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01
빌어먹을.
위연은 절로 나오는 욕설을 간신히 삼켰다.
자신을 지원해줘야 할 놈들이 한방에 죽어버리다니.
그나마 안심할 만한 것은 저들의 무기가 자신에게 가깝다는 정도인가?
위연은 철극을 잡아 크게 휘저어 벤 후 달려드는 전위와 허저를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손에 들린 철극을 바깥으로 날린다.
자신의 무기가 날아간 것에 전위는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호위병이 들고 있던 창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전용 병기가 없어지는 것은 좀.
조조의 부하가 되고 그에게 받은 철극이 저렇게 날아가버리는 것을 보며 전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좋은 철로 만들어진 철극이다.
아마 누군가 줍게 된다면 그대로 들고가버리지 않을까 싶다.
“흥!!”
철극에 대한 아쉬움은 지운다.
비록 좋은 철극이라 하지만 그것은 무기에 불과했다.
아예 무기가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이 창이 있지 않은가.
창이라고 해서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내질러 위연의 머리를 노린다.
날카로운 창끝을 간신히 피해낸 위연은 몸을 노리는 허저의 베기를 피해낸 후 바닥을 굴렀다.
“젠장.”
포륭을 단번엔 절명시킨 대부를 잡는다.
허저가 자신의 무기를 잡고 씩 웃자 위연은 이를 갈았다.
“염병하네!!”
“하하하!! 전과는 상황이 완전 반대 같은데!?”
자신을 향해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대부를 들어 올리는 허저를 본 위연은 고민했다.
판단을 빨리 해야 한다.
자신이 혼자서 저 둘을 잡을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소리다.
저 허저나 전위 둘 중 하나라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둘이라니.
거기에 저 둘의 합격술은 보통이 아니었다.
과거 유표의 밑에서 저들을 공격할 때 유리했던 것은 괴월의 전략과 함께 황충의 지원이 있고, 또 문빙의 힘이 더 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병사들을 이용해 그들의 주의를 끌고, 또 그들이 이끌어야 하는 병사들을 공격해 사기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저들의 전투력을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한 무력만이라면 허저든 전위든 자신과 뒤지지 않는 용장이다.
하나도 버거운데 둘이나 상대해야 하다니.
위연은 난감함을 느끼며 검을 들었다.
“큭!! 힘만 더럽게 쎄서!!”
내려쳐지는 대부를 간신히 막아낸 위연은 뒤로 몇번 굴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있던 자리에 창이 꽂힌다.
하마터면 창에 꽂혀진 꼬치가 될 뻔했다는 것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고작 이정도냐!”
“그때의 잘난 척은 어디로 가고!”
“닥쳐!!”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지를 골라야 하지?
일단 허저와 전위가 여기 있다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저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적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다니!”
“우리를 봐달라고!”
“제기랄!! 집요하기는! 생각 좀 하자!”
위연이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도록 전위와 허저는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들어갔다.
한방 한방이 묵직한 허저의 일격이다.
그것을 막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전위의 날카롭고 예리한 공격까지 피해내려니 다른 곳에 생각을 둘 수 없었다.
더군다나 무기도 문제다.
지급받은 무기는 물론 좋은 무기다.
하지만 무기의 상성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지금 허저가 들고 있는 대부는 양손도끼.
무게만으로 생각한다면 둔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검으로는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안그래도 몇차례 막아낸 것 만으로도 검자루가 조금씩 뒤틀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직검이었던 검이 미세하게 휘어 있는 것과 무게중심이 틀어진 것을 확인한 위연은 빙글 검을 돌린 후 허저에게 겨눴다.
아마 저 놈도 이것을 노리고 있겠지.
“후우!”
그의 생각대로 허저는 일부러 위연의 검을 노리고 있었다.
굳이 자신의 공격으로 위연을 잡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근처에 있는 무기는 없다.
위연과 함께 들어 온 침입자들은 죽어 바닥을 구르고 있고 위연은 그들의 시체와 꽤나 떨어져 있는 상태다.
거기에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그저 검이다.
