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43
관평에게 한마디 내뱉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병사 하나가 달려왔다.
꽤나 급하게 온 듯 피로해보이는 그는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장군!”
“뭔데 이렇게 급해?”
“남피에서의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오오…”
낭보로다.
이제 슬슬 병력과 물자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순욱이 약속대로 병력과 물자를 제대로 보내주었구나!
난 웃으며 관평을 보았다.
“따라와. 맞이하러 가야지.”
다른 놈들은 바쁘니 한가한 내가 가는게 맞다.
병사들을 이끌고 탁현의 입구로 향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꽤나 많은 무리들이 관도를 통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여기서 누군가 오는 것을 마중나가는 것도 꽤 오래간만이군.
난 싱글벙글 웃으며 팔짱을 끼고 기다렸고 잠시 후 선두에서 말을 탄 이들이 달려왔다.
“…저기.”
“네!”
말에 탄 이는 다름아닌 청이였다.
얘가 왜 여기에 와 있는거지?
난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난 분명히 전장에 나오지 말고 업에서 승상부주를 지원하라고 말했는데?”
“그렇긴 하지만.”
“내 말을 어긴거야?”
이정도면 나 화 내도 괜찮은거지?
아무리 내가 아내들의 취향에 맞춰주고 웃으며 대화를 하고, 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라고 했지만.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내 호의와 걱정을 무시하는 행동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생글거리는 청이를 향해 내가 인상을 쓰려는 순간 말에서 내린 그녀는 말의 옆에 곱게 놓여진 고급스러운 상자를 열며 근엄하게 외쳤다.
“정북장군 진유하는 폐하의 황명을 받으라!”
“….”
어?
황명?
뜬금없는 황명에 내가 놀라는 동안 청이는 나에게 눈짓했다.
다른 이들이 황명이라는 말에 황급히 무릎을 꿇는 것이 보인다.
그럼 나도 꿇어야지.
남의 눈이 많은 상황에서 황명이라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처럼 대충 주고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했고 청이는 상자에서 꺼낸 보라색 비단으로 감싸진 교지를 펼쳤다.
“북방 정벌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정북장군의 공을 치하하며 어사주와 군량! 그리고 치중 및 병사를 황제의 이름으로 하사하니 그것으로 시급히 북방 정벌을 마치라!!”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황제의 이름으로 교지를 내린다라.
하지만 황제의 입장에서 본다면 북방 정벌이 성공하면 딱히 좋을 것은 없을거다.
그런데도 황제의 교지가 내려왔다는 것은 이 뒤에 조조의 입김이 있다는 것이겠지.
청이는 교지를 접은 후 빙긋 웃었다.
“승상의 명령을 받고 제가 직접 왔답니다.”
“하아…”
설마 조조가 직접 지시한 건가?
그런 것이라면 뭐라고 할 수 없다.
사적인 감정은 둘째치고 공적인 업무상으로 온 것이라면 내가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조조는 사적으로는 청이의 아버지이며 공적으로는 내 상관이나 다름없다.
공사구분을 해도 결국 내가 밀릴 수 밖에 없기에 난 어깨를 으쓱이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네가 직접 올 필요는 없지 않았나? 하마터면 너한테 화낼뻔했다고.”
“헤헤. 죄송해요.”
베시시 웃으며 혀를 날름거린 청이는 교지를 고급스러운 상자에 넣고 그것을 나에게 주었다.
황제의 교지인 만큼 함부로 관리할 수 없다.
내가 그것을 관평에게 넘기자 관평은 그것을 들고 황급히 현으로 돌아갔고 그가 떠나는 것을 보며 청이는 내 팔을 살짝 끌어안았다.
“제가 보고 싶지는 않았던 거에요?”
“아니 보고야 싶었지. 하지만 이런 만남을 바라지는 않았는데.”
“치.”
뾰로통해하며 볼을 부풀린 청이가 휙 고개를 돌리자 난 쓰게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나보다 연상이면서도 삐지기도 잘 삐진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에 비하면 무척이나 솔직해지고 여성스러워진 청이는 못이긴 척 나에게 안겨들어 날 꼭 끌어안았다.
“아야야.”
“아, 미안해요.”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살이 겹쳐져 아프다.
청이는 얼른 떨어진 후 베시시 웃었고 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어 준 후 물었다.
