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82
“유주의 백성들에게 물어봤어?”
“응. 타지에서 온 사람들 중에 그 병에 걸리는 이들이 있다고 하더군. 이유는 몰라. 건강한 이들 중에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약한 이들 중에 병에 걸리는 이들도 있고. 유주를 떠나게 되면 그 병이 낫는다고 하던데.”
“으음… 전염병은 아니라고? 풍토병이라고 보기도 어려운건가?”
“응.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니까.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북방.
누군가는 걸리고 누군가는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증세까지.
이유하의 기억 속에 있는 병이었다.
그의 시대에는 거의 걸리지 않는, 오히려 희귀한 병이지만 그 병이 발견되고 수백년동안 누구도 그 원인을 알지 못했다는 병.
바로 괴혈병이다.
비타민이라는 몸 안의 기운이 모자랄 경우 생기는 병.
유 의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타지의 생활방식에 따라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
‘유주 정도 된다면 기주와 비교해도 생활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유 의원의 말을 떠올렸다.
북방에 살던 사람들이 걸리지 않고, 신규 유입된 사람들이 발병한다면 결국은 생활 습관의 문제.
이거 문제가 되겠군.
해결 방법에 대해서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아무튼 북방으로 간다면 조심하도록.”
“알겠어. 좋은 정보 고맙군.”
“그럼 형주목 자리는…”
“네가 해야지.”
어딜 빠져나가려고.
방통에게 형주목의 직위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순유와 순욱에게 이야기를 해 놓은데다가 조조도 승낙한 것이었기에 그를 성공적으로 형주목의 자리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반발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형주 쯤 되는 곳의 주목이라는 자리를 방통이라는, 아직 어린 이에게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학자들이나 황제파 문관들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은 조조가 단번에 잘라내어버렸다.
어차피 더 이상은 내 공적을 낮춰 다른 이들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업성의 도읍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에 대한 공적과 과거 업 토벌 및 청주 도독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방통이다.
거기에 대 명사인 방덕 숙부님의 조카인 만큼 형주의 불안정한 정세와 아직까지 조조를 따르지 않으려 하는 명가와 호족들을 제대로 규합할 수 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방통 이상으로 형주목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없다는 판단은 내려졌고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와 형주목의 자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서주목인데…”
방통이 허도에 들어온지도 한달 정도가 지났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산양군을 지나 업으로 갔어야 했지만 하후상과 감녕의 결혼 문제, 그리고 정북장군으로 승진하여 편제가 개편되는 문제들이 얽혀 쉽게 이동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올해가 지나면 이동하기로 하고 난 허도에 남았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신년이다.
신년에 맞추어 관직의 재정비를 해야 겠다 생각하는 순욱이 불러 승상부에 와 있던 나는 그의 중얼거림에 어깨를 으쓱였다.
“추천하실 만한 분이 있습니까?”
현재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조조, 순욱, 그리고 상서령인 종요와 장군부의 수장인 하후돈. 마지막으로 나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낄 만한 자리는 아니다.
장군부의 수장인 하후돈이 있으니까.
하지만 내년에 북방으로 내가 이동하고, 또 북방에 있는 장수들이 이동하는 것, 거기에 기주에 정북부를 설치하는 문제 때문에 편제의 개편이 필수적이었고 그 결과 나도 이 길고 지루한 회의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벌써 오일째 집에도 못들어가고 이러고 있다.
집에 가고 싶다…
그래도 많은 부분에 대한 정리가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서주목에 대한 결정만이 남았다.
“음… 저는 팽성군수인 진군을 추천하고 싶군요.”
주목의 자리는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칫 잘못해서 반란이라도 일으키게 된다면 큰 타격이 된다.
그런만큼 능력보다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가 그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진군과 이래저래 안면이 있고, 또 친분이 있었던 종요가 천천히 말하자 순욱은 하후돈을 보았다.
하후돈은 어깨를 으쓱인 후 손을 들었다.
“정 사람이 없다면 내가 대신 가도 괜찮은데.”
“거기장군 쯤 되는 사람이 도읍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든든해합니다. 자리를 이탈하지는 않아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리고 교사원주께서 이럴 때 자리에 계셔야지 자꾸 외부로 돌아다니신다면 어찌합니까.”
하후돈은 하후연과 다르게 하후가의 가주로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에 실제 군략보다는 행정 및 관리에도 대단한 자질이 있었다.
후방에서 지원 및 보급, 그리고 지역의 안정화를 할 수 있다면 하후돈이 서주에 가는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후돈의 직위는 거기장군.