자신의 대부와 부딪혀 날이 상하지 않은 것을 보면 꽤 좋은 무기인듯 싶지만 무게를 이길 수는 없는 듯 보였다.
얇은 검으로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하더라도 대부의 공격에 대한 충격을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지금 위연이 하는 짓은 검 한자루로 철퇴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버틴다고 하더라도 검은 휘든, 아니면 부러지든 할 터.
그리 되면 위연은 버티지 못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자신 혼자서 위연을 잡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금은 일기토를 하는 상황이 아니니까.
진가의 호위이니까.
자신들의 임무는 진가의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 임무를 잊을 정도로 허저는 멍청하지 않았다.
“악래!!”
“으쌰!!”
빙글 창을 돌린 전위가 달려들어간다.
커다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다.
세번 연속 찌르는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던 위연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바닥에 놓여져 있는 발판을 후려찼다.
그것은 허저의 공격을 방어했고 그 틈이 만들어진 순간 위연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젠장!”
작전은 실패다.
일단 해야 할 일은 탈출이다.
여기서 죽을 필요는 없었다.
위연이 몸을 돌리고 달려가자 전위는 창을 잡았다.
“어딜 감히!! 내 앞에서 등을 보엿!!?”
위연의 등을 노리는 창.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가던 창에 위연은 황급히 몸을 숙였다.
하지만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크…악!!”
등에 긴 상처가 나버린 위연은 바닥을 굴렀지만 그 기세를 이용해 더욱 빨리 달려간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전위와 허저는 감탄했다.
“허. 잔나비같은 놈이로고.”
“쯧. 그래도 정문 쪽이니 괜찮다만. 어쩌지? 쫓아야 할텐데.”
위연이 저렇게 도망가버릴 줄이야.
허저는 어깨를 으쓱이며 전위의 등을 툭 쳤다.
“자네가 쫓게.”
“음.”
가장 안전한 것은 둘이 함께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이 안채를 수호하는 것.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안채에 있는 이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한번의 양동이 있는데 두번의 양동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허저의 말에 전위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닥에 놓여져 있는 장창을 잡았다.
생각하면 할 수록 아쉬워죽겠다.
만약 철극이 있었다면 등에 상처가 남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절명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
“빌어먹을 놈.”
그 철극이 어떤 철극인데.
조조에게 하사받은 귀한 철극을 날려버린 위연에게 이를 갈며 전위는 마당으로 나갔다.
“크윽…!!”
운이 좋았다.
하마터면 투창에 맞아 그대로 골로 가버릴 뻔 했다는 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등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위연은 마당으로 나가자마자 이를 갈았다.
“병신새끼!”
아직까지 정리를 못했단 말야?
허도에 들어 온 익주군과 익주의 암살자들까지 데리고 왔는데?
그 때문에 고작 세명이서 안채로 들어왔고, 허무하게 두놈이 죽어버렸는데 아직도 정리를 못했단 말인가?
마당으로 후퇴하여 오반과 합류, 다시 안채를 공격할 생각을 하고 있던 위연은 분노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하는 거냐!!”
“하아압!”
“젠…장!!”
위연은 오반을 노려보며 빠득 이를 갈았다.
진가의 수문장이라 불리는 주령과 아직도 맞서 싸우며 시간을 끌고 있는 그를 향해 위연은 거칠게 외쳤다.
“오반! 작전은 실패다!”
“뭣이라!?”
양동으로 들어갔던 위연이 왜 저기서 기어나온단 말인가?
그의 몸에 잔뜩 뭍어 있는 피.
그리고 하얗게 질려 있는 그의 얼굴을 본 오반은 까득 이를 갈았다.
그런 그를 향해 주령은 씩 웃었다.
“나의 주군을 얕보지 마라.”
“너도 몰랐으면서!”
몰랐다.
진유하가 자신에게 내린 명령은 단 하나.
정문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적들이 절대 안채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으니까.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고 자신 역시도 묻지 않았다.
주군의 명령이다.
