좋아 뭐라고 안하시니 저희라도 이렇게 해야 장군께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완이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완이 저 녀석은 정말이지. 계집이 주제파악 못하고 까불어대는 걸 볼 때마다 교 형님께서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는데. 예전에는…”
“하하하.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완이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한 활발함도.”
“것 봐요~”
“것 봐요? 이것아. 너 자꾸 그러다가 망할 유가놈처럼 된다니까? 사람의 호의에 계속 기대다보면 결국 그것을 권리라 생각하게 되고, 또 그 권리를 넘어서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이다. 장군의 호의를 당연시 생각하지 말 지아비로 공경을 다해 모시지 않으면…”
“망할 유가놈?”
유표를 말하는 건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망할 유가놈이라면 누굴 말씀하시는 것인지…”
“유, 유표입니다. 유표.”
유표같지는 않은데.
내가 가만히 바라보자 유파는 볼을 긁적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말을 한다고 화를 내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야 당연히.”
“유가놈… 유협을 말하는 겁니다. 멍청한 황제놈. 유협.”
“….”
이 인간 성질머리 하곤.
유협이라면 황제잖아?
대놓고 황제를 욕하는 유파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폐하께서 뭘 어쨌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가진 능력도 없으면서 꾸준히 버티고 서서 지 잘난 줄 알고 살아가고, 거기에 동탁과 이각에게 죽을 뻔한 주제에 이제와서 승상이 보살펴주니까 제 잘난 줄 알고 떠드는 꼴. 만인에게 떠받들여지기를 원하면서도 지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놈. 그런 놈이요. 아니. 난 그 전에 황족이라는 놈들이 다 싫거든. 가진 것과 내세울 것은 혈통 밖에 없는 놈들이라.”
“흐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유가놈이고, 두번째가 황족이라는 놈이요.”
“….”
자기도 유씨면서.
그나저나 진짜 되게 싫어하는구나.
대놓고 황제와 황족을 씹는 그의 모습에 완이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수, 숙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군님은…”
“화 안낸다고 하셨잖소.”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가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내가 딱히 황제에게 충성을 하는 것도 아닌데.
황제 욕해도 별로 상관없다.
“아무튼 유표 놈도 그렇고, 다른 황족들도 그렇고. 아주 속이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니까. 그래서 싫소. 정말 다행이지. 우리 유가가 황족이 아니라서. 만약 황족이었다면 내 스스로 칼을 입에 물고 죽었을거요.”
“이해합니다.”
나도 황족들은 별로였으니까.
몇몇 황족들은 괜찮다고 치더라도 유협이나, 그리고 특히 유비.
아주 끔찍하게 싫다.
“그래서… 뭐 나와 함께 황족 씹으러 오신 것은 아닐 것이고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아. 의성현으로 온 것은 마가를 설득하려고 온 것입니다.”
“마가?”
“예. 이엄이 마가에게 도움을 받아서 전홍성에 지원을 했다고 하는데…”
“흐음… 마가라…”
뭐지?
의성현에 있는 마가인만큼 의성현장인 유파와도 아는 사이겠다만.
뭔가 사이가 안 좋은건가?
“혹시 마가는 유표를 따르는 이들입니까?”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하나. 아. 그놈들은 속내를 알 수가 없어서. 마가의 가주인 마준은 성격이 좀.”
“좀?”
“젊은데 꽤나 괴팍해서 말이지. 아니, 뭐 그의 형제들이 대부분 그럴겁니다. 넷째만 빼고.”
“넷째는 누구길래 그럽니까?”
“들어 본 적이 없습니까?”
들어 본 적 없다.
의성현의 마가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 듣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파는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형주에서 백미라 불리는 마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