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37
00537 쉬운 공략, 어려운 설득 =========================
첫번째 목표였던 전홍성의 공략이 끝났으니 남은 것은 지키는 일이다.
이곳을 발판으로 양양을 공격해야 하니 잘 지켜야겠지.
뺏기면 그게 무슨 웃기는 일이냐.
터덜거리며 성문 근처로 온 나는 부서진 성문을 고치는 이들을 보았다.
그들을 통솔하던 하후형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성문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항복할 거였으면 성문 부서지기 전에 항복할 것이지.”
“하하하. 나름대로 버틴 것이니까. 그렇게 성질내지 말게나.”
공격할 때는 좋았지?
상자노로 성문을 공격하는 것은 다 좋은데 뒷처리가 골치아프다.
아예 성문을 다 박살내버리는 거라서 수리하는게 만만치 않거든.
부서진 성벽 부분과 성문의 보수공사를 하는 이들을 지나쳐 주변을 둘러보았다.
포로로 잡힌 이들이 포박된 채, 그 가족들과 함께 북쪽으로 이송되는 것이 보였다.
“아이고… 흑…”
“아 거! 우리가 다 잡아 죽인데!? 항복을 했으면 그 대가를 받아야지! 어서 가쇼! 어서!!”
포로로 잡은 놈들을 데리고 있어봐야 식량만 축낸다.
그럼 그냥 북쪽으로 보내버리는 것이 낫다.
강제 이주에 가깝지만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할거다.
“아이고… 그렇지만! 아, 아직 내 땅이…!”
“북방에서 개척해!”
“흑…”
북방이라고 해서 완전 북방도 아닌데.
기주 일대는 아직 개발하지 못한 땅이 얼마든지 있다.
잘만하면 오히려 기회의 땅이 될수도 있는데 끌려가는 이들은 이주에 대한 두려움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들에게 창을 겨눈 병사들이 소리치자 포로들이 이끌려 성을 나간다.
“연주나 기주쪽도 좀 발전하겠구만. 이렇게 사람들이 늘어나니.”
“하하하… 이왕이면 태산군 쪽으로도 보내줬으면 좋겠는데요.”
내게 다가 온 손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태산군이 고향인 만큼 그곳에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더 바라는 것이겠지.
난 그의 가슴을 툭 쳐준 후 물었다.
“그나저나 문빙은 아직 못 잡았나보네.”
“끙. 수색은 하고 있습니다만.”
손관과 하후형은 인상을 찌푸렸다.
곽준이 스스로 포박되어 항복했고 잡은 장수들도 몇 있지만 문빙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
“시간 문제입니다. 금방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문빙의 얼굴을 알고 있는 하후형과 손관은 이를 갈면서 그를 잡기 위한 수색을 하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며 사람들의 조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문빙을 잡을 수 있겠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관평을 보내줄테니까 적당히 같이 하도록 해. 절대 혼자서 싸우진말고.”
문빙 잡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골치아플 테니까.
그들에게 지원을 말해 준 후 성문을 보았다.
박살나 있는 성문을 교체하기 전까지는 성문 밖에는 부대를 유지한다.
올테면 와보라지… 라는 생각으로 부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만큼 전투가 벌어지면 곧장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장합이 이끄는 부대이니까.
믿고 맡길 수 있다.
성문을 빠져나가 부대로 들어간 나는 지휘관의 막사로 들어갔다.
막사 안에는 죽간을 보며 부대를 확인하고 있는 장합이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 장합은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어. 오셨습니까. 왜 관청에서 더 쉬시지 않으시곤…”
“아니 뭐 쉴 필요 있나.”
한게 뭐 있다고.
전홍성의 지하감옥 안쪽에 제갈근을 가져다 놓고 그를 심문하던 이들에게 물었지만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문을 하는 족족 잘도 버텨내는 탓에 더 고문하는 것도 무리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지.
“감녕 어딨냐?”
“왜 부르쇼?”
“호랑이냐. 너는.”
이름만 불렀는데 나타날 줄이야.
내 말에 히죽 웃은 감녕은 손에 들고 있던 죽간을 장합의 옆에 놓아 준 후 나를 보았다.
“왜?”
“야. 여기서 삼보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삼보? 글쎄? 부대를 이끌고 가는게 아니라면 적어도 오일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치중 물자를 챙기지 않고 파발 형식으로 몇명만이 가는 것이라면 그정도인가.
생각보다 덜 걸린다.
“잘됐네.”
왕복 십일 정도면 괜찮을거다.