“오는데 문제는 없었어?
“네. 당신이 점령을 제대로 한 덕분인지 도적도 없었어요. 그리고 각 현이나 군에서 지원을 제대로 해주던걸요?”
“으음…”
“그리고 견희를 만났는데 견희가 옷을 만들었어요.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전해달라고 하던걸요. 북방은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밤에 추우니까.”
“다른 애들은?”
“영이 언니와 완이는 부적을 만들었어요. 이따가 드릴게요.”
지원군을 보내는 것 때문에 그 편에 이래저래 많이 보내려고 한 모양이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청이는 우쭐해하며 말했다.
“헤헤~ 저도 준비한게 있는걸요.”
“뭘?”
청이는 다른 애들에 비해서 손재주가 없는 편이다.
그런 청이가 준비했다는 것이 신기해 웃으며 물으니 청이는 한쪽 눈을 깜빡이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바로 저.에.요.”
“아. 그래? 근데 그건 이미 내건데. 내거를 선물로 준다는 건 좀 이상한 것 아닌가?”
“후후후~ 더 특별하다구요.”
요염하게 웃으며 입술을 핥은 청이는 나에게 한걸음 다가와 안겼다.
그녀의 달콤한 향기를 느꼈을 때 병사들이 다가왔다.
“장군님.”
“그래. 물자에 대한 보고서는?”
“여기 있습니다.”
청이를 호위할 겸 온 호표기들이다.
비록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들이 있으니 청이가 안심하고 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
무뚝뚝한 인상으로 나에게 보고서를 내민 그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병사들은 일단 병영으로 보내겠습니다만. 물자는 어찌합니까?”
“양이 많나?”
“요청하신 만큼 가져왔습니다만…”
점령을 기본 방침으로 하다보니 물자가 은근히 많이 소모되었다.
그것의 보충을 계산해서 요청한 것이라 양이 꽤 될텐데.
탁현의 창고에는 더 이상 넣을 만한 곳이 없을거다.
“일단 병영에 쌓아두도록 해.”
“알겠습니다.”
성실하게 대꾸한 그가 다른 이들과 함께 가자 난 청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냥 행복해보이는 그녀를 보며 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황명이라도 그렇지. 네가 전장에 오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승상부주가 허락해줬어? 현장의 상황을 보았을 때 승상부주라면 충분히 그것을 막아줄 수 있었을텐데.”
내가 부탁한 만큼 빼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욱에 대한 원망을 가지려고 할 때 청이는 내 손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뭔데?”
청이가 지휘를 할 수 있고, 또 병사들에게도 인망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청이를 일부러 업에 놔두고 온 것인데 굳이 청이를 보낼 필요가 있었나?
내가 궁금해하자 청이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아버님의 밀명이 있어요.”
“어…”
조조가?
그렇다면 청이가 직접 온 것도 이해가 간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지.
따로 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조조가 내린 밀명이라면 분명 한 황실과 관련되어 있는 일일 터.
그런 것이라면 믿을 수 있는 청이에게 맡긴 것도 이해는 간다.
“알았어. 그럼 일단 들어가자고.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했지?”
“후후. 당신을 오래간만에 만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는걸요?”
내 이마에 입맞춰 준 청이는 헤죽거리다가 볼을 긁적거렸다.
“아. 이건 하면 안되는데.”
“응? 왜?”
“영이 언니나 완이도… 되게 부러워했거든요. 저만 간다는 걸…”
“하하하…”
안봐도 뻔하군.
영이나 완이나 자기들도 가고 싶다고 했겠지만 어쨌든 이곳은 전쟁터다.
제대로 된 호위병력과 호위무장이 적은 이상 역시 순욱이 쉽게 보낼리는 만무하지.
청이야 일이 터져도 자기 한몸 뺄 정도의 무력은 있을테니까 안심한다고 쳐도 다른 애들은 좀 위험할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일이 터져서 내 아내들에게 피해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어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마 북방 뿐만 아니라 하북 전체가 피바다로 물들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쓴웃음을 짓자 청이는 보기만해도 속이 시원해질 법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영이 언니랑 완이 대신 온 거니까. 음… 아쉽지만 많이는 하지 않을게요.”
“…많이 하지 않겠다는 건 또 뭐야? 하긴 하겠다는 거잖아?”
