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63
촛불에 비춰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을 뿐이다.
영이는 내 대답에 기분 좋게 웃었다.
“후우… 이정도면 되려나?”
내 말에 영이는 빙긋 웃어 준 후 깍고 있던 부챗살을 탁자 위에 늘여 놓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영이에게 물었다.
“이건 누구 줄거야? 내거야?”
“당신 건 아니에요.”
단호하네.
영이의 말에 난 당황했다.
“…저, 정말?”
세상에.
영이가 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걸 만든단 말야?
내가 충격받은 얼굴로 바라보자 영이는 방긋 웃으며 내 입술에 입맞춰 주었다.
“예.”
“누구 주려고!?”
세상에.
내가 이렇게 질투심 많은 사람이었나?
나도 모르게 외침에 날이 돋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이는 대수롭지 않아하며 부챗살의 갯수를 샌 후 돌을 들어 끝 부분을 갈기 시작했다.
“아버님 드리려구요.”
“아.”
나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어째 효도를 내가 아니라 영이가 하는 기분이다.
“아버님이 요새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다고 하거든요. 작년에도 더위를 많이 타시고. 몸이 허하다고 하셔서 보약을 지었는데 잘 드시지도 못하시더라구요.”
“그래?”
“예. 아버님은 소식을 하시는데다가 일도 많으시잖아요. 이제 좀 쉬시면 좋겠는데 매일 늦게까지 일하시니까…”
아버지한테 진짜 죄송스럽다.
다음에 산양군에 가면 진짜 아버지를 은퇴시키든가 해야지.
내가 떨떠름해하자 영이는 빙긋 웃으며 부챗살들을 한데 모았다.
“벽조목은 양기가 듬뿍 담겨 있는 물건이니까 아버님께서 가지고 계시면 좋은 기운을 받으실 수 있을거에요.”
“으, 으응…”
질투심이 확 내려가고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영이는 돌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는 잘 안되네. 목공소에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원래는 대나무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니까.”
무안함을 지우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런 나를 배려하려는 듯 영이는 방긋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러게요.”
작업을 끝낸 것일까?
영이는 벽조목과 부챗살들을 상자에 넣은 후 침상에 앉았다.
내 옆으로 온 그녀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진짜 보고 싶었다구요. 정말 매번 내 속만 태우고. 다음에도 이러면 혼날거에요. 알았어요?”
“알겠어.”
“그리고 청이랑 완이랑 희아도 이래저래 아버님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게 많아요. 걔들한테도 잘해줘요. 걔들이 아버님한테 얼마나 잘하는데요.”
영이는 내 코를 꾹 잡아 비틀며 상냥히 말했다.
역시 난 마누라들한테는 못 당하겠다.
그녀를 끌어안아주며 난 웃었다.
“하하하. 미안해.”
“좋아요. 용서해줄게요.”
방긋 웃은 영이는 내 가슴에 얼굴을 가져간 후 킁킁거렸다.
어?
방금 씻고 왔는데 냄새나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향기가 나네요?”
“아. 그게.”
견희가 기름으로 안마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영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
“아뇨. 흐음…”
“불안하다. 뭐 때문에 그래?”
“희아도 많이 바뀌었네요.”
“응? 그렇지. 열심히 노력했다고.”
“그렇겠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만큼 많이 노력을 했으니까 그런 모습일거에요. 많이 부끄러웠을텐데.”
“그런가?”
“네. 그래요. 그러니 힘들겠죠.”
영이는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승상도 많이 바뀔 거에요. 듣자하니 승상께서 왕이 되신다면서요?”
“응.”
“그러니까 그 분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할거에요. 그만큼 적도 늘어나고, 또 아군이라 생각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갑자기 적이 될 사람들도 생기겠죠.”
“….”
내 상의를 벗긴 영이는 날 천천히 눕힌 후 가슴에 쪽쪽 입맞췄다.