주목보다 훨씬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서주목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강등되어버리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했다간 문제가 되어버린다.
거기에 교사원주라는 위치.
내부 감찰을 실시해야 하는 이런 때 그가 없으면 일이 상당히 막혀버린다.
내 말에 하후돈은 난처해하며 입을 다물었고 순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날 보며 물었다.
“자네는 누굴 추천하려고?”
“저는 동해군수 양수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양 사형이면 충분히 서주목으로서 활동할 수 있을거다.
능력도 좋고, 또 서주에 오랜 기간 머물러 많은 공적을 쌓은데다가 서주 백성들에게 인망까지 있으니 그라면 서주목에 아주 걸맞다.
하지만 내 추천에 순욱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해. 물론 양 군수가 능력이 좋은 것은 인정해. 다만 문제는 수경원 소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한다는 것이지. 허유가 서주목의 자리를 집요하게 노리는 이상 괜한 말이 나오게 할 수는 없어.”
내 제안에 순욱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은 이들이 수경원 출신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염려하는 분위기네. 조금은 자중하게나.”
“양 군수의 아버지이신 양 태상께서도 힘이 있으신데…”
양수의 아버지는 태상의 직위에 있던 양표다.
비록 지금은 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관료였는데 그정도면 안되는 걸까?
순욱은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힘으로 따진다면 자네만한 사람이 없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견제를 받는 것이네. 자네의 친우인 방통에게 주목의 자리를 준 것만으로도 견제하는 이들이 많아.”
“하아. 알겠습니다.”
“마땅한 이가 없군. 흐음…”
순욱은 고민했고 우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많은 이들이 인정할 만한 능력을 가진 이가 서주목이 되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허유가 또 기고만장하여 날뛸 것이 분명해.”
하후연이 서주목이 된 것을 가지고도 트집을 잡았던 그다.
그런 이라면 어중간한 이가 서주목의 자리에 오르면 그것으로도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그냥 확 죽여버리면 안됩니까?”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인데.”
내 말에 하후돈도 동의했다.
요새 허유의 행동이 무척이나 거슬린다.
하지만 그를 잡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조조의 친우라는 점.
원소의 공략에 도움을 줬다는 점.
그 외에 자신의 이름값 때문에 허유는 꽤나 사람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다.
도를 넘을 정도로 까불면 가차없이 잘라내버리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만큼 건드리기도 애매하다.
그냥 콱 죽여버리면 속이 편할텐데.
내 말에 순욱과 종요는 쓰게 웃었다.
“사형에 처해야만 되는 자는 먼저 그의 죄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옳아. 하지만 지금까지 허유의 행동만으로 그를 사형에 처하게 하기에는 너무 약하지.”
“너무 그렇게 나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허유의 입지는 천천히 좁아지고 있으니까요.”
“의랑의 관직을 주었고, 다음은 태복의 관직을 줄 생각이니 너무 그리 말하지 말게나. 제일 좋은 것은 허유가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야.”
의랑은 천자의 고문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현명한 이들로 하여금 천자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직책이지만 이 직책은 휘하에 병력을 거느릴 수 없고, 또 천자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직에 불과했다.
대체적으로 의랑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냥 낙향을 한다.
이 자리가 그냥 할 일 없어서 주는 관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태복이라면 꽤나 높은 관직이지만…”
태복 역시 황제를 위한 관직으로 천자의 어가(御駕)와 어마(御馬)를 관리하는 직책이다.
다만 이것도 한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가 휘하에 병력을 둘 수 없고, 또 황제의 어가와 어마를 관리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황제가 어가와 어마를 자주 쓴다면 황제의 눈에 들어 관직의 품계를 높일 수 있는 직책이기는 하지만 그건 황제가 자유롭고, 또 힘이 강할 때의 이야기다.
지금 황제는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옥새가 주어졌지만 그에게 관직의 임명권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인만큼 태복이라고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는 관직이었다.
“이정도면 자존심이 상해서 하야를 할 텐데도… 잘도 버티는군요.”
데리고 있어봐야 분란만 일으키는 이라면 이런 식으로 잘라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승상에 대한 무례가 지나치면 병사들을 풀어 잡으면 되지만. 그는 영악한 자입니다. 도를 넘지 않아요. 그런 이를 이유없이 잡아 죽이게 된다면 오히려 여러분의 명성만 깍이게 됩니다.”
종요의 차분한 설명에 하후돈은 입맛을 다셨다.
가끔씩 조조에게도 보이는 사적인 행동은 조조를 따르는 무관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허유는 문관.
