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41
00541 쉬운 공략, 어려운 설득 =========================
“곽유지요? 글쎄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장군님은 아십니까?”
“흠…”
내가 알기로 곽유지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출사표에 등장하던 인물인데.
그 사람이 형주에 살고 있었나?
“숙부님께서 추천하실 만한 사람이라면 괜찮은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이름 한번 알려지지 않은 이인데…”
“아니. 아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온순하며 화해롭고 다툼을 싫어하나 가진 학식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또한 스스로 절제할 줄 알고, 피하는 것에 대한 삶을 살고 있기에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까? 혹 숙부님께서 그를 데려 올 수 있겠습니까?”
“한번 해보겠습니다.”
유파는 가볍게 웃은 후 말했다.
“다른 이들도 알고 있는 이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빌지요. 완아. 장군님께 폐를 끼치지 말거라.”
“폐는 무슨… 제가 잘 모실게요.”
“그래. 형님께서도 네가 이렇게 장군님과 혼인을 하게 된다는 것에… 무척 마음을 놓으실 것이다. 부디 사고치지 말고.”
“아니 제가 무슨 사고뭉치라도 되는건가요…”
유파의 말에 입술을 삐쭉 내민 완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유파는 싱글벙글 웃었다.
“부디 완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숙부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믿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완이와 유파의 관계 덕분에 의성현을 손에 넣게 되었다.
거기에 유파라는 인재, 곽유지라는 인재까지 얻게 될 줄이야.
“이거 정말 잘 되었군…”
“이제 돌아가는 겁니까?”
“그래. 가야지.”
제갈근에게도 물어 볼 것이 있으니 말이야.
전홍성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원래대로라면 마가의 포섭에 실패한 것을 보고하러 가야하지만 워낙 궁금해서 말이지.
마준이 거짓을 한 것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지하감옥에 들어가자 병사들이 나를 반겼다.
그들에게 대충 답해준 후 제갈근이 있는 지하감옥에 들어간 나는 웃으며 그를 보았다.
“하하…지독하다. 진짜. 이정도면 인정해 줄 만 하네.”
아직까지 버티고 있단 말야?
눈 밑이 시커멓게 물들 정도로 피로해하면서도 제갈근은 날 여전히 증오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야. 한가지만 묻자.”
“…뭘…”
잔뜩 갈라진 어조로 그가 답한다.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던 나는 웃었다.
“제갈량.”
“흐..흐흥.”
“황승언의 밑에 있지?”
“….”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을 보고 나서 난 웃었다.
“그렇군.”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뭐 됐어. 며칠 안에 네 스스로 답하게 될테니까.”
네가 아무리 버틴다고 하더라도 아편까지 버텨낼 수는 없을거다.
제갈근은 싸늘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다가 힘겹게 이를 갈았다.
“쟤 재워.”
아편은 잘못쓰면 죽을 수도 있다.
전에 화타에게 듣기로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아편을 하게 될 경우 잠에 빠지게 되고 영영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지금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을 버틴 제갈근이다.
그럼 더 재우지 않아봤자 얻을 것은 없고 오히려 나중에 아편에 취해서 편하게 저승에 가게 할 지도 몰랐다.
감녕이 돌아와서 아편으로 저놈을 취하게 만들 방법이 있는 이상, 그리고 마준에게서 제갈량의 위치를 알아낸 이상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됩니까?”
“응. 고문도 그만하고. 자결만 못하게 막아둬.”
“알겠습니다.”
흑귀대원들의 인사를 받고 관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의성현에 간 것은 마가를 설득하여 포섭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실패했으니.
보고는 해야지.
어째 발걸음이 무겁다.
이거 실패했다고 하후돈이나 정욱이 날 갈구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실패 보고는 실패보고다.
떨떠름한 기분을 지우지 못한 채 성주의 집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문을 두드렸다.
“접니다.”
“들어오게나.”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정욱과 하후돈이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어서 오게. 고생 많았겠군.”
“아니 뭐. 고생이랄 것 까지는 없는데… 그나저나 순 대부와 유 군수는 어디갔습니까?”
“아직 오지 않았네. 그들도 다른 명가의 사람을 포섭하러 갔거든. 그보다 어떻게 됐나?”
정욱의 질문에 난 어색하게 웃었다.
“실패했습니다.”
“끙…”
“아니 무슨 실패를 했으면서 그렇게 해맑은가?”
