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24
사부님이 왜 여기 계셔!?
우리의 인기척에 치료를 하던 사부님은 고개를 돌렸다가 날 마주치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부님도, 나도.
바보가 아니다.
사부님은 의아해하는 청년의 시선을 무시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익에게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나으리. 오셨습니까?”
“음. 사노. 상태들은 어떤가?”
“여기저기 부러진 사람들이 많아서…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끙. 그놈들이 물건을 빨리 보내달라 난리던데. 알았네. 아무튼 사노 덕분에 상품을 좀 제대로 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좀 씻고 살게. 더러워죽겠어.”
“으흐흐. 죄송합니다.”
“쯧쯧. 나이를 먹었으면 좀… 됐네.”
사부님을 가소롭게 보는 아익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익의 옆에 서 있는 나를 향해 사부님은 빠르게 눈짓하고 고개를 숙였다.
일단은 모른 척 넘어가자는 건가.
나로서도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나았다.
아익은 쓰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자. 가시지요. 장군. 괜찮은 물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허도나 업에 가도 아주 잘 쓰일 만한 예쁜 계집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군요. 하하. 이거 참.”
사부님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나보다 훨씬 빨리 아익에 대해서 알았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이런 곳에 들어와서 저런 취급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상 굳이 지금 사부님을 방해할 필요는 없다.
사부님이 날 아는 척 하지 않는 이상 나도 모르는 척 넘어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부님과의 해후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인데.
해후 따위는 이놈의 목을 따고나서 즐겨도 된다.
각자에게 지금 중요한 것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사부님을 힐끔 보았다.
아까의 청년과 함께 다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렇게 잡으면 됩니까?”
“그래. 거기를 잘 잡아라.”
건장한 체구, 팔은 탄탄해보이고 목에 난 근육에는 핏줄이 돋아 있다.
허름한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쉽게 볼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저게 바로 조운일까?
사부님이 받아들인 제자.
지금으로서는 수경원의 가장 막내라고 할 수 있는 조운을 힐끔 보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조운이 옆에 있다면 안심이다.
거기에 사부님도 어지간한 장정 한둘은 가볍게 쌈싸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신 분이다.
양양에 있을 때 도적토벌 도중 사부님이 쓰러트린 도적이 몇명인데.
이런 상황에서 몸을 빼는 것 따위는 문제도 아닐 것이다.
보아하니 몸을 구속하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니 검을 든 이들 몇몇이 있기는 했지만 사부님이라면 무리없이 빠져나올 수 있겠지.
그럼 안심하자.
일말의 걱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꾹 억누르고 난 여유있게 웃었다.
“그럼 진짜 물건을 보여드리지요.”
당장 서황에게 시켜 사부님을 잡으라고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고 아익과 함께 옆 건물로 간 나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아까의 창고와 다르게 무척이나 화려한 곳이다.
그곳에 앉아서 여인들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아익이 싱글거리며 손뼉을 치자 교태를 부리는 연습을 하던 기녀들이 그에게 외쳤다.
“아잉~ 주인님~!”
“저를 봐주세요~ 저를~”
여인의 향기와 분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성큼성큼 들어간 아익은 양 팔을 벌렸다.
“어떻습니까?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거 감탄할만하군…”
구석에 앉아서 나에게 애교를 부리는 여인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열 다섯은 넘어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가 안쓰럽게 교태를 부리고 있다.
그녀를 내가 유심히 바라보자 아익은 웃으며 말했다.
“어린 여자가 취향이십니까?”
“음… 그걸 떠나서 이런 여자들은 어떻게 구한거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요. 법을 어긴 이들을 잡거나,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고 똥배짱을 부리는 도적들을 쳐내거나. 뭐. 개중에는 직접 와서 저에게 기녀가 되고 싶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헛소리.
법을 어긴 이?
화전민들을 말하는 건가.
도적들?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고 똥배짱을 부리는 도적들?
곤궁기에 고리에 곡식과 돈을 빌려 갚지 못할 정도로 빚을 부과한 것이겠지.
직접 찾아와?
직접 찾아오게 만든 것이겠지.
즐겁게 말하는 아익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연주나 서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놀랍게도 이런 것은 불과 십년, 이십년 전에는 일상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인신매매, 혹은 고리를 통해 백성들을 유린하는 것 따위는 그저 일상에 불과했었던 천하다.
그나마 안정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저 내 착각에 불과했던 건가.
나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는 아직까지 과거의 악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힘있는 이들은 백성을 짓밟고 빼앗고 죽인다.
그리고 그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아익은 전혀 자신이 잘못되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예전 유주 대군 평서현의 현령직에 있을 때보다 상산군에 오니 오히려 더 힘듭니다. 물품 확보도 힘들고. 아, 물론 여자들은 더 예뻐졌지만 말입니다. 북방의 계집보다는 좀 밑의 계집들이 더 괜찮더군요.”
