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13
설마가 사람을 잡을 줄이야.
남피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잘 차려입었던 옷은 이틀 만에 갑옷으로 바뀌어졌다.
젠장.
쉬운게 하나도 없네.
서복에게 일을 떠넘겼다고 생각했지만 견가까지 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틀만에 세번이나 전투를 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방금 전에도 전투가 있었고 지휘를 위해 나도 마차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전체적인 상황을 보며 지휘를 하는 능력에서 본다면 내가 서황보다 나았으니까.
“서황. 경기병들을 이끌고 후퇴하는 이들을 쳐라.”
“예!”
방금 전에도 공격해 온 백여명의 도적들을 격퇴했다.
우리를 공격할 생각은 없었을거다.
아마 어떤 마을을 공격하고 복귀하는 길에 우리를 마주친 것이겠지.
어제 밤에 습격해 온 놈들보다 훨씬 약한 이들이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서황이 경기병들을 이끌고 뿔뿔히 흩어져 도망치는 이들을 쳐내러 가자 난 활의 시위를 풀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더 이상의 전투는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까 보니까 백성들이 끌려가는 것 같았어. 확인해봐.”
“예.”
내 명령을 받은 하후상이 호표기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나는 주령에게 눈을 돌렸다.
“넌 뭐 아는 것 있냐?”
“저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이쪽의 병사들에게 듣기로는 도적들이 백성들을 납치해 팔아넘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화의 짓인가?”
“의심만 있을 뿐입니다. 부여나 다른 이민족과 거래를 하려면 유주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의 묵인 없이 납치한 백성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주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긍정했다.
팔게 없어서 소중한 노동력을 팔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는 놈들이다.
“쯧. 이거 방심할 수 없겠군. 그정도로 막나가는 놈들이면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겠는데…”
“공손가문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양평 인근에서 명가로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이민족이나 부여 등과의 밀무역 및 노예 매매로 생긴 이득으로 성장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만큼…”
“알았어. 그들에 대한 평가를 좀 더 낮출 필요가 있겠네.”
난 입맛을 다시며 마차로 향했다.
그래도 주령이 도끼병들과 방패병들을 이끌며 마차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서 그런지 마차는 몇발 정도의 화살이 맞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이었다.
서복이 좋은 마차를 줬군.
마차의 내구도에 감탄한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마차 안에 있던 견희는 애써 웃으며 날 반겼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괜찮으세요?”
“나보다는 네가 더 걱정인데. 무섭지 않았어?”
아까 전에 강노의 화살이 몇발 박히며 마차가 크게 흔들렸었다.
나도 엄청 놀랬다.
아무리 내구도가 좋은 마차라고 하지만 강노에 맞았는데도 뚫리지 않다니.
내가 그것을 말하자 견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군님의 아내로서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놀랐을 텐데 의연한 모습을 보이니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군.
하지만 난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견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옷도 갈아입어야겠네. 젠장.”
전투를 치뤄서 그런지 땀을 많이 흘렸다.
두터운 갑옷 안에 만약을 대비한 사슬갑옷까지 입어서 그런지 옷이 축축할 정도다.
“옷 좀 꺼내줄래?”
“예.”
갑옷을 모두 벗고 견희가 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끈적한 땀을 대충 닦아낸 후 새옷으로 갈아입고 갑옷을 입은 나는 그녀가 내 옷을 주워 정리하자 느긋하게 말했다.
“그냥 구석에 쑤셔 박아 놔.”
“하지만…”
“괜찮으니까. 일단 전투는 끝났으니까 좀 쉬어야겠네. 서황과 하후상이 돌아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안에 있을래?”
“장군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글쎄. 일단 난 주변 정리를 하는 걸 도와야겠지.
“그럼 저도 돕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주변 정리라는 것이 청소 같은 것은 아니다.
포로로 잡은 도적들의 목을 치든, 아니면 그들을 고문하든 하여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적들의 무기 중에 강노가 있다.
