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55
00555 어떻습니까? =========================
하후상과 감녕이 무기를 잡았다.
거기에 흑귀대원들까지.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아 들지 말지 고민하는 것은 저들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만약 이곳이 양양현에 인접한 곳이라면 무조건 무기를 뽑으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양양현에서 꽤나 떨어진 곳.
적어도 한시진은 말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지원은 받을 수 없다.
어차피 승부는 금방 나버릴테니까.
빌어먹을.
양양현에 성이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자리를 빠져나가 성문을 지켜 저들이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을텐데.
“…하하.”
노숙 역시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날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나보지?
노숙의 뒤에 있던 이들 역시 내 이름을 듣고 무기를 잡은 상태였다.
붙어볼까?
승산은 있으려나?
내 옷자락을 살짝 잡은 완이는 자길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무예를 익힌 몸.
검 정도는 다룰 수 있다.
“젠장.”
그래도 포기다.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
“뭣들하는거냐? 너희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방 숙부님이 떨떠름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난 손을 들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노 가주님.”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되었군요.”
일단은 대화다.
노숙은 쓰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우리의 신호에 들려있던 무기가 내려간다.
하지만 언제든지 싸울 분위기는 만들어져 있었다.
“장군님. 움직일까요.”
하후상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지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흑귀대원들과 감녕, 하후상의 실력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노숙 역시 보통은 아니라고 들었고, 또 저들이 양양까지 오는데 어중간한 실력의 무인들을 데려왔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여기서 싸울 만한 것은 아닌 듯 싶군요. 방 숙부님이 계시는 곳에서 피를 보기 싫습니다.”
“하하하. 저 역시 방 어르신께 신세를 진 몸입니다.”
필요하다면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노숙 역시 웃으며 대꾸했다.
“다들 자리에 앉거라. 쯧.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싸우지들 말거라.”
방 숙부님은 느긋하게 말한 후 하인을 불러 수레에 있는 고기와 쌀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되게 뻘쭘해졌다.
노숙도, 나도.
우리 모두 언제든지 틈을 보이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 참. 뭐라고 해야하나.”
그 분위기를 참지 못했는지 노숙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허리에 있던 검을 풀어 바닥에 내려 놓았다.
“지금 싸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이왕이면 이기는 싸움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라.”
“그렇습니까? 저 역시 이길 수 있는 싸움만을 원합니다.”
“그럼 이 자리는… 잠시간 휴전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지요. 야야. 무기 풀어.”
“흥.”
“하아…”
내 명령에 감녕과 하후상은 무기를 내려 놓았다.
그들이 무기를 내리자 흑귀대원들 역시 따라 무기를 내렸고 노숙은 여유있게 웃었다.
“주태, 장흠, 여몽. 너희도 무기 풀어.”
주태와 장흠, 여몽까지.
확실히 위험할 뻔 했군.
노숙 역시도 개인의 무력이 꽤나 강하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쪽의 피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주.”
“지금이 아니면…”
“괜히 싸우다가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도 있어. 지금은 물러나는게 좋아. 쯧. 다른 놈들도 데려오는 건데.”
“그러게요. 저도 다른 이들을 좀 데리고 올 것 그랬습니다.”
아까워 죽겠다.
여기서 노숙을 잡을 수 있으면 진짜 맘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을텐데.
장합이랑 관평도 데리고 올걸.
그리고 손관도.
지금쯤 양양에 있을 그들을 아쉬워하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나와 노숙은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너희들도 좀 돕거라!!”
“예? 예! 완아. 숙부님을 좀 도와드려줄래?”
“하지만…”
“괜찮으니까.”
완이는 한숨을 내쉬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노숙은 빙긋 웃었다.
“제가 알기로… 저 어여쁜 아가씨는 교가의 아가씨라고 생각되는데… 맞습니까?”
“예. 저와 혼인을 할 사이지요.”
“아아… 그렇군요. 하하. 교가의 두 꽃 중 가장 큰 꽃을 누가 꺽나 했는데. 결국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신 진 장군께서 꺽게 되는군… 어라? 이미 결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안됩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하하. 제 정실로 받아들이려 했던 여인이 다른 이의 첩이…”
“첩 아닙니다. 그녀 역시 정실 부인이 될겁니다.”
