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7
00057 너희들 따위가? =========================
오래간만에 도착한 온현은 딱히 변한 것이 없어보였다.
여전히 한가한 동네에 들어선 나는 과거와는 다르게 내 발로 걸어 사마가로 가는 언덕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어라?”
처음 보는 사람이다.
갑옷을 보니 고급 병사, 아니면 장수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어…”
그의 뒤를 보니 4년전에 보았던 병사들 몇몇이 웃는 것이 보였다.
이걸 보면 병사진이 다 바뀐 건 아닌 것 같은데.
우금이나 악진이 마중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보다 키가 머리 두개 정도는 더 크고 덩치는 두배쯤 되는 거구에 험상궂게 생긴 병사가 날 맞이하는 것을 보며 물었다.
“뉘신지…”
“아. 두해 전부터 사마가를 경호하게 된 서황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 도련님. 도련님에 대한 것은 전임자인 악진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덩치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짓는 그를 보며 난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서황!?
와… 진짜 능력도 좋다.
어디서 이런 인재를 찾은거지?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그는 쓰게 웃으며 내 뒤에 있는 전 군승댁의 사병들에게 말했다.
“도련님은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었나보다.
순순히 나의 경호를 서황에게 맡긴 그들은 내 앞으로 와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도련님. 저희는 마을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테니 일이 끝나시면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같이 묵지 않고?”
“아무래도 조금 그렇지요.”
그는 빙긋 웃은 후 서황을 가리켰다.
지휘계통 때문인가?
사병이라고 하나 전 군승님을 호위하는 병사들이다.
그런 병사들이 사마가의 병사들과 함께하며 지휘 계통이나 관직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일부러 따로 떨어져 대기하려는 것인가.
“알겠어. 그럼 돌아가게 될 때 바로 연락을 할테니 그때 와줘.”
“명심하겠습니다.”
“자. 오느라 고생했는데 술이라도 사먹어.”
주머니에서 금전 한냥을 꺼내 주었다.
그것을 받은 그는 몇번을 사양했지만 계속된 내 권유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돈을 받았다.
이렇게 줘 놓으면 나중에 일 터졌을 때 빠릿하게 움직이겠지.
적당한 뇌물과 하사품은 병사들도 춤추게 한다.
“오오오…”
“역시 진 도련님…”
봐라. 저 뒤에 병사들이 침흘리는 것을.
금 한냥이면 저들이 하루 정도는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을것이다.
부하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그가 다시 한번 공손히 인사하고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몸을 돌려 서황을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딱 봐도 대단해보이는 분인데 이런 곳에 있는게 이상해서. 관직이 어찌 되십니까?”
“치서어사 휘하의 소교입니다.”
“그럼 서 소교님.”
“말씀 편히 하십시요. 도련님. 그냥 서 공명이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관직조차 없는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어찌…”
실질적인 관직체계로 따지자면 하급 장교 정도 되는 소교인 서황이 나이로 보나 관직으로 보나 나보다 위인 것은 맞았다.
물론 명성이나 사회적 지위를 따지면 내가 훨씬 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서황을 앞에두고 반말할 인간은 아니다.
어쨌든 잘보여서 나쁠 것 없는 사람이니 최대한 공손히 접근하자.
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려 하자 서황은 황급히 날 말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씀 말아주십시요. 수경원을 사년만에 졸업하신 기재이신 분이니 얼마 가지 않아 저보다 훨씬 높은 관직에 오르실 수 있는 분이지 않습니까. 거기다…”
“거기다?”
“후후후. 그리고 곧 사마가의 분이 되실 분 아닙니까. 제 임무 중에는 사마가의 분들을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네. 그러니 말씀 편히해주십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서황이 허리를 숙이자 난 난처해하는 척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히 할게. 그나저나 악진과 우금은?”
“악진과 우금의 임무는 경조윤을 지키는 일이었지만 치서어사 어르신께서 승진하시고 편제가 바뀌었습니다. 지금 아마 연주목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을 겁니다.”
이런.
결국 조조에게 간 건가.
아깝기 그지 없다.
내가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자 서황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병사들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도련님께서 저번에 이곳에서 하신 일들.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답니다.”
