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17
식사가 끝나고 아직도 숙취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쉬러 갔다.
어제 술 잔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나와 조안공 뿐.
자연스럽게 자리에 남은 나와 그는 차가 나올때까지 기다렸다.
시녀가 내어준 차를 홀짝거리던 조안공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씀드렸지만 저는 거록군의 군승입니다. 거록군은 유주와 인접하여 유주의 소식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형님께 여쭙겠는데… 혹시 유주로 백성들이 끌려가는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내 질문에 그는 쓰게 웃었다.
본 적이 있구나.
내가 입을 다물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록군에서는 막고 있지만… 인신매매 뿐만 아니라 노예로 끌려가는 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국법에 어긋난 행동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주의 경우는 국법이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아시겠지만…”
“중앙과 먼 곳이기 때문입니까?”
“예. 중앙의 힘이 강하게 미치지 못하는 곳인 만큼 주목이라고 할지라도 각 군을 제대로 통솔할 수 없지요.”
하지만 과거 유주목인 유우의 경우는 좀 다를텐데?
내 시선에 담겨 있는 의미를 눈치챈 그는 천천히 답했다.
“과거 유우는 덕으로 사람들을 다스렸을 뿐입니다. 그런 그라고 하더라도 공손찬과 공손강 같은 유력 호족들을 강제할 수 없었죠.”
“그렇습니까.”
“유우는 사람이 온화하며 백성들을 돌보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덕에 감화된 이들이 유우를 따랐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유주는 공손가에 의해서 점령되었겠지요.”
“그렇다면 지금 유화가 현 유주목을 끌어들인 것도 유우와 같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화는… 유우를 닮아 성격이 온화하다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리 좋기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원소와 공손찬에게 밀린 것이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흐음…”
“그는 덕과 힘을 함께 갖추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과거 유우는 이민족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그들의 힘을 쓸 수 있었지만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의 힘만을 이용해 원소와 공손찬과 싸웠지요. 하지만 유화는…”
“이민족을 활용할 줄 안다?”
“예. 유화에게는 뛰어난 책사가 한명 있습니다. 그는…”
“저수입니까?”
“아시는군요. 예. 맞습니다. 쉬쉬하고 있지만 유화의 밑에 저수가 있다는 것은 유주와 인접한 군에서는 대부분 알고 있지요.”
여기까지는 나도 아는 내용이다.
내 시선에 그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인신매매하니 생각나는군요. 그 일에 유화가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게 진짜입니까?”
“음… 뭐라고 해야하나. 전에 인신매매를 하는 이들을 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들을 처형하려고 했지만… 유화의 사자가 와서 그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그 말은?”
“둘 중 하나겠지요. 인신매매한 백성을 찾으려거나, 혹은 그들이 죽어서는 곤란하거나. 관계가 없다면 처형을 막을 이유가 없잖습니까.”
“애매하군요.”
“유주는 많은 부분이 기주와 다른 곳입니다. 고작 주 하나의 차이일 뿐이지만 오랜 시간 기주와 적대하던 곳. 뿐만 아니라 그곳의 백성들도 단순히 한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이민족들과 엮이게 되었고 그 때문에 반쯤은 이민족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흐음…”
“유주를 공략하시는 것이라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사실입니다. 그들은 한족이 아닙니다. 한족의 생각으로 그들을 제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의 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조안공은 반쯤 식은 차를 홀짝인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장군께서 이렇게 견가에 오신 것이 유주 정벌을 위한 명가와 호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반쯤은 그렇습니다만…”
“당장 견가와 연계할 수 있는 가문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들의 도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상산군의 군수를 회유하여 장군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유가 뭡니까?”
“상산군의 군수는 유주 일대를 오가는 도적들과 친하기 때문입니다.”
“군수가 되어서 도적들과 친하게 지낸다라…”
다른 군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기는 하지만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군수와 도적들이 연계하여 부를 축적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금이야 조조의 영역 내에서 그런 일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국법보다는 지역 군수의 영향이 컸던 북방이라면 충분히 그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조안공은 쓰게 웃었다.
“나름대로 숨기려고 하지만 상산군수는 자기 보신과 더불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전 상산군수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번 상산군수는… 조금 그것이 과하더군요.”
“그런데 그것을 형님께서는 어찌 알고 계십니까?”
“전 상산군수가 저와 친우이기 때문이지요. 거록군에서 병사를 움직여 상산군수를 잡아주기를 바랬지만… 군승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저 지켜보며 증거들을 수집할 뿐 입니다.”
