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40
00540 쉬운 공략, 어려운 설득 =========================
“왜 그러십니까?”
“그들이… 찾아왔단 말입니까?”
마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근과 제갈량.
“뭐라고 했습니까?”
“자신들과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채가와 연을 맺게 해줄테니 자신들과 함께 움직이자고…”
“그래서요?”
“저야 거절을 했지요. 어쨌든 그들과 연을 맺는다는 것은 임관을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제갈근이라면…”
하후상이 조심스레 묻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들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까?”
“마음이 바뀌면 강하의 황가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강하의 황가?
강하의 황가에는 누가 있지?
난 완이를 보았고 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마준에게 물었다.
“강하의 황가라면 황승언이라는 사람이 가주로 있는… 거기가 맞나요?
“네. 과거에는 명가였지만… 요새는 그 위상이 떨어져서 명가라고 불리기는 좀 힘든 곳입니다.”
“….”
황승언.
그 딸이 황월영이었지.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갈량이 있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를 잡을 수는 없었다.
강하라니.
빌어먹을.
하필이면 그곳에 있을 줄이야.
“그들을 알고 계십니까?”
“저를 죽이려 하는 자들입니다. 하하하… 마 가주. 현명한 선택을 하셨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만약 그들과 손을 잡은 것이라면 당신도 내 손에 죽었을테니까.
이정도의 정보를 얻은 것이라면 충분히 이득이 된다.
마준의 완고함.
지금은 인정해주지.
“죄송하지만 나중에 제가 도움을 좀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나중에 제갈량을 잡았을 때 그가 제갈량인지 아닌지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마준이라면 분명히 그 얼굴을 알 터.
내 부탁을 받은 마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거절하면 내가 더 이상 양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무슨 도움을 말씀하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임관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도움이라면 제가 도와드리지요.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좋습니다.”
마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나중에 형주 일대를 우리가 차지하면 그 뒤를 좀 봐달라는 건가?
괜찮다.
마씨 일가가 지금 임관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중 일은 모르는 것이다.
형주 일대를 제대로 차지하고 있으면 마가의 다른 이들에게 조심스레 권해보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도움이 되어서 아주 다행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마가를 포섭하는 것을 포기하고 여기서 물러나려 하자 하후상은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장군님. 이대로 가실 겁니까?”
“지금은 이정도면 괜찮아.”
마준과 연을 맺고 향후 마가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괜찮다.
내 대답에 하후상은 더욱 뾰로통해졌지만 원래 한술에 전부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먼길 오신 분들인데 어떻게…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감사히 받지요.”
제갈량에 대한 정보를 지금 얻었다고 하더라도 당장 강하의 공략은 불가능했다.
양양을 공략해야 강하 쪽으로 공격을 할 수 있지.
결국은 양양 공략이 급선무라는 것이군.
마준은 내 표정을 보다가 쓰게 웃었다.
“그러고보니 노가의 가주도 비슷한 질문을 하더군요.”
“무슨 질문을 했습니까?”
“자신이 찾아오기 전에 누가 왔었냐고…”
“뭐라고 답하셨습니까?”
“비슷한 답을 했습니다. 장송, 그리고 제갈근과 제갈량. 그들이 찾아왔다는 답을 해주었습니다. ”
노숙이 왜 그런 것을 물었을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노숙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노가의 가주는 굉장히 무서운 사람입니다. 혹시 그와 만나게 된다면 주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무서운 사람? 뭐 험악하게 생겼습니까?”
“외형이 아닙니다. 내면이 무섭지요. 제갈근과 제갈량은 대놓고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노숙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잘 벼려진 칼이 검집에서 반쯤 뽑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지금은 노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차피 노숙이 주유를 제치고 오의 군사가 되어 있다면 그와는 언젠가 마주쳐야 한다.
그때부터 그를 상대할 준비를 해도 된다.
혹시 아나?
그도 주유처럼 나와 거래를 하여 산하로 들어올지?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고 나에게 적대한 것이 아닌데 벌써부터 적으로 상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준은 시녀를 불렀다.
“식사를 준비하고 다른 녀석들도 부르거라.”
“예. 가주님.”
“식사는 감사히 먹겠습니다.”
마가의 식당으로 가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 근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웠을 때 음식과 함께 사람들이 들어왔다.
건장한 아까 봤던 마성과 소년 둘이다.
그 중 소년 하나의 눈썹이 눈에 띄게 하얗다.
“저 아이가…”
“마성이 둘째, 그리고 셋째인 마현은 몸이 좋지 않아 지금 출타가 힘들지요. 그를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량, 마속입니다. 인사드려라. 진동장군님이시다.”
나이와 걸맞지 않은 의젓함을 가진 소년들은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마량이라고 합니다.”
“마속이에요.”
“진유하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구나.”
눈에 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마량의 눈을 마주하던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마속을 보았다.
읍참마속의 주인공인 마속.
그 역시 마량과 비슷할 정도로 현명해보였다.
“장군님의 위명을 들으며 늘 존경해왔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마속은 살짝 목례했다.
마속은 나에게 꽤나 호감이 있는 듯 한데…
마량은 나를 보고도 별반 관심이 없어보였다.