내 보고에 정욱은 피식 웃었다.
다행히 화를 내지는 않네.
난 웃음기를 지우지 않은 채 대꾸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고 그런 거죠.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쩝. 거기장군도 실패하시고 나도 실패하고 자네도 실패하고. 도대체 형주의 명사들은 뭔 자존심이 이리 강한지.”
이 인간이!?
자기도 실패했으면서 나는 성공하길 바란건가?
“자존심이라기보다는 지금 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겁니다.”
“쯧.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욱 역시도 현 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형주는 상황이 무척이나 복잡했다.
유장, 그리고 오, 마지막으로 우리.
세개의 세력이 각자의 이득을 위해서 유표를 작살내려가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함부로 한 세력의 손을 들었다간 일이 잘못되었을 때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들 중립을 이야기하는군요. 결국은 유표를 잡아야지 어느정도 결정이 나려나…”
유표가 죽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질 수는 없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욱은 씁쓸한 표정으로 하후돈을 보았다.
“그럼… 약속했던 날짜는 이틀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다들 피로나 풀고 계십시요.”
“그래야겠구만. 자네는 뭘 할 생각인가?”
“글쎄요. 딱히 할 일은 없습니다만. 오금희나 좀 하고 훈련이나 할까 생각중입니다.”
감녕이 오기 전까지는 진짜 할 일이 없었다.
내 말에 하후돈은 웃으며 검을 툭 쳤다.
“그럼 나도 자네에게 좀 가르쳐주지. 따라오게나.”
“…아니 그러실 필요까지야.”
“청이를 위해서야. 청이를. 눈 먼 화살에 맞아서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끙… 어쩔 수 없지요.”
훈련시켜주겠다는데 뭘 어쩌겠나.
그냥 가서 해야지.
하후돈과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땀을 흘려서일까?
마가를 포섭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찝찝함이 많이 가셨다.
“양양 공략이라…”
유장과 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니 이거 함부로 움직이기가 힘드네.
갑옷만 벗고 침상에 벌러덩 누웠다.
“내 새끼들 보고 싶다…”
걸음마를 시작한 휘랑 성이.
청이의 품에 안겨서 옹알이를 하는 율이까지.
나를 똑 닮은 내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어? 오셨어요?”
“응. 씻고 온거야?”
“네. 장군님. 밖에 감 교위가 온 것 같은데요?”
내가 제갈근을 만나고 보고를 하고 온 동안 씻은 것인지 촉촉해진 완이는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감녕이 왔다고?
원래 예정했던 것 보다 빠른데?
혹시 가 사형한테 못 얻었나?
“아이 씨. 이럼 피곤해지는데.”
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관청의 입구로 향했을 때 거지꼴이 되어 있는 감녕은 날 보자마자 실실 웃었다.
“나 왔수.”
“꼬라지가 왜 그 모양이냐?”
“꼬라지라니. 꼬라지라니. 기다릴까봐 제대로 쉬지도 않고 왔건만.”
“에이~ 대장 없는 동안 뭔 일이 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해놓고선 무슨.”
“누, 누가 노심초사를 해? 아무튼 여기 있수.”
“오…”
가 사형이 순순히 내준 것인가?
빵빵한 가죽 주머니를 받은 나는 안을 보았다.
잘 말라 있는 아편이 듬뿍 담겨 있다.
“그런데 그게 뭐유? 좌풍익 어르신이 굉장히 난감해하던데.”
“별 거 아니야. 야. 고생했다. 좌풍익께서 별 말씀 안하시디?”
“별 말씀은 없었고. 이걸 전해주라고 하시더라고.”
품에서 한통의 서찰을 꺼낸다.
그가 건네 준 서찰을 받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좌풍익께서?”
“응.”
뭐지?
무슨 얘기를 하려고.
가 사형이 나한테 뭔가 전할때마다 진짜 무서워 죽겠다.
아편이 든 가방을 내려 놓고 서찰을 펼쳤다.
“…..”
“무슨 내용인가요?”
“하.”
[친애하는 사제에게] [노숙을 경계하거라. 그는 나와 비슷한 자. 거대한 이득을 위해서는 망설이지 않는 자다. 허를 찌를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도록 하거라. 그는 무서운 자다.]짧다.
진짜 짧다.
