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77
새롭게 온 이들이 많았지만 그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할 일은 언제나 많았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
모개, 유엽, 위풍이 모여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한 후 그것을 목록화 하여 목표를 설정, 다른 이들에게 분배한 후에야 조비는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가 피곤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한아름 죽간을 들고 온 위풍은 그탁자 위에 죽간을 쌓아두며 물었다.
“다른 녀석들은?”
“연락은 해보았지만… 거절당했어.”
전위의 아들인 전만은 아예 자신과 연을 끊겠다고 했었다.
하후상은 이미 진유하의 수족이 되어 있었다.
문흠 역시 조앙의 밑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터.
위풍은 턱을 매만지다가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쓸 수 있는 수는 몇가지 없겠군.”
“호오…”
그의 말에 조비는 감탄했다.
벌써 수를 생각했단 말인가?”
“조가의 이름을 빌려 자금을 빌려와라.”
“응?”
“내가 알기로 조 장군이 무척이나 부유하다고 하더군.”
“자렴 숙부님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에게 빌려.”
“하지만 갚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아무리 고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차할 경우 다른 이들에게 손을 빌리면 되니까. 또한 네가 그에게 돈을 빌리는 것은 결국 백성을 위함이다. 승상을 위함이기도 하니 괜찮아. 조 장군이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라면 어느정도는 지원을 해줄거다.”
“그런가?”
“그래. 그는 쾌남이며 호걸이야. 의를 이루기 위함이고 또 승상을 위함이라면 반드시 도와줄거다.”
“그렇군…”
조홍을 떠올리며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부가 대단하고 위세 역시도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부하들을 잘 돌보면서도 경영의 재능이 있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부탁을 마냥 외면하지는 않겠지.
“비단 백여필 정도를 빌리면 될거다.”
“뭐!?”
비단 백여필이라니.
그정도면 금 이천냥이나 되는 거금이다.
그것을 빌리라는 위풍의 말에 조비는 어이가 없었다.
당장 갚기도 힘들 뿐더러 과연 조홍이 그것을 빌려줄까?
조비의 표정을 마주하던 위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세번 연속으로 빌려야 해. 모두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다음 해까지 버텨나가려면 적어도 오천냥 이상이 필요해.”
“하지만 그건.”
“네가 목표로 하는 것은 승상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지.”
“으음…”
조비가 신음하자 위풍은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만에 하나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네 선택에 따라서 네가 오를 수 있는 위치는 분명 높다. 그때 갚는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하지만… 쉽지 않을텐데.”
“그 정도도 못한다면 다 때려치워야지. 어쩌겠냐.”
“하아…”
자신의 군사로 있을 때부터 항상 무리한 요구만 하던 위풍이다.
이번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구나.
조비는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곽융이라면 분명 산양군과 서주의 농법에 대해서 알고 있을거다. 그에게 농지를 맡겨.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지를 재정비하고 그곳을 개간하는 것이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마련되면 화전민이 된 백성들은 돌아온다.”
“그렇겠지.”
“조진과 유엽이 도적토벌을 하며 치안을 보완하고, 또 손례와 모개가 움직인다면 어느정도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거야. 기회는 지금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야 해.”
“할 수 있는 일?”
“첫번째.”
위풍은 담담히 말했다.
“너는 농부가 되어라.”
“…하. 진짜 별 일을 다 시키는군.”
좌풍익인 자신에게 땅을 갈라고 시키다니.
위풍의 발언에 조비는 기가 막혔지만 위풍이 쓸데없는 일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더 잘 안다.
그렇기에 조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네가 나서서 농사를 짓는다면 자연스레 관리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되지. 그나마 있는 세금을 떼어먹던 놈들도 네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스스로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다.”
“그런가?”
“그래. 네가 생산을 담당하게 되면 직접 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테니까. 세금 소출에 대한 부분을 정비하고 뇌물을 받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는 놈들을 처형하도록 해. 그, 업에 있던 거 있잖냐.”
“단두대?”
“그래. 그 단두대를 이용해서 공개처형을 하는 것이 낫겠지.”
위풍의 제안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조비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답했다.