“북방에는 화전민들이 별로 없나보지?”
“예. 뭐… 그런 셈이지요. 하하하. 장군께서도 아시는군요. 젊으시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잘 아시나봅니다.”
잘 알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게 많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국가의 지엄한 법을 어기는 무지렁이들이 남쪽에 더 많으니. 어떻게든 물량으로 때우는 셈이지요.”
유주 인근에는 아직도 이런 일이 시행되고 있다는 거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익은 웃으며 말했다.
“아. 아무튼. 이 아이는 어떻습니까? 아직까지 남자의 손을 타지 않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상등급의 물건인데… 자. 나으리께 네년의 재주를 보여주거라.”
아익이 손을 뻗자 소녀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머뭇거리던 그녀가 천천히 옷자락을 흘리려 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 계집도 좋은데. 음… 좀 더 구경을 하고 골랐으면 좋겠는데 말야.”
“그렇습니까? 그러시지요.”
아익과 함께 건물 내부를 돌았다.
치장된 여인은 모두 스무명.
아까의 창고에 있었던 이들에 비하면 적은 수다.
하지만 대부분 미색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그게 화장의 힘이라고 볼 수 있어서 그렇지.
살짝 드러나 있는 속살의 안쪽에 있는 갈라진 피부나 말라 보이는 갈비뼈 들을 보면 이들이 그리 풍족한 삶을 살지 못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떠십니까? 지금은 조금 모자르지만 잘 먹이면 살도 올라서 안기에 딱 좋은 상태가 될겁니다.”
“아주 괜찮네. 다 살 수 있나?”
“암요! 물론이지요! 하하하! 더 원하신다면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게.”
“예.”
“아까 그들은 어떻게 처리하려는 거지? 창고에 있던 자들 말이야. 냄새나고 상처입고… 거기에 애들까지 있는 것 같은데. 하인은 많아.”
내가 궁금해하자 아익은 여유롭게 말했다.
“아아… 저 놈들은 그렇게까지 써먹기는 어려운 놈들이라서… 북방으로 보냅니다. 마침 유주에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쪽으로 유배를 보내는 것이지요.”
말이 좋아 유배지 실제로는 이민족들에게 노예로 팔아버리는 것이겠지.
난 피식 웃었다.
“세금조차 내지 않는 놈들과 빌린 것을 갚지 않는 놈들에 대한 처벌이 대단하군.”
“관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익이 성실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이자 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리도 훌륭한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군. 얼른 자네의 관직을 높이고 중앙으로 보내주고 싶네.”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지!”
중앙으로 보내서 목을 따주고 싶다.
소중한 노동력을 북방으로 보내버리다니.
아까워 죽겠네.
저 인력들을 내가 데리고 있었으면 생산량을 얼마나 높일 수 있었을까.
난 웃는 얼굴을 한 채 아익을 속으로 골백번은 죽이고 나서야 그에게 말할 수 있었다.
“음… 다 봤으니 이만 돌아가지.”
“예.”
그와 함께 관청으로 돌아 온 나는 그가 마련해준 귀빈실이 아닌 병영으로 향했다.
이만큼 시간을 끌어줬으니 서복이 정보를 좀 캐냈어야 할텐데.
내가 오자 서복은 인상을 왕창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볼 것도 없는데. 상산군수는 도적놈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분명해. 다른 현에서 도적들을 잡아와 군수가 직접 고신하고 처형했다고 하는데 비슷한 수준의 납치와 인신매매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군. 당장 이곳에서도 사라지는 여인들이 꽤 있어.”
“틀렸어.”
“응?”
“연결되어 있는게 아니라 걔가 도적이다.”
“하… 그럼 볼 것도 없군. 도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도적이라면 길에 대한 정보는 그도 알고 있을거다. 바로 움직이자.”
“음… 그게 낫겠지?”
나와 서복이 연기를 한 이유가 바로 유주로 빠질 수 있는 비밀 길을 알아내기 위한 것 때문이었다.
만약 상산군수가 단순히 도적에게 뒷돈 정도만 받고 자세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적의 정보를 알아내는데 한세월 걸린다.
거기에 도적을 잡고 또 심문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그렇지만 군수가 도적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그냥 그만 심문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굳이 더 연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움직이자.
하지만 그 전에 말할 것이 있다.
“좋아. 그럼 바로 움직…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냐?”
“아. 그게.”
난 아까 보았던 것을 말해주었다.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듣던 서복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예전에는 형주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하더군.”
“그러냐.”
“으음… 아무래도 화전을 일구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것이니까 말이야. 군수나 현령들 중에서는 일부러 화전을 일구게 내버려 둔 후 추수철이 되었을 때 화전민 마을을 쳐서 그들과 그들이 일궈낸 곡식을 가져갔다고 하더군.”
