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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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에 도착한 근위군들이 각자 위치로 가자 진일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종이에 적혀 있는 글귀를 읽었다.
황제의 보호.
오늘 아침 하인에게 받은 쪽지다.
누가 보냈는지는 뻔하다.
이 필체는 수도 없이 본 필체니까.
왕충의 필체다.
처음 그 종이를 보았을 때는 이게 무슨소린가 싶었지만 이런 상황이 되고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진유하가 자신들에게 황제의 보호를 맡기지 않을 것임을 예측한 것이다.
하긴.
자신이라고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근위군 중에는 진유하에게 불만이 많은 이들이 꽤 많았으니 말이다.
특히나 저번 훈련 성과에 대한 보수를 차등지급한다는 건 때문에 불만이 있는 이들은 늘어났다.
시중부의 휘하에 있을 때는 이래저래 받는 것이 많았다.
하인들의 뇌물이라든가, 아니면 관리들의 뇌물이라든가.
하지만 진유하가 부임한 이후로 그것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아무리 안전한 훈련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벌써 몇년째 받아와 이제는 하나의 권리가 되어버린 뇌물이다.
훈련수당은 그 뇌물보다 금액이 적었다.
거기에 근위군이 봉군도위에게 버러지 취급을 받으며 매일같이 훈련만 한다는 소문이 퍼져서인지 황제를 만나 작은 관직이라도 얻고자 하던 이들은 자신들이 아닌 흑귀대나 백귀대에게 뇌물을 주고 있엇다.
자신들을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히는데다가 당연히 받아야 할 뇌물까지 빼앗아가니 그들에 대한 불만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황제를 지키는 임무마저 다른 이들에게 빼앗긴다?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근위군의 임무가 무엇인가.
바로 황제를 지키는 일이다.
이토록 훈련을 받는 이유도 황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때문인데 그 명분마저도 무시받는 것이다.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
갈중은 거칠게 바닥의 돌을 걷어차며 창을 꽉 잡았다.
처음부터 진유하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그였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싸늘히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람!”
이번만큼은 다른 근위군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자신들의 임무를 빼앗긴 것이니 말이다.
“하아. 어쩔 수 없지.”
갈중과 정 반대되는 의견을 보이던 주민도 한숨을 내쉰다.
양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무 그러지들 말라고. 봉군도위께서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생각? 그 인간이 무슨 생각을. 아니 그 전에.”
갈중은 이를 갈았다.
“자기 집이 위험하다고 휙하니 가버리는 놈이 봉군도위라고? 하. 남들에게 자격이 없다고 씨부렁거리기 전에 자기나 제대로 챙길 것이지.”
“야.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심하기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중부에 있을때가 나았지.”
주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에 진유하가 가버린 것에 대해서는 그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양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협동을 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근위군들끼리만 덩그러니 모여 있으니 이리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이들이 맥빠진 모습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갈중은 천천히 말했다.
“이러지 말고 폐하를 지키러 가자고.”
“하지만 명령은 운현궁을 지키는 것이다.”
“하! 장난하냐? 지금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고 있을 것 아니야!”
갈중의 외침에 주민은 입을 다물었다.
황궁의 심처에 있는 황제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저 1차 저지선 정도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근위군이 할 일은 아니었다.
원래라면 서원군이 해야 할 일.
하지만 서원군이 없으니 그 대체를 자신들이 하게 되었다.
은근히 서원군을 자신들의 아래라고 보고 있던 근위군이었기에 이번 명령으로 그들의 자존심은 무척이나 상처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황궁에서 이런 난리가 났다는 것은 지금 이미 황궁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것 아닌가?”
“그렇…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노리는 것은 분명 폐하일 거라고.”
“흠…”
갈중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의 말에 대다수 근위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습격자가 폐하를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아.”
“백귀대와 흑귀대가 있다고? 지금 폐하를 지키는 것은 백귀대와 흑귀대가 아니야. 조가의 정예병일 뿐이지. 그리고 그놈들은 내가 보기에 글러먹었어.”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주민의 질문에 갈중은 이죽거렸다.
“그 놈들이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난 것 아니겠냐? 우리가 하던 일이 뭐냐? 황궁을 지키고 엄한 놈들이 황궁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다. 지금까지 황궁이 이정도로 공격받은 적이 있었나?”
“그건…”
주민은 입을 다물었고 양경과 진일 역시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의 모습에 갈중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잘 생각해보라고. 봉군도위는 공격에는 능한 사람이야. 하지만 잘난 척이란 잘난 척은 다 했지만 수비는 약하지. 애초에 그의 전공 중에 수비에 대한 공훈이 있냐?”
“아니. 그건…”
“없지.”
주민과 양경이 떨떠름히 대답하자 갈중은 으스대며 말했다.
“즉.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더 낫다는 거지. 안그렇수? 진 형님?”
갑작스레 화살이 자신에게 꽂혔지만 진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지그시 응시하던 갈중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말했다.
“아무튼 나는 이제부터 폐하를 지키러 간다. 엄한 놈들이 폐하를 공격하든, 아니면 폐하를 지키든 그건 내가 인정 못해.”
