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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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청에서 온 소식을 듣고 난 곧장 관청으로 달려갔다.
강물을 어떻게 쓰는 지에 대해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던 이들까지.
지금 물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관청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백성들이 간절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자신들의 일을 내팽개치고 다들 모여 있는 것이다.
“아이고…”
“덕왕님…”
“천지신명이시여… 덕왕님을 구해주세요…”
“덕왕님… 부디 일어나주세요… 덕왕님…”
허름한 옷을 입은 농부도, 꽤나 잘 차려입은 상인도.
엄숙한 인상의 문인도.
노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엄백호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빌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를 지나쳐 관청 안으로 들어간 나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화타를 발견했다.
“어르신!”
“왔냐.”
화타가 이렇게 딱딱히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하인들에게 뜨거운 물을 안으로 보내라고 말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잖습니까.”
“아무래도 그것은 회광반조… 였던 것 같구나.”
화타의 떨떠름한 말에 난 주먹을 꽉 쥐었다.
죽기 전에 단 한순간 힘을 되찾는 것?
그냥 얘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건가?
내가 말없이 바라보자 화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지금까지 지어 준 약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 같지만…”
“삼…”
화타가 만드는 약은 삼을 기반으로 한 약이다.
기혈을 북돋아주고 체력을 보충해주는 약.
그 약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 한계라는 건가.
“그것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허어…”
무려 화타가 하는 말이다.
그런만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난 주먹을 쥔 채 거칠게 안으로 들어갔다.
고운 침상에 죽은 듯 누워 있는 엄백호와 그의 앞에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있는 엄여.
“엄 군수!!”
있는 힘껏 소리를 친다.
침상 앞에 다가간 후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갑다.
맥을 짚어보니 지극히 미약하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맥을 느끼며 난 이를 갈았다.
“갑자기 뭐가 어떻게 된거야!?”
“혀, 형님께선…”
“….”
“후우… 보리밭을 보다가… 잠깐 사이…”
“으…”
지속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쓰러짐을 반복했다는 엄백호다.
어쩌면 이렇게 될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을 거다.
엄여의 힘없는 말에 신음하며 난 엄백호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안색은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만약 팔에서 느껴지는 맥이 아니라면 시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비켜보거라.”
“어르신. 어떻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까?”
“글쎄.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보마.
이대로 가면 곤란해.
당신은 좀 더 살아 있어줘야 한다고.
난 엄백호를 노려보며 말했지만 화타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 이었다.
“이렇게 맥이 약해서는 약도 쓸 수 없어. 침을 잘못 놓았다간 기혈이 폭주할거다. 긴장되는구나.”
“이럴수가…”
화타마저 자신없다고 말하다니.
난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엄 군수가 이렇게 가면… 젠장.”
“으음…”
작은 신음성에 우리는 당황했다.
엄백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다.
그 신음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엄 군수! 제 말이 들리십니까!?”
“형님! 형님!!”
“다들 비켜!!”
달라붙는 나와 엄여를 밀쳐낸 화타는 빠르게 그에게 침을 놓았다.
위기를 넘어선 것일까?
엄백호의 몸에 순식간에 수많은 약침이 놓인다.
천천히 눈을 뜬 엄백호는 희미하게 웃었다.
“어…르신…”
“입 다물게. 지금은 몸을 돌보는 게 우선이야.”
“…그만하…십시요.”
“입 다물어!”
엄백호의 힘없는 말에도 화타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거친 손이 정밀하게 움직인다.
급소라 불리는 백회는 물론이고 심장이 있는 곳, 목 밑 부분.
기혈을 보할 수 있는 부분에 모두 침을 놓는다.
빼곡히 침이 놓이고 나서야 화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버티게. 아직 자네는 해야 할 일이 많아. 내 어떻게든 자네를 살릴…”
“후후후… 괜찮습니다. 저는…”
화타의 간절한 말에도 엄백호는 작게 웃을 뿐 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화타가 입술을 살짝 깨물자 엄백호는 천천히 말했다.
