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58
00558 쓸데없는 악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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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으로 복귀하자마자 집무실로 향했다.
내가 방 숙부님의 댁에서 노숙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욱은 무척이나 아까운 듯 입맛을 다셨다.
“세상에… 거기서 잡을 수 있었으면 가장 좋았을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뭐… 운명이려니 해야지요.”
“쯧. 아쉬워. 정말 아쉬워.”
코앞에서 노숙을 놓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정욱이 저렇게 아쉬워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하. 대사농. 그리 아쉬워하시지 말아주십시요. 바꿔 말하면 진동장군이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끙…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정욱을 달랜 순유는 웃으며 말해준 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하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겠지요.”
“예.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양주목의 자리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양주와 교주 일대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양주목의 자리는 지금 공석입니다. 굳이 저희가 양주목의 자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그들은 언젠간 스스로 나서서 양주목을 자처할 테니… 강하를 얻기 위한 전투를 하지 않는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아니면 현 교주목인 사섭이 주목의 자리를 손권에게 양보하는 과정에서 양주목의 자리까지 은근슬쩍 먹으려 할 수도 있겠지요.”
관직은 그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명분을 이용해서 세력을 모으는 것이 아닌, 세력을 모은 후 명분을 그 위에 덮어씌우려는 이상 주목의 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손권은 주목처럼 행세를 할 것이 분명했다.
“강하를 우리가 얻고 주목의 자리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후돈이 즐거워하며 말했지만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뭐… 반항이 심해지겠지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주지 않고 싶습니다만… 그것을 빌미로 이래저래 귀찮아 질 수 있습니다.”
사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주목 자리고 나발이고 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주목의 자리를 내려주지 않으면 그들이 할 짓이 훤히 보였다.
강하를 손에 넣은 것처럼 여기저기를 꾸준히 찔러대겠지.
그리고 그냥 주목의 자리를 주는게 낫다.
“주목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으로 미약하기는 하지만 목줄을 걸 수 있습니다. 차라리 주목의 자리를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내 말에 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오는 그저 미친개처럼 날뛰는 망나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관직을 줌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명분을 얻게 함과 동시에 관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거기에 한 황실의 정규 신하가 됨으로써 어느정도는 움직임에 제약을 줄 수 있었다.
과거를 보아도 미쳐 날뛰는 이민족들에게 관직을 하사함으로서 그들을 통제하던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의미없는 양주목의 자리.
지금은 그냥 시원하게 주는게 오히려 낫다.
“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승상께 말씀드리도록 하지.”
나보다는 하후돈이 낫겠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청이 있는데.”
“뭔가?”
“방통을 형주목으로 내려보내고 싶습니다.”
“방통이라면… 자네의 친우 아닌가. 그에게 형주목? 자질은 있는가?”
“청주도독으로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질은 충분하지요. 또한 형주의 명사인 방덕공이 그의 숙부입니다. 거기에 방가 역시도 형주의 명문이지요. 형주에 있는 다른 명가들이나 호족들을 끌어들이기에는 그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저 역시 찬성입니다.”
“방통. 그 친구라면 괜찮겠지.”
순유와 정욱이 동의하자 하후돈은 무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것은 자네가 승상께 고하도록 하게나. 아니면 승상부에 상소를 올리고.”
“예. 알겠습니다.”
방통이 그냥 놀고먹는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업성의 증축과 새로운 도읍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빼는 것이니만큼 승상부의 허락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강하로는 언제 움직일 생각인가?”
“노숙이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에 맞춰서 움직이면 되겠지요. 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병력은 그대로 데리고 간다는 것입니까?”
노숙이 뒤통수를 칠지도 모르는 만큼 병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움직인다.
내 제안에 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딱히 바뀔 만한 일은 없겠군. 이제 문제는 익주 쪽인가?”
“그 부분은 대사농께 맡기겠습니다.”
내가 할 일은 강하성을 차지하는 것이니까.
내 말에 정욱은 인상을 찌푸렸다.