“좋아. 하지.”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던 위풍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조비는 위풍의 대답을 기다렸고 위풍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건 좀 애매한데.”
“음?”
“너는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올거다.”
“선택?”
“그래. 너의 위치, 그리고 너의 행동은 기회를 만들겠지. 그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너의 선택이다.”
“…..”
“유엽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더군. 네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어.”
“내가 해야 할 일?”
“그래. 지금의 네가 해야 할 일. 너는 승상의 후계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 너 따위가 후계자가 되겠다고 날뛰어봤자 들어주는 이는 없을거다.”
“그렇겠지.”
조비가 쓴 입맛을 다시자 위풍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 지금은 후계자니 뭐니 생각할 여력 따위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너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 것이다. 승상의 아들로서, 그리고 한의 신하로서…. 마지막으로 좌풍익으로서.”
“당장의 것만 생각하라는 것인가?”
“그래. 당장의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자가 위에 올라갈 수 없는 법이지.”
위풍의 말에 조비는 눈을 감았다.
진유하도 같은 말을 했었다.
당장 주어진 일 조차도 할 수 없는 놈이 위를 노린다?
가당찮은 이야기지.
위풍은 진유하를 존경한다.
그리고 그처럼 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그의 발언은 어딘지 진유하와 닮아 있다.
“훗.”
“뭐냐?”
“아니. 확실히…”
적이다.
신병훈련서부터 지휘관 교습소까지.
그 훈련의 방향을 만들어낸 것이 진유하이니, 어쩌면 진유하는 자신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적이지만 배울 것이 많은 적이지.”
“위대한 적은 상대하는 이를 성장시킨다는 말도 하잖냐.”
조비의 중얼거림에 위풍은 웃었다.
인재들이 모였다.
그렇다면 움직이는 것만 남았을 뿐.
조조의 후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지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일을 버려 둘 수 없었다.
아무리 적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타도해야 할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의 행동이, 업적이 옳고. 또 효과를 발휘했다면 따른다.
곽융이 가져 온 농법대로 지렁이를 키우고, 땅을 뒤엎고, 세금을 줄여가며 백성들을 모은다.
도적들을 엄벌에 처하고 백성의 삶을 비트는 탐관오리를 처형한다.
그것만으로도 백성들은 하나둘씩 모여왔다.
일년이 지났다.
끔찍하기 그지 없던 토지가 바뀌어간다.
삼보의 난 이후 연이어 흉작만이 이루어지던 좌풍익에 평작이 들기 시작한다.
조비가 직접 나서서 농사를 지은 곳은 작지만 풍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나왔다.
“어이! 자환!”
일년째의 결산이 끝났을 때.
병사들의 훈련을 겸해 사냥을 다녀 온 조진이 웃으며 외쳤다.
꽤나 많아진 들짐승들 역시 훌륭한 사냥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늑대, 야생 개, 꿩. 독수리.
맹수들도 많고 초식동물들도 많다.
그들을 죽여 가죽을 얻어 팔고, 또 고기를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며 조비는 천천히 좌풍익으로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가끔씩은 너도 사냥을 나가는 것이 어때?”
조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사냥이라.
조가의 일원으로 있으며 한때 자신 역시 사냥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사냥.
결국은 놀이에 불과했다.
살아가기 위한 사냥과는 달랐다.
귀족의 사냥은 사냥감을 잡는 그 순간의 쾌감을 위한 놀이이다.
몰이를 위해서 백성을 징집하고, 또 자신의 유흥을 위해 백성의 움직임을 막아내는 것이다.
조진이 병사들을 이끌고 다녀오는 사냥은 그런 사냥이 아니었다.
백성들에게 사냥법을 가르침과 동시에 그들에게 궁술교육을 시키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자신이 끼어봤자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지.”
“하. 고작 일년만에 관리가 다 되었군.”
“뭐 됐어.”
넓은 밭을 보며 조비는 히죽 웃었다.
좌풍익이라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 치고는 무척이나 더러운 모습이다.
불과 일년 전만해도 깔끔하며 예의바른 허도의 멋쟁이 공자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머리는 헝크러져 있고 옷은 여기저기 헤져 있다.