그렇지만 가 사형이 이렇게 서찰로 적어서 줄 정도라면 진짜 노숙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마준도 그렇고 가 사형도 그렇고.
도대체 노숙이 어느정도 되는 인간인지 가늠하지 못하겠다.
이거 진짜 기대되네.
“안그래도 경계하고 있는 놈인데 가 사형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정도라면…”
“노숙이라며 노가의 가주를 말하는 건가요? 지금 오… 의 군사라고 해야하나? 그 사람?”
“응.”
내가 준 서찰을 읽어 본 완이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뭐 할 말이라도 있는걸까?
“왜?”
“아니. 아버지께서도 노가의 가주와 몇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오? 그래? 어떤 사람이라고 하시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항상 웃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칼을 품고 있는 사람이니 마음을 쉽게 줄 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그리고?”
“저에게 혼담을 건네기도 했어요. 아, 물론 꽤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말이죠. 방 오라버니 전에.”
“…아. 그래? 너도 본 적이 있어?”
“어렸을 때 한번이지만… 어? 후후.”
“왜 웃어?”
“혹시~ 장군님. 질투하시는 건가요?”
“지, 질투는 무슨.”
완이의 성격이나 취향이 좀 그래서 그렇지 내 앞에 있는 이 여인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현명한 여자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 봤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여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혼담을 건넸다는 이야기에 속이 좀 불편하다.
완이는 무척이나 즐거워하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에헤헤헤~”
“질투하는거 아니거든? 오해하지 마렴.”
“걱정마세요. 전 그런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남자는 진짜 별로니까. 그리고 저에게는 이제…”
내 팔을 꽉 끌어안은 완이는 나에게 함박꽃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장군님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감녕과 흑귀대원들은 속이 거북하다는 듯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뭐에요!? 다들!?”
“그래. 왜 그러냐?”
웃는게 이렇게 예쁜데.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자 감녕은 니글거린다는 표정으로 부르르 몸을 떤 후 말했다.
“아니. 뭐랄까. 도련님이 멋진 사람이라는 것은 아는데 이걸 눈 앞에서 들으니 낯간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서 못 버티겠군.”
“기껏 고생해서 다녀왔는데 안 쉬고 훈련 한번 해볼래?”
“으하하하~!! 이런 상황은 잘 기억했다가 영 아가씨에게 보고해야지.”
완이가 나에게 달라붙어서 웃고 있는 것을 가리키며 감녕과 흑귀대원들은 즐겁게 웃었다.
영이에게 보고한다니.
그러지 마라.
무섭다.
“후후후~ 그치만 저도 이제는 장군님과 곧 결혼할 건데요? 영이 언니는 그래도 장군님과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잘해준다구요~”
“결혼할 거지 아직 결혼한건 아니잖수. 그리고 영 아가씨가 완 아가씨한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냥 장군님한테 뭐라고 하겠지.”
“…얘들아? 고생한 너희들을 위해서 연회를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너희들이 푹 쉴 수 있도록 돈을 준비했단다. 헛소리 하지 말고 가서 술이나 퍼먹고 쉬렴. 순 대부와 유 군수가 돌아오면 바로 양양 공략을 가야하니까.”
감녕에게 돈주머니를 던졌다.
그것을 받은 감녕이 안을 보고 씩 웃자 난 한숨을 내쉬며 완이의 볼을 꽉 잡았다.
“이. 것. 아.”
“으에에에~”
말랑말랑한 볼을 쭉쭉 늘렸다.
신음하는 그녀와 나를 보며 감녕과 흑귀대원들은 크게 웃은 후 왁자지껄 떠들며 술을 마시러 가버렸다.
그들이 가는 것을 보며 완이의 볼을 놓아주었다.
“에휴. 내 팔자야.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까이는구나.”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들 장군님을 좋아하는 거라구요.”
“에잉.”
살짝 붉어진 완이의 볼을 만지작거려 준 후 방으로 돌아갔다.
내 옆에 앉은 완이가 싱글거리며 붙어 있는 것을 무시한 채 가 사형의 서찰을 보았다.
노숙을 경계하라.
그리고 마준의 말을 떠올렸다.
반쯤 뽑힌 검과 같다.
뛰어난 두 사람이 대놓고 경계하고 있을 정도라면.
나도 나중에 만날 사이라고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젠장.”
확실히 경계해야겠지.
그가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까.
“설마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