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05
진류를 떠나고 십오일 쯤 지나 업성 근처에 도착했다.
그동안 딱히 별 일 없었다.
아니 애초에 별 일이 생기면 그게 이상한거다.
조조군에서 군을 점령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시혜를 베푸는 것과 주변의 치안정리다.
“제대로 된 정책 하나가 많은 이를 편하게 하는구만.”
업까지 오면서 한번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에 순욱은 만족한 듯 보였다.
대군이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치안이 낮고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지면 군대를 쫓아다니는 창녀들이나 거지들이 생기고, 그들이 길을 막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업까지 오면서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그 말은 각지의 관리들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것.
승상을 제외하고 문관의 최고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순욱이 만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게 다 승상의 정책 덕분이지요.”
“그만큼 따라주는 이들이 고생을 한 것도 있지. 어어. 저기 마중을 나온 것 같은데.”
지금 업성에 있을 만한 사람을 생각하면 서복 정도일까?
방통은 여건에게 업성을 맡기고 왔다고 들었는데.
순욱이 가리킨 곳을 보았을 때 난 웃을 수 있었다.
“어이!!”
내가 손을 흔들자 신하들과 함께 서 있던 서복은 내가 아닌 순욱을 향해 허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순 승상부주를 뵙습니다.”
“음. 그렇군. 우리는 처음 만나는 것이겠지?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네.”
나는 본 척도 안하는거냐?
서복은 순욱에게 인사를 한 후 담담히 말했다.
“승상부주께서 직접 업성을 확인하러 와주신 것에 무한한 영광입니다. 여 교위. 자네가 부주를 호위하여 업성을 안내해드리도록 하게.”
“예!”
여건에게 순욱을 맡긴 서복은 나에게 가볍게 눈짓했다.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넓어진 성문을 통해 들어가자 확 트인 길이 보인다.
“자고로 도읍은 넓은 길이 우선이지요. 언제든지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정비하고 구역을 나누는데 중심을 두었습니다.”
“흐음…”
“주요 시설들은 한곳에 모아 성 안쪽에 두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병기창, 대장간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여건의 설명을 들으며 순욱이 앞서 나가자 서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순욱은 왜 데리고 온거냐?”
“승상이 시켰어.”
내가 무슨 힘이 있냐.
까라면 까는거지.
“그리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그의 순찰은 명분에 불과하니까.”
“그럴지는 몰라도 순욱의 성격상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을 가만히 두지는 않을거야.”
“네가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냐?”
“그야 모르지.”
이정도면 매우 훌륭한 것 같은데?
성도 전에 비해서 두어배쯤은 커진 것 같았다.
거기에 기존의 성벽을 두어 외성과 내성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황궁 및 주요 기반 시설들을 내성으로 옮겨 수성전에 대비했다.
“도읍을 만들라고 했더니 요새를 만들어놨군. 내성과 외성을 만들어 놓을 줄은 몰랐네.”
“구분을 하는 것은 중요한거야. 신분별로 지역의 구분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
“이러다가 만약 반란이 일어나고 성공하게 된다면 업성을 탈환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겠군.”
“그만큼 업성의 수비대장은 조조가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맡게 해야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여건에게 설명을 듣던 순욱은 그의 설명을 멈추게 한 후 나에게 다가왔다.
뭔 얘기를 하려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던 순욱은 내 뒤쪽을 가리켰다.
“병사들은 일단 병영에서 쉬게 하게. 여기까지 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자네의 목적지는 남피 아닌가?”
“그렇지요.”
“그렇다면 나는 내 일을 하도록 하겠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고생은요. 승상부주와 함께 다니며 많이 배웠습니다.”
“허허. 배우기는 무슨.”
서복의 말대로 순욱은 그냥 휴가를 즐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가 진지한 어조로 업성의 내부를 둘러보자 난 쓰게 웃었다.
“혹시 업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다기보다는… 일단 좀 더 둘러봐야겠네. 지금 업성주는…”
“일단은 제가 맡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임명장이 오지 않아 임시에 불과합니다만.”
“여 교위와 둘러본 후 성으로 가지.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그럼.”
여건과 함께 순욱은 성큼성큼 걸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본 서복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쯧. 깐깐하게 보겠군. 일이 좀 늘어날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잘못되는 것보다는 낫지. 장합. 일단 병영에 병사들을 대기시키도록 해. 그리고… 조 도위. 오래간만이네.”
“하하. 오래간만입니다.”
호표기를 이끄는 부대장인 조순은 나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장합에게 다가갔다.
“업성 경비대를 제가 맡고 있습니다. 장 교위님. 모시겠습니다. 병사들을 주둔시킬 곳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 부인들도 데리고 왔다면서? 일단은 내성에 있는 내 장원에서 쉬는게 나을거다. 마침 내 아내도 있으니까.”