몸에 때가 가득하지만 그의 모습에 조진은 오히려 웃을 수 있었다.
저것이 조비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조진이 웃으며 조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위풍이 그를 불렀다.
그의 부름을 받고 관청의 집무실로 향한 조비는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자색 상자와 그 상자 안의 비단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선택의 때가 온 것 같군.”
위풍의 말에 조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걸 예상한 것이냐?”
“음… 정세를 보았을 때 그럴 것 같았지.”
지난 일년 사이 허도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복 황후가 조조를 암살하기 위한 수작을 부렸고 그것이 들켜 결국 복 황후가 폐위되며 새로운 황후로 조가의 여식이 가기로 내정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큰둥할 뿐 이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날아올 줄이야.
“선택이라…”
정혼장이었다.
이미 조가에도 보낸 듯한 정혼장을 내려다보며 조비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지금 상황에서 정혼장이라니… 수가 뻔하군.”
조비의 말에 위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보면 너는 여기가 기로라고 볼 수 있을거다.”
“…그런가.”
“그래. 황제와 손을 잡게 된다면… 너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되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조비가 팔짱을 끼고 침묵하자 위풍은 무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어쩔 생각이냐?”
“어째?”
눈을 뜬 조비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호랑이는 개나 돼지와 붙어먹지 않아. 이용할 뿐이지. 황실 또한 적이다.”
“하지만 황실을 이용하면 현재 너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인 진유하를 공격할 수 있을텐데?”
“하하하!! 하지만 말이지. 위풍.”
그의 눈을 마주하던 위풍은 조비의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적이라고 해서 다 같은 적이 아니라고.”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우와! 토요일이네요! 근데 엄청 추워서 어디 나가지도 못함!
사실 약속도 없지만ㅋㅋㅋ
그럼 바로 대댓글 갈게요!
허클베리fin // 와 진짜 날씨가… 하지만 28주후에는 더워서 죽겠죠 ㄷㄷㄷ
잠쟈다콩해쪄 // ㄷㄷㄷ 옆구리가 시려도 참아냅시당!
종단의왕 // 안그래도 조비 파트가 나올때가 되었는데 ㅋㅋ
dleifna // 제가 참고하는게 후한백서 관직표와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해서 나오는 관직표랑 여러가지가 섞여있어서 올리기 힘드네요ㅠㅠ 대체적으로 나무위키의 삼국지 관직표를 많이 참고합니당
황녀아리샤 // 삼국지시리즈 관직은 잘 안봅니다. 좀 어설퍼서;;
LauraStuart // 일단은 진유하의 대적자입니다 ㅋㅋ
Guaaaaaaak // ㅋㅋㅋ 적인만큼 밉보이죠 ㅋㅋ
Dregon슬레이어 // 과연 어찌 될 것인가!
타루티어루 // 돈빨!!
ppk12 // ㅋㅋ 북방에는 사마의와 서복이 있당!
슈비듀비 // 조비도 나름 능력자죠 ㅋㅋ
지나가는사람1 // 제갈량도 조비를 굉장히 거슬려 했다고 하니 꽤 능력자죠 다만 성격측면에서는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슈티르 // 그니까요 ㄷㄷ 추위에 약해서ㅠㅠ
암천회류 // 늘 감사드려요~
철의노래 // 걔들은 좀 나중에 제거 ㅋㅋㅋ
odbo17 // 지금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군지는 판단하는겁니당ㅋㅋㅋ
돔페리뇽 // ㅋㅋㅋ 과연 이 호감이 언제까지!?
고냥이집사 // 과연!?
신지영 // 아편을 쓰려면 좀 조건이 까다로운지라 ㅋㅋ
백발마인 // 늘 감사합니당~
현실과소설 // 봉군도위 된 김에 참교육을!!
Flyback // 아이고ㅠㅠ 보일러 조심…ㅠㅠ
파란병아리 // 앗! 감사합니다 ㅎㅎ
임갓 // 과연 어찌 될까요!
Bobbylow // 즐거운 토요일인데 추워서 뭘 몬하겠네요ㅠㅠ
허니앙쥬 // 약자는 약자의 싸움법이 있지요 ㅎ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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