“명령 위반이다.”
“자격도 없는 놈이야! 자. 나와 함께 가자.”
“음…”
주민과 양경은 망설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갈중은 천천히 말했다.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그럼 너희는 빠져. 자신이 진짜 근위군의 용기 있는 충신이라 생각하는 이들!! 따라라! 진정한 충심이 무엇인지 보여주자고!”
“오오!!”
이미 갈중에게 꽤나 포섭된 이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근위군의 절반이 넘는 수가 그들의 뒤를 쫓자 주민과 양경은 진일을 보았다.
“어쩌죠?”
“말에 대한 이치는 갈중에게 있습니다만…”
진일은 눈을 감았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도 가자. 이렇게 나뉘어져봤자 만약의 경우 각개격파밖에 당하지 않아.”
“알겠습니다.”
군이 나뉘어져 절반이 넘는 수가 갈중을 따랐다.
남은 것은 고작 백여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정도로는 넓은 운현궁을 절대 지킬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갈중과 함께 황궁의 심처를 지키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진일의 말에 양경과 주민은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심처로 향했다.
황궁의 심처.
황제가 거처하는 궁 앞에 도착한 갈중은 히죽 웃었다.
수가 적다.
이정도라면 괜찮겠는데?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의 앞에서 갈중은 힘껏 외쳤다.
“폐하!! 근위군 도위 갈중이옵니다!!”
“뭐야?”
“너희는 뭐냐!”
조가의 정예병들이 무기를 들고 나선다.
저들의 수는 고작해야 오십도 채 되지 않는다.
조조군의 병사들 중 가장 강하다고는 하지만 수에서 이만큼 차이가 난다.
거기에 자신들의 무장은 중무장한 상태이고 저들은 경무장했다.
그렇다면 승산은 있다.
“폐하!! 근위군 도위 갈중이옵니다!!”
다가오는 이들을 무시하며 갈중은 다시 한번 힘껏 외쳤다.
그의 두번째 외침이 있고 나자 병사들 사이에서 곤룡포를 입은 황제가 걸어나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폐하!! 불충한 무리들이 황궁을 습격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폐하의 충신인 근위군이 폐하를 수호하기 위해 찾았나이다!”
“호오…”
황제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더더욱 진해진다.
조가의 정예병들은 황제의 앞으로 나섰다.
“물러가라. 폐하의 수호를 명 받은 것은 우리다.”
“너희들이 나설 필요는 없다.”
“폐하!! 저희는 그저 폐하의 안위와 역적을 토벌하고 폐하의 운신을 막는 이들을 칠 각오가 되어 있나이다! 그저 명령만 내려주시옵소서!”
갈중의 외침에 황제는 결국 소리내어 웃으며 앞으로 걸아나왔다.
그가 나가자 조가의 정예병들은 그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황제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린 후 그들을 밀었다.
“폐하. 저들이 일을 벌인 이들일 수도 있습니다.”
“봉군도위의 명에 따르면 폐하를 지키는 것은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근위군의 임무는 운현궁을 지키는 것. 저들이 이곳으로 온 것을 보면…”
“오래간만에 본 근위군이네. 가서 잠깐 인사 좀 하고 돌려보내겠노라.”
“허나 봉군도위는…”
“나는 황제다. 봉군도위가 황제보다 위에 있는 것인가?”
황제의 서슬퍼런 시선에 결국 조가의 정예병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다가오자 근위군들은 무릎을 꿇었다.
갈중의 앞으로 간 황제는 천천히 말했다.
“갈 도위군. 오래간만일세.”
“예! 폐하!”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은 황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진정한 충신의 명을 받은 것인가?”
진정한 충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갈중도 알고 있었다.
“예!! 폐하!”
“그렇다면… 흠.”
황제는 작게 숨을 내쉰 후 외쳤다.
“짐을 따르는 근위군들이여! 황제의 명령을 들어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근위군의 강한 외침에 황제는 기뻐하며 말했다.
“짐을 저 간악한 무리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다오!”
“폐, 폐하!?”
황제가 가리킨 것은 바로 자신들.
조가의 정예병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리고 당황한 것은 근위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황제를 지키는 것이 다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하지만 그 틈을 갈중과 그를 따르는 이들은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창을 들고 튀어나간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움직임에 놀란 정예병 몇몇이 허무하게 죽었을 때 황제는 크게 외쳤다.
“충성스러운 근위군이여!! 나를! 한 황조를 지켜다오!!”
황제의 간절한 외침에 근위군들 중 일부가 나섰다.
갈중을 따른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사람, 자신들이 명령을 따라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명령을 받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이들이 하나둘 씩 나서자 양경과 주민은 당황했다.
“형님. 어쩝니까?”
그들의 질문에 진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물으마. 충심과 가족.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그야 가족이지요.”
“저 역시…”
“그럼…”
진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황제의 시선을 마주하며 작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하지만 저희는 근위군입니다. 폐하의 명을 따라야…”
“움직이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다만…”
진일은 고개를 들어 황제를 보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그를 마주하던 진일은 작게 말했다.
“그 일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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