“그렇습니까? 하하하… 뭐라고 해야하나. 조금 안심이군요. 교 아가씨께 차이고 나서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댁이 왜 아픕니까?”
“저 같은 남자를 차고 도대체 어떤 놈팽이를 만날까 걱정했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뭐, 지금의 제 아내도 최고지만요.”
완이에게 더 이상 미련은 없는 듯 보였다.
다행인 줄 알아라.
만약 완이한테 흑심 보였으면 바로 공격 들어갔을 테니까.
“방 어르신께선 다 좋으신데 꾸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게 문제입니다. 마당이 참으로 좁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너희는 좀 나가 있어라.”
“에… 하지만 괜찮겠수?”
흑귀대원들이 머뭇거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노숙은 자신의 병사들도 집 밖으로 빼버렸다.
밖에서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기는 하지만 명령도 없는데 싸우지는 않겠지.
하지만 노숙은 주태와 여몽, 그리고 장흠을 빼지는 않았다.
나도 감녕과 하후상은 빼지 않았으니 됐지.
“이렇게 서서 말하기도 좀 그런데. 앉을까요?”
“그러지요.”
마당에 있는 넓은 평상에 앉았다.
우리가 자리에 앉았을 때 방 숙부가 나왔다.
하인들이 들고 온 상을 놓고 그 위에 음식들을 내려 놓은 숙부님은 여유롭게 말했다.
“자. 한잔씩들 하지.”
맑은 대나무 향이 느껴진다.
죽엽청인가?
숙부님이 따라 준 술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단번에 마신 노숙은 감탄했다.
“굉장하군요. 이것이 바로 죽엽청입니까?”
“처음 드셔봅니까?”
“하하하! 강남에서 마시기는 좀 힘들지요. 듣자하니 강북에서도 마실 수 있는 이가 드물다고 하던데. 이거 귀한 술을 대접받았습니다!”
“귀할 것도 없지요. 언제든지 산양군이든, 아니면 허도든 찾아오신다면 죽엽청 뿐만 아니라 화신주도 대접해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술값은 네놈의 목으로 받겠지만.
노숙은 싱긋 웃었다.
“여몽. 가져와.”
“음…”
자리에서 일어난 여몽이 자신들이 끌고 온 수레에서 작은 술동이 하나를 가져왔다.
그것을 내려 놓은 여몽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노숙을 보며 말했다.
“이걸 줘야 합니까?”
“그럼? 좋은 술을 대접받았는데 우리도 보여줘야하지 않겠냐.”
노숙은 작은 술동이에 있는 술을 바가지로 퍼낸 후 내 잔에 따라주었다.
죽엽청과 비슷할 정도로 맑은데다가 노란빛이 감도는 술이다.
척 봐도 귀해보이는 술을 따라 준 노숙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노가 황주입니다. 죽엽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진동장군의 입맛에는 맞겠군요.”
“어이. 도련님.”
술을 탐내는 것은 아니다.
독이 들어 있는지 불안해하는 것이다.
감녕의 말에도 난 따라진 술을 한모금 입에 넣었다.
“호오.”
“입에 맞으십니까?”
“입에 맞는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것이 낫군요. 죽엽청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따지자면 죽엽청보다 노가 황주가 내 입맛에 더 맞았다.
내 말을 들은 감녕은 내 술잔을 바라보았다.
궁금한가보다.
“하하하. 귀하께서도 한잔 받으시지요.”
여몽과 장흠, 주태에게 주어진 죽엽청 때문일까?
노숙은 하후상과 감녕에게도 노가 황주를 따라주었다.
“괜찮은데? 좀 약하지만.”
“북쪽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맛이군요. 은은히 단맛도 느껴지고… 하지만 너무 약합니다.”
괜찮은 평가가 나왔다.
감녕과 하후상이 머뭇거리며 말하자 노숙은 빙긋 웃은 후 뒤를 보았다.
“입맛에 맞으시니 다행이군요. 너희들은 죽엽청을 맛보니… 어때?”
“엄청 독한게 끝내주는데.”
“그래도 너무 독하군요.”
