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34
사로잡은 오환족은 약 사천명 정도.
그들을 포로로 잡은 나는 서복이 합류하자 그를 데리고 막사로 향했다.
약간 피곤해보이는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서복은 담담히 말했다.
“승전을 축하한다.”
“아니 내가 뭐 한게 있나. 아무튼 얘기나 좀 하자. 주령. 다른 녀석들도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관평과 하후상을 제외한 나머지 제장들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포로들에 대한 처리 때문인가?
하긴 그 많은 포로들을 잡았으니 그들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겠다.
“다 온건가?”
“예.”
서황의 대답에 난 한숨을 내쉰 후 생각했다.
그들이 없었지만 뭐,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해주면 되겠지.
“음… 일단 수고들 했어.”
“아닙니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전공을 세운 것은 방패병들이야. 서황. 그들에게 말해줘.”
망치와 모루 전술에서 가장 고생을 하고,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모루 역할을 하는 방패병들이다.
또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도 서황이 이끌던 중앙군이다.
고생을 했으면 고생한 것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지.
“전투에 참여한 모든 방패병들에게 특별 보상을 지급한다고 전해줘. 또한 전사자나 부상자들 같은 경우에는 전시에 맞는 보상이 지급될 것이라고 해주고.”
“알겠습니다.”
첫번째 전공에 대한 보상은 병사들에게 넘긴다.
내 밑에 있는 부하들이 전공에 큰 욕심을 내는 녀석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어떤 장수들은 병사에게까지 돌아가는 보상에 눈독을 들였다던데.
내 말에 다들 합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난 탁자를 톡톡 친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답돈을 잡은게 누구지?”
“접니다.”
서복과 함께 기병을 이끌던 장료가 무뚝뚝히 대꾸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고생했어. 관직을 올려주고 봉작을 지급해주지. 혹시 따로 원하는 것이 있나?”
“딱히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만… 기병들의 피해가 큽니다. 답돈을 잡으며 무리하게 전투를 이어간지라. 말과 마구의 피해가 심하고 기병들 중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좋아. 기병들에게도 특별 보상을 지급해주도록.”
“감사합니다.”
병사들을 한번 쓰고 갖다 버릴 생각따위는 없다.
전투를 많이 치룬 병사들은 후에 정예병이 되어간다.
최대한 보살피고 그들의 전투 의욕을 고취시켜야 하는만큼 보상은 제대로 지급하는 것이 맞지.
내 말에 장료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는 무슨.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자… 그럼 일단 전공에 대해서는 이정도만 하면 되는건가?”
다른 이들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특출나다 할 정도의 전공을 세운 것은 아니다.
그냥 전투에 따른 보상만 지급하면 되겠지.
서황이 가져 온 피해 보고서를 확인하며 인원을 보았다.
확실히 피해가 크긴 하네.
망치와 모루 전술이 좋기는 하지만 방패병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예병인 방패병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을 줄은 몰랐네.
“앞으로 방패병의 훈련을 더 신경쓰고 그들의 장비를 교체하도록 해야겠군. 참나무 방패보다 더 좋은 방패를 마련하는게 시급하겠구만.”
“그럴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허도에 돌아가면 병기창에 문의하도록 해보자.”
훈련을 할 때는 그럭저럭 버텨냈는데 확실히 실전이 되니 또 다르다.
방패병들의 방패 중 한번의 충격으로 깨지거나 쪼개져나간 방패가 있다고 한다.
만약 방산비리면 방패 제작자의 목을 다 따버리고 재질의 한계라면 다른 방향을 찾아야겠지.
서황이 무뚝뚝히 고개를 끄덕이자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할 말 있나?”
“없습니다.”
“그럼… 서복. 설명해.”
무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아 있던 서복은 어깨를 으쓱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왜 오환병들이 빠져나가게 길을 열어주었냐는 거지?”
“그래.”
“설명하지. 우리의 북방 정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만큼 그들을 보내줘야 할 필요가 있었어.”