“어르신… 항상 감사했습니다…”
“…내가 뭘.”
“강동에 전염병이 돌 때… 어르신께서 와주셨었지요.”
“…의원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야.”
“다른 의원들은… 도망쳤지만… 화타 어르신과 장중경 어르신만은… 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병자들을 치료…해주셨지요.”
“자네가 나서서 사람들을 다스리지 않았다면 전염병을 막지 못했을거야. 그런 소리 말게. 자네가 한 거야. 나는 그저…”
“고맙…습니다.”
“….”
엄백호의 말에 화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그를 향해 힘없이 미소지은 엄백호는 손을 내밀었다.
“여야… 이리 오렴.”
“형…님…”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는 엄여의 손을 잡으며 엄백호는 천천히 말했다.
“네가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형님…흑…형…”
“네 덕분이다… 고맙다…”
“형님! 흐흑…흑… 형…형님…”
“네가… 있어줘서… 이만큼… 버틸…수 있었어.”
“아니우! 형님이 있어줘서 나도 이렇게 올 수 있었던거요! 형님! 그러니까 힘을 되찾으시우! 응?”
“…후후후… 내 착한 동생… 내가 없어도…”
힘겹게 손을 올린 엄백호는 엄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엄여는 더더욱 눈물을 흘렸다.
천천히 머리에서 손이 떼어진다.
그리고 그 손은 나를 가리켰다.
“엄 군수. 이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일어나십시요. 지금 관청 밖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있는데. 그들이 당신이 일어나기만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데!! 이대로 죽을겁니까!? 당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백성들을 버리고 갈 겁니까!? 일어나십시요!!”
그의 손을 꽉 잡으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런 나를 향해 엄백호는 희미하게 웃었다.
“시중… 부디… 약속을 지켜…주십시요…”
약속?
육가에 가서 향을 올려달라는 것?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하십시요.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약한 소리 하지 말고!!”
“후후후…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백성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하는 사람…”
좋은 사람은 무슨.
나는 지극히 나만을 위해서 백성을 다스릴 뿐이다.
엄백호와는 본질적으로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다르다.
“오해입니다. 그런 건 다 오해입니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제가 아닌 당신입니다.”
“시중이라면…”
“오해라고!! 난 할 수 없어!! 당신이 해야 해!! 그러니까 일어낫!! 명령이다! 시중으로서 명령한다! 일어나!!”
내 외침에도 엄백호는 그저 선선히 웃을 뿐 이었다.
그 힘없는 웃음에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엄백호는 나와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아니.
힘이 풀려가고 있었다.
천천히 감겨지는 그의 눈.
그는 마른 입술을 작게 달짝거렸다.
“시중…”
“…..”
“양양에서… 당신을 만난 것이…”
엄백호는 천천히, 아주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내 인생에… 최고의 행운… 이었습니…다…”
“어이!! 엄백호!!”
존대를 할 여유따위는 없었다.
어떻게 하지?
난 화타를 보았다.
하지만 화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다.
지금 엄백호에게 이렇게 많은 침을 놓았다.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믿을 수 있는 것은 화타 뿐이었다.
“어르신!!”
“…미안하다.”
“….”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완전히 풀려버린 힘.
허물어져 내려가듯 툭 바닥에 떨어진 손.
내가 뒤로 주춤 물러나자 엄여는 엄백호의 팔을 잡아 챘다.
“형님!! 가지 마시오! 형님까지 가버리면 나는 진짜 혼자요! 제발… 제발 날 두고 가지 말란말이야… 형… 형아… 형…”
산만한 덩치에 지긋이 나이를 먹은 엄여는 어린아이처럼 울며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살며시 웃은 엄백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나는… 덕으로써… 모두를…”
마지막 말.
엄백호의 마지막 말을 내뱉고 완전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모습에 엄여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형…님?”
