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23
연회장에 도착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곱게 차려입은 기녀들이 다섯이나 있다.
차려진 상은 단 둘.
그녀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본 아익은 나를 상석에 앉혔다.
내가 상석에 앉자마자 꽃같은 여인들이 다가왔다.
분 냄새에 취할 것 같다.
그녀들에 옆에 달라붙는 것을 만족스럽게 본 아익은 나에게 잔을 올렸다.
“장군. 자자. 일단 한잔 받으시지요.”
“미안하지만 내가 술이 약해서. 술 말고 음료는 없나?”
“아… 이런. 죄송합니다.”
내가 술을 거절하자 그는 난감해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아익이 나보다 높은 관직에 있다면 모를까 내가 훨씬 높은데 계속해서 술을 권하는 것은 실례다.
기본적인 예의는 아는 것 같은데…
아익은 준비된 악사들에게 음악을 연주하게 한 후 웃으며 말했다.
“장군님 같이 대단한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 상산군은 옛부터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있던 곳이지요.”
“뛰어난 인재?”
“예. 뭐랄까…”
그는 머뭇거리다가 히죽 웃었다.
“저 같은…”
“….”
“하하하! 농담입니다! 재미 없었습니까?”
“재미있네. 만약 당신이 진짜 인재라면 뭔가 이번 원정에 도움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아아… 제가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그지 없으나… 이곳은 유주의 잡병들과 도적, 그리고 천한 이민족들을 막아내는 최전선입니다. 그러다보니 병력의 수는 항상 적지요.”
그저 웃으며 넘어갈 생각인가보다.
그의 말에 술이 아닌 음료를 따라주는 여인을 보았다.
“습격이 많은가보지?”
“어휴. 하루가 멀다하고 도적들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상산군은. 정말이지 지겨워죽겠습니다.”
부르르 몸을 떤 그는 하인이 가져 온 음료를 들었다.
그것을 내 잔에 따라 준 그는 자신의 잔에도 음료를 따르고 잔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정북장군님을 만나게 된 것에 무한한 영광과 행운을 느끼며 먼저 석잔 마시겠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자네는 술을 마시지 그래?”
“엇? 그래도 됩니까? 행여나 제가 실수를 할까봐…”
“괜찮아. 이렇게까지 날 환대해주는데 하찮은 실수 한 두가지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어. 내가 그렇게 깐깐한 남자로 보이나?”
머뭇거리는 그를 향해 웃은 나는 품에서 금덩어리 하나씩을 꺼내 여인들의 가슴에 꽂아 주었다.
반쯤 드러나 있는 풍만한 가슴에 금조각이 올라가자 기녀들이 기뻐 날뛴다.
일부러인 듯 내 팔을 꽉 가슴골 사이에 끌어 넣거나 내 귀에 바람을 불어 넣거나.
난 불안해하며 서황을 보았다.
제발 말하지 말아줘.
이거 다 작전이라고.
정말 서황을 데려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만약 다른 놈이었다면?
방통이나 감녕이었으면 얼씨구나 하고 내 부인들에게 고자질했을테니까.
이것이 아익을 안심시키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을 설명해도 영이는 한 일주일은 토라질거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달라붙는 기녀들의 둔부를 주물럭거리거나 그녀들의 이마에 입맞추거나.
내가 일부러 흐트러져 즐기는 모습을 보이자 아익은 기뻐하며 술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술 석잔을 연거푸 그가 마셨을 때 문이 열리며 관평이 들어왔다.
내 주변에 있는 기녀들을 힐끔 본 그는 들고 온 항아리를 내려 놓았다.
견가에서 선물로 받은 견홍주다.
죽엽청이나 화신주에 비하면 약하지만 꽤나 독주인 그것을 내려 놓은 그가 서황의 옆에 서자 아익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저게… 무엇입니까?”
“선물로 받은 술이지.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술 마시는 사람은 좋아하네. 자. 자네도 한잔 받게나. 너희들도 이리 와라.”
“저는 호위라서…”
“괜찮아. 이럴때 마셔야지 언제 마시겠냐? 저 깐깐한 놈과 함께 있으니 피곤할텐데. 이럴 때일 수록 조금 풀어져야 하지 않겠나?”
망설이던 서황과 관평이 결국 다가와 술 한잔씩을 마시자 난 기녀들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견홍주를 보고 입맛을 다시던 아익은 내가 부르자 웃으며 다가왔다.
“귀한 술이니 아껴 마시게나.”
“예에. 감사합니다.”
다들 견홍주를 입에 넣는다.
그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음료를 들었다.
“잘 마시는구만! 자! 한잔 더! 같이 건배 해야지!”
“예에!!”
두동이의 견홍주가 동이 났다.
약간 취한 듯한 기녀들은 더더욱 농염하게, 거의 반쯤 옷을 벗은 상태로 내게 달라붙고 있었다.
하얀 허벅지를 내 양물 근처에 비벼대며 유혹하는 기녀나 풍만한 가슴골을 일부러 보이며 목덜미에 비벼대거나.