“그래?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
“저희 병사들 사이에선, 그리고 온현 뿐만 아니라 근처의 현에도 도련님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힘없는 양민을 위해서 가차없이 무당과 현승을 처단하고 현령에게 가서 오히려 그 의협심을 인정받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협행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으로 신분을 위장했다는 것까지. 명성과 공에 집착하지 않는 그 초탈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도련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게 누구냐?
권력과 명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얘기 같지는 않다.
“이거 내 얼굴에 금칠을 너무 하는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내가 아부하는 것과 다르게 서황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거 분위기 좋은데?
“혹시…”
“말씀하십시요.”
“내가 관직을 얻으면 날 따를 생각이 없나? 자네 정도라면 내 등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관직을 얻게 되면 문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문관이 된다면 대체적으로 호위나 실무를 위해 무관이 붙기 마련인데 그 무관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난 이 서황을 택하고 싶었다.
“저야 명령에 따르는 군인이니 명령만 내려진다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처음 본 저를 좋게 봐주시니 영광이군요.”
내 말에 서황은 기뻤는지 싱글거리면서도 차분히 답했다.
이거 분위기 아주 좋은데.
감녕 이새끼.
내가 이정도 되는 사람이다.
날 따르겠냐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감녕에게 속으로 욕한 후 서황의 안내를 받으며 사마가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온 사마가의 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사마가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녀를 발견했다.
나보다 한두살 쯤은 어려보이는 소녀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설마 쟤가 사마영인가?
그런데 왜 입고 있는게 하녀복이야?
“안녕하세요! 도련님!”
“응. 그래. 안녕하다. 너는 누구니?
“아… 기억 못하시는구나…”
누구지?
아쉬워하던 소녀는 생글거리며 말했다.
“전에 도련님께서 구해주신 왕이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그때 왕정의 딸을 구해서 사마가에 던져놓고 그냥 왔구나.
근데 너 왜 여기 있냐?
내가 궁금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서황은 작게 웃으며 왕이에게 말했다.
“연회 준비는 다 되었니?”
“네! 서 아저씨!”
“그럼 안으로 들어가 도련님이 오셨다고 전해드리렴.”
“네!”
왕이가 쪼르르 안으로 들어가자 난 서황을 보았고 그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듣자하니 그때 이후로 사마가에서 왕이를 거두어 시녀로 키우고 있다고 하더군요. 똘똘한데다가 성격도 좋고, 또 대쪽같은 면이 있어서 중달 도련님의 말벗이 되곤 한답니다.”
“그래?”
반했나?
적당히 나이도 비슷한 것 같으니 상관은 없다만.
그래도 사마가에 있는 시녀들에 비하면 외모가 떨어지는데…
그래도 귀여우니 뭐 괜찮겠지.
아까 전 본 활발한 미소를 띄우던 왕이의 얼굴을 생각하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도련님. 들어가시지요. 도련님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마 부인께서 실력발휘를 많이 하셨습니다. 덤으로 저희들에게도 음식을 나눠주신다고 하시니… 도련님 덕분에 포식을 하겠군요. 감사합니다.”
악진이나 우금도 날 마음에 들어하며 공손히 대했지만 서황은 특히나 더 공손한 기분이다.
양양에서 받던 대우 이상을 받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묘하다.
“음. 알았어.”
“그리고 도련님. 어딘가 출타하실 때는 반드시 저나 병사들과 함께 가시는 것을 부탁드립니다.”
“왜?”
“요새 분위기가 흉흉하더군요. 일주일 전 하동 위가의 도련님이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 살해범을 아직 잡지 못했다고 하니 가급적 바깥 출입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위가와 분음현의 병사들이 쫓고 있다고는 하지만… 혹시 몰라 연주목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니 금방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연주목께서도 보통 분은 아니신지라…”
연주목이라면 조조?
낙양이 동탁에 의해서 박살나고 나서 사례교위의 자리는 공석이고 사예주의 관리는 각 현에서 알아서 하고 있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연주에 요청을 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현 상황.
살인사건.
그리고 연주목 조조
세가지 단어를 들으며 난 빙긋 웃었다.
헤에…
이거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네.
“도련님?”
