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56
00556 어떻습니까? =========================
“옥새!?”
“저게 왜 여기!?”
나를 제외한 이 자리의 모두가 기겁했다.
황금빛에 가까운 옥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도장이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여 준 노숙은 내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볼을 긁적거렸다.
“아. 당연하지만 가품은 아닙니다. 이런 것으로 사기를 칠 정도로 모자란 놈이 아닙니다.”
“확실히… 동탁의 장안 천도 이후 옥새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것을 왜 노숙이…”
하후상은 침을 꿀꺽 삼키며 옥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 부하들 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가주님! 그런 걸 가지고 계셨습니까!?”
“허… 나도 나름대로 도적질하며 보물은 꽤 봤지만 옥새라니… 한번 만져봐두 되우?”
“나도 만져보자.”
심지어 방 숙부님마저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용의 장식에 붉은색 수실이 달려 있는 옥새를 꺼내 놓은 노숙은 천천히 말했다.
“이것을 승상께 바친다면 양주목의 자리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흠…”
“어떻습니까? 제가 알기로 진동장군께서는 유표를 공략하며 그다지 공을 세우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원소를 잡을 때의 공도 인정받지 못하셨다고 들었는데… 이것이라면 충분히 장군님의 공을 인정받으실지도 모릅니다.”
옥새.
한 고조때부터 내려오던 한의 증표.
황족이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황제임을 자신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다.
어찌보면 신물이라고 하는게 맞겠지.
노숙은 자신있게 말했고 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고작 도장 하나가지고 무슨…”
“…예?”
“그냥 도장이잖습니까.”
“아, 아니 이거 진품 맞습니다. 옥새라구요.”
노숙은 처음으로 당황하며 날 보았다.
방 숙부님 역시도 날 잡았다.
“유하야. 저건…”
“압니다. 옥새인거.”
옥새인데 뭐 어쩌라고.
전에 주유도 옥새를 가지고 나와 거래를 하려고 했지만 난 딱히 저 옥새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잖은가.
그냥 옥으로 만들어진 도장에 불과한 것인데.
저게 무슨 큰 의미가 있다고.
“그냥 도장 하나 가지고 주목의 자리를 거래하려는 것 자체가 좀…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허세를… 부리시는 것 같지는 않군요.”
당연하지.
옥새가 뭐가 중요하냐.
저거 가지고 있어서 지가 황제라고 떠들면 어쩔건데.
“노 가주께서도 뭔가 좀 큰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권위는 그깟 신외지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권위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법. 옥새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 옥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끙…”
아마 조조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만약 우리가 황제를 데리고 있지 않는다면 모를까, 황제도 우리의 손에 있고 황실도 우리가 데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옥새가 세상에 나왔다고 해서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은가?
어리석은 소리다.
“그 옥새가 있다고 해서… 황제가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 옥새가 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추대합니까?”
“….”
“옥새가 있다고 해서… 한의 황실을 무시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그것이 뭡니까?”
내 질문에 노숙은 쓰게 웃었다.
“그저 도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렇지요? 물론 다른 도장에 비하면 무척이나 귀해보이기는 하군요.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꽤나 있어보이고.”
“끄으응…”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노숙이 신음하는 것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옥새. 새로 하나 팠습니다.”
“…그, 그렇군요.”
고작 도장 하나에 연연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지.
도장따위 그냥 하나 새로 파면 되는거다.
가짜 옥새, 진짜 옥새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을 찍은 사람이 중요하지.
옥새를 보고도 내가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것에 노숙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한 건 그것 뿐인가?
그럼 거래는 종료다.
양주목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얌전히 찌그러져 있어라.
아니면 손권이 직접 와서 조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세력을 넘긴다는 말이나 하든가.
난 황주를 한모금 마셨다.
“왜?”
“아닙니다…”
하후상은 질린 표정으로 날 응시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하후상 뿐만이 아니다.
감녕과 완이를 제외한 모두가 날 당황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얌마!”
“아야! 숙부님!”
“전국 옥새를 보고도 그렇게 태평한 사람은 네가 처음일거다!”
“아니 제가 아는 것만으로도 꽤 있을텐데…”
아마 방통이나 서복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거다.
그리고 조조도 그럴 것이고.
한의 정통성따위는 딴데가서 알아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진품 옥새든 가품 옥새든 봐서 어쩌겠냐.
황제의 교지도 그냥 대충 받는 판국에.
숙부님이 내 머리를 쥐어박는 것에 인상을 구기며 투덜거렸을 때 노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노숙은 비단 주머니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냥 선물로 드리지요.”
“현명하군요. 그냥 가지고 계셔도 좋은데.”
“황실의 것은 황실로 돌려드리는 것이 맞는 말이지요.”
조조나 내가 옥새를 그리 탐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숙이 저것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손가에 있어서 옥새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 아니. 오히려 독에 불과했다.