“후후훗! 그래도 기회인걸요? 당신을 독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내 타박에 청이는 그저 즐겁게 웃을 뿐 이었다.
즐거워하는 청이와 함께 관청에 마련된 방에 들어갔다.
날 침상에 앉힌 그녀가 갑옷을 벗으려 하자 난 그녀를 잡으며 물었다.
“아버님의 밀명부터 보여줘.”
“음… 빨리 둘째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청이는 요염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라붙어 내 입술에 입맞췄다.
“농담하지 말고.”
그녀의 애교에 녹아들 것 같지만 정신을 차리자.
조조가 직접 밀명을 내릴 정도라면 분명 중요한 일일거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확인을 하는 것이 낫지.
내가 살짝 밀어내며 떨떠름히 말하자 청이는 입술을 삐쭉거리며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힝… 오랜만에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는데 그럴거에요?”
“하아. 부탁이야. 청아.”
“아…”
오래간만이지만 통하는구나.
부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청이는 입술을 핥으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부탁이에요. 내 사랑스러운 마나님. 나에게 어서 승상의 밀명을 전해주겠어요? 이렇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후훗. 좋아요.”
방긋 웃은 청이는 다시 갑옷을 벗었다.
아니 얘가 지금 뭘 하는겨?
이제 안통하나?
전에는 부탁이라는 말을 써가며 애원하면 항상 내 의견을 들어줬었는데?
스스럼없이 갑옷을 벗은 청이는 갑옷 안의 비단옷도 반쯤 풀어헤치고 자신의 풍만한 가슴골을 보여주었다
“워워. 진정해. 뭐하는거야?”
내가 막으려고 하자 청이는 갑옷을 벗은 후 자신의 풍만한 가슴골을 보여주었다.
“여기 있거든요.”
자세히보니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줄과 그 줄 사이에 있는 비단 주머니가 있는데 그게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끼어져 있었다.
“당신만이 가져갈 수 있어요. 자.”
이거 유혹하는거… 라고 생각해도 되나?
확실히 보기는 좋다만.
상대가 나빴어!
“저기 청아. 우리는 부부이니 이런 것에 내가 부끄러워할 줄 알았니?”
얘도 참.
내가 청이 가슴을 본게 한두번도 아닌데 고작 이런 것에 망설이겠냐.
“그러면서 왜 흐뭇해하시는거에요? 얼굴은 왜 붉어지시고? 눈길은 가슴에서 떨어지지 않으시는데요?”
“…시끄러워.”
“후후후. 귀여워라.”
아무리 부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매력적인 미녀의 가슴골에 손을 넣는데 멀쩡할 수 있겠냐.
날 놀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 손을 넣었다.
“아앙~”
콧소리 내지 마라.
흥분되니까.
솔직히 좋았다.
오래간만에 만지는 가슴이라 그런지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 말랑말랑한게 계속 손을 넣고 싶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꾹 참아내었다.
“왜 안잡혀?”
“거긴 아니라구요. 으응…”
“….”
일부러 아니다.
가슴골 안에 들어가 있는 주머니를 빼기 위해 손을 넣고 움직이는 동안 청이는 야릇한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이러니까 더 야하네.
간신히 욕구를 참아내고 주머니를 빼내었다.
청이는 달뜬 숨을 내쉬며 날 지그시 바라보았지만 일단 그 시선은 피하자.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을테니까.
중요한 것은 조조의 밀명이다.
“웃쌰. 어디보자… 음…”
“뭐라고 적혀져 있나요?”
“너도 몰라?”
“업에 오셨던 아버님이 주신 거라서…”
“아버님께서 업에 오셨었어?”
“예.”
조조가 직접 업에 왔다?
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뭐 업과 허도에 대한 소식을 알아야 뭔 말을 하지.
내 옆에 달라붙은 청이의 달콤한 향기를 애써 무시하며 주머니 안의 종이를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탄식을 터트렸다.
“…허.”
“뭐라고 적혀 있어요?”
“으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난감해하자 청이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짜 둘째?”
“아니. 그건 아니고.”
난 종이를 청이에게 내밀었다.
종이에는 단 한줄의 글귀만 적혀 있을 뿐 이었다.
“손가 혼인거절? 이게 무슨 말이에요?”
조조가 말하는 손가 혼인 거절
바로 손상향과의 결혼을 거절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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