솔직히 나도 남잔데 이런 자극에 서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까부터 예쁘장한 기녀 하나가 은근히 내 양물을 만지작거린다.
아익은 취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견홍주를 들었다.
“끅… 한잔 더 마셔도 되겠습니까? 이거 참 좋은 술입니다. 상산군에서는 이런 술은 구경도 못하는데. 역시 허도 물을 먹어야…”
“물론이지. 들게나. 자자. 너희들도 더 마시고. 이런 귀한 술은 너희같은 하찮은 것들이 마시기에는 힘든 술이니까 말이야.”
“아이~ 하찮다니요~”
“그럼 하찮지. 하찮지 않단 말이냐? 너희 같은 천것들은 말이지…”
내 말에 기녀들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금새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모양인데?
그럼 좀 더 해볼까?
내 말을 유심히 듣던 아익에게 시선을 보내며 난 견홍주를 가리켰다.
“이 술 한동이가 얼마나 비싼지 아느냐?”
“얼마나 비싼 술인데요?”
“후후… 한동이에 금 열냥이다. 금 열냥.”
금 열냥이면 곡식이 오십섬 정도 된다.
물론 연주의 시세지만.
곡식의 가격이 더 비싼 북부라면 좀 덜 사겠지.
하지만 그래도 술 한동이에 오십섬이나 되는 곡식이라면 가난한 백성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다.
내 말에 기녀들 뿐만 아니라 아익 역시 화들짝 놀랬다.
“그렇게 비싼 술이에요?”
“그럼~”
“와~ 장군님은 굉장히 부자신가보군요. 이런 술을…”
“뭐… 내 봉지가 꽤 많으니 말이다. 그리고 봉지의 세율을 좀 높였거든. 여유가 많지.”
“봉지에 있는 백성들이 고생이 많겠네요.”
한 기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기다렸던 말이 나오자 난 아익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했다.
“하하하! 백성들이 고생? 얘야.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구나. 백성들은 말이지. 쥐어 짤 수 있는대로 최대한 쥐어짜야 하는 것들이야. 나 같은 높은 사람들이 그렇게 쥐어짜주지 않으면 그들은 나태해지고 늘어지게 되어 있어.”
“그렇습니까…?”
“그럼! 자고로 백성의 의무가 무엇이냐. 귀인들을 모시는 것 아니겠더냐.”
“….”
내 당당한 말에 기녀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아익은 즐겁게 술을 마시며 긍정했다.
“아이고! 맞습니다! 하찮은 백성들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정도에 불과하지요. 암요! 그렇지요!”
이쯤이면 됐겠지?
난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네.”
“무엇이… 그러십니까?”
“이래저래 공격은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내 옆에 있는 기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크기는 거의 청이 수준이군.
한 손 가득 잡아도 넘쳐나는 가슴을 주무르던 나는 히죽 웃었다.
“이렇게 괜찮은 여자들이 기녀로 있다니 말이야. 이정도라면 허도에서도 쉽게 보기 힘들 것 같은데. 나도 이정도 기녀는 여기서 처음보는군.”
사실이다.
내가 뭐 기녀랑 놀아 본 적이 있어야지.
기껏해야 기녀를 가장한 화원의 암살자 정도 뿐이다.
아니 생각해봐라.
어지간한 기녀보다 훨씬 예쁜 미녀들이 내 마누란데 기녀랑 왜 노냐.
그냥 마누라랑 놀고말지.
하지만 내 사정을 알리 없는 아익은 내 말에 킬킬 웃었다.
“하하하! 다 방법이 있습죠.”
“방법? 무슨 방법?”
“그런 것이 잇습니다. 후후후…”
아직 덜 먹였나?
그가 싱글거리는 것을 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네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슬슬 첩을 좀 구해야겠는데… 하. 이거 참. 괜찮은 미녀들을 구하는게 만만치 않단 말이지. 부인들은 좀 있지만 다들 명가의 여인들이라. 어휴. 말을 잘 안들어서 말야.”
“그러십니까?”
“이 아이들이 아까 이야기하던 것을 들어보니 관기로 보이던데… 혹시 공급받는 곳이 있나? 괜찮은 여자가 있으면 나도 좀 사지.”
“….”
아익은 빙긋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를 마주하던 나 역시 웃었다.
“아잉~ 장군님의 첩이라면 제가 되고 싶네요~”
“저두요오~”
앙탈을 부리는 여인들이 노골적으로 달라붙는다.
그런 그녀들의 가슴을 주물럭거리거나 오독한 유두를 내가 쪽쪽 빨면서 가슴에 얼굴을 비비자 아익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군님.”
“음? 지금은 좀 바쁘니…”
“장군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허어. 뭔 얘기를 하려고? 자자. 다리를 좀 더 벌려보거라. 어이쿠. 음탕한 계집. 천한 것이라 그런지 조금만 만져도 확 젖어버리는구나!”
슬슬 치마 속에 손을 넣으려던 나는 아익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는 아까와 조금 달랐다.