잘하면 그들이 보유한 강노를 빼고 다른 이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진짜 공손 가문이나 유화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정벌에서 그들을 깔아내릴 수 있는 좋은 무기를 얻게 된다.
“그래도…”
“그럼 내가 들어가라고 하면 바로 들어간다고 약속해.”
익숙하지 않으면 남자들도 안색이 질릴 만한 광경인데 굳이 보여 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견희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약속하겠습니다.”
“좋아.”
자리에서 일어난 견희는 살포시 걸어 내 옆에 다가왔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자 견희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왜?”
“…아니요.”
“싱겁기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저기… 한번만 안아주시면… 안될까요?”
“어렵진 않은데 나 지금 갑옷 입고 있어. 안기면 너 아플텐데?”
“그래도…”
그렇게 무서웠나?
견희는 날 떨리는 눈으로 응시하며 말했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이정도는 뭐.
가볍게 견희를 안아 준 나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무섭겠지만 좀 참아줘. 다들 널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까.”
“네에…”
견희의 떨림이 가라앉았다.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살짝 입맞춰 준 후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미 주령과 병사들은 주변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포로가 얼마나 되냐?”
“서 교위와 하후 도위가 와야 정확히 알겠지만… 지금 이곳에는 한 열명 정도 됩니다. 그나마도 반절은 죽기 직전이고.”
“부상자 챙길 여유 없어. 다 끝내.”
“예.”
“살아남은 놈은… 정보를 캐내자고. 저들이 쓰던 무기. 강노다. 어쩌면 이들의 본진에 강노가 있을지도 몰라.”
“꽤 낡은 것 같습니다만.”
안그래도 강노를 쓰던 놈들의 무기를 회수한 병사는 그것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아군이 보유하고 있는 강노에 비해 상당히 낡아 있었다.
정규군이 쓰는 것에 비해서는 재료도 좋지 않고 시위도 꽤 약하다.
사거리는 기껏해야 한배 반 정도 되려나?
강노를 살피던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시위와 대만 보수하면 쓸 수는 있겠군. 출처를 알아두는게 좋을거다. 적당히 모아놔. 보수할 수 있으면 보수해서 우리가 쓰자고.”
“예!”
주령이 병사들과 함께 주변 정리를 하고, 나는 남는 인원들을 불러 마차를 보았다.
남피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마차에는 여기저기 화살이 박혀 있었다.
“빼서 재활용하자.”
대와 깃은 멀쩡하니 잘만 빼서 쓰면 그대로 써먹을 수 있을거다.
박혀 있는 화살들을 뽑아내었다.
이것도 다 돈이다.
아낄 수 있는데서 최대한 아끼는게 낫지.
이번 원정에서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는데.
수레에 박혀 있는 화살을 전부 뽑아내고 바닥과 방패에 박혀 있는 화살들을 챙겼 을 때 서황이 복귀했다.
“수괴를 잡았습니다.”
“오오. 역시 훌륭해.”
“별 말씀을.”
“피해는 없나?”
“추격 도중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령의 보고에 의하면 도끼병과 방패병들의 피해도 없다고 한다.
기습에 당하기는 했지만 역시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정예병은 다르군.
뿌듯하다.
“놔라! 놔!”
“닥쳐.”
나에게 보고를 하던 서황은 끌려 온 도적 수괴가 격렬히 저항하자 망설임없이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에게 맞은 사내가 반쯤 고꾸라지자 서황은 단검을 뽑아 그의 어깨에 박아 넣었다.
“아아아악!!”
“그냥 지나갔으면 그 비루한 목숨이나마 연명할 수 있었을텐데. 감히 누굴 공격해?”
“크, 크으으…!!”
이글거리는 눈으로 서황을 노려보던 그는 내 뒤에 서 있는 견희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젠장. 저런 년이 있었을 줄이야. 그럼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흐흐… 어이. 여보. 나 좀 풀어… 컥!”