“쩝. 도와 줄 생각은 하지 않는건가?”
“에이~ 뭐 원하신다면 장합 정도는 빌려드리지요.”
“하하. 그렇다면 곱게 받도록 하지.”
정욱과의 이야기를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방에 있던 완이가 없는 것에 의아해하면서 옷을 벗어 침상에 누웠다.
제갈량.
제갈근.
나에게 의미없는 원한을 품은 이들.
솔직히 말하자면 좀 아쉽다.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정말 편해질텐데.
사마의는 이미 나와 손을 잡은 상황이고, 또 거기에 가 사형까지 있으니 제갈량까지 얻으면 완전 편해질 수 있을텐데.
“끙…”
제갈근의 상태를 보면 절대로 포섭할 수 없을 듯 보였다.
괜한 욕심은 말자.
순간적으로 제갈량을 살려서 끝까지 꼬드겨볼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정도전이 정몽주를 포섭하기 위해 목숨을 내놨던 것 처럼 그렇게 살 생각은 없었다.
제갈량을 꼬시면 좋긴 하겠지만 굳이 그가 아니더라도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에이.”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난 침상에 누운 채 이불을 뻥뻥 걷어찼다.
“그 등신은… 어휴!”
“어라? 뭐 하세요?”
“어디 갔다왔어?”
“채가에서 귤을 보냈더라구요.”
화려한 바구니에 담겨져 있는 귤을 보여주며 완이는 베시시 웃었다.
요새 이래저래 선물이 꽤나 들어온다.
괴가에서 보낸 양질의 석청, 그리고 채가에서 보낸 귤.
그리고 중립을 표방하던 몇몇 가문에서 보내오는 선물들.
역시 사람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인다니까.
예전에 양양에 있을 때 명가들이나 호족들의 텃세에 개고생했을 때를 생각하면 진짜 내가 출세하긴 한 모양이다.
수경원의 이름 마저도 가소롭다고 생각하던 이들이 이렇게 알아서 길다니.
이래서 다들 권력을 탐하는 건가보다.
“귤? 잘됐네. 다른 애들은…”
“이미 줬어요. 장군님 드시라고 따로 빼놓은 거에요.”
나만 먹으라고 주기에는 꽤나 많은데?
물끄러미 귤을 바라보던 나는 입을 벌렸다.
“예?”
“까줘.”
“아하하하~ 어린애같네요. 그래요.”
한번 누우니까 일어나기 귀찮다.
내가 입만 벌리자 완이는 꺄르륵 웃으며 바구니를 가져와 귤을 까 입에 넣어주었다.
“영이 언니도 귤 좋아하는데.”
“방통을 형주목으로 보낼테니까 나중에 귤이나 좀 보내라고 해야지.”
수경원에서 수경상점을 운영할때도 비싸서 함부로 먹지 못했던 귤이다.
하지만 형주목이라면 쉽게 구할 수 있겠지.
완이와 결혼하고 나면 허도에 보고를 하고 당분간은 산양군에서 머물 생각인 나는 웃으며 입을 벌렸다.
“아~”
“얍.”
새콤달콤한 귤을 입에서 씹던 나는 귤 하나를 다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요?”
“귤도 있고 석청도 있고. 오래간만에 향초나 좀 만들까 해서.”
“그래요? 저도 조각은 할 줄 아니까 만드는 것을 도와드릴게요.”
“음. 그래… 그 전에 좀 나갔다오자.”
“어디 가시게요?”
“하하하… 여기까지 왔는데 들러야 하는 곳이 있거든.”
완이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고 난 그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수경원이 있던 곳에 가볼 생각이야.”
수경원은 방 숙부님의 거처와 다르게 양양현의 시내 근처에 있었다.
조금만 가면 되는 곳이니만큼 호위는 별로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유비무환.
감녕과 장합, 하후상에 관평까지 데리고 수경원을 향해 걸었다.
수경원의 땅에 대한 권리는 아직까지는 사부님에게 있었다.