달콤하고, 또 애처롭고, 또 간지럽기 짝이 없는 혀놀림.
내 가슴을 핥고 목덜미를 깨문 영이는 날 내려다보며 속삭였다.
“그만큼 위험하지만 대단한 것이랍니다.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관청으로 향했다.
어젯밤 견희와의 일, 그리고 영이와의 대화를 하며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이른 아침부터 집무실에 나와 있던 순욱은 날 반긴 후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로 이리 일찍 오셨는가?”
“혹여 승상께서 황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수를 쓰시는 것이라면?”
“응? 그게 무슨 소린가?”
“폐하께서 자신의 어린 자식을 비와 짝지어 주려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야… 알지.”
내 질문에 순욱은 떨떠름해하다가 대꾸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쉽지.
난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그 의중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의중이라니?”
“제 생각에는 황실에서 어느정도의 위치를 잡기 위한 수로 생각됩니다만. 처음의 제안은 조가의 여식을 황후로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방에 가 있는 동안 폐하께서 조비와의 혼담을 이야기하셨다고 하더군요.”
“…그건.”
“혹여. 부주께서 꾸미신 일이십니까?”
“그럴리가.”
떨떠름히 대꾸하던 순욱은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이번 일에 순욱이 개입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하아. 내가 업으로 올라와 있는 동안 생긴 일이네. 그런만큼 나 역시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없었어. 만약 내가 허도에 있었다면 폐하를 만류했겠지만.”
“그렇습니까.”
비록 순욱이 한 황실을 긍정하는 계열이라고는 하지만 한 황실이 조조를 누르고 전면에 나서는 것 까지는 긍정하지는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순욱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는 입을 다물고 차만 마셨다.
“하아…”
순욱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나는 시녀가 새로운 차를 내오자 그것을 마시며 말했다.
“부주께선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에는 나서지 말아주십시요.”
“알겠네. 그럼 자네는 어찌 할 생각인가?”
“만약 승상께서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황실의 힘을 완전히 눌러버리기 위한 수를 쓰시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닐 가능성도 생각해야 해.”
“예. 그러니 관의 전서구를 이용해야겠습니다.”
내가 허도로 가는 동안 화타도 허도로 오게 해야겠다.
과거 아편을 구한 이후 화타는 그 아편을 약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 그라면 이번에 조조의 행동이 정말 광증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화타 선생을 부를 생각인가?”
“예. 승상의 두통 문제도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렇군… 부디 치료가 되었으면 좋을텐데.”
“하하하. 그러게요.”
“그럼 바로 갈 생각이겠지? 준비는 내가 해놓겠네.”
자리에서 일어난 순욱이 무언가를 적기 시작한다.
명령서인가?
업에 주둔하고 있는 백귀대의 이동 명령서를 작성하여 인장을 찍은 그는 그것을 나에게 준 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승상을 중히 여기고, 또 이 나라를 아끼는 마음은 알아.”
“예.”
“허나…”
“알고 있습니다. 부주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는.”
순욱은 입맛을 다셨다.
그가 할 말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한을 무너트리지는 말아달라는 것이겠지.
가 사형이나 사마의 같은 경우는 한을 아예 끝장내버리고 싶어하는 듯 보였지만 솔직히 나는 한이 있든 말든 별로 상관없었다.
만약 한이라는 나라가 유지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가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순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렇군. 그럼 바로 허도로 갈 준비를 할 생각인가? 이래저래 챙길 것이 많을 것 같구만.”
“하하. 네. 짐을 싸는 것도 일이지요.”
“그래도 다 챙기지는 말게나. 어차피 자네는 다시 업으로 올 것 아닌가.”
도읍을 업으로 변경하게 되면 나도 업에서 살아야 한다.
굳이 지금 있는 장원에서 짐을 뺄 필요는 없었다.
그냥 하인 몇명을 두어 장원을 유지하게 하는 정도만 하면 되겠지.
