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0
00070 선택은 자유롭게, 결과는 겸허히 =========================
“여기가 동아현인가?”
“이야~ 강북은 역시 좋구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여기서 사고치면 알아서 해라.”
양양에서 데리고 온 감녕의 부하는 육백여명이었다. 더 오고 싶어하는 이들은 있었지만 당장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일단 정리를 하고 오라고만 해두고 동아현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올라오는 길은 편해서 다행이구만.”
수레에 누워 있던 방통은 육포를 씹으며 느긋하게 말했다.
진짜 팔자 좋다.
그래. 쉬어라.
넌 동아현에 가면 미친듯이 움직여야 하니까.
양양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한두명도 아니고 수백명이나 되는 이들이 무장을 하고 치중을 챙겨 올라가는 것인만큼 소로나 산길을 이용할 수 없었고 대놓고 대로를 이용했다.
당연히 그 대로를 관리하는 마을이나 현에서는 기겁을 했다.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히 남들을 위협할 수 있게 생긴 이들이다.
전직이 기루거리를 관리하던 깡패들이고 취미생활이 도적들 잡아 죽이는 일인만큼 감녕의 부하들 대부분은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겼다.
도적으로 몰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가 한번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가지가 있었다.
“치서어사 어르신께도 감사드려야지.”
육포를 씹던 방통이 지나오며 들린 요왕 마을에서 받은 술을 한모금 마시며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첫번째.
나에게는 사마방이 발행해 준 통행증과 대리인증이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나에게 시비를 거는 관리들은 없었다.
몇몇 관리들이 짐을 확인하고 통행을 막기는 했지만 나와 방통이 수경원 출신이라는 것 때문인지 결국 고민하다가 통행을 허가해준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치서어사 어르신이 발행해 준 통행증만으로는 절대 이 병력이 이 물자를 가지고 이동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절한 뇌물, 그리고 나중에 치서어사 어르신에게 잘 말해주겠다고 설득을 함과 동시에 치서어사의 대리인증으로 협박까지 하니 넘어가지 않는 관리는 없었다.
나라 꼴 잘 돌아간다.
그걸 이용하는 나도 나지만.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승지현을 지날 때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는데.”
서성은 웃으며 말을 몰아 내 옆으로 왔다.
제음군은 조금 쉽지 않았다.
조조가 보낸 인물이 다스리는 군이라 그런지 경계가 철저했다.
아무리 협박하고 뇌물을 주고 설득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햐… 그 사람. 대단하더만. 동아현 출신이라면서?”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막은 것은 다름아닌 정립. 훗날 정욱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전의 현에서 우리가 오는 것을 알았는지 대놓고 병사들을 불러모아 길을 막고 기다리더라.
괜히 싸우고 싶지 않아서 내가 나가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씨알도 안먹혔고 결국은 거래를 했다.
승지현 인근에 있는 산에 한무리의 도적이 있는데 그들을 토벌해달라고.
올라오면서 좀이 쑤셨던 감녕이나 서성,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야 좋다고 신나했지만 나로서는 괜한 비용을 들이는 것이라 차라리 우회할까도 생각해봤다.
결국 협상을 해서 승지현과 협력해 도적토벌을 했고 승지현에서 보급을 마친 후 이동할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날려먹기는 했지만 정립에게 꽤 좋은 인상을 남겼으니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사람 대단하더만.”
“대쪽같은 인간이지. 내가 상대하기 제일 귀찮은…”
뇌물도, 설득도 안통하는 인간이니 내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주제에 머리는 팽팽 돌아가 나와 방통이 둘이서 설득해서 간신히 협상을 마쳤으니 말이다.
“도련님.”
“응.”
동아현 입구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 답다면 아버지 답다.
오백이 넘는 무리들이 무장을 하고 이동하는 것이니만큼 그것을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겠지.
“뭐야? 도련님. 여기 도련님네 동네 아니야?”
“맞아.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무기 꺼내지 말고.”
승지현에서 살풀이를 신나게 한 탓인지 감녕은 실실 웃으며 무기를 꺼내들었고 난 그것을 말렸다.
“나다.”
“어!? 도련님! 아니십니까!”
성벽에서 활을 들고 있던 병사 중 하나가 날 알아보았다.