내 말에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삼보 인근에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심부름 좀 다녀와. 감녕. 네가 가는게 낫겠지?”
막사로 돌아가 빠르게 서찰을 적었다.
그것을 잘 봉인 한 후 감녕과 장합을 보다가 감녕에게 넘겼다.
“엥?”
“다녀와.”
“아니 왜? 왜 내가…?”
“기마술은 네가 장합보다 낫지 않아?”
사실만 가지고 얘기하자.
장합도 기마술이 대단하지만 그래도 감녕만은 못했다.
거기에 분홍이는 감녕만 탈 수 있으니까.
내 칭찬에 감녕은 우쭐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기마술은 내가 더 낫지.”
“하하하하. 그래. 네가 더 낫다. 인정하지.”
장합은 쓴웃음을 지으며 감녕의 어깨를 잡았다.
그렇지?
그럼 감녕을 보내는게 맞다.
최대한 빨리 갔다와줬으면 하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삼보에는 왜?”
“좌풍익에게 이 서찰을 전해주고 와. 내가 보냈다고 하면 바로 만날 수 있을거야. 막으면 급한 일이라고 하고.”
“음. 알겠수. 그거면 되우?”
“그리고 좌풍익이 주는 것을 받아와.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아마 가지고 있을테니까.”
“뭐길래 그러우?”
뭐긴.
“제갈근 입을 열게 할 도구다. 어지간하면 쓰기 싫었지만… 나도 나름대로 여기서 좀 다른 방식으로 입을 열게 해볼테니까.”
“흐음… 알겠수다.”
“네가 올 때 만약 이엄이 공격해서 전홍성을 공격하거든 만총과 합류하여 군사를 빌려서 오는게 좋을거야. 한 이, 삼천명 정도라면 전홍성으로 들어 올 수 있겠지?”
“하. 알겠수다. 그럼 바로 가야되우?”
적당히 바깥에서 군을 유지하면 오히려 포위되더라도 안심이다.
곽준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군량도 꽤 많이 있으니 말이다.
“응.”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따라 올 흑귀대원 몇몇을 데리고 감녕이 가버리자 장합은 웃으며 물었다.
“좌풍익께는 왜 보내는 겁니까?”
“말했잖아. 받아 올 것이 있다고. 혹시 감녕과 뭔가 할 일이라도 있었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럼 됐네. 감녕이 없는 동안은 네가 좀 고생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감녕은 현재 우리 군 최강의 무장이다.
그가 없는 이상 그 다음은 장합.
만약 황충과 위연이 또다시 공격해들어온다면 그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장합 뿐이다.
“하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고.”
부대에서 복귀해 곧장 전홍성의 지하감옥으로 내려갔다.
곽준이 있는 방을 지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간 나는 붕대에 감겨 치료된 제갈근을 보았다.
“진짜 독하다. 훌륭해. 인정해주지.”
“흐흐…”
설마 미친 것은 아니겠지?
그의 볼을 잡고 비틀어 보았지만 그는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 이었다.
하지만 그 눈.
여전히 나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다.
“얘 재우지 마라.”
“고문 시작하고 재우지 않았습니다. 벌써 사흘째입니다. 잘도 버티고 있습니다만…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정도까지 버티는 놈은 저도 처음 봅니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잠이 오기 마련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제갈근이 끝까지 버티고 들어간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지.
전에 전풍에게 했던 것처럼 그를 배불리 먹이고 안재우는 방식으로 고문의 방향을 바꿔보았지만.
세상에.
이자식 밥도 잘 안먹는다.
억지로 먹여봤자 지가 삼키지 않으니 이건 뭐.
하루에 주먹밥 반개만 먹을 뿐 그 이상은 먹지도 않는데.
허기짐과 몸에 있는 고통으로 잠기운을 날려내는 듯한 제갈근을 보며 난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버틸 수 있는 것도 얼마 안남았다.”
“자만하지 마라.”
“응. 자만은 아니야. 남은 기한은 십일 정도. 십일 안에 제갈량이 있는 곳을 말한다면… 하긴. 그 말이 거짓일 수도 있겠군. 그냥 버텨봐라.”
제갈근이 말해도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는 방법따위는 없다.
그러려면 몇번의 교차 심문을 통해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버티는 놈인데 그것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 그냥 계획했던대로 해야지.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갈근의 머리를 잡은 후 말했다.
“버텨봐. 한번. 네가 어디까지 가나 궁금하니까.”
“크흐흐…”
제갈근의 증오 섞인 눈빛을 마주하던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
내가 가 사형에게 감녕을 보낸 이유는 제갈근 때문이다.