“알을 낳는 오리를 잡아 먹는 것이군.”
“그들 입장에서는 알 낳는 오리는 많을테니까. 각지의 군웅들이 할거한 이후 그런 일은 좀 줄어들어가긴 했지만 아직까지 유주 일대는 그런 면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아깝다. 아까워.”
“백성을 제대로 써먹는 관리는 원래 보기 드물어. 그러니까 네가 특이하다는거다.”
서복은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럼 바로 갈까?”
“아. 그리고.”
“왜?”
“사부님이 여기 계셔.”
“…뭐!?”
오늘 신기한거 많이 보네.
사부님의 황당해하는 표정.
그리고 늘 무게만 잡던 서복이 저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것.
내 말에 당황하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 거리던 서복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야. 앉아.”
“아니 넌 지금 뭔데 이렇게 침착하냐? 사부님이…!”
“아니 침착하다기보다는… 나도 되게 당황스러워하고 있거든?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그리고 사부님이 왜 여기에 계신 것인지도 대충은 알 것 같고.”
“…하아. 진짜 그 노인네는 왜 이렇게 위험한 곳에 다니시는거야!? 안되겠다. 이번에 잡아서 바로 허도로 보내버리자.”
동감한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명사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사부님은 그냥 산양군이나 서주, 아니면 허도.
하다못해 그냥 형주에 좀 얌전히 계셨으면 좋겠다.
제자들 속 다 태워버리면서까지 그렇게 천하 유람을 하고 싶으실까?
“아무튼 사부님도 상산군수가 백성들을 노예로 파는 것 때문에 오신 것 같으니까.”
“북방에 가셨다고 하셨지? 그럼 북방에서 알아내신 거라고 봐야 하나?”
“그렇겠지.”
사부님님이 어디서 정보를 알아냈을지는 대충 알만했다.
사마의와 사부님의 서찰에 의하면 사부님은 계속 북방에 계셨다.
그리고 백성들은 북방의 이민족들에게 계속 팔려나갔고.
북방을 오가면서 한족 백성들이 노예로 팔려오는 것을 보셨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진짜 오지랍도 이런 오지랍이 없다.
백성들이 노예로 잡혀간거면 잡혀간거지 왜 사부님이 나서서 그걸 구하고 해결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당장 제자들이 높은 관직에 있는데 제자들에게 알려서 그것을 해결하게 하면 얼마나 좋아?
“하아… 아무튼 그럼 오늘 바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겠어. 너는 사부님을 모셔. 주변의 정리는 내가 하겠어. 당장 현 내에 도적의 무리들이 꽤 있는 듯 싶으니까.”
“알았어.”
서복과의 만남을 마치고 내 숙소에 들어가니 아까 내 옆자리에 있던 커다란 가슴의 기녀가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장군님. 오늘 밤은 제가 장군님을 모시겠습니다.”
날 모신다라.
모신다기보다는 감시에 가깝겠지.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웃으며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아니요. 제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후. 여독을 풀어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녀는 웃으며 천천히 옷을 벗었다.
내 머리만한 가슴이 인상적인 그녀가 다가왔을 때 난 담담히 말했다.
“서황. 들어와.”
“예!”
문을 열고 서황이 들어오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베시시 웃었다.
“어머? 두 분이 함께? 후후후. 좋아요. 제가… 끅.”
서황을 유혹하려던 그녀는 서황의 주먹 한방에 복부를 맞고 기절했다.
그녀가 쓰러지자 난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위치는 기억하고 있나?”
“어느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바로 시작하는 겁니까?”
사마가, 그리고 이후 계속 내 밑에서 일했던 서황이다.
백성들을 돌보기를 좋아하며 강직한 관리로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하는 그다.
그런 서황에게 있어서 군수로서 임무를 버리고 이런 짓을 하는 아익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황이 싸늘히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서복이 움직이는대로…”
“으아아악!!”
“뭐, 뭐야!?”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되겠군. 성질도 급하구만.”
사부님 때문인가?
원래라면 진중히 움직이는 서복이 바로 일을 시작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서복이 움직였으면 우리가 나설 차례다.
문이 열리며 하후상이 들어왔다.
그가 가져다 준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갔을 때 비단옷을 입은 아익은 허둥거리며 달려왔다.
“자, 장군! 큰일입니다! 서 성주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응. 그런 것 같네.”
“어찌합니까!? 예!? 자, 장군님께서 나서주시면 그가 좀 얌전해지지 않겠습니까? 장군님. 도와주십시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다급하게 말하는 그를 향해 난 웃으며 손을 들었다.
“거절한다.”
“예에…!?”
그 순간 서황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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