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문이 열렸다.
순욱의 집무실에 이렇게 대차게 들어 올 수 있는 사람이 업에 있었나?
우리는 휙 고개를 돌렸고 그 시선에 닿아 있는 사내를 보자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봉효!”
“오오!! 무사하셨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 온 것은 곽가였다.
그런데 얼굴이 왜 저러지?
고구려로 떠나기 전에도 살이 쪘던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살이 빠져있다.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 온 그가 자리에 앉자 우리는 당황하며 그를 보았다.
“얼굴이 반쪽이 됐구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는 건가?”
“오는 도중에 풍랑에 풍토병에… 고생을 좀 했지.”
무척이나 피곤해보이는 그는 순욱이 따라 준 차를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북방 원정을 성공했다면서?”
“곽 대부의 도움이 컸습니다. 만약 곽 대부께서 고구려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면 이렇게 빠르게 정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나를 치하한 곽가는 씩 웃으며 내 대답을 들은 후 순욱을 보았다.
“일단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뭔가?”
“고구려의 국상인 을파소와 거래를 성공했어. 오년간 식량을 보내주기로 했지. 자세한 것은 이만큼.”
“뭐 이렇게 많나!?”
곽가가 챙겨 온 비단을 본 순욱은 기겁했다.
고구려가 부여를 공격해주는 정도로 주기에는 너무 많은 식량이다.
아무리 농법의 유출을 거절한다고 했지만 이정도의 식량을 줘야 한다니.
하지만 곽가는 그저 웃을 뿐 이었다.
“더 중요한 것을 손에 넣었으니까.”
옆구리에 끼고 있던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 놓은 곽가는 그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철괴 열개였다.
순욱은 눈쌀을 찌푸리며 그것을 보다가 움찔했다.
“이건…”
“전에 해적들이 보여줬던 것 이상의 품질이지. 물론 고구려에서도 이정도 철은 귀하다고 하지만.”
“고작 철괴 몇개와 그만큼의 식량을 거래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다른 것이 있습니까?”
“그래.”
“뭡니까?”
난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내 질문에 곽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철괴를 제련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얻어냈다.”
“…진짭니까!?”
세상에!
엄청난 것을 얻어냈구나!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이정도의 철은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들고, 또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정도의 철을 만들 수 있는 제련법을 가진 기술자라면 저정도 식량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만족스럽게 웃자 곽가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도 자신이 얻어낸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고구려에서는 조의와 선인이라는 관직이 있지.”
“조의와 선인? 그거 혹시.”
“오? 아나?”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고구려에 그런 관직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곽가는 히죽 웃은 후 천천히 말했다.
“조의는 철갑기마대를 말하고, 선인은 철을 만들어내는 기술자를 말하지. 을파소와의 거래를 통해 선인들 스무명을 데려 올 수 있게 되었어.”
“오오…!!”
순욱은 감탄했지만 나는 마냥 감탄할 수 없었다.
좋은 철을 제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데려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농법이 유출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가지고 배포한 농법의 기술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결국 철제 농기구를 이용한 심경, 그리고 콩, 순무 등을 이용하여 지력을 올리는 것, 오줌액비와 거름, 휴경지의 활용과 지렁이를 풀어내는 것이 주요 골자이니까.
물론 기본적인 농법을 전수하고 농부들이나 관리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연구해가며 각 지형이나 지질에 맞는 농법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어쨌든 기본은 저거다.
그리고 그것은 따로 복잡한 기술이 없어도 흉내정도는 낼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지렁이를 양식해서 풀어놓거나 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산량을 상당히 올릴 수 있다.
그것을 알게 되면 고구려의 생산량이 급증하지 않을까?
내 표정을 본 곽가는 피식 웃었다.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어.”
“그렇습니까?”
“음. 그래. 그에 대한 대비방안도 생각해놨고. 아무튼 잘만하면 이정도 철은 만들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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