머릿속에서 대충 밑그림을 그리던 나는 서황의 부름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 그래? 이거 흉흉하구만~ 무서워 죽겠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건지. 원.”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인 후 서황의 두터운 팔을 툭 쳐주었다.
“자네가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목숨을 바쳐 지켜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요.”
서황이 자신있게 말하자 주머니를 열어 금 한냥을 꺼낸 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니! 도련님! 이러실 것 까지는!”
“에헤이. 넣어둬. 넣어둬. 다 나 잘 지켜달라고 그러는 거거든? 그러니까 병사들도 좀 맛있는거 먹이고. 집에 갈 때 고기 두어근 사들고 가라고 해.”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다니까.”
내가 양양현에서 장사를 하며 여러 병사들이나 하인들과 어울려봐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추가수당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였다.
특히나 나처럼 직위든 신분이든 높은 사람이 주는 것은 뇌물보다는 포상에 더 가까우니 받아도 문제가 없어 대부분은 그것을 넙죽넙죽 받았다.
그리고 그때 쓴 비용 이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려 했고.
뭔가 청탁을 하는 것도 아닌지라 받을때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들도 ‘선의’와 ‘자발적’으로 날 도와주는 것이니 말이다.
금 한냥?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다.
병사들의 수만큼 나뉘어지면 각자에게는 몇푼 되지 않겠지 하지민 그들에게는 결코 의미없는 돈이 아니다.
그것을 나누면 고기 한두근 정도 밖에 못살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 간 병사는 가장으로서 하루 정도는 콧대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그들에게 이렇게 추가 수당을 주는 것은 그들의 의욕도 높이고 나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고 난 그것을 충실히 시행해왔다.
어쩌면 며칠 못보고 안녕이다를 외칠지도 모르는 사이이지만 밑밥 까는게 딱히 나쁜 일은 아닌만큼 난 금 한냥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거기에… 만약을 대비해야 하니 이렇게 밑밥을 깔아두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겠지.
“나중에 내가 좀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있으면 그거나 좀 도와줘. 자자. 어서 받아. 어어어. 팔 떨어지네!”
금전을 든 손을 밑으로 축 내리며 호들갑을 떨자 서황은 난감해했지만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의 얼굴은 좋아 죽으려고 했다.
한 병사는 계속해서 받으라고 주문까지 외우고 있었다.
“크흠! 알겠습니다. 이런 것이 없더라도 저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도련님을 목숨을 걸고 지킬 것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요.”
“물론이지. 아주 든든하구만! 푸하하하! 사마가의 미래가 밝아!”
결국 내가 주는 금전을 받은 서황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돈을 받자 뒤의 병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모두 도련님께 인사드려라!”
“감사합니다! 도련님!!”
“역시 최고십니다!!”
“뭘 이정도 가지고.”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것을 들으며 날 안내하기 위해 나온 시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사마가의 장원 내부는 그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 갔던 건물 안으로 들어선 나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발견하고 히죽 웃었다.
“어서 오거라. 오래간만이구나.”
“형님! 무탈하셨습니까! 어… 그런데 치서어사 어르신은요?”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은 사마방이 아닌 사마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마랑은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주었고 난 그에게 인사하고 잽싸게 물었다.
“아버님은 지금 일 때문에 잠깐 외유중이시다. 아마 내일 오후쯤이면 오실 것이니 걱정말거라.”
“그렇군요.”
“오래간만이군요.”
“어? 이야! 오래간만이다! 잘 지냈냐?”
사마랑이 손을 놓아주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마의를 발견했다.
몇년 사이에 더 예뻐졌네.
미래가 기대된다.
얼마나 여자를 후리고 다닐려나.
이 남자의 적 같으니라고.
“넌 또 두건 쓰고 있냐? 그러다가 너 머리 빠진다.”
“오자마자 시빕니까?”
“하하하. 반가워서 그래.”
사마의의 뚱한 표정에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피부가 맨들맨들한 것이 매일 글리세롤로 관리를 하는 동아현의 시녀들 같다.
“내가 준 비누는 잘 쓰고 있나보지? 창포향도 좋은게…”
“그, 다, 당신이 준 거니까 뭐… 매번 감사히 쓰고 있습니다.”