내 뒤에 있는 한무리. 아무리 봐도 정규군은 아니지. 차라리 도적이라고 부르는게 나을 거다.
그들을 경계하던 병사들은 허둥거리며 겨누던 활과 무기를 치우고 내려와 성문을 열었다.
“도련님! 왜 남쪽에서 오십니까!?”
“아버지에게 얘기 못들었어?”
“예? 예.”
“양양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왔어.”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들은 누굽니까?”
경계심이 듬뿍 담긴 눈으로 감녕과 그의 부하들을 보며 병사들을 이끄는 대장이 물었다. 그의 질문에 난 쓰게 웃었다.
“내 사병이라고 해두지.”
“요화. 감녕과 서성을 뒷산에 터에 데려다줘. 일단 당분간은 거기서 먹고자고 해야할거야.”
“야숙을 하란 거유?”
“응.”
“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낼 수 없으니 일단은 여기서 머물러야겠다.
아버지가 열심히 움직여서 동아현 인근에는 도적의 수가 적지만 다른 현과 연계하여 전투를 하면 도적 토벌 정도는 시킬 수 있겠지.
감녕과 서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지고 온 치중을 끌고 뒷산으로 가자 난 바로 아버지에게 갔다.
관아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지는 내가 들어오자 쓴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는 갑옷을 입고 계셨다.
북상하는 무리들에 대한 정보를 들었지만 그들이 내 부하들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연락 못 받으셨어요?”
“그래.”
“이거 심각하네요. 동군도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거라고 봐야 할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천하는 흔들리고 있었다.
주 뿐만이 아니라 군, 현마저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조가 주목인 연주마저도 이럴 진데 다른 현은 어떻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 위험해지겠네요.”
“그럴 것이다. 안그래도 요 근래 도적들의 수가 늘어난 모양이다. 범현과 곡성현에서 도적 퇴치를 위해 도와달라는 요청이 자꾸 들어오고 있어.”
아버지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조에게 연락은요?”
“사직서는 반려되었다. 그리고 그가 임명장을 보낼 것이니 준비하라고 하더구나. 조조와 만난게냐?”
“네.”
아버지에게 조조와 만나서 했던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들은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물었다.
“조조의 입장에선 아쉬울테니 산양군을 넘길 것이다. 다만…”
“다만?”
“너와 나만을 산양군으로 보낼 것 같지는 않구나. 아마 자신의 사람을 보내겠지. 자신이 충분히 믿을 만한 이를 말이야.”
“그렇겠죠.”
아직 확실한 신뢰를 할 수 없다면 신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 감시를 한다. 만약 뭔가 이상한 태도를 보이기라도 한다면 곧장 산양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게 누구일지는 나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혹시 아버지는 예측할 수 있나 싶어 아버지를 보았지만 아버지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구나.”
“그런가요…”
“그래. 하지만 우리의 계획은 그것이 아니지 않더냐.”
만약 조조의 밑에서 힘을 키워 조조를 잡아먹겠다! 라는 계획이라면 조조가 보낼 감시자가 상당히 거슬리겠지만 아버지나 나는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런만큼 감시자가 온다면 오히려 다행인 것이다.
조조가 인정하고 부하로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능력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산양군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면 사람이 부족한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오면 좋지.
“그리고 파벌을 만들기도 쉬울 것이구요.”
“딱히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조조가 함부로 우리를 건드릴 수 없게 조조군 내에서도 나름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일군의 군수 정도 된다면, 그리고 그 군이 연주의 움직임을 지원할 정도로 발전했다면 조조나 그의 부하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아버지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
“조숭의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너에게 맡기마. 그런데 이번에 데리고 온 이들은 누구더냐? 범상치 않게 생긴 이들이라고 하던데… 혹자는 혹시 네가 도적의 무리와 어울리는 것 같다는 말도 하더구나.”
정확히 봤네.
감녕과 감녕의 부하들 전직은 수적 아니면 도적이다.
“나쁜 놈들은… 아니지 않지만 그래도 같은 편입니다.”
“걱정되는구나. 행여나 그들이 나쁜 마음을 품을까봐.”
“그럴 걱정은 마세요.”
만약 나쁜 마음 품을 거였으면 올라오는 길에 했을 것이다.