“비켜보게.”
엄여를 살짝 민 화타는 엄백호의 맥을 확인했다.
손목.
그리고 목.
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본 화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편히 가시게. 덕왕.”
“형니임!!”
화타의 말에 엄여는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하아…”
병문안 왔다가 초상을 보게 될 줄이야.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안의 상황을 궁금해하던 이들이 엄여의 포효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것이 보인다.
내가 나왔을 때 관청으로 청이와 장패가 들어왔다.
그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엄 군수가…”
“가셨수?”
“그래.”
“하아…”
“결국 이렇게 가버렸구만…”
청이는 한숨을 내쉬고 장패는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들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바깥에 알려. 그리고 백성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진정시키고.”
“가능하겠수?”
“할 수 있는만큼 해봐야지.”
엄백호를 덕왕이라 부르며 진심으로 따르던 백성들이다.
그런 엄백호가 이렇게 가버린 것을 알면 크게 혼란이 일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내가 없는 상황에서 엄백호가 가버렸다면 그의 장례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했을거다.
“장 군수. 잠깐 들어와서 이 사람 좀 데려가게.”
“예? 어르신. 왜…”
“졸도해버렸어. 이러다가 줄초상이 날지도 모르겠구만.”
화타는 무척이나 씁쓸해하며 안을 가리켰다.
장패가 병사 두어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청이는 내 팔을 잡았다.
“어쩔 수 없군. 상을 준비하자. 일단 서주에 알려.”
“알겠어요…”
엄백호의 죽음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예 예상을 하지 못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버텨 준 것이 용한 것일 수도 있지.
난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거 폭풍이 불겠구나…”
그동안 강동에 평화를 유지하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던 엄백호의 죽음.
그 죽음으로 이제부터 강동의 패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엄백호의 죽음이 알려지고 하루가 지났다.
그의 죽음에 많은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곡을 하기 시작했다.
오현의 거리 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다.
난 관청 바깥을 힐끔 보았다.
상복을 마련하기 힘든 이들이다.
관청 밖에서 곡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마치 자신의 가족이 죽은 것처럼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이것을 보니 진짜 엄백호가 덕으로 강동을 다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문객이 많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강동에 있는, 아니 강남에 있는 가문들이 전부 올 것만 같았다.
일단 오에 있는 가문의 가주들은 전부 참석을 했다.
연락에 의하면 다른 군에 있는 명가들도 어떻게든 참석을 한다고 했다.
“남아 있기를 잘했군.”
“하아…”
엄백호의 죽음이 큰 충격이기는 했나보다.
그와 연을 맺은 많은 백성들과 하인들이 모두 충격을 받아 의욕을 거의 잃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데려 온 병사들을 써서 장례를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엄 도위. 적당히 기운 내게.”
“…예에…”
“말릉의 전가가 찾아왔어. 일어나게. 상주로서 예를 갖춰야지.”
“…알겠습니다.”
축 늘어져 있던 엄여는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래도 말귀는 알아들을 수 있는 모양이군.
그를 보며 짧게 혀를 차고 난 바깥으로 나왔다.
상주인 엄여는 간신히 정신을 잡고 있었지만 폐인도 이런 폐인이 다 없어보인다.
완전히 헬쑥해져버린 엄여가 다른 가문의 가주들에게 절하며 그들을 반기는 것을 본 나는 바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낙통에게 물었다.
“서주에서는 언제 온다디?”
“전서구를 보내놨으니… 길어야 십일 정도일 겁니다.”
“그래…”
그럼 걱정이 없겠군.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태사자가 급하게 뛰어왔다.
“뭐야?”
“…큰일입니다.”
“뭔데?”
태사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진짜 뭔 일이 난 것 같은데?
내가 의아해하자 태사자는 조심스레 말했다.
“오현 인근에…”
“뭐.”
“오의 깃발을 건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수는 약 일만 가량…”
“…빌어먹을.”
하필이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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