“술이 좀 독해야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주태는 꽤 괜찮았는지 입맛을 다셨지만 장흠과 여몽은 떨떠름해보인다.
하긴 죽엽청이 좀 독하긴 하지.
“강북과 강남을 가르는 의미 같습니다. 으하하하핫!”
뭔 뜻으로 저리 말하는거지?
강북에 사는 우리가 독하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한순배 술을 돌려 다시 마셨다.
음… 확실히 좀 순하고 달짝지근한게 괜찮다.
내가 노가 황주를 마음에 들어하는 듯 하자 노숙은 웃으며 말했다.
“위명이 대단하신 진동장군님을 만나게 되면 무엇을 선물로 드려야 할까 무척이나 고민을 했습니다. 노가로 돌아가게 되면 노가의 황주를 선물로 보내드리지요.”
“선물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아니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고작해야 술 몇동이에 불과합니다. 정 뭐하시면 제 부탁이나 한가지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호라.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배짱이 두둑한 건지, 아니면 얼굴에 철판을 깐 건지.
노숙은 웃는 얼굴 그대로 말했다.
“하하하. 부탁이라. 강남에서 위명이 자자하신 노가의 가주께서 저에게 부탁씩이나!?”
“위명이 자자하다고 해봤자 천하에 이름을 떨치시는 진동장군님만 하겠습니까. 그저 사소한 청이니 부디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써 함부로 뇌물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만. 승상의 명령이 있었거든요. 뇌물을 받으며 정치에 난입하려 하는 황족들을 쳐죽인 것처럼… 하하. 저에게 뇌물을 준 이 역시도 쳐죽일지 모릅니다만.”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노숙은 씩 웃었다.
“뇌물… 뭐 뇌물이라기 보다는 성의표시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고작 술 한두동이를 뇌물로 바칠 정도로 제가 그렇게 허접한 사람이라 생각치 말아주십시요.”
그럼 따로 줄 것이 있다는 건가?
내가 웃으며 바라보자 노숙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장군님이시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주실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엇이길래 그리 뜸을 들이십니까? 한번 말씀해보시지요.”
노숙은 히죽 웃었다.
“이번에… 뭐라고 해야하나. 어쩌다보니 교주에 있는 이들이 오의 밑으로 들어오고자 하더군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요?”
“외적들과 야만인들이 달라붙는 것을 버텨내기 힘들어, 손가의 밑으로 들어오기를 청하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들을 인정해주려 했으나… 아뿔싸.”
“….”
“현 손 가주께서 가지고 있는 직책이 너무 낮아서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그들 모두 군수의 직책에 있던 사람들인데… 좀 위세가 약합니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요?”
“마침 저희 오가 양주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거 참. 뭐라고 해야하나… 전 양주목이 도적에게 살해당한 이후로 아직 양주목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허.
그래서.
손권에게 양주목의 자리라도 달라는 건가?
애초에 도적에게 살해당했는지 네가 죽였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웃기는 놈이네 이거.
“너무 과한 요구를 하시는군요. 고작 진동장군에 불과한 제가 주목의 자리를 어찌 내어드리겠습니까.”
사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지금 진동장군의 자리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책략의 일부에 불과했으니까.
적어도 지금쯤이면 사정장군, 혹은 삼장군 수준까지는 오를 수 있을거다.
그리고 사정장군이나 삼장군 정도라면 충분히 주목의 자리를 추천할 정도는 된다.
어차피 양주의 세력범위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닌만큼 그곳의 주목을 누구로 임명하든 오에서 거절하고 그들을 죽여버리면 끝인 곳이다.
그런 곳의 주목 자리를 달라는 것은 자기네들을 인정해달라는 말인데.
내가 미쳤냐.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지만 이득 볼 것도 없는데.
내가 웃으며 고개를 젓자 노숙은 난감해하다가 손뼉을 쳤다.
“아.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셔도 그정도는 제가 감히 이렇다 말씀드릴 것이…”
“이것을 드리지요. 승상께 잘 좀 말씀드려주시겠습니까?”
노숙은 품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었다.
뭔데? 그게?
그는 비단주머니를 펼치며 말했다.
“동탁의 천도때 사라졌던 한의… 전국 옥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