아편을 받기 위해서.
전에 가 사형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법정이 자신을 중독시켜 노예로 만들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때 그 약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놨다고 했었고 그것을 보여 준 적도 있었다.
양이 꽤 되서 좀 나눠달라고 했지만 가 사형은 위험한 물건이고, 또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나눠주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는 나도 딱히 쓸 곳이 없었고, 또 얻고자 한다면 화타에게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굳이 더 요구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갈근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냥 꼬장피우면서 달라고 조를걸.
“사형이 설마 무시하지는 않겠지?”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인 만큼 사형도 내어주기는 할거다.
라고 믿자.
“그렇다고 서주로 보낼 수도 없고. 화타는 더 안 줄테니까…”
서주에서 화타가 앵속을 키우고 있기는 했지만 서주까지 가는 시간보다는 장안이 더 가깝고, 또 화타에게 달라고 해봤자 내가 원하는 만큼은 주지 않을 거다.
아마 개량한 마취제 정도만 주겠지.
그럴바에는 그냥 가 사형에게 받아오는게 낫다.
“사부님이 한중 인근의 앵속밭을 다 태워버렸다고 했으니… 쩝. 아껴써야겠네.”
앵속은 잘만 쓰면 무척이나 쓸모가 있지만 잘못쓰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된다.
심문 좀 하자고 앵속을 더 키우느니 그냥 다 태워버리는게 낫지.
아쉬운 마음을 억누른다.
으으… 전략병기로 진짜 잘 쓸 수 있는데.
난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지만. 심문하겠다고 앵속밭을 다시 만드느니 그냥 안하는게 낫지.”
욕심을 억누르자.
아편은 양날의 검이다.
저거 잘못쓰면 나도 죽는다.
그러니 괜한 욕심은 부리지 말자.
그래도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기에 난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내 마음을 억눌렀다.
지하감옥에서 나와 쪼그려 앉아 아편을 전쟁무기로 쓰면 안되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하며 내 자신의 욕망을 억눌렀다.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홍성에서 일하던 시녀가 날 불렀다.
“장군님. 저…”
“음? 뭐냐?”
“성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날? 왜?”
“그거야 저도…”
시녀는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너 탓할려고 그런 거 아니거든?
그녀와 함께 성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욱과 순유가 전홍성의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그래. 어서 오게나. 성문 쪽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자재가 좀 필요하니까 여남에 요청을 해두는게 나을겁니다. 그런데… 뭐 하십니까?”
“뭐 라기보다는… 좀 확인을 해볼 것이 필요해서 말이지.”
“확인이요?”
뭐 또 확인할 것이 있나?
내가 의아해하자 순유는 웃으며 말했다.
“이엄에게 식량을 내어 준 이들을 좀 알아보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을 심문하여 이엄과 친분이 있었던 가문들을 만나려고…”
“아. 그렇겠네.”
이엄에게 물자를 내어줬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보다는 유표에게 더 호의적인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을 그냥 내버려 뒀다간 차후 공격을 받을 때, 혹은 다른 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빠르게 포섭하는 것이 중요했다.
“교 부인… 부인이 맞겠지요?”
싱긋 웃은 순유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조만간 결혼할 거니까 부인 맞지.
“교 부인과 유 군수 덕분에 손을 잡은 호족이나 명가들은 많지만. 유표를 따르거나 중립을 표방하는 호족들은 꽤 있습니다. 그들을 포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렇긴 한데… 양양 공격은 언제 할 겁니까?”
“그들의 포섭이 끝나면 바로 갈 생각입니다만…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왜 그러는데?”
순유와 정욱의 질문에 난 볼을 긁적거렸다.
선봉장으로 삼을 만한 감녕을 삼보로 보내놨으니 시간이 좀 필요했다.
“감녕에게 심부름을 좀 시켰습니다. 적어도 십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감 교위가 없다 하여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유표의 황충이나 위연이라는 자가 강하다고 하니. 안정적인 공략을 위해서는 그가 있는 것이 낫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럼…”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자네도 좀 다녀와줬으면 좋겠네.”
“제가? 어딜 갑니까?”
“형주에는 명사들이 꽤 많지. 그들 중 몇몇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들을 포섭해줬으면 좋겠어.”
“제가 뭐라고… 일단은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야합니까?”
내 질문에 정욱은 죽간 하나를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아 펼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준? 마준이 누굽니까?”
“의성현의 마가의 가주일세. 의성 마가는 과거 태위의 자리에 계셨던 마성의 어르신의 가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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