“증거는 있으십니까?”
“거록군에 가시면 꽤 많은 자료들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무튼 상산군수가 유주를 오가는 도적들과 친하다는 것은 잘만 이용한다면 도적들이 이용하는 길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끄는 군은 대군입니다만…”
“그 대군이 오갈 수 있는 길일겁니다. 유주의 도적들은 연주나 사예주의 도적들처럼 소규모가 아닙니다. 적어도 오백에서 천 이상. 거의 군벌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지요. 거기에 그들이 백성을 잡아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정도의 도적들이 있다고?
그건 도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군벌과 같은 거다.
내가 어이없어하자 조안공은 히죽 웃었다.
“이것이 북방의 현실입니다. 자연은 가혹하고 땅은 피폐하지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의 것을 빼앗을 수 밖에 없는 이들입니다. 그 와중에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까지 나타난다면… 백성들은 무기를 들게 됩니다.”
“….”
“황건적의 난이 어디에서 시작된 줄 아십니까?”
“거록군이라 들었습니다만…”
“맞습니다. 조정에서는 황건적이 역적 장각의 꼬임에 넘어간 이들이 힘을 써서 발생한 난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 황건적의 난은 그저 민란에 불과합니다. 살아남고자 하는 백성들의 난. 그것에 장각의 태평도가 개입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장군께서 유주를 정벌하고 북방에 안정을 가져오시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북방의 백성들에 대해서 알아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안공과 이야기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자고 있으라고 했더니 견희는 침상에서 뒹굴거리고만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견희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되셨어요?”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거 참 다행이네요…”
안도하는 그녀에게 웃어보인 나는 침상에 앉았다.
북방을 공략하려면 북방의 백성을 알아야 한다.
재밌는 말이다.
이렇게까지 백성을 생각하는 관리가 북방에 남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난 슬금슬금 내 옆으로 오는 견희를 잡아 확 당겨 안았다.
“오고 싶으면 오지 왜 그러고 있어?”
“그, 그런 건 아닌데.”
“아니야? 그럼 놔줄까?”
“….”
말없이 고개를 어깨에 기대는 견희.
머리칼의 향기가 좋다.
그녀의 이마에 입맞추거나 목덜미를 깨물며 괴롭히던 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견희를 놓아주었다.
“누구냐?”
“장군님. 가주님께서 준비를 마치셨다고 합니다.”
“음. 알았어.”
“어디 가십니까?”
“일단 근처에 있는 명가부터 만나려고.”
백성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는 것이지만 내가 온 목적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
곽가가 고구려를 끌어들이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을 해야 한다.
내 말에 견희는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걱정마. 밤에는 돌아올거니까.”
자. 이제부터는 내가 해야 할 일 뿐이다.
병주에서는 사마의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고구려에서는 곽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북방의 백성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좋아.
그렇다면 알아주지.
그것이 정북장군인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말야.
**********
“…이거 참.”
배 위에 앉아 있던 곽가는 해군이라는 이름의 해적들이 움직이는 것을 무시한 채 죽간을 놓았다.
“어렵군.”
“그래도 아주 잘 하고 계시는 겁니다.”
“쉽지 않아. 좋아. 그럼 다시 한번 해보자.”
교역을 위해서 상대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이런 식으로 타국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들이 유리한 측면에 있다고 하더라도 협상이라는 것은 적어도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이들끼리 하는 것.
그것이 아니라면 명령으로 충분하다.
이번 일은 명령으로 될 수 없는 일.
그렇다면 자신이 동이족의 말을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곽가는 천천히 어색하게 동이족의 언어를 내뱉었다.
“반갑.다.”
“…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곽가입니다.”
인삿말을 시작으로 곽가는 어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것을 전부 들은 해적선의 선장은 감탄했다.
“고작 한달여만에 이렇게까지 익히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것 같은데.”
“아니요. 굉장한 것입니다.”
“그런가.”
이들이 말하는 것을 전부 믿어서는 곤란하다.
어쨋든 이들은 자신에게 잘 보여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길 원하는 이들이니까.
당연히 말에 아부는 있고 그 아부를 감안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성주님! 육지가 보입니다!”
“멍청아! 육지는 예전부터 보였다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위험한 일 따위 할 수 있겠나.
연안 근처에 있는 섬과 섬 사이의 해로를 이용하고 때로는 연안을 통해서만 이동한다.