“저는… 이런 곳에 계속 있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도적도 많고, 또 쓸데없이 싸움도 많고. 백성이라는 것들은 한심하기 그지 없는데다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내 손놀림에 흥분한 듯한 기녀가 헐떡거리자 아익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까놓고 말해 저 계집들보다 더 젊고 괜찮은 미녀들이 있습니다만…”
“그래? 그게 어디에 있는데?”
“물론 아직 관기로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허나 장군께서도 보시면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실 것입니다.”
“….”
“만약… 장군께서 원하신다면 말이지요.”
이거 미끼를 문 것 같은데?
생각치 못한 그의 말에 난 씩 웃었다.
“어디 한번 보고 싶구만. 내 허도와 업에도 기방과 연이 좀 닿아 있는데. 그치들도 괜찮은 기녀를 공급받는 것이 힘들다고 하던데.”
사실이다.
과거 나에게 수작을 부리던 화원을 방통이 차지하고 업과 허도에 기녀들을 보내서 정보를 캐오고 있었으니까.
내가 웃으며 말하자 아익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보시겠습니까? 그런데… 장군께 뭐 부담을 드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세상이라는게 조금 그렇잖습니까. 아. 물론 이건 뇌물이라기보다는 장군님께서 즐거운 삶을 사시기 위한 제 작은 선물에 가까운 것입니다.”
“아아. 만약 자네가 괜찮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면 내 자네와 연을 맺고 좋은 직위를 내려주지. 아니면… 내 봉지의 관리는 어떤가? 연주에서도 아주 좋은 땅이니 몇년만 제대로 관리한다면 상산군수 따위의 녹봉은 가소롭게 웃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걸세.”
“하하하! 이야기만 들어도 아주 흥분되는군요. 좋습니다. 가시지요.”
기녀들이 내게서 떨어지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황과 관평이 따르려 하자 아익은 떨떠름히 말했다.
“너무 많은 분들이 가면 조금 거슬립니다. 한분만 오셨으면 합니다만…”
“서 교위. 따라오도록. 저 친구는 괜찮아. 내 가족과 같은 사이니까 말야.”
“그렇습니까? 그런 것이라면…”
서황을 위 아래로 흝어 본 아익은 나를 데리고 관청으로 향했다.
관청의 지하로 들어간 그는 지하감옥에 들어간 후 사슬을 잡아 당겼다.
그 순간 지하감옥의 벽이 갈라졌다.
허… 이런 장치를 만들어놨나?
지하감옥이라…
그럴싸하다.
만약 도적들과 거래를 한다는 가정을 한다면, 다른 일로 잡힌 도적들을 이곳으로 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익은 느긋하게 걸었다.
만들어진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보였다.
작은 통로를 일각 정도 걷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커다란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는 그저 경계를 위한 것인지 작은 호가 몇개 파져 있을 뿐 이었다.
상산군의 어디에 이런 건물이 있는거지?
내가 감탄하자 아익은 껄껄 웃었다.
“여기서 교육과 분류를 하고 있지요.”
“관기를 교육시킬만한 곳은 아닌 듯 싶은데.”
“뭐, 관기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합니다. 들어가보시겠습니까?”
“한번 보지.”
안에 들어가보니 포박되어 있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개중에는 저항을 하다 맞은 사내도 있었고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두려워하는 여인도 있었다.
조안공의 말은 틀렸다.
도적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자가 바로 도적이다.
아익은 그저 물건을 자랑하듯 묶여 있는 백성들을 보며 말했다.
“이들 중에 미색이 반반한 이들이 있지요. 물론 아직까지 남자의 손을 타지 않은 계집도 꽤 있습니다.”
그의 말에 서황이 움직이려 하는 것을 말렸다.
참아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자에게서 도적들이 오가는 길을 알아내는 일이니까.
난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남자와 애들은 왜 있는 건가?”
내 질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게 여자만 납치해오라고 하는데도 제 부하들이 자기 밥값을 챙기겠다면서…”
“흐음. 그래?”
“예. 뭐… 하지만 제가 잘 교육시키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민족들과 거래가 필요 없을 듯 하니까요.”
술에 취했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백성들을 비웃고 내 옆자리에 있던 기녀들을 물건취급했기 때문에?
아익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백성을 잡아오게 시켰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닌 듯 하군.
아익이 웃으며 잡혀 온 백성들 중 추려 놓은 여인들을 보여주겠다며 걷는 동안 난 건물의 중앙에 널부러져 있는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을 보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다.
그를 가리키며 아익에게 물었다.
“저자는 뭔가?”
“아. 별 것 아닙니다. 그저 의원이지요.”
그가 진맥을 하고, 왠 젊은이에게 받은 약초를 짓이겨 상처부위에 약을 발라주던 것을 보던 나는 기겁했다.
“운아. 여길 잡아다오. 부목을 대야겠… 헉!?”
“예. 사부님…? 음? 왜 그러십니까?”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그리고 그 노인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할 수 밖에.
저기서 병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노인은 바로.
내 사부님인 수경선생 사마휘였으니까.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와 춥다 추워…
빨리 겨울 끝났으믄 좋겠네요ㅠ
오늘은 제가 좀 늦게 들어와서ㅠㅠ 대댓글을 쓸 시간이 없구만요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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