“네 아내라면 교천?”
“그래.”
서복의 아내는 교천.
강동에서는 소교라고 불리는 여인이다.
그녀가 있다면 괜찮겠네.
완이도 동생이 보고 싶을 거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복은 병사들에게 말했다.
“그곳으로 부인들을 모셔라.”
“예. 성주님.”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난 쓰게 웃었다.
호위를 위한 몇몇의 병력과 장합만 남자 서복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북방 원정을 위해 온 거지?”
“응.”
“흐음… 그렇다면 너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
“누군데?”
“와보면 알아. 병주 쪽에서 온 사람이야.”
서복을 따라 내성의 관청에 들어간 나는 꽤나 바뀌어져 있는 관청을 보며 감탄했다.
허도에 있는 관청보다 훨씬 크고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 것에 연신 감탄을 터트리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신기하냐?”
“꽤 빠르게 했네.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지금 만날 사람의 도움이 컸다. 병주의 자재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거든.”
“그런가. 그런데 왜 공급을 그렇게 해준거라디?”
“너도 알겠지만 병주는 옛부터 이민족들의 침입이 잦았어. 거기에 장양의 흑산적이 기반으로 삼던 곳이 병주야. 그렇기 때문에 병주의 관리들은 흑산적과 이민족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지.”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병력과 척박한 토양으로 인한 물자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원래는 원소와 거래를 했지만 원소가 패망한 만큼 우리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지.”
“흐음…”
그런데 왜 날 소개시켜주겠다는거지?
내가 궁금해하자 서복은 천천히 말했다.
“몇번 거래를 해봤는데 꽤나 괜찮은 사람이라서.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네가 직접 만나봐.”
“음… 그런 사람이라면 네가 해도 괜찮지 않아?”
“글쎄…”
서복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방통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사람을 보는 눈은 네가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더군.”
찌르는 듯한 시선이다.
서복 역시도 방통처럼 나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이었구나.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뭐 언젠가는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방통도 그러더라. 아무튼… 유주에 대한 일이 잘 처리되면 그때 함께 이야기하자고.”
“그러지.”
어차피 방통에게도 밝혀야 했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함께 있을 때 말하는 것이 낫다.
서복이 수긍하자 난 닫혀 있는 문을 가리켰다.
“여기냐?”
“음. 들어가자.”
깨끗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는 약간 마른데다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복에게 인사했다.
“서 성주님.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예. 오래간만이군요. 곽 군수님. 그나저나 약속하신 자재는…?”
“목재는 이동이 끝났습니다만… 그런데 이제 거래를 끝내고 식량과 병력의 원조를 줄이신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유주를 공격하는 것 때문에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물자를 좀 아껴야 하는지라. 아시겠지만 유주 쪽은 지금 문제가 많습니다. 소문으로는 유화가 부여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저희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지라.”
“아아… 그럼 저희는 어찌합니까?”
내가 알기로 청주와 서주에서 작년에 대풍이 들어 꽤나 식량이 남아 도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식량 따위 모자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서복이 저렇게 말하는 것은 뭔가 생각이 있다는 거다.
그럼 그냥 잠자코 있자.
“저는 일개 성주에 불과합니다. 현재 기주에 있는 물자만으로는 조금 힘듭니다.”
“그럼 어찌합니까…?”
“그래서 이 친구를 소개시켜드리려고 한 겁니다. 인사하십시요. 정북장군 진유하라고 합니다.”
“아아! 진 장군님! 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안문군수 곽온이라고 합니다.”
“…안문군수요?”
어?
잠깐만.
안문군수면?
가방을 뒤적거렸다.
중요한 물건들을 넣고 다니는 가방에서 한통의 서찰을 꺼낸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
“왜… 그러십니까?”
“상 사형을 아십니까?”
“상 사형? 혹시 준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준익은 상총 사형의 자다.
그것을 그가 언급하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상 사형이 줬던 소개장을 꺼내었다.
“상 사형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구요.”
“훌륭하다니요. 과찬이십니다… 그저 군의 백성들을 지키고 먹여살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한심한 관리에 불과합니다.”
“척박한 병주에서 그러시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요. 자자. 앉으시지요.”
내가 곽온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서복은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뭐야. 상 사형과 연이 있는 사이냐?”
“음. 형주에서 상 사형을 만났는데 상 사형이 저 사람 얘기를 하더라고. 괜찮은 사람이니 끌어들이라 하던데.”
“사람이 괜찮은 것은 나도 안다. 다만 저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좀 힘들거야.”
“왜?”