감녕이나 서성이나. 그리고 그의 부하들은 모두 강북으로 가는 것에 오히려 즐거워 하는 듯 보였다.
강남의 도적따위는 이제 시시하다면서 강북은 얼마나 악독한 놈들이 있을까 콧노래를 부르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한개의 부대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감녕과 서성이 잘 통솔할 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지금 뒷산에 자리를 잡아놓으라고 했으니까 정리가 끝나면 아버지께 소개시켜드릴게요. 아. 그리고…”
“그리고?”
“방통도 데리고 왔어요. 산양군으로 간다면 나름대로 쓸 수 있겠죠.”
“잘했구나. 복이는 어디갔느냐?”
“복이는 개인적인 일이 있다고…”
“위험한 일은 아니겠지?”
“네.”
사실 위험하겠지만 그 녀석은 알아서 잘 하겠지.
내가 웃으며 대꾸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 후 차를 들었다.
“그리고 소식 들었더냐?”
“무엇을요?”
“네 사저. 염이의 정혼자가 죽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위가와 분음현이 조조에게 의해 초토화되었다고 하고. 이번 일로 조조는 사예주에 간섭할 수 있게 되었어.”
“그렇죠.”
“네가 한 일이니?”
“네.”
아버지에게 뭘 숨기겠냐.
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잘했다. 조조가 사예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며 더욱 산양군의 발전이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일석이조로구나. 네 사저를 엄한 놈에게 시집보내지 않게 되었고 산양군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허나 만사에 조심하도록 하거라. 흔적은 남기지 않았겠지?”
“네. 걱정마세요.”
“또 사마가에서 연락이 왔다. 사마영을 보았다면서?”
“네.”
“마음에 들더냐?”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산양군의 일만 정리되면 바로 혼례를 치루고 싶습니다.”
피식 웃으며 아버지가 물어보자 난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해둔 정혼서를 모두 챙겨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오늘은 바쁘겠구나. 이 정혼장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해 돌려보내려면.”
“소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군요.”
“너도 날 위해서 여기저기 분주하게 돌아다니지 않았더냐. 아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이깟 것이 무엇이 힘들겠느냐.”
“하하하… 그래도.”
“되었다. 아무튼 피곤할텐데 가서 쉬도록 하거라.”
“네.”
아버지는 갑옷을 벗어 벽에 걸어 놓고 책상에 앉았다.
내가 인사를 하는 것을 힐끔 보고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답한 아버지가 고개를 숙여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자 난 나가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새롭게 호위무사를 받았다고 하셨잖아요.”
“그래.”
“누구인가요?”
“그러고보니 너에게도 말해야겠구나.”
아버지는 시녀를 불러 호위무사를 데려오라고 말했고 잠시 후 검은 무복을 입은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화장기는 하나도 없지만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다.
키가 무척 큰 것이 요화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여자치고는 꽤나 크네요.”
“그래. 인사해라. 내 아들이다.”
“반갑습니다. 도련님. 영기라고 합니다.”
“영기라…”
삼국지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이름이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버지는 영기에게 앉으라 권했고 그녀는 머뭇거리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네가 내 아들을 호위해줬으면 하는구나.”
“…원검이 있는데도 말입니까?”
날 호위하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표정관리 좀 잘 해라.
상처받겠다.
“원검은 날 호위할것이다. 그리고… 차후 저 아이가 혼례를 치루면 내 며느리를 호위해줬으면 하는구나. 할 수 있겠느냐?”
“명이시라면 따르겠습니다. 진 현장님.”
“그래. 잘 부탁한다.”
“네.”
“그럼 나가보도록 하거라.”
“예.”
이거 얘기하려고 부른건가?
그녀가 나가자 난 고개를 갸웃거렸고 아버지는 그녀가 나가자 잠시 후 천천히 말했다.
“주의하거라.”
“뭘요?”
“저 아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지가 주의하라고 한거면 보통 일이 아닐거다.
내가 떨떠름히 묻자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아이의 본명은 여영기.”
“…여씨요? 잠깐만. 그럼…?”
여영기라는 이름에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여씨.
그리고 요화를 대체해도 괜찮을 정도의 실력.
그렇다면?
내가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포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