무관들이 함부로 그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빨리 처리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허유의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났는지 하후돈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써서 그와 시비를 붙게 한 후 죽이면 됩니다. 제 부하들 중에 괜찮은 이들이 많습니다.”
흑귀대 한둘만 이용해서 죽이게 한 후 그 처벌을 장군부, 혹은 교사원에서 하면 된다.
하후돈 역시 허유를 죽이자는 입장인데다가 내 얼굴을 봐서라도 큰 처벌 없이 그를 풀어줄 것이다.
그리 되면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
하지만 순욱과 종요는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뿐 이었다.
“그래도 그것은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서주목으로 누구를 추천하는게 좋습니까?”
“마땅히 할 만한 사람도 없으니… 진 군수가 맡는 것이 좋을 듯 싶군요.”
팽성군을 오랫동안 다스려왔고, 또 그 전에는 도겸의 밑에서 서주를 관리한 만큼 그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게 종요의 입장이었다.
거기에 진군은 스스로 조조에게 항복을 했고 조조도 진군을 꽤나 인정한 만큼 그에게 서주목의 자리를 준다면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양 사형에게 주목의 자리를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사과하는 서찰이라도 보내놔야겠다.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하후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연이를 부른 후 정서장군에 임명하고 익주와 옹주 방면을 담당하게 하면 되겠군. 안 그래도 상용의 장 군수가 병력을 요청하던데. 그와 함께 익주 방면을 담당하게 하면 되겠지.”
“현명한 판단입니다.”
하후돈의 말에 난 입을 다물었다.
익주와 옹주.
그리고 하후연.
설마 아니겠지?
하후연이 죽는 전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정군산 전투다.
그 전투에서 하후연은 황충에 의해 전사하고 만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삼국지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촉에는 제갈량도 없고 유비도 없다.
관우도, 장비도 없고 마초도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어 불길한 생각을 지웠다.
“그럼 나머지 부분은 승상과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거기장군님, 정북장군님.”
“감사라니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길고 지루한 회의가 끝났다.
올해의 마지막을 이렇게 회의나 하면서 보내야 하다니.
내가 기지개를 펴며 밖으로 나오자 하후돈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상이의 결혼도 며칠 남지 않았구만. 자네도 참석할 예정이지?”
“예? 아. 예.”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하후상의 결혼도 며칠 남지 않았다.
신년이 되면 하후상이 결혼, 그 다음에는 감녕이 결혼.
결혼식이 뭐 이리 많은지.
다 내 부하인 만큼 그들에게 줄 선물도 생각해야 했다.
지금까지 내가 결혼하면서 받아만 와서 그런지 뭘 줘야할지 고민이 되네.
“정혼이 결정된 이후부터 민이와 대화조차 잘 하지 않으려던 녀석이 이제는 스스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어. 무슨 수를 쓴 건가?”
“무슨 수라기보다는… 하하.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욕심을 조금 자극했을 뿐입니다.”
“욕심?”
“예. 상이 녀석. 다른 여자를 좋아하더군요.”
어차피 나중되면 다 알 일이다.
그렇다면 숨길 이유는 없었다.
이만큼 결혼식 준비가 진행되고, 또 손님들을 초대한 만큼 이제와서 결혼을 물릴 수는 없겠지.
난 왕이에 대해서 하후돈에게 말해주었고 하후돈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럼 그 놈이 첩 하나 얻자고 결혼을 하려고 한 거란 말야?”
“예.”
“하아… 자네 밑으로 가서 좀 정신을 차렸나 했더니만… 끙.”
“혼내지 마십시요. 그래도 잘 가르쳤으니까. 미우나 고우나 자신을 바라보며 온 사람에게 홀대하지 못하게 가르쳤습니다. 그 녀석이 스스로 성장하고, 또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민이에게 잘 대해줄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하아아… 춘절의 행사가 끝나면 혼인식인데. 이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왜 이제 말해주는 건가?”
사실 말할 기회는 꽤 있었지만 그동안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괜히 하후돈이 그것을 가지고 하후상을 갈구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내가 웃기만할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자 하후돈은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어린 놈이 벌써부터 첩을 받으려고 하다니.”
“제가 청이를 후처로 받아들였을 때는 상이보다 어렸을 때입니다.”
“자네와는 다르지 않은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같지요. 크게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요. 비록 다른 여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가정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는 녀석입니다. 분명 민이에게도 잘 대해 줄 겁니다.”
내 말에 하후돈은 인상만 왕창 찌푸릴 뿐 더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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