“직접 들어.”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장군께서는 모르시겠지만… 무척이나 죄스러운 일입니다만 병주는 역적 원소와 어쩔 수 없이 연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흑산적과 선비때문입니까?”
“예. 거기에 흉족들도 있지요. 그들의 공격을 막고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도움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흐음… 그렇군요.”
상 사형을 끌어들이려 한 것도 병주를 다스리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였던 건가.
곽온은 시무룩히 고개를 떨군 후 조심스레 말했다.
“장군님. 부탁입니다. 병주에 식량과 병력을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제 봄입니다. 비록 흑산적들을 괴멸되었지만 그 잔당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토벌할 힘이 저희는 부족합니다.”
“흐음…”
“원하신다면 안문군수의 인장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서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 유화를 잡는 것이 우선인지라.”
“아아… 그렇다면 병주의 백성들은 어찌합니까? 장군님. 정북장군이라면 병주쪽 역시 관할이 아닙니까. 부디 저희를…”
되게 간절하네.
하지만 진짜로 지금 내 임무는 유화의 토벌이지 병주의 구원이 아니었다.
내가 난감해하자 서복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저치를 보내고 따로 이야기하자고. 곽가도 오늘 밤에 온다고 했으니까.”
“알겠어. 자자. 곽 군수님. 일단 일어나시지요. 오늘 저녁에 기주를 담당하는 이들과 상의해보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병주를 구원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곽온은 크게 기뻐하며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머무는 귀빈용 방 근처에 도착한 나와 서복은 집무실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아버님!”
“응?”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십 삼, 사세쯤 되어보이는 소년이 곽온에게 다가가자 난 웃으며 말했다.
“아들입니까? 꽤나 총명해보이는군요.”
“네에… 그렇습니다. 애야. 인사드려라. 정북장군님이시다.”
“안녕하십니까! 장군님! 저는… 태원 곽가의 장남인 곽회라고 합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신년이네요! 해피뉴이얼! 으아아아!
결국 나이를 한살 더 먹고 말았구만요ㅠㅠㅠ 아 슬프당…
그래서 분노의 떡씬을 두편! + 3p 떡밥투척!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그럼 대댓글 갑니다!
돔페리뇽 // 좋으신가요!?
천공의행검 // 기분탓입니다! 스토리 잘 진행되고 있어욬ㅋㅋ
odbo17 // 감사합니다 ~
위저드나이트 //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ㅋㅋ
허클베리fin // 으잌ㅋㅋㅋ
우중월야 // ㅠㅠ 수정했슴다ㅠㅠ
이슈티르 // ㅎㅎ 감사합니다 사실 사돈 맺을까도 해봤는데 굳이 사돈 맺지 않아도 되니…조조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과연 어찌 될까요!? 기대해주셔용
트릭스타 // 관우는 좀 나중에 나와요 ㅎㅎ
Annaka // 2편으로는 감질난다… 하악하악
새벽산책 // 천편은 거의 확정이네요… ㅠㅠ
클리너63 // 순심과 순연은 지금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언급을 안해서 그렇지 조조군에 들어오긴 왔어요 ㅋㅋ 말씀하신 것처럼 조비의 상황이 좀 후달리긴 합니다. 그래도 우기겠죠 ㅋㅋ
dleifna // 오옷! 감사합니다!
TeddyBear // 감사합니다~~
인핀 // 그렇죠 ㅋㅋ 그래도 예정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ㅋㅋ
페니스 // 쫑쫑긋!
keylan // 늘 감사합니당~
백발마인 // 항상 감사드려요~ 아 그리고 두예의 할아버지는 근자감 뿜뿜하는 두기입니당 착각하신듯…ㅠㅠ 두습도 내정관으로 뛰어난 사람입니당 ㅎ
ppk12 // 으앜ㅋㅋ 세번으로 끝내고 싶네요ㅠㅠ
암천회류 // 항상 감사드려요~
비누좀주워주세요 // 곽가는… 내일 쯤 나오겠네요 ㅋㅋ 과연 언제 갈 것인가!
내가길을안다 // 으앜ㅋㅋ ㅠㅠ 너무 길게 썼어요ㅠㅠ 지금도 긴데 이천편… ㄷㄷㄷ
Bobbylow // 앜ㅋㅋ 안주워요!
허니앙쥬 // 으앙 시러요 ㅋㅋㅋ 나이먹기 시름!!
테시오르 // 왕흘이었죠? 가챠질… 그 사람 죽었습니당. 원소전 하기 전에 죽었죠… ㄷㄷ 으앙 쥬금.
Guaaaaak // 왘ㅋㅋ 너무 길어요 ㅋㅋㅋㅋ
어휴… 그럼 내일 봅시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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