“그래. 야. 그거 많이 써.”
수경원에 들어가기 전에 유모에게 한달에 한번 정도 비누와 창포를 보내라고 했는데 그걸 잘 쓰고 있는 모양인가보다.
은은한 창포향이 나는 사마의에게 웃어보인 후 그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어서 오렴. 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지?”
“네. 부인. 그간 별탈 없으셨지요?”
“후후후. 네 덕분에 큰 일 없었단다. 듣자하니 수경원을 졸업했다면서? 정말 대단하구나.”
“형님이나 중달만 못하지요.”
“녀석도. 네가 온다고 그래서 오늘은 힘을 냈단다. 많이 먹으렴.”
“감사합니다!”
여전히 고운 사마 부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저번과 같은 사마의의 옆자리에 앉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육전을 집어 입에 넣었다.
음.
이맛이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맛에 내가 감탄했을 때 사마의는 힐끔 힐끔 나를 보며 물었다.
“맛이 어때요?”
“완전 끝내주는데…”
“그… 런가요? 헤헤.”
“왜 니가 좋아하냐?”
“그런게 있어요.”
살풋 웃은 사마의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오물오물 음식을 먹었다.
“이야~ 어머님의 음식 솜씨가 더욱 늘어나셨군요!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더니 이렇게 좋아지실 줄은 몰랐네요! 대단해요!”
“그러니?”
“네! 비법이 뭔가요?”
“비법… 후훗. 글쎄? 사랑이라고 해둘까?”
역시 사마가에서 난 사랑받는 존재구나.
사마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입 더 먹었는데 사마의가 계속 옆에서 웃고 있었다.
“뭐가 웃기냐?”
“아무것도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 사마의의 귓볼이 빨갛다.
얘 왜 이래?
“아무튼 진짜 맛있다… 맨날 이런 음식 먹으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네. 어머님. 왜 장연에게는 음식을 가르쳐주지 않으셨어요…”
“후후후. 너무 띄어주는구나. 그렇게 띄어주니 식사를 잘 하지 못하겠구나. 체하겠다.”
“에이~ 잘 드시면서요~”
“…..”
“야. 팍팍 좀 먹어라. 그렇게 먹어서 크겠냐?”
아까부터 깨작거리고 있는 사마의에게 말해주고 난 두번째 밥과 육전을 받았다.
“이거 진짜 맛있네. 아. 오해하지 마라. 내가 식탐이 많은게 아니니까. 이거 진짜 맛있어서 그런거야.”
“크흠! 압니다. 많이 드십쇼.”
옆에서 사마의가 자꾸 쳐다보자 저번에 돼지같니 뭐니 떠들어댔던 것이 떠올라 한마디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사마의는 또다시 히죽 웃고는 즐겁다는 듯 말했다.
“음? 응… 뭐. 그래.”
애가 좀 변했나? 왜 이러지?
물론 헤어질때 분위기가 좋긴 했다만…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다실로 모였을 때 난 상석에 앉은 사마랑에게 물었다.
“형님. 어르신이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물론이지.”
“정혼장 뭡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사마영이 누구에요? 전에 저한테 제 혼처를 찾아주시겠다고 한 것은 기억하지만 그래도 얼굴 한번 못본 사람이랑… 얼굴이라도 보여주세요. 예쁘죠? 예쁘다고 말해줘요. 아니면 확…!”
여기 온 목적 중 하나인 정혼장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곧장 물었다.
사마방이 오면 물어도 되겠지만 그 전에 뭘 좀 알아야지.
사마영이 도대체 누구야?
내가 떨떠름히 묻자 사마랑은 피식 웃었다.
뭐지?
비웃는건가?
아니 그래도 평생 살 부대끼며 살 사인데 그래도 호감 살 정도의 얼굴을 원하는게 뭐 잘못됐나?
“그건 아버님이 오시면 이야기하도록 하지. 중달.”
“네.”
“차를 좀 타다 주겠니?”
“알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사마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난 그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형님. 진짜 어떻게 된거에요? 사마영이라니… 방계쪽의 아이에요?”
“그러니까 그건 아버님께서 오시면 말해주겠다니까. 내일 쯤이면 오실 것이니 오늘은 푹 쉬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