그래서인지 불에 탔던 수경원은 아직까지 재건되지 않은 상태였다.
재건하고 싶어도 사부님이 허락을 해야 재건을 하지.
“이야~ 여기도 되게 오래간만에 오네.”
“그러게 말야.”
감녕과 나야 수도 없이 들락날락 거리던 골목이지만 하후상이나 관평, 완이는 그저 신기해할 뿐 이었다.
“분위기가 무척이나 조용하네요.”
“꽤나 좋은 곳이군요.”
“대나무 향이 아주 좋은데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에…”
간판만 남아 있는 수경원이다.
관리를 안해서 그런지 반쯤 썩이 있는 문짝과 현패를 보며 나와 감녕은 껄껄 웃었다.
“으하하하! 이거 옛날 생각나는구만!”
“그러게. 전에 이것부터 싹 다 바꿨었는데. 다시 이 꼴을 볼 줄은 생각도 못했군.”
수경원에 처음 왔을 때 수경원은 진짜 이게 뭔 흉가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개판이었지.
과거를 추억하며 폐허가 된 수경원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 허허벌판에 작은 움막이 지어져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사내를 발견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누구지?
여기에는 아무나 집짓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닌데.
불탄 이후로 사람들이 흩어져 더 이상 누구도 살지 않는 터에 저런 집이 있다는 것이 거슬렸다.
“퇴거 작업을 해야겠네.”
나중에 여기에 정원을 짓든, 아니면 수경원을 기념하는 공원을 짓든 하더라도 여기서 아무나 살게하고 싶지는 않은 생각에 난 그곳으로 걸어갔다.
“이봐!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서 사는… 어?”
“뭐야?”
사내가 몸을 돌렸다.
“헉! 상 사형!?”
“너였냐?”
수경원의 졸업생 중 한명인, 내 사형인 상총이다.
과거 수경원에 있을 때 꾸준히 식량과 물자를 보내줬던 상 사형이 왜 여기에?
몇차례 임관을 하라고 서찰을 보내봤지만 들은 척도 안했던 사람인데…
왜 여기 있지?
내가 알기로 상 사형도 명가의 사람이라서 이런데서 살 만한 사람은 아닌데?
혹시 망했나?
신난다~
끌어들일 사람을 구했다!
날 보며 피식 웃는 상 사형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여기 계십니까?”
“언제 사부님이 돌아오실지 모르니까. 사부님 성격에 여기에 한번 정도는 들리실 것 같더구나. 그래서 여기서 묵고 있었지.”
되게 당연한 이유네.
하긴 상 사형은 양양에 살고 있었지.
난 혹시나 싶어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혹시 가문이 망하시거나…”
“그럴리 있겠냐. 오히려 번창하고 있다.”
에이. 좋다 말았네.
내가 혀를 차자 상 사형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내 뒤를 바라보았다.
감녕과 흑귀대원들이 뻘쭘하게 웃고 있었다.
“얼씨구? 감녕 아니야? 이야~ 출세했네~”
“으헤~ 오랜만이유. 상 가주님.”
“한의 진동장군에 교위에… 동문의 다른 사형이나 사제들이 무척이나 기뻐하더구나. 수경원에서 가장 큰 인재가 나왔다고. 자자. 아무튼 들어오거라. 온 김에 차라도 한잔 하고 가라.”
“예.”
오두막이라고는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모양이다.
평상에 앉은 우리를 흝어보던 상 사형은 차를 건네주며 물었다.
“여긴 왜 왔냐?”
“그냥 한번 들러봤습니다.”
내가 못 올 곳 왔나.
상 사형은 나에게 부드럽게 웃은 후 다른 이들에게도 차를 권했다.
하인이 가져 온 다과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그는 천천히,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부님의 소식은 들었고?”
“예. 지금… 북방에 계실 겁니다.”
“하이고… 그럼 얘기나 좀 하시고 다니시지. 그래도 너와는 연락이 닿는 모양이구만. 쯧. 그럼 여기 계속 있을 필요는 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