그 명령에 의문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하!! 나의 주군은 하늘의 뜻을 받은 천신장! 네놈들의 얄팍한 수 따위는 모두 읽어내신다!”
“집 지키는 번견 따위가!!”
“번견이라…!!”
사실 주령은 양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청나게 고민했다.
진유하의 명령을 어기고 안채로 들어가야 할까 망설였었다.
안채에 있는 이들이야말로 주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자신과 같이 무뚝뚝한 사람에게도 웃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까.
“번견. 좋지. 제대로 봤다.”
“뭣?”
자신의 도발에도 주령이 오히려 미소지으며 더욱 빠르게 도끼를 휘두르자 오반은 당황하며 한걸음 물러났다.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들어하기보다는 더더욱 빠르고, 강해져가고 있었다.
그것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오반은 필사적으로 검을 움직였다.
주령의 얼굴을 노리고 찔러들어가는 날카로운 검격.
하지만 고개를 살짝 비튼 것만으로 그 공격은 주령의 볼을 스치고 지나갈 뿐 이었다.
“흥.”
날때부터 무뚝뚝한데다가 차가운 분위기를 보이는 자신이다.
거기에 성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고 무의 자질도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매일같이 죽을 각오를 하며 수련을 하고 공부를 해야 재능을 가진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었다.
범재.
그것이 자신이라고 주령은 항상 생각했었다.
그런 주제에 성정마저도 삭막하기 그지 없어 남들의 호감을 사기 어려웠다.
조조군에 임관을 하고 나서도 아부보다는 말없이 자신의 일만 하는 것 때문인지 공을 세울 기회도 받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최진사.
잘 올라가면 도위 정도가 자신의 한계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주령은 멈추지 않았었다.
단 하루도 수련을 빼먹은 날이 없었고 단 하루도 공부를 멈춘 날이 없었다.
그렇게 최진사로 진급하고 황족 중 하나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부대의 동기들은 전투에 나가 공을 세우고 진급하지만 무뚝뚝한 성향과 성정 때문에 상급자에게 미움받고 이런 번견과 같은 임무를 받았다.
그래도 이것이 자신의 임무라면 수행할 뿐이다.
주령은 별다른 불만 없이 장원을 지켰다.
그때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자신을 알아준 이와 만나게 된 것은.
그저 단 한번 마주쳤을 뿐인데 그는 자신을 좋아하며 인정해주었다.
그것도 그는.
아무런 재능도 없이 노력 밖에 모르는 자신과는 정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서주에서 천신장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이.
그저 무뚝뚝하고 재능이 없어 노력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
자신같은 낮은 직급에 있는 이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같은 사람.
정 반대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자신을 따르라고.
이끌어주겠다고.
그런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주었다.
속내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그때 너무나도 기뻤다.
소리지르며 자랑하고 싶었다.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천성이라 할 수 있는 무뚝뚝함은 그 기쁨을 표현하게 만들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자신을 다시 버리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에 더욱 노력했다.
유비를 지키기 위해서, 그를 탈취하거나 습격하려는 이들에게서 상처입고, 고통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고통 이상으로 달콤하고, 기쁜 것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명령이 아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일한다는 보람을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약속대로 보답을 해주었다.
자신에게 그의 가장 큰 것을 맡겼다.
집지키는 번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나?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진유하는 소의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또 그 자신이며 자신의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주군이.
주군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소중한 것을 맡기는 것이다.
집 지키는 번견?
고맙다.
그것은.
“하아아압!!”
오반은 자신의 손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전투가 길어져서 상대도 지칠만 하거늘.
그의 손은 더더욱 빨라졌고 오반은 그 공격을 막아내다가 다급히 외쳤다.
“안돼…!”
하지만 그의 외침은 끝까지 터져나오지 않았다.
주령의 손에 들려 있는 도끼가 그의 목을 갈랐기 때문이다.
손을 들어 터져나오는 피를 막으려던 오반이 털썩 무릎을 꿇자 주령은 몸이 지끈거리는 고통을 꽉 억눌렀다.
“끄르륵… 번견…따위…”
번견이라는 이름.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충의의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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