손가에서 옥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숙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주유나 손책에게 받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그의 입장으로써는 빨리 옥새를 처분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와 거래를 위한 도구로 써먹지 못한다면 결국 옥새는 독이 되어버린다.
옥새는 황제의 것이기 때문이다.
옥새를 가지고 있어봐야 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자기가 황제로 즉위할 때나 정통성을 부과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 가지고 있어봐야 역적 소리 밖에 더 듣겠나.
아직 만들어진 역사도 별로 되지 않고 각 호족이나 명가들의 연합체에 불과한 오가 옥새를 가지고 그것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연합을 방해하는 물건이 될 뿐이다.
“뭐 주신다면 받겠습니다.”
차라리 꺼내지나 말 것이지.
괜히 옥새를 꺼내버린 덕분에 날로 옥새를 주워먹게 생겼구만.
딱히 필요는 없다만.
노숙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죽엽청을 한잔 입에 털어 넣었다.
“뭐… 따로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글쎄요. 하하하. 이거 참. 장군님에 대해서 뭐 아는 것이 없으니 어떻게 거래를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군요. 혹시 욕심이 없으신 분입니까? 도에 대해서 관심이라도 있으신지…?”
“괴력난신은 끔찍하게 싫어합니다만…”
“하하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저와 비슷하군요. 저 역시 도사니 뭐니 하는 것들을 싫어하는데.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옥새를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 모양이다.
노숙에게 있어서도 옥새는 그야말로 계륵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그냥 줘버리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 마음이 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옥새를 드림으로써 장군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해야겠군요.”
“저 같은 사람에 대해서 알아 뭐 하시려고.”
“아닙니다. 정말 이번에는 된통 당한 셈이라서 말이지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공적에는 그리 연연하지 않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이나마 장군님에 대해서 알겠군요.”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보다는 명예, 명예보다는 자신의 사욕을 중시 여기시는 분 아닙니까? 음… 뭐랄까. 대의보다는 소의를 더 따르시는 분 같군요. 아주 신기합니다. 그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은데.”
노숙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하게 봤군.
“소의를 따르는 것이 뭐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쁘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기하다고 했을 뿐이지. 흐음… 소의라. 그런 것이라면 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이렇게 쟁여놓은게 많아?
내가 인상을 쓰자 노숙은 키득거렸다.
“저 부터 좀 말씀드리지요. 간단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강하성에서 좀 나가주셨으면 합니다만.”
“강하성이요…”
단도직입.
솔직히 나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공격할 생각이니까.
만약 양양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치뤘다면 모를까 화살 한방 쓰지 않고 양양에 입성하고, 또 채가와 괴가를 끌어들여 그들의 병력을 충원한 이상 강하를 치는 것 따위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싸우지 않고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냥 강하를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노숙을 만난 김에 일단 권유나 해보자.
내 말에 노숙은 어깨를 으쓱였다.
“궁금한 것이… 왜 강하입니까? 현재 승상의 뜻을 생각하면 오히려 익주쪽을 공략하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만약 익주에서 서량의 마등과 손을 잡고 장안을 공격하게 되면 무척이나 골치 아파지실텐데요.”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지요. 사실 익주쪽도 조만간 칠겁니다.”
“조만간? 혹… 상용을 공략하셨습니까?”
노숙의 눈빛이 변했다.
그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상용… 그럼 한중만 공략해내면 바로 익주쪽으로 들어가실 수 있겠군요. 그래서인가…”
무언가 생각하듯 중얼거린 노숙은 히죽 웃었다.
“잘 되었습니다. 장군님.”
“뭐가 잘되었다는 겁니까?”
“저희가 거래를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까의 질문을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왜 강하를 노리시는 겁니까? 그 개인적인 사유를 좀 들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지극히 사적인 이유인데… 뭐 말씀드리지 못할 것은 없지요.”
지금쯤이라면 교공과 교가의 사람들은 산양군으로 피신했을거다.
난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완이와의 결혼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신부측의 집안이 있는 곳에서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완이가 오랫동안 살아왔던 성현을 관리하고 싶기도 하고.”
“하하하하하!! 정말 사적인 이유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노숙의 눈빛이 변했다.
“정말 그뿐이십니까?”
“….”
이새끼.
뭘 알고 있는거지?
부드럽게 미소지은 노숙은 천천히 말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볼까요? 장군님. 저희 주군이신 손 가주께 양주목의 자리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리해주신다면 강하를 넘겨드리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주목의 자리는 제가 내리니 마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만.”
“장군은 소의를 따르시는 분이지요. 개인적인 욕심을 원하시는 분께 한가지 더 거래를 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뭡니까?”
이 새끼.
노숙은 싸늘히 웃었다.
“아주 재능이 대단한 이더군요.”
내 시선을 마주하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갈량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난 그의 제안에 눈을 감았다.
하.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