아니, 관심이 없는 척 하지만 마준의 눈치를 살피며 힐끔힐끔 날 훔쳐보고 있었다.
이걸 보면 적당히 때가 되었을 때 끌어들인다면 내 밑으로 들어 올 것 같기는 한데…
“앉거라.”
마준의 명에 그의 동생들이 자리에 앉았다.
넓은 식탁에 빙 둘러 앉은 우리는 마준이 마련한 식사를 천천히 입에 넣었다.
“그래서… 마 가주. 당신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당신의 동생들은 어찌 할 생각입니까?”
“저의 동생들이요… 글쎄요. 아마 나이가 되면 적당히 근처에 있는 다른 가문과 연을 맺게 할 생각입니다.”
“원하신다면 허도나 서주의 명가를 소개시켜드릴 수 있습니다만.’
“하하하하. 마음만 받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철저하게 선을 그으려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마량은 작은 고기전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형님께서는.”
“조용히 하거라.”
“…예.”
마량이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막아버린다.
어떻게보면 상당히 현명한 것이다.
입은 재앙의 근원이고 잘못하면 꼬투리를 잡혀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곤란하지.
“그렇게 억누르기만 하면 결국 모가 나는 법이지요. 그래. 소형제. 한번 말씀해보시게.”
마준의 눈치를 살피는 마량.
그의 눈이 엄해지자 마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음.”
우리에게는 훈훈하게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엄한 사람인가?
가주로서의 엄함을 가지고 있는 마준을 보던 나는 차분히 말했다.
“천하가 흔들리며 그 흔들림 속에서 간신히 기준을 잡고 있지만… 그 기준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그 기준을 잡기 위해서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니… 언제든지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마가를 위한 길은 항상 열려 있을테니 말입니다.”
“영광입니다. 진동장군께서 그리 저희를 인정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마준에게 말했지만 이건 마량과 마속에게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홍성을 우리가 차지한 이상 양양의 공략 자체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곳을 공략하고 나서 그 다음이 문제지.
양양군을 공략해내고 나면 이 의성현도 우리의 세력권 안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인접한 오나 유장을 제어하기 위해서 사람이 보내질 것이고, 그 사람은 아마 내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로서는 방통을 추천할 생각이다.
방통은 나와 다르게 형주 출신이고 방덕공의 조카로서 형주 내 많은 명사들과 쉽게 연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마량과 마속 뿐만 아니라 마준까지도 다른 명가들의 부추김에 못 이기는 척 넘어 오게 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아마 산양군이나 기주에 가서 좀 쉬어야겠군.
어쨌든 양양의 공략이 끝나야 뭔가 얻을 수 있겠네.
마량과 마속을 바라보던 나는 그들의 식사가 모두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 가주도 바쁜데 괜히 오랜 시간을 빼앗는 것은 미안한 일이군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먼 길 오셨는데 제대로 대접해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뭘, 나중에 또 보게 될 텐데.”
“하하하. 꼭 그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준의 심정으로는 우리가 아예 안왔으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당신 생각에 불과했다.
“소형제들도 잘 있게.”
“예. 장군님.”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된 인연이라고 해야하나. 만약 천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소형제들이라면 충분히 이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야. 꿈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 웅대한 꿈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잡아보는 것도 아주 훌륭한 일이야. 물론 선친의 유지를 따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말야.”
“감사합니다. 장군님의 말씀. 마음 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내 친우가 이곳으로 올지도 모르네. 그때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게나. 마 가주. 부탁하겠습니다.”
“친우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방덕공의 조카인 방통이요. 수경원의 동문이기도 하지. 내가 알기로 양양에서 오래 살았다고 하던데… 혹시 아십니까?”
“아. 그라면 알고 있습니다. 방덕 공께는 몇차례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적이 있지요. 아주 현명한 아이였는데… 과연 장군님과 친우가 될 만한 사람이겠군요.”
역시 인맥.
방통의 이야기를 꺼내자 마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저희는 이만… 소형제들. 다음에 또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네.”
마량은 부드럽게 웃은 후 목례했고 마속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보았다.
그런 그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마준은 우리가 뒤로 물러나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그럼 이만.”
이만큼 했으면 됐겠지?
그동안 내가 깽판 안치고 잘 살아 온 만큼 마량이나 마속이 나에게 꽤 호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제갈근이나 제갈량처럼 나에게 뜻 모를 원한을 품은 것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인재 둘은 얻은 셈이 되었군.”
“예?”
“아무것도 아니야. 으하~ 그럼 돌아가볼까? 감녕이 오면 곧장 양양 공략을 시작해보자고.”
양양의 공략만 끝나면 바로 강하를 친다.
그럼 제갈량까지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겠지?
난 여유롭게 웃으며 말에 올랐다.
“그럼 숙부님께선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저야 어떻게 하든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저희가 유표를 잡기 전까지는…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다른 현을 좀 설득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한번 해보지요. 이 근처에는 괜찮은 명가의 사람들이 꽤 있으니까요.”
“괜찮은 명가의 사람?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서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명가와 호족들이 많은 형주였다.
그런 만큼 유파가 소개 시켜 줄 인재들은 꽤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기대하며 묻자 유파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씩 웃었다.
“혹. 남양군 일대에 살고 있는 곽 유지. 곽 연장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