서복의 말에 서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도망치면 결국 공손강이나 보도근에게 유리해지는 것 아닙니까? 결국 그들의 수가 다시 늘어나는 셈이 되는 것인데…”
“딱히 그렇지도 않아. 북방에 대해서는 나도 꽤 조사를 해봤지. 하지만 그들의 힘의 균형은 쉽게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더군.”
“그런가?”
나보다 더 오래 북방에 있던 서복이다.
그만큼 북방에 있는 세력에 대해서는 잘 알겠지.
내 중얼거림을 들은 서복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답돈의 죽음으로 오환족들은 자신들을 지켜주고 이끌어갈 지도자를 잃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살아남은 오환족들은 공손강, 혹은 보도근의 세력에 종속되겠지.”
“그렇군. 그래서?”
“그걸 노렸다.”
“응?”
이게 뭔 소린지.
우리가 의아해하자 서복은 씩 웃으며 말했다.
“두번째 전투를 위한 밑밥을 깔아 둔 것이야. 다음 전투에서는 공손강이나 보도근이 나올거야. 그때를 대비해야 해.”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만. 그들이 오환족을 끌어들이면 적병이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장료의 질문에 서복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 후 지휘봉으로 지도의 한편을 가리켰다.
“물론 그들의 수는 늘어나겠지만 오환은 과거부터 공손강의 세력이나 선비에 밀리고 있던 추세였어. 핍박과 멸시가 그들의 일상이었지. 그나마 답돈이 있어서 버티고 있던 것인데 답돈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이상 오환은 결국 그들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을거다.”
“그들이 노예병으로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가.”
“그래. 이민족들의 방식이지. 항복한 이들을 전투에 내보내 살아남은 이들만을 부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음 전투에서 패퇴한 오환병이 참전할거라는 이야기에 난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어떤 전략을 짜는 것이 좋을까…”
“도망간 이들이 어쨌든 이번 전투에 대해서 말해줄거다. 그것에 따라 맞춰서 움직여야겠지만…”
서복은 장료를 보며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뭔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포로의 처리 문제인데. 그들을 어떻게 처분하는게 좋을까?”
“그들의 처리는 내가 맡도록 하지.”
“그건 상관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네가 할 생각이야 뻔하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백성으로 받아들이려는 것 아닌가? 어차피 너에게 있어서 그들은 소중한 노동력에 불과할테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는 반대다. 백성이 된다는 것은 저들에게 큰 이득이 된다. 지금까지 세금 한푼 내지 않았고 우리 백성들을 노예로 삼던 놈들을 그냥 받아들인다? 나는 용납못해.”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한 의견인듯 싶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네 뜻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냥은 난감해. 또한 아군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도 그렇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우리도 같은 방식을 쓴다. 그들을 방패병으로 삼아보려고.”
다른 것도 아니고 방패병으로?
우리의 방패병은 일반 부대의 방패병과는 다르다.
최정예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방패병인데 이제 막 포로로 잡은 놈들에게 그 중요한 자리를 준다니.
내가 당황하자 서복은 씩 웃었다.
“이번 전투에서 군사의 역은 내가 맡고 있다. 그런 만큼 전술과 전략에 대해서는 나에게 맡겨달라고.”
“맡기기는 하겠다만… 하아. 마음대로 해라.”
서복이 내 뒤통수를 칠 놈도 아니고.
그의 웃음에 난 어깨를 으쓱이며 다음 전투에 대한 전략과 전술에 대한 권한을 넘겨주었다.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 왕렬이 부대로 들어왔다.
전투가 끝나고 그 피로를 풀고 있는 병사들의 사이를 지나 다가 온 왕렬은 씁쓸해하며 말했다.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
“예. 뭐…”
“흐음… 전투가 꽤나 가혹했나보군.”
여기저기 널부러져 쉬고 있는 이들 중에는 상처를 붕대로 감싸고 있는 이들도 있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왕렬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욕심을 버리고 살아간다면 싸우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터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이제 슬슬 떠나려고 하네.”
“환자들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해결법을 찾았지. 그들과 함께 일단은 상산군으로 갈 생각이다만… 괜찮겠나?”