아직까지는 외해로 나갈 배가 없었다.
스무척이라는 거대한 배가 있지만 커다란 파도 한번에 그 배들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상식은 모두에게 있었다.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좀 더 천천히 이동을 한지 한달 째 되는 날.
겨우 도착했다.
“저기가 비사성입니다.”
“흐음… 연락은 했나?”
“하기는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고구려 영토에 들어가자마자 경계를 위해 나온 이들에게 알렸다.
한의 신하가 을파소를 만나기를 원한다고.
만약 그가 전했다면 이곳에서 을파소를 바로 만날 수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아마 이곳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사기를 친 것이면 어찌합니까?”
“그야 뭐 알아서 하겠지.”
생각을 해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아슬아슬 할 뿐.
곽가는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사성 인근에 있는 항구 마을에 배가 정박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천천히 내린 곽가는 항구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인을 마주하며 피식 웃었다.
“어서 오십시요.”
“한어를 공부했나?”
곽가의 말에 노인은 여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안색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심상치 않았고 곽가는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쉽지 않겠군… 하지만.’
“고구려의 국상… 을파소라고 합니다.”
“한의 광록대부, 곽가라고 한다.”
한 사람은 국상.
한 사람은 광록대부.
위치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국상이 높지만 그것은 국력이 같을 때의 이야기다.
고구려로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부여조차도 그저 이민족 취급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이다.
그런 한의 광록대부라면 국상이 아닌 왕이라고 할지라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하지만 을파소는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대등함을 보였고 곽가는 그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곽가와 을파소는 서로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웃음도 잠시.
을파소는 어깨를 으쓱이며 차분히 말했다.
“한의 광록대부라면 굉장한 분이군요. 그런 분께서 왜 이런 곳까지 직접 찾아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을파소의 주름진 얼굴을 마주하던 곽가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이렇게 나오겠다?
역시 생각했던대로 머리를 잘 굴린다.
자기들이 아쉬워서 정보를 흘린 주제에 모르는 척 하며 자신들을 내세우려 한다.
그렇다면?
곽가는 차분히 말했다.
“표류했소.”
“아… 그러셨습니까? 그럼 원래 목적지는 어디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곽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약 여기서 이야기가 틀어지면 당장이라도 공격하려는 것처럼 철갑을 입은 보병들이 창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 있던 해적들은 허리의 검과 창에 손을 가져갔다.
만약 싸우게 된다면 자신들이 필패다.
아무리 악명 높은 해적이라고 하더라도 저 철갑주를 입은 정규병과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
바다에서라면 모르겠지만 육지에서는 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곽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덤히 말했다.
“부여로 갈 생각이었지.”
그의 대꾸에 을파소는 하얀 눈썹을 꿈틀거렸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염
오늘은 몸이 좀 낫네요. 어제 전기장판 풀파워로 틀어놓고 땀을 쫙 뺐더니…
그러니 대댓글을 갑니당
허클베리fin // 감사합니당…
솔노아 // 어맛. 부왘
keylan // 감사합니다~
ppk12 // 이게 제 마음대로 되는그이가 아닌지라…
LimitZero // 감기를 이독제독이라닠ㅋㅋㅋ
도마뱀DX // 멋진 여자!
잠쟈다콩해쪄 // ㅋㅋㅋㅋㅋ킁카킁카 임팩트!
달콤한린 // 오옷 감사합니다ㅠ
클리너63 // 아 제부였죠ㅠㅠ 감사합니다 수정했어용
백발마인 // 늘 감사합니다~
이슈티르 // 지켜냈다 견희!
작가님의멋진연참 // 아주 좋죠!?
naruto piano // 감사합니당~
Kalon // 주당입니다!
비누좀주워주세요 // 술강한 여인네!
divetoblue // 멋져부러~
양산형마법사 // 은근히 유하가 지킴받는 남자임다…
마스터칼솔럼 // 히로인들의 상태가 아주 좋죠!?
LauraStuart // 떡씬은 다시 또 쉬는…ㅠㅠ
암천회류 // 늘 감사드려요~
Annaka // 저도 안아프고시퍼여…
왕보님 // 오옷! 감사합니당 ㅎ
류미연 // 아이고ㅠㅠ 아프지말긔…
Bobbylow // 매력여인!
Flyback // 오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
허니앙쥬 // 주사 콱은 무서워서….
월영검마 // 매력터지는 견희!
Guaaaak // 감사합니당 ㅎ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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