탐욕에 가득 찬 눈으로 견희를 보는 그의 턱을 후려쳤다.
한대 맞아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머리채를 잡은 나는 차분히 말했다.
“남의 마누라한테 여보라니.”
“이딴 애송이의 아내란 말이야? 하! 밤에 제대로 만족이나 시켜주냐? 내가 한번…”
“이미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다.”
“아아악!!”
단검을 휘둘로 그의 귀를 잘라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를 무덤덤히 바라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딴 눈으로 쳐다보고, 그딴 혀로 나불거리는 것은 네 자유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지.”
“이 개새끼… 씹어삼켜주마…!!”
“널 먹으면 내 속을 버릴 것 같으니까 그냥 깔끔하게 끝내주지. 그 전에… 희야.”
“예?”
“들어가 있어.”
“하지만.”
“들어가.”
내 마누라한테 험한 꼴을 보여 줄 수는 없지.
견희는 머뭇거리다가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난 웃으며 단검을 들어 그의 한쪽 눈에 밀어 넣었다.
“끄아아아악!!”
“자.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고.”
“으악! 끄아악! 끄으윽!!”
산채로 한쪽 눈이 뽑혔으니 아플만도 하겠다.
내가 그의 눈을 뽑는 것을 무덤덤히 바라보던 병사들은 질린 표정으로 날 응시하는 포로들을 내 앞에 무릎 꿇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즐겁고 신나는 심문 시간을 해볼까? 나는 말이지. 생명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쉽게 죽이지는 않을거야. 다만 혀를 자르고 두눈을 뽑는 정도로만 해줄게.”
“….”
“그래도 너무 심하지? 자.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마. 아. 물론 너는 내 마누라에게 쓸데없는 짓거리를 한 놈이니까 기회따위는 없어. 자. 제군들. 본거지는 어디냐.”
“개…새끼. 귀신이 되어서 널 죽여버리겠다…”
한쪽 눈으로 날 노려보는 도적 두목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너는 살려 줄 생각 없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잡고 있던 병사는 그의 머리채를 잡은 후 거칠게 입을 벌렸다.
“으아아아…”
“함부로 나불거리는 것은 자유지만 그 책임은 너에게 있다고 말했지? 자. 그럼 책임을 질 시간이다.”
그 더러운 혀를 뽑아주지.
내가 그의 입 안에 손을 넣으려고 할 때 주령이 다가왔다.
“장군.”
“뭐야?”
주령이 내 팔을 잡자 난 그를 보았다.
그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혀를 뽑는 것은…”
“막으려고?”
“아니요. 혀를 뽑는 것은 힘듭니다. 그리고 잘못 건드리면 금방 죽어버리지요. 그러니 제가 하겠습니다.”
“잘하냐?”
“방 성주님과 서 성주님의 밑에서 꽤 많이 뽑았습니다.”
사람의 혀를 뽑는 일이다.
잔혹하다면 매우 잔혹한 일이지만 주령은 자랑거리도 아니라는 듯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말하며 전문가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넘겨주는게 낫지.
“믿겠어. 네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주라고.”
내게 단검을 받은 주령은 도적 두목의 입 안에 손을 넣어 혀를 잡아 당겼다.
공포로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덜덜 떠는 것을 보던 나는 포로들을 보았다.
“나는 관대하다.”
“….”
“한명은 아무런 탈 없이 살려주지. 그러니…”
“히이익!!”
“말해. 본거지의 위치를.”
“끄아아아악!!”
뽑기 시작하는 건가?
주령은 마치 늘 하던 작업을 하는 것처럼 도적 두목의 혀를 길게 당긴 후 천천히 그의 혀를 잘라내었다.
그의 처절한 고통을 본 도적들은 눈치를 살필 새도 없이 다급히 외쳤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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