“예. 아직까지 북방 정벌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내 대답을 들은 왕렬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개인적인 부탁이네만.”
“말씀하십시요.”
“자네의 목표에는 유화도 있겠지?”
“예.”
이번 북방 정벌에서 해내야 하는 것은 유화, 그리고 답돈과 보도근, 마지막으로 공손강.
그들을 쳐내는 것이다.
당연히 유화를 잡아내는 것 역시 이번 정벌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렬은 머뭇거리다가 내 팔을 잡고 간절히 말했다.
“그를 살려 줄 수 있겠나?”
“예? 아니 아직 전투도 못했는데…”
“자네라면 가능할거야. 분명히 유화의 군을 이길 수 있겠지. 그러니 부탁하겠네. 그를 살려주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왕렬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해말게. 그를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야.”
“그럼 뭡니까?”
“유우의 사후 유주의 백성들은 많은 고통을 받고 있어. 그런 그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유화야.”
“그렇습니까.”
“그런 그가… 자네의 손에 죽게 된다면… 유주의 백성들 뿐만 아니라 자네에게도 좋은 일은 없을 걸세.”
유화가 황족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유우의 죽음 때문인가.
유주에서 훌륭한 위인이었던 유우는 공손찬의 손에 의해서 죽었다.
그럼으로써 공손찬은 많은 명사들의 질타를 받으며 유주의 깡패나 다름없는 쓰레기가 되었고 그것 때문에 결국 호응과 지원을 받지 못하며 원소에게 패퇴하여 죽어버렸다.
내가 그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왕렬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황건적의 난 때 유주나 요동으로 피난을 간 명사들은 많이 있네. 그들이 자네의 편을 들게 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아. 다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네.”
“흐음…”
“이미 자네는 황실의 힘을 많이 깍아놓았지. 만약 자네가 훌륭한 위인이 되려 한다면. 적어도 황실을 인정하고 감싸안을 수 있어야 해. 그것이 아니면 많은 이들이 자네를 패도를 따르는 자라 여기며…”
“알겠습니다.”
“응? 진짜 알겠나?”
“예.”
왕렬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대충 알겠다.
그는 진심으로 나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건네는 것이겠지.
“허나 유화를 상대하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가 저와 붙게 된다면 생포를 목적으로 움직이겠지만…”
“그래. 자네는 자네의 사람을 중시 여기지?”
무리를 해서 그를 생포할 생각은 없다.
만약 그를 생포하는데 서황이나 장료, 아니 다른 내 부하들의 죽음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면 그냥 그를 죽이고 말겠다.
어차피 소의를 따르는 나다.
많은 명사들의 인정과 관심?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내 욕심 챙기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왕렬은 씁쓸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네를 믿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이라고.”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럼 어르신께서도 부디…”
“아아. 그래. 상산군에서 자네의 건승을 기대하며 기다리지.”
“예.”
왕렬이 떠나자 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 유주에 남아 있는 명사들이 많다고?
그들을 끌어들이게 될 경우 나에게 어떤 이득이 생길까?
“하하.”
모르긴 몰라도 꽤 큰 이득일 것이다.
적어도 더 이상 무관직에 있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을 가질 수 있겠지.
난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겠군.”
“장군님!”
“응? 뭐냐.”
자리에서 서서 중얼거리던 나는 나를 부르는 하후상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무장을 한 채 나에게 달려 온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서 성주께서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것 같다고…”
“아아. 그래.”
이곳에서의 전투는 끝났다.
그럼 움직여서 범양군을 점령하는 작업을 해야겠네.
이동 명령은 이미 내려졌고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던 나는 하후상과 함께 선두로 향했다.
지휘부의 막사는 이미 철거되어 수레에 실어지고 있었다.
“뭐냐? 수레가 좀 늘어난 것 같은데? 갈때는 수레가 없었잖아.”
“대기하는 동안 좀 만들어 놨다. 나중에 써먹을 곳이 있어서 말이지. 타.”
“응.”
잘 됐다.
내가 수레에 올라타자 서복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 수레가 다음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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